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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3550 vote 0 2004.03.14 (19:50:25)

저는 정말 부결되기를 바랬습니다. 마땅히 ‘모범의 창출’이 되고 본받을 만한 ‘성공사례’이어야 할 노무현의 경력에, 부당한 이유이긴 하지만 오점이 남는 그 자체를 견딜 수 없기 때문입니다. DJ가 유탄을 맞을지 모른다는 점도 판단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하지만 탄핵은 가결되었습니다. 왜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이 일어났는가를 차분하게 검토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유없는 반항에도 알고보면 이유가 있고, 미친 놈들의 미친 짓에도 뜯어보면 다 이유가 있습니다.

『 무엇이 이 눈빛 형형한 한 젊은이의 얼굴을 야비한 원숭이얼굴로 변하게 만들었을까? ..노욕! 』

뇌를 내놓고 다니는 한나라당
한나라당과 우리당의 본질적인 차이는 한나라당의 경우 뇌가 당 밖에 있다는 점입니다. 과거의 책사 전병민 일당이나, 김현철의 나사본이나, 윤여준의 여의도연구소가 모두 당 밖에 있습니다. 이거 안좋습니다. 이런 식이면 백프로 죽습니다.

반면 우리당은 책사 이강래, 미디어팀 김한길, 여론 잘챙겨 이해찬 등 핵심인물이 당 안에 있습니다. 떠오르는 샛별 천정배도 마찬가지구요. 우리당이 강한 이유? 당의 두뇌인 책사들이 고스란히 우리당으로 옮겨왔다는 점이 큽니다.

뭐 간단해요. 민주당의 뇌가 100프로 우리당으로 옮겨왔다는 것.. 뇌가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우리당을 지지한다는 의미도 됩니다. 뻔한거 아니에요?

한나라당은 전통적으로 뇌가 당 밖에 있었습니다. 연구소에서 보고서가 올라오고 그 보고서를 토대로 관료주의적인 판단을 해요. 그러니 오판을 할 수 밖에 없지요. 이건 치명적입니다. 뭐가 잘 안돌아가는 조직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당 안에서 토론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거에요. 우리당도 경계해야 합니다. 과거 권노갑의 여의도 사랑방처럼.. 당 바깥에 뭔가를 만들어놓고 거기서 보고서가 들어오기 시작하면 그게 당이 망조가 들었다는 증거에요.  

당 내부에서 현역의원 중심으로 책사를 길러야 합니다. 당 내부에 토론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집단학습의 장을 꾸려가야 합니다. 이거 굉장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누가 이 쿠데타를 사주했는가?
조중동입니다. 조갑제와 이문열, 김대중주필을 비롯해서 한나라당 외곽의 핵심두뇌들이 참여정부 출범 초기부터 탄핵을 주장해 왔습니다. 민한당의 난닝구들이야 집단히스테리에 부화뇌동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사고를 쳤겠지만.. 그래도 위에서 사주한 세력이 반드시 있습니다.

한나라당 주변에 포진한 최고두뇌들은 처음부터 뭔가를 알고 조직적으로 모사를 꾸며서 탄핵을 강행했다고 봐야 합니다. 그렇다면 왜?

생각해 보세요. 탄핵을 안하려면 몰라도, 하려면 지금이 유일한 기회입니다. 노무현 다음엔 정동영이고, 강금실이고, 유시민입니다. 첩첩산중이재요. 누구를 탄핵하겠어요? 그게 현실적으로 가능하겠어요? 하려면 지금이 기회라는 생각이.. 오래전부터 한나라당 주변에 광범위하게 유포되어 있었다고 봐야 합니다.

일이 이루어지려면 안팎에서 동시에 호응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보통 이런 일은.. 치밀한 사전 시나리오 + 우발적인 상황조건이 맞아떨어져서 이루어집니다. 즉 당 밖의 외곽조직은 처음부터 사전시나리오를 가지고 있었으며.. 단지 타이밍을 정하지 못했을 뿐인데..

즉 오래전부터 각본을 짜놓고 기회를 엿보아오던 중, 우발적으로 사건이 터져서 마침 적절한 타이밍이 되었다고 보고, 당 밖에 있는 연구소에서 올라온 보고서 한 장 믿고.. 당 주변에 포진하고 있는 조중동 쓰레기들에게 전화 한통씩 돌려 의견을 청취하고.. 탄핵을 강행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조중동을 위시하여 이문열 등, 당 밖의 불순세력들은 왜 ‘조-최’로 하여금 탄핵질을 하도록 배후에서 사주하고 충동질 했는가? 이는 제가 누차에 걸쳐서 ‘우리당의 영구집권음모’이니 혹은 이른바 ‘노빠들의 원대한 계획’이니 하는 것을 슬슬 흘리고 다니는 이유와 같은 것입니다.

왜 제가 우리당의 영구집권음모 운운하며,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충분히 오해를 살만한 발언을 일부러 하고다니겠습니까? 다 이유가 있는 거에요.

선진외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그렇습니다. 이 판 오래갑니다. 이대로 가면 우리당이 20년이고 30년이고 계속 집권합니다. 판이 그렇게 절묘하게 짜여져버린 거에요. 그러므로 그들 입장에서는 지금 절망적인 상황인 겁니다.

안하려면 몰라도.. 하려면 지금 해야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그들은 오래전부터 물밑작업을 통하여 광범위하게 공감대를 조성해온 것을.. 이제사 실천했다고 보아야 합니다.

