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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종업원 양상훈이 뜬금없이 노무현 대통령을 칭찬하는(?) 칼럼을 하나 올렸다더라. 왜 그랬을까? 사람이 죽을 때가 되려면 착해진다더니 조선일보가 드디어 죽으려고 헛소리를 하는 건가?

알리바이 작업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잘했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졌을 때 ‘노무현 대통령이 잘한 것은 조선일보가 열심히 갈군 결과이므로 더욱 갈궈야 한다’는 논리를 만들어내기 위한 사전작업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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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억 재산을 가진 할아버지가 있다. 재산을 자식들에게 물려주면 자식들은 그 돈으로 사업하느라 바빠서 할아버지를 찾지 않는다. 그러므로 할아버지는 돌아가실 때 까지 재산을 물려주지 않는다.

어차피 재산을 물려주지 않을 것이므로 자식들은 할아버지를 찾지 않는다. 돌아가시고 난 후에 유산을 받겠다는 거다. 이렇게 되면 할아버지도 전략을 세워야 한다.

자식이 하기에 따라서는 일찍 재산을 내놓을 용의가 있다는 사실을 넌지시 암시해야 한다. 그러나 직설화법으로는 말하지 않는다. ‘내놓겠다’고 말하는 순간 주도권을 뺏기게 되기 때문이다.

자식이 이런 저런 요구조건을 내걸고 협상하자고 나서면 피곤해진다. 자식은 더 유리한 조건에서 받아내기 위해 할아버지 애를 태우는 방법을 쓸 수 있다. 그러므로 할아버지는 단호하게 ‘한 푼도 주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주지 않을 것이면 주지 않는다고 말할 필요도 없다는 거다. ‘자선단체에 기부해 버리겠다’고 힘주어서 세 번씩이나 말하는 것은 ‘자식들이 하기에 따라서는 줄 수도 있다’는 암시다.

정말 안줄거라면 자식 쪽은 돌아보지도 않아야 한다. 관심을 갖지도 말 일이다. 모른 척 하는 것이 맞다. 할아버지가 주지 않겠다고 끊임없이 강조하는 것은 ‘자식들이 먼저 성의를 보이라’는 암시다.

문제는 할아버지의 암시를 자식들이 알아채지 못한다는 거다. 할아버지 쇠고집에 설마.. 하고 믿지 않는다. 그래서 부모자식간에 토라지고, 틀어지고, 등돌리고 만다. 우리 주위에 흔한 모습들.

어쨌거나 이런 식의 소통부족이라면 피곤한 거다. 부모자식 간에도 이렇듯 소통의 단절이 심한데 정치판이라면 오죽 하겠는가? 역설로 들어야 할 암시가 난무하고 있다. 그 암시를 읽을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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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는 대통령 한 사람만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다. 확실히 그 인간들은 필자보다 노무현 대통령에 관심이 많다. 역설적이지만.. 왜 무엇 때문에 그들은 광노빠(?)가 되었지?

대한민국호를 끌고 가는 것은? 역사의 흐름이다. 자연인 노무현이 임의로 역사를 개조할 수는 없다. 참여정부는 범개혁세력의 공동정권이고 거기에 노무현표를 붙여놓은 것은 그 브랜드가 좋기 때문이다.

본질에서 역사의 문제인데 조선일보는 노무현 개인의 성격 문제로 왜곡하려고 한다. 바보일까? 아니다. 그들도 사실 알고는 있다. 대통령 한 사람을 갈군다고 될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노무현이 아니라도 어차피 역사가 그쪽으로 가게 되어 있다. 결국 대한민국은 승리하게 되어 있다. 세계가 본받을 대한민국호의 성공모델은 찾아질 수 밖에 없다. 조선일보도 알고 있다.

그런데도 왜 그들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노무현일까? 예의 부자 할아버지 심사와도 같다. 대통령이 여전히 조중동의 암시를 알아채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끊임없이 신호를 보내고 암시를 던지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들이 불쌍하다. 애타는 마음으로 신호를 보내는 조선일보. 지극정성이 따로 없다. 짝사랑도 이런 짝사랑이 없다. 그러나 생까고 마는 왕자병 노무현. 조선일보의 간절한 호소를 듣고도 눈길 한번 안주는 노무현.

