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 부족민들은 1년에 한두 차례식 모의전쟁 겸 축제를 열었다. 어느 한 부족이 다른 부족들을 초대하여 잔치를 벌이는데 손님이 빈손으로 오면 안 된다. 주최측이 반길만한 선물을 들고 가야 한다. 축제가 아니라도 다른 부족을 방문할 때는 선물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빈손으로 오면 적으로 간주하고 즉시 공격 들어간다. 축제는 섹스파티와 잔치로 벌어지는데 결말은 전쟁이 되는게 다반사다. 잘 먹고 난 다음에는 꼭 시비를 건다. '이게 차린 거냐? 작년에 우리가 초대했을 때는 이렇게 형편없이 대접하지 않았다구.' '어쭈 해보자 이거지.' 선수를 선발하여 일대일로 명치 쥐어박기를 하는데 한 넘이 거품 물고 쓰러지면 곧 집단 난투극이 벌어진다. 나이 40을 넘긴 남자는 거의 죽는다고 봐야한다. 이는 정글에 고립된 부족민 사회의 모습이고 고대문명이라면 주로 제사 때 거래가 일어난다. 제사에는 신전에 공물을 바쳐야 하는데 무거운 공물을 들고 갈 수 없으므로 화폐로 쓰는 개오지조개껍질을 갖고 간다. 개오지조개는 단단해서 오래 두어도 깨지지 않는게 장점이다. 신전 앞에서 조개를 공물로 바꿔 신에게 바치는 데서 거래가 시작된 거다. 큰 제삿날에는 부족민이 모두 신성한 동굴 앞에 모여야 한다. 제사에 참여하지 않으면 부족에서 제외된다. 어린 징기스칸을 쫓아낼 때 제사시간을 허위로 알려줘서 늦게 도착하게 한 다음 넌 음복하지 않았으니 오늘부터 우리 부족이 아니라며 사형선고. 그러므로 아무리 멀리 나가 있는 사람이라도 제삿날은 반드시 고향으로 돌아가야 한다. 장돌뱅이들도 설날에는 꼭 집에 가서 제사를 지냈다. 제삿날 빈손으로 가면 안 되고 선물을 갖고 가야 하기 때문에 거래가 발생한 거다. 원시사회의 필수품인 소금이나 전쟁무기로 요긴하게 쓰이는 흑요석과 부싯돌도 화폐로 사용되었다. 서로의 필요에 의해 거래한다고는 볼 수 없다. 시장원리? 수요와 공급? 이런건 좀 개소리다. 그런게 어딨어? 자급자족 시대에는 필요한게 별로 없다. 중요한건 생존이고 생존을 위협하는 것은 전쟁이며 전쟁을 이기려면 대집단을 결성해야 한다. 정글과 같은 격리된 지역은 대집단이 필요없지만 평원에서는 대집단이 필수였다. 대집단을 유지하게 하는 것은 종교다. 즉 제사가 중요했다. 제사를 주최하는 제사장이 권한의 일부를 지방의 봉건 제후들에게 위임한다. 철기와 청동기를 장악한 왕이 제후에게 제사에 쓰는 청동솥과 거울과 청동검을 하사한다. 이게 있어야 제사를 지낼 수 있다. 청동제 세발솥과 세발술잔이 없으면 제사가 안 되는 거다. 이것을 왕에게 얻어와야 하는데 왕은 제기를 제작할 권한이 있고 청동광산을 소유하고 있다. 제기를 얻으려면 마땅히 모피라든가 개오지조개라든가 뭔가 돈될만한 것을 바쳐야 한다. 여기서 의미있는 거래가 시작되었다는게 합리적 판단이다. 제사와 축제 곧 집단적인 행사를 위해 거래가 일어난 것이며 그 외에는 자급자족이다. ◎ 틀린 생각 -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기 위해 거래를 시작했다. ◎ 바른 판단 - 제사나 축제에 필요한 물품을 조달하다 거래가 시작되었다. 결론적으로 수요는 존재하는게 아니라 발명된 것이라는 말씀이 되겠다. 인간의 소박한 삶을 위해서는 필요한 것이 별로 없다. 자연인들처럼 혼자 살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수요 자체가 없는 거다. 제사는 권력을 위해서 만들어낸 것이고 거래는 제사를 위해 만들어낸 것이다. 현대인들도 마찬가지다. 가족은 제사의 단위다. 가장이나 부모가 가족의 구성원을 통제하기 위해 옷을 사고 신발을 사고 수요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친구를 지배하려면 자동차를 끌고 와야 한다. 마티즈로는 곤란하고 외제차라도 끌고 와야 여유있게 야타를 구사할 수 있다. 내밀하게 권력이 작동하고 있다. 그 권력에 휘둘리기 싫어 너도나도 노스페이스와 롱패딩을 산다. 집단 안에서 권력구조가 작동을 시작하면 그 에너지 흐름에 끌려서 어쩔 수 없이 거래구조 속으로 말려들어가버리는 것이다. 