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read 7675 vote 0 2006.01.23 (15:43:13)


사람은 첫 인상이 좋아야 한다. 국가도 마찬가지. 한국 관광객이 외국에서 추태를 벌이면? 그 나라 사람들은 한국사람은 다 저럴 거다 하고 오해하겠다.

우리나라에는 선교사가 맨 먼저 왔다. 그들은 잘 훈련된 지식인이었다. 한국인들은 코쟁이 외국인을 우러러 보게 되었다.

일본인들은 총을 들고 왔고, 중국인들은 중국음식점을 했고 러시아인들은 보따리 장사로 왔다. 그들의 첫인상이 그렇게 결정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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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첫 인상이 좋아야 한다. 개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인간은 많고 많은데 맨 처음 어떤 사람을 만날 것인가이다.

내가 싫어하는 모습들 중 하나는.. 어떤 바닥이든 그 바닥의 좀 아닌 사람들을 만나보고.. 속물이라고 비판하면서 화를 내는 모습들이다.

추한 인간들 만나 추한 이야기 듣고 와서 화내기. 제대로 된 사람이라면 잡초밭에서도 한 떨기 멋진 야생초를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바닥에서 살아보았다. 이 사회의 최하층 막노동꾼, 농부 어부들.. 내가 경험한 것으로 말하면 그 어떤 바닥에도 괜찮은 사람들은 있더라는 거다.

그 세계에서, 그 바닥에서 가장 멋진 사람을 만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사람은 반드시 있다. 멋진 사람 만나지 못했다면 당신의 안목에 문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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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 영화가 신선했지만 3편을 못 넘기고 매너리즘에 빠져버렸다. 그의 영화 주인공들은 바보다. 바보가 더 바보들을 만나 짜증내다가 쪽팔려 하기.

더 멋진 사람들도 있는데 왜 그들은 한사코 시궁창 쪽으로만 시선을 돌리는가? 왜 시궁창 냄새를 먼저 맡고 그리로 달려가서 화를 내는가?

찾아보면 잘 가꾸어진 멋진 정원도 있는데 말이다. 본능적인 후각이 있다. 멋진 정원의 향기를 맡는 후각이 있는가 하면 시궁창 냄새를 맡는 후각도 있다.

눈을 들어 더 높은 가치를 바라보라! 더 멋진 인간들을 찾으려는 노력을 포기하지 말라. 멋진 사람을 찾아내고야 마는 그대의 본능을 발달시켜라.

좀 아닌 사람들을 만나서 그들을 비난하며 그들을 경멸하며 ‘나는 적어도 그들 보다는 낫다’고 자위하는 행동이야 말로 속물의 전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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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의 지성인상은 확실히 문제가 있다. 그들의 철학은 인류에 대한 걱정거리 모음집이다. 우울한 미래를 말하며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성찰하기. 이건 매너리즘이고 자기연민이다. 나르시시즘에 빠진 거.

스스로 왕자병이나 공주병에 걸려서 저 수준 낮은 하층민들 하고 같이 놀아주려니 옷에 뭐 묻을까봐 같이 못놀겠다는, 그런 식으로 스스로 왕따 된 잘난 지식인의 우울한 초상.. 바보같은 생각이다.

왜 눈을 들어 멋진 미래를 바라보지 못하는가? 왜 희망을 말하지 못하는가? 왜 긍정적인 측면을 발견하지 못하는가? 왜 겸손하지 못하는가? 왜 하층민들의 떠들썩한 축제에서 생명력을 발견하지 못하는가?

왜 그들의 무질서 함 가운데 에네르기가 있음을 깨닫지 못하는가? 무질서 가운데 질서를 찾아내기를 포기함은 무슨 까닭인가? 귀족의 룰을 어거지로 하층민들에게 강제하려 들지 말고 민중이 스스로 룰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학습하여야 할 것이다.  

어디에나 출구는 있다. 그 출구에서 한 줄기 빛이 들어온다. 이윽고 모든 것을 변화 시킨다. 가능하다. 바깥으로 난 창을 여는 방법을 알아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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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졌던 사람들 다시 만나면 반갑다. 만나서 헤어지고 다시 만나기. 인생의 깊은 뜻은 그 가운데 있을 터이다.  

왜냐하면 그러한 만남들 사이에서 군더더기 기억들은 사라지고 좋은 추억만 엑기스로 남아 마디를 만들고 동그라미를 그리게 하거든.

다시 만난다는건 그렇게 새로운 동그라미를 그려간다는 거. 매듭을 짓고 마디를 끊고 하나의 사이클을 종결하고.. 날마다 새로운 아침을 맞이하듯이

새로운 사랑의 동그라미를 만들어 가기. 우리 그럴 수 있다면 우리 행복해질 수 있을 거. 우리네 삶은 얼마든지 아름다워질 수 있을 거다.

매일 매일 10년 만에 만난 사람처럼 반가워 하기. 멋진 기억만 남기고 나머지는 잊어버리기. 그것이 사랑의 기술일 거다.

어제 만난 사람 오늘 다시 만나도 10년 만에 만난듯 반가울 만큼 그 시간들 사이를 서로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채워넣기. 그 방법으로 자기를 변화시키기.

그 변화의 바이러스를 전염시켜 주위를 사랑으로 감싸기. 그렇게 각자를 각자의 위치에 그대로 둔 채로 낱낱이 완성시켜 가기.

“그곳은 위험하고 지저분하니 이쪽으로 건너 와.” <- 이렇게 말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기. 진정 가치있는 것은 어디에서든 빛나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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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트라 강가에서 나는 울었네’를 읽었다. 코엘료는 깨달은 사람이다. ‘기적’이라는 단어를 쓰는 데는 용기가 필요하다.

허황된 판타지로 빠지지 않고 제 자리에서 의연하게 ‘기적’을 말할 수 있다는건 사실이지 깨달음으로만이 가능한 거다.

진리, 사랑, 깨달음, 기적 그리고 모든 영적인 단어들. 그러한 단어들을 얼굴표정 안 바꾸고 거뜬히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이 깨달음일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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탤런트인지 가수인지 하는 조영남씨는 말하고 있다.

“목숨 바쳐 사랑하는 지고지순한 사랑은 없다” “내가 집에서 그림 그리고, 피아노 치며 노래하고, 친구들 만나서 히히덕거리는 사소한 일상, 이것들이 진정한 사랑임을 뒤늦게야 깨달았다”

조영남은 진짜 사랑을 체험한 적이 없다. 그는 삶의 진정한 보석을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사랑은 자기 자신을 변화시키는 거다. 그는 자신을 변화시키지 못했다.

‘최고의 기적은 사랑, 최고의 사랑은 기적’

그는 기적을 체험하지 못했다. 그는 사랑이 인간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첫 인상이 중요하다. 처음 정상을 보지 못한 사람은 정상에 대한 이미지를 머리 속에 그릴 수 없기 때문에 영원히 정상을 보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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