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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을 건너기 위한 민심의 뗏목을 얽어올 칡넝쿨은 386 참모들이다.

강을 건넌 다음에는 뗏목을 버려야 한다. 『중아함경』에 나오는 이야기다.

『길을 가던 사람이 도중에 큰 강물을 만났다.  나무와 가지, 풀과 넝쿨을 가지고 뗏목을 만들어 무사히 강을 건너게 되었다. 그는 문득 이런 생각을 한다. '이 뗏목은 길을 가던 나에게 큰 도움을 주었다. 그러니 이 뗏목을 머리에 이고 가야겠다.' 그가 이와 같이 한다면 과연 그 뗏목에 대한 도리를 다한 것이겠는가?』

이 이야기는 참선을 위주로 하는 육조 혜능의 남종선이, 이론을 강조하는 신수의 북종선을 반대하는 논리로 주장되었다. 금강경은 불교사상의 정수로서 난해한 이론이다. 이론은 깨달음을 위한 수단에 불과하며, 이론적 지식 그 자체가 깨달음은 아니다. 깨달은 다음에는 이론을 버려야 한다.

노무현이 대선이라는 강을 건넜다. 이제 강도 건넜으니 뗏목을 버리라는 주문이 사방에서 빗발치고 있다. 그런데 노무현이 과연 강을 건너기는 건넜는가? 천만에! 우리는 아직 강을 건너지 못하였다. 강은 이제부터 건너야 한다. 필요한 것은 민심이라는 뗏목이다.

노무현을 무장해제 시키려는 적들의 노림수

개혁당 소속 박주현 국민참여수석의 등용을 비롯하여 요즘 인수위 주변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이 심상치 않은 바람을 예고하고 있다. 조.중.동에 의해 이념갈등으로 위장되고 있지만 사실은 문화충돌이다. 좋은 조짐이다.

노무현은 진보와 개혁이라는 뗏목을 이용하여 대선이라는 강을 건넜다. 그렇다면 이제 많은 개혁공약들은 없었던 것으로 하고 진보와 386을 버려야 할 것인가? 게임은 끝났고 이제 신나게 즐기는 일만 남았는가? 천만에! 진짜는 이제부터다.

지금 노무현 주변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마찰들은 이념충돌이 아니라 문화충돌이다. 이념은 조율이 가능하지만, 문화는 의사소통구조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바꿀 수 없다. 문화를 버리면 의사소통에 실패하고 그 결과는 파멸이다.

강을 건넜으니 뗏목을 버리라는 일각의 주장은 사실상 노무현의 무장해제를 노리고 있다. 노무현과 후단협 등 기득권세력은 태생이 달라서 언어가 다르고 정서가 다르다. 당연히 의사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자기들의 의사소통방법을 따르고 노무현식 의사소통방법을 버리라는 충고이다.

피투성이님 사건의 본질은 의사소통장애

피투성이님 사건도 의사소통장애로 인한 사고이다. 노하우에 들어와서 검색 해보면 30분 만에 알 수 있는 것을, 그들은 왜 어리석게도 고소라는 방법을 사용하였을까? 차마 노하우 운영자에게 살생부 작성자의 IP를 추적해 달라는 요구를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피투성이님을 고발한 것이 아니라 실은 노하우를 고발한 것이다.

노무현에게 할말은 있는데, 면전에서 당당하게 말할 자신이 없기 때문에 뒷구멍으로 이상한 짓을 한 것이다. 왜? 의사소통구조가 폐쇄되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의사소통구조는 폭탄주문화와 룸살롱문화이다. 그들과 노무현의 사람들은 음주문화도 다르고 호텔이용방식도 다르다. 속된 말로 홍어와 아나고 만큼의 차이가 있다.

이런식으로 곳곳에서 문화충돌이 벌어진다. 마찰은 집권 5년 동안 계속된다. 두 개의 의사소통 구조가 있다. 하나는 인터넷과 386의 의사소통문화이고 다른 하나는 룸살롱과 폭탄주 의사소통문화이다. 한쪽은 살아남고 한쪽은 도태된다. 방법은 하나 뿐이다. 길들여지든가 길들여내든가이다. 길들이면 살고 길들여지면 죽는다.