노무현 대통령 너무한거 아냐? 조선일보가 저렇게 눈길 한번 달라고 보채는데 한번쯤 돌아봐주기는 해야지. 조선일보 저러다가 상사병으로 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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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 잘한 것도 있고 잘못한 것도 있겠지만 나는 이것이 개혁세력의 본 실력이라고 생각한다. 실력대로 가고 있다. DJ는 패러다임의 교체를 시도하지 않았기 때문에 민주화 부분에만 의미가 있고 노무현 정부는 다르다.

DJ의 의미가 민주화의 완성에 있다면 노무현의 의미는 박정희 패러다임의 극복에 있다. 이건 더 큰 게임이다. 민주화는 우리 내부의 질병을 치료하는 거고 노무현 패러다임의 성공모델은 세계에 기여하는 거다.

나는 ‘공격이 최선의 방어다’는 논리로 무장한 조선일보의 과잉방어가 실은 박정희 신화를 보호하기 위한 페인트 모션이라고 생각한다. 겉으로 공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방어에만 치중하고 있다.

‘박정희만은 제발 건들지 마’ 이거다. 그들이 진짜로 원하는 것은.. 그들의 속마음은.. 노무현 정권은 박정희 신화를 인정해주고 자기들은 노무현 대통령을 인정해 주는 걸로 협상을 하자는 거다.

그러나 애초에 이런 협상이 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을 뻔히 알기 때문에.. 이것이 흥정으로 될 문제인가?.. 그래서 박정희를 보호하기 위해 노무현을 치는 이상한 행동을 하는 거다.

무엇인가? 가치관의 싸움이다. 죽은 박정희를 보호하자는 것이 아니라 박정희 시대의 가치관을 보호하자는 거다. 박정희식 성공모델(?)을 함께 만든 자기들 세대의 업적(?)을 인정받자는 거다.

“박정희 세대도 고생은 고생대로 했다구. 제발 우리 세대가 고생한걸 인정해줘. 그러면 우리도 당신을 대통령으로 인정해줄게.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인정 안해주면 인정해줄 때 까지 괴롭힐 거야.”

이것이 조선일보들의 속마음인 거다.

조선일보도 노무현 대통령이 잘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노무현이 무섭다. 훗날 세계사는 한강의 기적을 설명하는 페이지에 박정희 사진이 아닌 노무현 대통령 사진을 올릴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물론 노무현 대통령의 잘못도 있다. 그러나 이는 패러다임의 교체 후유증에 불과하다. 본질에서는 잘못이 없다. 단지 테크닉의 부족, 홍보부족, 아마추어리즘 이런 건데 이런건 국민 입장에서 볼때 문제가 안 된다.

노무현 정권 3년차에 점차 안정되어 가고 있다. 참여정부도 이제는 권력을 요리하는 방법을 배워버린 것이다. 어제까지는 아마추어였는데 이제는 프로가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국민도 이 정도는 참아준다.

노련한 솜씨의 할아버지와 실수 투성이 젊은이가 있다면 누구에게 일을 맡기겠는가? 단기간에 성과를 내는 일이라면 당연히 할아버지에게 부탁한다. 그러나 장기적인 계획이라면 당연히 젊은이에게 맡긴다. 젊은이는 실수도 하겠지만 배우면서 클 것이기 때문이다.

서울시장은 단기간에 성적을 내는 작은 일이므로 김민석 같은 얼치기 젊은이보다 이명박 같은 베테랑에게 맡기는 것이 맞고 대통령은 국가백년대계를 세우는 일이므로 설사 실수가 있더라도 이회창 같은 노인 보다는 노무현 같이 젊은 사람에게 맡겨야 한다는 것이 국민 다수의 의견이다.

물론 대통령이 항상 젊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이승만의 건국, 김대중의 민주화는 구시대의 마무리와 병행하므로 경험있는 사람이 해야한다.

구시대의 종결 - 이승만의 건국, DJ의 민주화는 역사의 전환점에서 그 이전시대의 마무리 작업을 병행해야 하는 성격이 있다. 나이 많은 사람이 해야한다.