권력구조의 작동이 상품거래의 본질이다. 세상은 위하여가 아니라 의하여다. 권력은 인간이 임의로 만든게 아니라 자연에 있는 것을 복제해온다. 자연의 권력은 사건의 기승전결에서 포지션의 우위다. 기가 승을 승이 전을 전이 결을 지배하는 것이며 구조론의 용어로는 질이 입자를 입자가 힘을 힘이 운동을 운동이 량을 지배한다. 사건은 그냥 기승전결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배경이 갖추어진 다음 기가 촉발된다. 기가 방아쇠를 당긴 것이라면 그 이전에 그럴만한 환경적 조건이 갖추어진 거다. 이미 겨냥되어 있었다. 인간은 보이지 않는 질을 못 보고 눈에 보이는 입자부터 생각을 진행하므로 기승전결로 가지만 기 이전에 하나가 더 있다. 원인에서 기승전을 거쳐 결 곧 결과로 가는 거다. 여기서 권력은 앞선 것이 다음 것을 지배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에너지 낙차 때문이다. 에너지가 없으면 일을 진행할 수 없다. 곧 의사결정의 에너지다. 대집단을 만들면 전쟁에 이기므로 인간은 대집단을 만들고자 한다. 리더가 명령을 내리면 일사불란하게 지휘가 되어야 한다. 리더가 1인이면 중간 간부는 10이고 하급간부는 100이고 병사는 1000이다. 리더가 있어야 더 적은 횟수의 의사결정으로 전체를 통제할 수 있다. 리더가 없으면 우왕좌왕하다가 의사결정을 못한다. 의사결정을 못하면 전쟁에 진다. 그러므로 리더와 부하 사이에 에너지 낙차가 있는 것이며 그것이 권력이다. 권력은 어디에든 있다. 시장에도 있다. 대개 고객이 갑이고 점원이 을이지만 전세역전될 수 있다. 가격이 오르면 배짱장사 한다. 이때는 고객이 제발 팔아달라고 매달려야 한다. 수요와 공급이 권력을 바꾸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실은 시장에 수요와 공급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자연에 권력이 있었던 것이다. 권력이 없으면 대집단의 결성과 통제에 실패한다. 당나라 군대가 되어 해산된다. 인디언 부족전사는 용감하게 싸우다가도 저녁에는 집에 밥 먹으러 간다. 떠돌이 생활을 하므로 가족들이 티피를 걷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제힘만 믿고 깽판 치는 항우장사넘이 있기 때문에 권력의 조직과 통제는 어려운 것이며 집단의 가장 큰 자산이 되는 것이다. 집단을 안정시켜 효율을 달성하려는 방향성이 지도자의 권력강화로 나타난다. 문재인의 지지율이 높은 것도 같은 원리다. 기생충 서민 같은 양아치의 난입을 막아내야 의사결정의 연속성이 달성된다. 종교가 등장한 이후 대집단이 결속되어 힘만 믿고 까부는 항우장사를 제압할 수 있게 되었다. 대집단이 깨지지 않고 견고한 상태로 유지된다면 전쟁에 항상 이긴다. 문재인 지지율이 계속 높으면 국가구성원 모두가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으므로 외국과의 경쟁에서 언제나 이긴다. 이런 원리에서 권력이 도출된 것이다. 권력자는 대집단을 유지하기 위하여 정기적으로 소집훈련을 하게 되는데 그게 제사다. 제사에는 비용이 필요하므로 거래가 일어난다. 필요해서 한다는건 거짓말이고 하다보면 그렇게 되는 거다. 자연에 권력의 결이 있고 인간의 의사결정 결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어떤 목적과 의도를 가지고 아 이거 좋네 하는건 부스러기다. 큰 가지는 에너지의 필연성이다. 하다보면 올바른 판단을 하는 그룹만 남아있게 된다. 즉 제사를 지내는 대집단이 가문을 이어가는데 비해 제사를 지내지 않는 소집단은 멸망하므로 대집단만 남게 되고 그들은 거래를 하는 것이다. 돈이 새끼를 치지 않는다 해도 돈이 아닌 현물은 계속 썩어 없어진다. 믿을 것은 권력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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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하므로 거래가 일언난다.
