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도 처음에는 마더보더만 던져주면 인간들이 알아서 컴퓨터를 조립할 줄 알았는데, 곧 그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일반 전자제품처럼 플러그를 꽂아 바로 쓸 수 있는 ‘애플II’를 만들었다. 그것으로도 부족해서 프로그래머들 모아서 소프트웨어까지 만들어 공급했다. 그래도 부족해서 아주 떠먹여주기까지 한 것이 바로 스마트폰이다. 비로소 완전해졌다. 우리에게도 2라운드와 3라운드가 아직 남아있다. 우리는 어쩌면 출발점의 출발점에 서 있는 것이다. 이것이 결코 나쁜 소식이 아니다. [생각의 정석 76회] 정치든 경영이든 사회든 마찬가지다. 물에 빠진 사람을 건져줄 때는 보따리까지 찾아줘야 한다. 집으로 데려와서 옷까지 갈아입혀 줘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취직까지 시켜줘야 한다. 약간 해놓고 곧 생색내려 하면 곤란하다. 개혁이 안 되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노동자들이 계급배반투표를 하는 이유는 존엄을 챙겨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행복을 주겠다? 부족하다. 성취가 필요하다. 성취시켜 주겠다? 부족하다. 사랑이 필요하다. 사랑시켜주겠다? 부족하다. 자유가 필요하다. 자유하게 하겠다. 부족하다. 존엄을 챙겨줘야 한다.
지식인이 노동자를 돕는다면 노동자는 남의 도움을 받는 신세가 된다. 즉 자존감이 뭉개지는 것이다. 노동자의 자존감을 짓밟으면서 표를 원한다면 미친 짓이 아니겠는가? 일단 노동자가 이해하지 못하는 언어를 구사하는 데서 자존감은 뭉개지고 말았다. 지식인의 언어를 버리지 않는 한 노동자에게 다가갈 수 없다. 방법은 노동자가 스스로 일어서게 하는 것 뿐이다. 노동자가 지식인을 도울 때 완성된다. 길은 멀지만 답은 있다. 답이 있다는 확신을 가지면 쉽게 해내는 것이 인간이다.
세상이 원래 뜻대로 잘 안 됩니다. 그러나 잘 안 되는 이유를 알면 잘 해낼 수 있습니다. 완전성의 문제 때문입니다. 얼핏 봐서 뚫어야 할 천장이 한 개 있다고 판단되면 사실은 다섯개가 있습니다. 네번째 까지 가놓고 포기한다면 안타까운 일입니다.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는 것이 역설적으로는 희망입니다. |
[생각의 정석 76회] 재보선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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