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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DJ는 재야인사들을 대거 수혈하는 방법으로 총선 때 마다 승리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 수혈할 재야인사가 바닥났습니다. 어쩌겠습니까? 노무현대통령은 이른바 386이라 불리는 한 무리의 사람들을 데리고 왔지만 그 사람들이 과연 386 이름값을 했는지는 의문입니다.  
 
이제는 수혈할래도 수혈할 외부의 세력이 없습니다. 재야는 제도권으로 흡수되었고 운동권은 퇴조했습니다. 386은 거품으로 판명되었습니다. 어쩌겠습니까?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는 유시민의 개혁당이 과거 재야인사들이 했던 역할을 어느 정도 대신했습니다. 개혁당이 없어진 지금은? 네티즌들이 그 역할을 수행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서프라이즈가 하고 노사모가 하고 노하우가 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10만 개혁주체 세력을 양성해야 합니다. 저는 의도적으로 긴장을 조성하기 위하여 거칠은 표현을 썼습니다. 소꿉놀이 해서 안된다고 말했습니다. ‘중산층 노빠’라고도 했지요. ‘계급적 정체성’이니 ‘이념적 동질성’이니 하며 말했습니다.
 
정신차리고 집중하자는 겁니다.
 
DJ 시절의 재야인사들은 상당히 과격하고 급진적인 사람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그들을 반겼습니다. 누구도 그들을 과격하다는 이유로, 혹은 급진적이라는 이유로 배척하지 않았습니다.
 
또 실제로 그들은 과격하지 않았습니다. 급진적이지도 않았습니다. 김근태가 과격합니까? 이부영이 급진적입니까? 그 시절 재야인사 중에 누가 과격하다는 말입니까? 중요한 것은.. 그래도 그들은 분명한 색깔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어떻습니까? 분명한 색깔을 가지고 있습니까? 노빠들이 과거 재야인사들이 했던 역할을 해낼 수 있겠습니까? 유시민의 개혁당이 했던 역할을 해낼 수 있겠습니까?
 
수동적인 노빠가 아닌 능동적인 노무현주의자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반보 더 왼쪽으로 가야한다고 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중도하고 실용하면 색깔 잃고 맹탕 됩니다.
 
과거 재야인사들이 그랬듯이 조중동으로 부터 과격하고 급진적이라는 평을 들어야 겨우 약간의 색깔을 얻을 수 있습니다. 제도권의 썩은 것들과 마찰하여 세상이 다 알도록 시끄럽게 소리를 내야지만 적어도 존재의 흔적 정도는 남길 수 있다는 말입니다.
 
TO가 맞아야 힘을 쓸 수 있다
DJ의 재야인사 영입은 성공적이었지만 재야가 자기들끼리 독립하여 당을 꾸렸을 때는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왜 유권자들은 재야에 대해 이중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일까요?
 
재야의 과격하고 급진적인 이미지가 DJ와 손을 잡았을 때는 제도권의 부패를 막는 양념 역할로 기대 되었지만, 그들이 별도로 당을 꾸렸을 때는 이상하게 불신으로 다가온 것입니다.
 
TO라는 표현을 쓰겠습니다.(table of organization) 그들이 만든 TO에 민중들이 대가리 비집고 들어갈 빈자리가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민중들은 기본적으로 숫자가 많습니다. 그러므로 아주 큰 집을 지어주지 않으면 안됩니다.
 
재야가 독립적으로 당을 꾸렸을 때는 작은 규모로 동그라미가 완성되어 그들끼리 TO가 꽉 차 있었습니다. 그러나 DJ와 손을 잡았을 때는 TO의 한쪽이 크게 비어 버렸습니다.
 
DJ가 가운데 위치하면, 재야가 왼쪽에 서고 그 오른쪽에 유권자들이 가담하여 들어가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DJ의 왼쪽 날개와 오른쪽 날개가 갖추어집니다.
 
왜 우리가 중도로 가면 안되는가? 중도로 가면 작은 동그라미로 TO가 꽉차버리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 전체를 아우르는 더 큰 동그라미를 그려야 합니다.
 
TO가 완전히 갖춰진 소대중대를 만들지 말고 TO가 불완전한 사단이나 군단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 대군단 안에서 우리가 왼쪽으로 치우쳐 있어야, 오른쪽이 크게 비는 법이며 그 빈자리는 새롭게 비집고 들어올 유권자의 몫입니다.
 
자동차로 비유하지요. 버스라면 운전기사만 있어서 안되고 승객도 있어야 합니다. 트럭이라면 엔진만 있어서 안되고 짐칸도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 중에 한가지 역할만 맡아야 합니다.
 
우리는 운전기사 역할만 하든가, 엔진역할만 해야 합니다. 승객자리 그리고 짐칸역할은 비워두어야 합니다. 그래야지만 그 빈자리를 노리고 유권자들이 가담하여 오는 것입니다. 비로소 제휴가 가능한 것입니다.  
 
데일리서프라이즈와 노하우21의 탄생
데일리서프라이즈와 노하우21이 새로 탄생하고 있습니다. 저는 여기서 그 어떤 필연의 흐름을 읽으려고 합니다. 서프라이즈와 노하우만의 역할분담이 아닌, 데일리서프와 노사모를 포함하는 더 큰 개념에서의 파트너십이 있어줘야 할 것입니다.
 
물론 조직하고 명령하고 통제하는 방법으로는 가능하지 않을 것입니다. 맨날 모여서 회의한다고 해서 되지도 않을 것입니다. 필요한 것은 계급적 정체성과 이념적 동질성 그리고 체험의 공유가 만들어내는 ‘코드의 일치’입니다.
 
그 모든 것이 이심전심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제가 먹물의가면님과 별다른 견해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토론의 모양새를 갖추려 한 것은, 또 실례인줄 알면서 의도적으로 ‘염장을 지르는’ 일부표현을 쓴 것은 이심전심이 가능하다는 점을 여러분께 보여드리고 싶어서였습니다.  
 
80년대의 재야는 그들만의 힘만 가지고는 어떻게 해볼 수 없는 불완전한 집단이었습니다. TO가 갖추어지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제도권과 손을 잡았습니다. 그 손잡음은 엄청난 시너지효과를 낳았습니다. 대성공이었습니다.
 
민노당은 자기들끼리 완전합니다. 작은 소집단이 소대를 이루되 내부적으로 TO가 꽉 차버린 것입니다. 그러므로 누구와 손을 잡을 이유가 없습니다. 거대노조라는 기득권세력이 터줏대감으로 버티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천하를 아우르는 큰 동그라미를 그려야 합니다. 그 큰 동그라미 안에서 가장 단단하고 강력한 핵을 형성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으로 우리가 세상을 다 지배하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제도권 정치세력과 제휴할 수 있는 5프로의 독립세력으로 존재해야 할 것입니다. 그들의 2프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것이 우리의 역할입니다.
 
개혁당처럼 흡수되어도 안되고, 민노당처럼 완전히 떨어져나가도 안됩니다. 끊임없이 제도권에 긴장을 불어넣으면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야할 것입니다. 우리는 그 일을 할 수 있습니다.
 
먹물의가면님께 감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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