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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4150 vote 0 2004.03.15 (18:30:32)

당내 소장파의 반격을 받은 조순형엉감은.. 케네디의 책 ‘용기있는 사람들'의 한 구절인 "지옥의 가장 뜨거운 자리는 도덕적 위기의 시대에 중립을 지킨 자를 위해 예약돼있다"는 문구를 두차례 암송하기도 했다.(연합뉴스)

적반하장 조순형의 말이지만 ‘강준만’들에게 들려주어도 안성마춤이지 싶다.

강준만이 침묵한 지는 꽤 오래 되었다. 한국일보에 칼럼을 써왔지만 정치발언은 삼가왔다. 그러던 중 이번 사태를 반성한다며 오늘 노무현에게 고언을 남기고 절필을 선언했다.

안타까운 일이다. 그의 고언은 들어줄 만 하지만 이 손에 땀을 쥐는 긴장된 역사의 순간에 그가 그런 시시한 배역을 맡았다는 사실은 참 멋없다. 아름답지 못하다.

이 상황에서 우리는 똘레랑스를 발휘해야 한다. 강준만도 포용해야 한다. 그러나 일이 그렇게 진행되는 일은 역사에 잘 없다. 카이사르는 똘레랑스를 입버릇처럼 외쳤지만 그를 배신한 14인의 무리 중에서 카이사르의 똘레랑스 덕을 본 자는 없다.

그들은 모두 죽었다.

카이사르는 브루투스를 용서했을지 모르나 역사는 그들을 용서하지 않았다. 그들은 지옥의 가장 뜨거운 자리로 안내되었다. 그것이 역사다. 역사 무서운 줄 알아야 한다. 특히 남들은 한표인데 자기는 두표를 가졌다고 믿는 지식인들은 더욱 그러하다.


무엇이 강준만을 바보화 시켰는가?
강준만, 그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노무현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노빠 광신도 중에도 이런 광신도가 없다. 그는 노무현 한 사람만 잘 컨트롤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바보다. 그는 배후에서 노무현을 움직이는 것이 역사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얼치기들 있다. 지도자를 테러하기만 하면 역사가 바로 선다는 생각을 가진 순진한 자들 있다. 갑신정변의 그들이 실패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해방직후 난무한 요인암살도 그 때문이다. 몇 사람 제거한다고 세상이 바뀌는거 아니다.

역사를 배워야 한다. 세상 돌아가는 원리가 그리 입맛대로 간단하지 않다. 구조와 시스템에 주목해야 한다. 노무현 한 사람만 제거하면 된다는 순진한 생각이 그들을 쿠데타로 몰고 갔다. 노무현 한사람만 잘 조종하면 된다는 순진한 생각이 강준만을 바보로 몰아갔다.

그렇지 않다. 조갑제들이 노무현 한 사람을 제거하기에 열중하는 사이에 노무현은 공고한 개혁의 시스템을 만들었다. 강준만들이 노무현 한 사람을 조종하기에 골몰하는 사이에 서프라이저들은 단단한 개혁의 구심점을 만들었다.  

노무현은 마주칠 손뼉부터 만들었다
노무현 입장에서 생각하라. 어쩌라고? 이 상황에서 어떡하란 말인가? 이 엄중한 시기에 힘 없는 소수파 대통령이 무엇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당신도 알지 않는가? 손뼉도 마주치지 않으면 안된다는 사실을. 대통령 할애비가 와도 안되는 일이 있다는 사실을..

반노논객들의 공통점은 대통령 한사람이 모든 문제의 근원이며 대통령 한 사람만 생각을 고쳐먹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아둔한 생각에 빠져 있다는 점이다. 그들이야 말로 노빠광신도라 할 것이다.

천만에! 그렇지 않다. 노무현조차도 이 거대한 역사의 일부일 뿐임을 알아야 한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 개혁을 견인할 구심점과 자체동력과 구조와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 노무현은 그 마주칠 손뼉을 만들기 위해 저러는 것이다.

지금은 똘레랑스를 발휘할 때
어제 가까운 분으로부터 추미애와 강준만들까지 포용할 수 있는 글을 써달라는 주문을 받았다. 맞다. 지금은 강준만도 우군이고 진중권도 우군이고 추미애도 어쩌면 우군이다. 어쩌면 조순형도 노무현이 민주당을 망치려고 심어놓은 스파이인지도 모른다.  

꿈 깨자.

이현세 ‘공포의 외인구단’의 한 장면이다. 외인구단을 지지하던 홍기자가 그의 애인 배도협이 내쳐졌다는 오해로 말미암아 외인구단을 맹렬히 비난한다. 손감독이 배도협을 데리고 돌아오자 홍기자는 오해를 풀고 눈물을 흘리며 반성한다.

반성한 홍기자는 다시 외인구단 편으로 돌아왔는가? 천만에.

그는 더욱더 악랄하게 외인구단을 비방한다. 왜? 이현세의 설정은 이렇다. 홍기자가 이미 내뱉은 말을 주워담을 수는 없다. 그러므로 더욱 미친 사람처럼 행세하여 시청자들이 홍기자를 미친 사람으로 믿게 하므로서, 이미 내뱉은 말의 권위를 추락시키는 방법으로 외인구단을 돕는다는 것이다.

동원 김경재선생이 문득 깨달았다. 반성했다. 허나 우리당을 비방했던 말을 주워담기에는 늦었다. 그는 미친 소리를 계속한다. 그는 실성한 듯 행동하여 자기가 내뱉은 말에 대한 신뢰를 추락시키므로서 우리당을 돕는다?