새 시대의 기획 - 강금실 같이 젊은 사람의 지지를 받는 사람이 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도 이전 시대의 막차 성격이 약간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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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의 트집.. 예컨대 짤린 장관이 자신이 짤렸다는 사실을 언론을 통해 알았다든가 하는 식의 소소한 문제들..≪- 조선일보가 문제 삼는 것이 이런 류다. 이런건 권력을 주물러 보지 않은 사람의 실수에 불과하다.  

노무현 대통령이 한번 짜른 장관을 나중에 다시 챙겨주고 있는 사실에서 보듯이 본질에서 아마추어는 아니다. 권력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안다. 단지 세세한 부분을 참모들이 못챙기고 있을 뿐이다.

문제는 대통령이 조선일보의 끊임없는 암시와 애절한 호소를 알면서도 생깐다는데 있다. 이는 대통령의 성격 때문이다. 대통령은 아직도 자신을 국가의 원로, 집안의 가장, 나라의 어른으로 생각하지 않는듯 하다.

여전히 대통령은 국민을 격려하는 일에 서투르다. 산더미 같은 일 속으로 숨으려고만 한다. 이발시간이 아깝더라도 머리칼을 조금은 더 기르는 것이 국민에 대한 서비스가 된다.

이제는 정권 4년차다. 짬밥이 쌓일 만큼 쌓인 거다. 일병 떼고 상병왕고다. 많은 일들을 총리와 내각에 떠넘겨야 한다. 선봉은 다른 장수에게 맡기고 뒤에서 보급을 챙겨야 한다. 이제는 국민을 격려하고 국가를 홍보하고 잘하고 있는 사람들 등 두들겨 주는 것이 주 업무가 되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이 나라의 최고 어른이다. 이 사실을 조선일보가 가장 애타게 강조하고 있다. 권위주의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 세대는 사실 그런거 모른다. 가장이 있는지 없는지에 신경 안쓴다.

그러나 조선일보 세대는 다르다. 그들은 권력중독에 권위충독이다. 아침에 가장이 기침하지 않으면 마당쇠처럼 대청마루에서 안절부절 못한다. 권력의 상실, 권위의 부재사태에 공황심리에 빠져버린 것이다. 그래서 저렇듯 간절하게 신호를 보내오고 있는 것 아닌가.

말했듯이 이는 가치의 싸움이다. 대한민국은 성공할 것이 뻔하다. 조선일보가 두려워 하는 것은 백프로 확실한 대한민국의 성공에 박정희표를 떼고 노무현표를 붙일까봐다.

운명적으로 대한민국은 성공하게 되어 있고 그 성공은 박정희표의 성공이 아니라 노무현표 대한민국의 성공이다. 박정희 모델은 수출할 가치가 없고 노무현 모델은 세계로 뻗어나가야 한다.

박정희의 개발독재는 세계적으로 많았다. 박정희가 발명한 것이 아니다. 박정희는 낫세르, 소모사, 바디스타, 이디아민, 마르코스, 피노체트, 가다피, 모택동, 김일성, 장개석, 이광요 뒤에 ‘나도’ 하고 이름을 올렸을 뿐이다.

그들의 성공은 인정되지 않는다. 왜? 역사가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설사 악역이 있어서 주인공의 연기가 빛났다 해도 악역은 악역일 뿐이다. 원균 때문에 이순신이 돋보였다 해도 원균은 원균일 뿐이다.

반면선생이지만 조선일보도 기여가 있다. 악역이지만 박정희도 기여가 조금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박정희와 조선일보는 악역을 자청한 이상 그 악역을 완성하도록 두어야 한다. 히틀러의 잘한 점도 논해보자는 따위는 역사의 자기 일관성에 맞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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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 브리핑은 아직도 해명성 홍보에 급급하다. 이런 식으로는 좋지 않다. 대통령이 조선일보를 무시하듯이 걍 무시하는 것이 좋다. 조선일보가 장군을 부르면 뒤따라 멍군을 부를 것이 아니라 생까고 다른 곳에서 장을 불러야 한다.

대한민국 잘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성공이 정권의 성공이다. 국민들이 잘한 점을 정부가 홍보해야 한다. 국민을 격려하는 것이 집권 4년차에 가장 중요한 국정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대한민국팀의 응원단장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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