명상록
read 3699 vote 0 2002.09.10 (11:28:06)

재미난 글을 얻었기에 답글을 드립니다.

깨달음을 얻거나 잃는 것으로 생각하신다면

정말이지 위험합니다.

물론 우리는 "깨달음을 얻었다"는 식으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을 깨달았다"가 되겠죠.

그 "깨달았다"의 술어 앞에 주어(진리)가 있어야 합니다.

그 주어로서의 '진리'를 보지 못하고

술어로서의 "깨달았다"만 취하시는 군요.

우습지 않습니까?

주어를 잃어버리고 술어를 획득하다?

그것은 마치 텔레비전을 보는데

드라마를 보지 않고

꺼져 있는 텔레비젼수상기를 멍하니 지켜보고 있는 것과

유사합니다.

텔레비전에는 텔레비전이 없습니다.

텔레비전은 텔레비전에 있지 않고 방송국에 있습니다.

그대는 텔레비전을 지켜보고 있다고 믿고 있지만

그것은 텔레비전 수상기이지 텔레비전이 아닙니다.

단지 인간들이 편의적으로

텔레비전수상기를 텔레비전이라고 부르기도 할 뿐입니다.

인간이라는 텔레비전 수상기에

진리라는 이름의 프로그램이 방송됩니다.

그 방송국은 신의 방송국입니다.

깨달음으로서 끝났다고 믿는다면

텔레비전을 구입해 놓고 드라마 허준을 보았다고 착각에

빠져 있는 것입니다.

허준은 텔레비전을 통해 볼수 있지만

텔레비전 수상기 안에 없습니다.

텔레비전에는 텔레비전이 없습니다.

깨달음이란 이제 겨우 한번 채널을 돌려본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진리라는 이름의 드라마는 아직 방영되지 않았습니다.

우습지 않나요?

텔레비전을 구입해놓고 텔레비전을 보았다고 믿고 있는다면

너무 어처구니 없는 일이 아닐까요?

깨달음은 신의 방송국에 주파수를 맞춘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진리의 주인은 신이며

인간은 깨달음의 방법으로 신과 소통할 수 있습니다.

무엇을 깨닫는가요?

그 무엇은 잊어버리고 깨달음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그러나 언어적 편의에 의한 잘못된 표현에 지나지 않아

진실로 말한다면

깨달음은 얻을 수도 잃을 수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깨달음의 주인은 절대자 신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결코 그 어떠한 경우에도

깨달음의 진정한 주인이 될수 없습니다.

자기집 뒷마당에 금이 묻혀 있다고 칩시다.

그것을 모르고 세상을 한탄하다가

홧병으로 죽은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깨닫지 못한 어리석은 사람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그것을 알아채고

그 금을 파내어 돈을 벌었다면 깨달은 사람에

비유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 금이 온전히 자기 것이 될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인간은 누구나 결국은 죽기 때문에.

깨달음은 이와 같습니다.

깨닫는다는 것은 궁극적으로 의미를 깨닫는 것이며

자기가 나아가야할 길을 깨닫는 것이며

신이 의도하는 바를 깨닫는 것이며

진리의 편, 역사의 편, 인간의 편, 사회의 편,

신의 편에 서게되는 것을 의미함에 불과합니다.

깨달음은 무엇을 얻는 것이 아니며

무엇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귀하는 문 앞에서 망설이고 있군요.

저 문을 열면 혹시 끝이 아닐까?

저 바다를 건너면 지옥으로 떨어지지 않을까?

콜롬부스는 그 두려움을 극복할수 있었기에

서인도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천만의 말씀.

그것은 시작의 시작에 불과합니다.

최초에 산수를 발명한 사람은

그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난제를 풀었으며

이제는 끝났다고 생각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문명이라는 긴 싸움의 시작이었습니다.

그대가 일층의 집을 지었다면 이제 건축이 끝난 것이 아니라

100층건물의 기초를 놓은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깨달음으로 하여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다음페이지가 비로소 시작되는 것입니다.

안주하려 들지 마세요.

겁내지 마세요.

부끄러워 하지도 마세요.

미개인에게 중절모자와 양복을 선물하면

그는 이제 문명인이 된 줄로 착각합니다.

그것이 끝이 아니라 시작임을 모르는 까닭입니다.

깨달음으로 하여 그대가 환희와 기쁨에 빠질 것이라고 여긴다면

착각도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그대가 깨닫는다면 크게 울게 될 것입니다.

그대는 먼저 환멸과 절망의 고지를 넘게 될 것입니다.

그다음에 의식의 표백이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또 더 많은 고지들을 넘게 될 것입니다.

그대가 원하는 환희는 없습니다.

깨달음은 하나의 포즈에 불과합니다.

그대는 거대한 문 앞에 선 것입니다.

99개의 문 중에 첫 번째 문을 연 것에 불과합니다.

명상의 목적은 신과의 소통에 있으며

그대가 깨달았다면 신과 대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단지 신과 대화할 수 있을 뿐

신과 하나되어 더욱 전진하기에는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멉니다.

깨달음은 목적이 아닙니다.

더 큰 절망과 비탄과 환멸을 경험하실 것입니다.

의식의 표백에 이를 때 까지.

그리고 완전히 항복하게 될 때 까지.

그대가 텔레비전을 보았다면 텔레비전을 본 것이 아닙니다.

그대가 깨달음을 얻었다고 믿는다면 깨달은 것이 아닙니다.

그대는 이제 겨우 텔레비전 수상기를 본 것입니다.

아직은 진짜가 아닙니다.

그대는 이제 겨우 한번 채널을 돌려본 것입니다.

아직은 진짜가 아닙니다.

그대가 드라마를 끝까지 보았다 해서 깨달은 것은 아닙니다.

신의 방송국을 견학하기 전 까지

그대는 아무것도 깨닫지 못한 것입니다.

그대가 신의 방송국을 견학하였다 해도 역시 그대는 아무것도

깨닫지 못한 것입니다.

그대가 우주라는 이름으로 불리우는

신의 위대한 드라마의

주연과 무대와 연출과 각본을 다 알아내었다 해서

역시 깨달은 것은 아닙니다.

그대 자신의 방송국을 열기 전 까지는

신이 우주를 창조하였듯이

의미라는 이름의 그대 자신의 우주를 창조하기 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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