문제는 과연 승산이 있는가인데.. 이 부분은 우발적으로.. 그야말로 집단히스테리에 빠져서.. 이성을 잃고.. 특히 조순형의 ‘3일시한’ 등 엉터리 작전계획에.. 행여 여론이 자기네들에게 유리하게 돌아갈지 모른다며.. 천운을 빌며.. 무모하게 도박을 한 거지요.

 

삶의 목표를 잃은 자들의 무모함
세상에 가장 무서운 것이 ‘순수’입니다. 조갑제, 이문열들은 어떤 면에서 이념적으로 순수한.. 그야말로 사심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문제는 그 이념이 수구라는 점이지요.

이들은 현실적인 목표라든가 삶의 성취동기 따위가 없습니다. 이미 출세했고, 돈벌었고, 인간으로 나서 할거 다 했기 때문에 더 위로 상승할 목표가 없는 거에요. 인간 전여옥에게 더 이상 위로 올라갈 자리는 없다 이거지요.

저승길이 멀지 않은 노인들.. 뭘 더 바라겠습니까?

그러므로 이들은 실용주의자가 되지 못합니다. 실용주의는 적어도 10년 앞을 내다보고 씨앗을 뿌리는 거죠. 합리주의는 적어도 100년 앞을 보고 신뢰를 축적하는 것입니다. 미래가 없는 그들은 절차적 합리주의와 효율성에 있어서의 실용주의를 버렸으며.. 오로지 체면과, 권위와 오만과 노인네의 오기로 똘똘 뭉쳐서 어긋난 결정을 내린 것입니다.  

그들에게는 인생의 목표, 삶의 지향점이 없습니다. 원하는 것을 모두 이루었으니까요. 생각하면 삶의 정점에 오른 행복한 인간들이지요. 이 상황에서 인간들은 보통 종교적인 판단을 하게 됩니다. 천국행을 꿈꾸는 거지요. 비현실적인 목표를 세우고 올인하는 것입니다.

 

한나라당의 흉계는?
어느 정도의 역풍은 그들도 각오했을 겁니다. 역풍을 감수할 만한 한나라당의 이익은 어디에 있을까요? 요한3장3절님의 말씀을 인용하면.. 그 중 하나는 관료조직을 흔드는 것입니다. 관료들이야 말로 권력의 생리에 민감한 자들입니다.

이들은 권력이 다른 곳으로 옮겨간다는 조짐을 느끼면.. 난파선의 쥐떼가 배를 탈출하듯이 재빨리 한나라당에 붙어서 고급정보를 빼돌리는 등 못된 짓을 합니다. 이거 위태로운 겁니다.

대통령이 탄핵되었습니다. 병사들이 지휘관을 잃었습니다. 우왕좌왕 합니다. 기밀 빼돌리는 인간 나옵니다. 권력누수 일어납니다. 군부에서는 장성이 사사로이 군기를 문란시키는 발언을 일삼아 국민을 위협하고 법조계에서는 정치검사가 나서서 사사로이 발언합니다.

권력누수가 다방면에서 동시다발로 진행됩니다. 이렇게 되면 국민들의 뇌리에 이런 인식이 박힙니다. “역시 상고나온 놈에게 이런 막중한 권력을 맡기는게 아니었어.” .. 그들은 이런 효과를 노린거죠.  

 

왜 우리는 탄핵철폐를 외치지 않으면 안되는가?
관료들 중에 벌써 한나라당에 붙은 인간들 많을 겁니다. 우리가 움직이지 않으면, 우리가 여기서 침묵하고 있다면.. 뒤로 이상한 짓 하는 고위관료 반드시 나옵니다. 멀쩡한 군장성이 기밀을 공공연히 거론해서 불안감을 부추긴다거나 하는 식의 일이 반드시 일어납니다.

우리의 촛불시위는 지금 눈치를 보고 있는 그들의 기도를 사전에 분쇄하고 강력한 경고를 날리는 일이 됩니다.

행정조직에선 하극상을 일삼고, 정치검사들은 과격발언을 일삼고.. 정말 안좋습니다. 우리가 촛불시위로 기선제압을 해서 이들을 심리적으로 위축시켜야 합니다. 노무현이 이대로 끝나는게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지금 일손놓고 신문사에 있는 친구들에게 전화질 하며 딴짓하는 그 인간들이 자기자리로 돌아가게 압력을 넣어야 합니다.

우리당의원들은 보상되어야 한다.
탄핵을 저지하지는 못했지만 몸을 사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 우리당의원들에게도 적절한 보상이 돌아가야 합니다. 공이 있으면 상을 주고 허물이 있으면 벌을 주는 것이 또한 원칙입니다.

비록 과거에 한나라당에 몸을 담는 등의 잘못이 있더라도 탄핵저지에 몸을 사리지 않은 우리당의원들이 아깝게 공천에서 탈락했다면 또한 적절한 보상이 검토되어야 합니다. 이제 총선연대의 낙선기준은 의미가 없어요. 탄핵안에 서명한 전원이 낙선대상이며 탄핵을 저지한 모두는 당선대상입니다.

기왕에 결정된 공천을 바꿀 수는 없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대량의 보궐선거 사태가 날것으로 예상되므로.. 그때 기회를 주는 등의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노무현의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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