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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460 vote 0 2024.08.16 (10:44:51)

    인간이 멍청하다는 증거를 찾으려는 것이다. 도무지 생각을 안 한다. 류현진이 올 시즌 10승도 힘들다는 것은 누구나 조금만 생각해 봐도 알 수 있다. 부진할 만한 이유가 열 가지다. 체중증가, 계약실패, 부상치료, 한국적응 스트레스, 한화수준, 훈련부족, 에이징커브, 심리적 부담, 루틴변화. 이런 것을 검토해 보기나 했나?


    권위에 눌려 생각 자체를 안 한 것이다. 왜 이게 문제냐 하면 인간들이 판단을 잘할 때는 또 잘하기 때문이다. 권위와 연결된 문제만 갑자기 바보가 된다. 사소한 것은 잘하고 중요한 것은 못한다. 독일과 일본이 이차대전의 수렁 속으로 빠진 게 그렇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이건 무조건 지는 전쟁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는데. 


    비트코인이나, 최근 해리스의 상승세나, 하이퍼루프나, 전기차의 20퍼센트 장벽이나 이런 것은 사실 누구나 알 수 있다. 그런데 인간들이 생각 자체를 안 한다. 왜? 권위에 눌리기 때문이다. 많은 집단적 오판의 배후에 권위주의가 도사리고 있다. 스티브 잡스의 권위, 일론 머스크의 권위, 트럼프의 권위 때문에 오판한다.


    물론 생각이 틀릴 수도 있다. 특히 지식인이나 전문가가 끼어들면 오판하게 된다. 천경자 그림 딱 봐도 진짜 맞는데 본인이 아니라고 하고 프랑스에서 왔다는 전문가가 첨단기술로 들여다봤더니 가짜라고 하면 나도 쫄게 된다. 비전문가는 일단 전문가를 존중해야 하니까. 그런데 사실 딱 보면 알잖아. 감이 딱 와주잖아. 


    천경자 그림을 복제할 수 있는 사람은 지구에 없다. 특수 안료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그것을 복제할 수 있다면 천경자보다 실력이 월등한데 왜 남의 그림을 베끼고 있냐? 직접 그려서 명성을 얻어야지. 단서가 잘못 주어지면 생각해도 틀릴 수 있지만 생각하지 않고 그냥 권위에 끌려가는 것과는 하늘과 땅의 차이가 있다.


    틀린 생각은 바로잡을 수 있지만 권위에 끌려가는 사람은 방향을 바꾸지 않기 때문이다. 대중이 집단적 오판에 빠지는 것은 이게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 끌려가는 것이다. 거기에는 관성의 법칙이 작동하고 있다. 권력의 몰아주기다. 틀린 생각은 바로잡으면 되는데 권위에 순종하는 자들은 끝까지 가서 집단을 파멸시킨다.  


    리먼 브라더스 파산을 예고하여 뜬 사람도 있고 떼돈을 번 사람도 있다. 그들은 생각을 한 것이다. 보통은 생각을 안 한다.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다. 쫄아서 그런 것이다. 그러나 나는 쫄지 않는다. 왜냐하면 인류가 다 틀렸다는 생각을 초등학교 3학년 때 했기 때문에 그동안 켜켜이 쌓인 게 있는데 이제 와서 바꿀 수도 없고. 


    인류가 다 바보네. 이것만 봐도 그래. 또 그러네. 역시 그래. 박정희한테 무려 절하는 자가 있다니 멍청하잖아. 이런 경험이 한 백 가지 넘게 쌓이면. 김어준이 쫄지마 우리는 강팀이다 해도 미쳤나 우리가 어떻게 강팀이야 하고 받아치지 않고 뭐 그럴 수도 있지 하고 태연해진다. 인간이 단체로 빙신짓 하는걸 워낙 많이 봐서.


    점쟁이를 믿는 사람도 있고 교회에 가는 사람도 있다. 얼마나 웃기냐. 생각을 포기한 거.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어린이도 1초 만에 알 수 있다. 왜냐하면 내가 일 초 만에 알았기 때문에. 상식적으로 그게 말이 되냐? 닭이 달걀을 낳는 수는 있어도 달걀이 닭을 낳는 수는 절대로 없다. 무정란은 죽은 달걀이므로 논외다.


    수정란은 닭이다. 달걀에서 닭으로의 변화는 외견상이며 DNA는 같으므로 다른 게 아니다. 변화가 아니라 성장이다. 달걀이 닭이 되는 일은 자연에 없으며 그 닭이 그 닭인데 사람이 이름을 다르게 붙인 것이다. 그것은 자연의 사실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관측 문제다. 언어를 잘못 사용하는 문제다. 그게 1초에 판단이 안 서냐?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고 고민하는 빡대가리들은 어휘력이 떨어져서 한국어로 대화가 안 되는 수준이므로 그들은 대화상대로 끼워줄 수 없다. 도대체 내가 이런 사람들과 대화를 해야 하나 싶어서 한숨이 나온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다 해결하고 왔어야지. 이제 와서 뒤늦게 사고방식을 갈아탄다면 진도가 나가주냐?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닭이냐 달걀이냐 이 문제만 확실히 이해했다면 다른 문제는 자동소멸이기 때문이다. 생각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다. 에너지가 먼저냐 변화가 먼저냐 하는 질문이 연구실 게시판에 있는데 이 또한 언어감각의 문제다. 에너지는 안에서 작용한다. 변화는 밖이다. 변화는 외부에 관측자가 있는 거다. 


    변화는 안에서 밖이고 그 역은 없다. 밖에서 안으로 들어오려면 동력이 필요한데 동력은 역시 안에서 밖으로 계가 깨지는 데서 조달되기 때문이다. 판단기준을 잘 세우면 정리된다. 헷갈리는 이유는 변화라는 단어의 의미를 다르게 사용하기 때문이다. 달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 하고 묻는 사람은 달걀의 의미를 바꾼다. 


    이중기준의 오류를 저지른다. 생물학적 기준인지 외견상 형태가 기준인지에 대해 분명한 기준이 없다. 대부분의 오류는 기준을 정하지 않고 멋대로 어휘의 뜻을 바꾸기 때문이다. 고유한 변화가 있고 관측되는 변화가 있는데 이 둘은 다르다. 에너지는 변화를 설명하는 말이다. 계 내부에서 밸런스의 중심점 이동이 에너지다. 


    변화는 밸런스>언밸런스다. 언밸런스>밸런스는 이중기준의 오류다. 상부구조의 또 다른 밸런스>언밸런스가 하부구조의 언밸런스>밸런스로 관측되는 것이며 기준을 정하면 무조건 밸런스가 먼저다. 결론적으로 모든 오류는 인간이 언어를 잘못 사용해서 일어나는 것이다. 말을 똑바로 하자. 권위에 쫄지 말고 생각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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