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read 5083 vote 0 2006.10.25 (23:36:13)

자유를 깨닫기

깨달음의 목적은 자유다. 자유는 서구의 개념이다. 그러나 노자의 무위, 공자의 중용, 석가의 해탈에 자유의 의미가 있다.

자유도 여러 가지다. 리버티(liberty)가 있고 프리덤(freedom)이 있다. 리버티는 해방이다. 억압에서 풀려남이다. 이는 온전한 자유가 아니다.

프리덤은 겨우 무대 위에 오른 것이다. 아직 내 안의 끼를 발산하지 않았다. 사랑이라는 결실로 나아가지 않은 잠재적이고 미완성의 것이다.

진정한 자유는 자기완성이다. 깨달음은 목적은 자기완성에 있다. 문제는 그 완성이 나의 내면에서만 일어나는 사건이 아니라는 점이다.

자유는 내 마음대로 하는 것이다. 그러나 내 마음조차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내 마음이 마음대로가 아니면 마음대로 하여도 마음대로가 아니다.

마음은 머금는 것이다. 속에 머금은 의도가 있어야 마음대로 할 수 있다. 내 본능과 감성이 나의 의도와 일치할 때 마음대로가 된다.

내 마음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마음에 머금은 것이 있어야 한다. 먼저 의도가 있어야 한다. 그 의도가 세상과 맞서 가치로 발전해야 한다.

속에 머금은 것을 자유로이 풀어주어 진동시켜 세상에 전파하는 것이다. 울림과 떨림이 전파되어야 한다. 나의 마음이 세상의 마음과 공명해야 한다.

화가는 속에 머금은 그림의 재능을 드러내고 연주자는 머금은 연주의 재능을 드러내어야 한다. 그렇게 날을 세우고 주파수를 맞추어 공명시킨다.

자유는 나의 완성이다. 리버티는 결함의 치유다. 프리덤은 완성된 나를 무대에 올려놓기다. 진정한 자유는 무대 위에서 마음껏 발산하기다.

자유의 성취는 사랑이다. 사랑으로 결실하지 않으면 자유가 아니다. 나의 완성이 전파되어 세상의 완성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자유가 아니다.

진정한 자유는 모든 가치판단에 있어서 내가 선택의 우위에 서는 것이다. 능동적으로 개입하고 주도적으로 판단하며 적극적으로 선택한다.

두려움을 극복함은 리버티다. 석가의 해탈은 리버티에 가깝다. 마조의 평상심은 프리덤이다. 선종불교의 소요자재는 프리덤에 가깝다.  


초극을 깨닫기

진정한 자유는 리버티와 프리덤을 넘어 존재한다. 참된 자유는 정상에 도달함에 있지 않고 정상에서 새로운 소통의 지평을 열어감에 있다.

인간이 자유로운 이유는 눈과 귀가 있기 때문이다. 장님은 앞을 볼 수 없으니 자유롭지 않다. 벙어리는 뜻대로 말할 수 없으니 자유롭지 않다.

리버티는 억압에서 풀려나 해방에 이르는 것이다. 마침내 장님이 눈을 뜨고 앉은뱅이가 두 다리로 일어서고 벙어리가 말문을 트는 것이다.

자유롭다. 그러나 자유로울 뿐 그것이 참된 자유는 아니다. 자유로움과 자유는 다르다. 그 뜬 눈과 튼 말문으로 해야할 일이 있다.

장님은 지팡이에 의존해야 한다. 센서가 없기 때문이다. 리버티는 센서를 얻음이다. 눈과 귀와 코는 세상과의 소통을 위한 센서다.

리버티는 독립적으로 안테나를 설치하고 자체 기지국을 여는 것이다. 그러나 기지국의 역할은 단지 외부로부터의 정보를 수신하여 중개할 뿐이다.  

프리덤은 독자적인 주파수대를 얻어 방송국을 여는 것이다. 그 방송이 가진 주파수 대역의 크기 만큼 자유가 얻어진다.

결정적으로 그 방송국에서 무엇을 방송할 것인가이다. 창조가 아니면 안 된다. 사랑이 아니면 안된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실천이고 개입이어야 한다.

참된 자유는 리버티의 안테나를 세운 프리덤의 방송국에서 사랑이라는 작품을 창조하여 전파하는 것이다. 사랑을 전파함이 내 존재의 이유다.

각자는 한 사람 몫의 사랑을 가지고 태어난다. 그 마음의 씨앗을 리버티로 길러내고 프리덤으로 꽃 피워서 그 광채와 향기로 전파하기다.

화가는 내 안의 재능을 드러내어 그려내는 것이 사랑이고 악사는 연주하는 것이 사랑이고 도공은 빚어내는 것이 사랑이다.

화가의 재능은 관람객의 마음에 전염된다. 연주자의 재능은 객석의 청중에게 전파된다. 사랑은 전염된다. 자유는 사랑을 전염시킬 자유다.

내 안에 머금은 의도가 없다면 머금은 이상주의의 심이 없고 가치관의 날이 없고 미학의 센서가 없다면 자유도 없고 사랑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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