찬밥신세가 된 개혁파들

노무현당선자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파워게임은 크게 세가지 세력으로 나누어져 진행되고 있다. 하나는 국민경선 이후 노무현을 지켜온 개혁파의원들이다. 둘은 후보단일화 이후 뒤늦게 뛰어들어 공신을 자처하고 있는 재야파들이다. 셋은 20년 전부터 노무현을 지켜온 386참모들이다.

개혁파는 조순형, 신기남, 천장배, 추미애, 정동영을 위시하여 강직한 법조인 출신들이 많다. 이들은 정치적인 술수를 모르고 지나치게 원칙을 강조한 나머지 점점 고립되고 있다. 재야파들은 원래 정몽준과 노무현을 저울질하다가, 막판에 합류하여 대선과정에서 크게 활약한 인재들인데 이해찬, 문희상, 이강래, 임채정, 김한길, 유종일 등이 눈에 띈다.

인수위는 상당부분 재야파들이 전횡하고 있다. 어려울 때 노무현을 지켜온 조강지처 신기남 등은 탈레반으로 몰려 찬밥신세다. 이 상황에서 따논당상 이종오국참본부장을 제쳐놓고 박주현이 국참수석이 된 것은 중요한 방향전환을 의미할 수 있다. 벌써부터 재야파가 물먹는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더 억울한 사람들은 안희정, 이광재, 천호선, 이강철, 백원우 등 고락을 같이 해온 386참모들이다. 그동안 재야파들이 단지 버르장머리가 없다는 이유로 386 참모들을 줄기차게 씹어온 배경이 무엇이겠는가? 노무현을 무장해제시키기 위한 사전포석이다. 길들이자는 것이다. 물론 일부 참모들의 처신에 문제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문화적인 차이로 인한 오해가 크다.

강을 건넌 다음에는 뗏목을 버려야 한다. 정권의 인수인계라는 강을 건너기 위해 재야파의 두뇌를 빌렸다면 이제 재야파를 물먹일 차례이다. 대통령 재임기간 5년의 강을 건널 노무현의 뗏목은 바로 국민이기 때문이다. 누가 그 민심이라는 뗏목을 얽어올 칡넝쿨이 되겠는가? 386참모들을 괄시해서 노무현의 미래는 없다.  

단병호를 만나고 양심수를 석방하라!

단병호위원장이 취임 전에 나올지 모르겠다. 노무현은 단병호부터 만나야 한다. 왜냐하면 노무현이 노동자들을 위하여 해줄 수 있는 것은 체면을 세워주고, 등을 두드려주는 것 뿐이기 때문이다. 어차피 정리해고를 막아줄 재주도 없고, 비정규직을 도와줄 재주도 없지 않은가 말이다.

민주노총이 대선과정에서 돕지 않았기 때문에 사면은 없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물론 취임전에 사면은 이상하지만, 김대중대통령에게 건의는 할 수 있을 것이다. 당선자의 뜻에 달려있다면 대사면의 결단을 내려야한다. 이건 기싸움이다. 기선제압에서 밀리면 끝까지 밀린다.

진보세력들이 득표를 기준으로 보면 노무현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진보는 항상 분열해서 망한다는 사실을 잊어서 안된다. 그들은 적어도 진보를 분열시킬 힘이 있다. 어차피 선거는 파워엘리트 5프로가 결정한다. 그들에게는 그 5프로를 분열시킬 수 있는 힘이 있다.

국민이라는 뗏목을 얽어야 집권 5년이라는 강을 건널 수 있다. 누가 그 뗏목을 얽어줄 칡넝쿨이 되겠는가? 노동자를 괄시해서 안된다. 진보와 386을 괄시해서 안된다. 크게 도움은 안될지 몰라도 방해는 할 수 있는 힘이 그들에게 있다.

자기 식구를 죽여놓고도 모가지 빳빳이 세우고 기세등등한 박용성 상공회의소 회장의 참람한 짓거리를 보란 말이다. 이 나라가 제 식구를 죽여놓은 자가 남 위에서 큰 소리 쳐도 되는 그런 나라인가? 저런 것들에게 일단 한방 먹여서 군기부터 잡은 다음 게임을 시작해야 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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