만화다. 현실을 직시하자. 역사의 경험칙에 의하면, 역사가 시간을 되물려서 잘못 꿴 첫 단추를 고쳐 꿰는 일은 없다. 역사의 수레바퀴는 끝 없이 앞으로만 가는 법이다. 낙오자들은 그 자리에서 바로바로 도태되어야 한다.

무엇인가? 지도부는 단출할수록 좋다. 배가 산으로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사공은 단 한명이어야 한다. 그러므로 역사에 패자부활전은 없다. 오판하고 경쟁에서 탈락한자들은 처단되어야 한다. 또한 역사의 필연이다.

깨달아야 한다. 이 모든 시련의 과정이 단 한명의 사공을 선출하기 위하여 사공 후보생들을 탈락시키는 역사 스스로의 진화과정임을. 그들 역사의 희생자들은 단호하게 희생시킬 수 있어야 한다. 역할을 다한 강준만은 스스로 사라져가야 한다.

우리가 그에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은 “안녕.” 그 한마디 뿐이다.

똘레랑스.. 그것은 잘난 귀족들, 모두가 한 표만을 가진 나라에서 자기는 두 표를 가지고 있다고 믿는 지식인, 논객들이 아닌, 단 한표 밖에 가지지 않았기 때문에 조바심이 나서 개혁에 소극적인 민중들에게 행해져야 한다.

끝끝내 국민을 믿을 수 있는가?
누구나 개혁을 원한다. 그러나 막상 개혁을 시작하면 단지 자기들에게 사전에 허락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모두들 거부권을 행사한다. 알아야 한다. 그들이 거부하는 이유는 최종적인 추인의 권리는 자기네들에게 있다는 권리확인을 위해서임을..

찬성하고 도장을 찍어주는 순간 유권자는 찬반의견을 표명할 권리를 잃어버린다. 발언권을 빼앗긴다. 어떤 일이라도 그렇다. 찬성해주는 순간부터 주도권이 넘어가고 사업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설명도 안해준다.

반대를 해야만 최소한 설명이라도 들을 수 있다. 그러므로 민중은 내심 개혁에 찬성하지만, 일단 액션에 들어가면 본능적으로 개혁에 반대하는 것이다.

그들은 개혁을 원한다고 말은 하지만 막상 개혁을 시작하면 왜 내게 먼저 통보하지 않았느냐며 화를 내고 꼬투리를 잡는다. 사전에 통보해주면 귀찮다고 손사래를 친다. 이들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위에 있는 대가리들은 일단 반대하고 본다. 자기네들에게 지분을 나눠주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이다. 그들은 모든 국민이 한표의 권리를 가지는 민주주의 자체에 불만을 가진다. 회사의 사장은, 학교의 교장은, 군대의 장성은, 그들 기득권들은..

자기네들은 잘났으므로 당연히 두 표나 혹은 열 표쯤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무슨 일이든 불만일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그들은 일단 반대하고 본다.

밑에 있는 민초들도 일단 반대하고 본다. 자기네들에게 먼저 연락하고 설명해 주지 않았다는 이유이다. 그들은 자기네가 가진 한표가 마지막 카드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도장을 찍어주는 즉시 ‘갑’에서 ‘을’로 위상이 변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들은 자기네의 소중한 한표를 건네주기 전에, 마지막 카드를 잃어버리기 전에, 충분한 설명을 듣기를 원하므로 일단 반대하고 본다.

중간에 있는 젊은이들과 지식인들도 일단 반대하고 본다. 그들은 자기네들에게도 참여의 기회가 돌아오기를 열망한다. 일단 반대해야 최소한 흥정이 가능하다. 그들은 개혁의 주체세력과 흥정할 목적으로 일단 반대하고 본다.

논객들도 마찬가지다. 이런저런 이유로 모두가 개혁을 반대한다. 개혁을 이루기 위해서는 이들 모두를 설득하고 넘어가야 한다.

믿어야 한다. 개혁에 반대하는 국민도 믿을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국민들에게 개혁에 동참을 호소하는 것은 사업하는 사람이 친구에게 연대보증 서달라고 요구하는 것과 같다는 것을 솔직하게 고백해야 한다. 생각하면 개혁은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

선민의식에 빠진 지식인들
도덕적 위기의 시대에 침묵하고 중립을 지킨 지식인들의 문제는 선민의식이다. 그들은 보통사람들과 달리 자기는 두 표를 가졌다고 믿는 것이다.

그들은 잘 굴러가고 있는 수레의 바퀴에 자갈을 밀어넣고 그 수레를 멈추게 만들어야만 자기네가 해결사로 폼 잡고 나설 수 있다고 믿는다.

그들은 자기들이 두표를 가졌듯이 노무현도 100표나 천표, 만표를 가졌다고 믿는다. 그러나 생각하라. 그대들이 한표에 불과하듯 노무현도 한표이다. 단 한번만 써먹을 수 있는 한 표의 힘을 노무현은 가장 값지게 행사한 것에 불과하다.

강준만들이여! 노무현 한사람만 컨트롤 하면 된다고 믿는 광신도들이여.. 노무현을 컨트롤 할 지렛대를 심을 목적으로 노무현의 몸에 '반노의 창을 찔러넣는' 악당들이여! 눈이 빠지게 노무현만 쳐다보지 말고, 배후에서 노무현을 조종하고 있는 역사를 보라.

한 표들의 집합이 세상을 움직인다는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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