앞에 '필연적으로' 라는 말이 생략된거겠죠 비랑가님!? 오해의 소지가 있어 보이기에.
아이고, 제가 자유게시판에서의 동렬님 답글을 먼저 보고선 깨달음의 대화까지 너무 급하게 읽어버렸군요. 다시 찬찬히 읽어보니 비용의 발생은 권력구조 상 을의 입장에 서게 된 포지션의 선 자들에게 해당하겠군요. 또한 거래란 그들 입장에서 발명당한 수요라는 뜻이겠구요.
제사라는 집단의 동원 행사에서는 거래가 열리는 즉 시장이 성립했다고 볼 수 있고요. 그 때 몇 번 잘만 거래에 임한다면 가치가 적은 상품을 가지고서 큰 제삿물을 갖다 바칠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어떻게 보면 얌체족이 등장했을 지도 모를 일이란 건 또 너무 '위하여' 일까요?
또한 동렬님께선 값어치 있으며 잘 부서지지 않으며 크기가 작아 운반에 용이한 개오지조개(조개가 왜 값어치가 있었을까요. 상상력이 필요하겠군요. ㅎㅎ) 같은 것들이 이러한 거래 현장에서 쓰이다 보니 화폐라고 칭하신 것이 맞는지요?
저 당시에는 주화는 물론이거니와 금속괴조차도 출현하기 전이니 시뇨리지란 건 또 한참 나중에 발명된 거라고 봐야겠군요. 일단 제사에 필요한 금속의 광산을 소유한 권력자가 주화를 제조해 유통시켜야 하며 이따끔 전쟁비용 등을 충당하려고 주화의 함유량을 낮추는 꼼수를 부리다 알게 된 것이 화폐의 주조이익이라 보는 게 더 맞겠군요.
제사에 대한 발상을 하지 못했던 것도 그렇고 화폐를 시뇨리지를 기준으로 본 것도 그렇고 너무 현대적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해 글을 쓰면서서도 뭔가 붕 뜬 느낌이 들었는데 발상의 최초는 자연의 의사결정 구조 즉 에너지 처리 원리로 부터 복제된다는 연역적 접근으로 가능하니 구조론답게 시원스럽습니다.
개오지조개는 아직도 일부 지역에서 화폐로 쓰입니다.
아프리카 부족민들에게는 장신구로 많이 쓰입니다.
아무데나 있는게 아니고 인도 남쪽 특정 지역에만 있습니다.
과거에는 흔했을 수도 있지만. 제주도에도 있다고는 하는데.
장사는 원래 상인들만 했습니다.
즉 상나라 사람들만 장사를 한 거지요.
유태인들과 스키타이족도 장사로 유명하고.
옛날에는 외부인이 오면 반드시 죽이므로 장사를 할 수 없습니다.
상나라 사람들은 신용이 있고 안면이 있으니까 출입을 허용하는 것이고
같은 상인들 중에도 나와바리가 겹치거나 낯선 세력이 나타나면 난리납니다.
상인들은 전국적인 조직이 있기 때문에 아무나 끼어들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상인들이 마을 촌장을 찾아가서 인사를 드리고
주로 마을 입구에 장승을 세워주는 걸로 출입을 허락받는데
이때 남사당을 불러 한바탕 거하게 놀아줘야 합니다.
그 과정에 촌장의 위신이 세워지면 권력서열에 기여한 댓가로 상행위를 허용합니다.
뭐냐하면 상인은 없어도 그만이지만 워낙 애걸을 하므로 불쌍해서 봐준다는 식이죠.
사농공상 순서대로 보면 상인의 신분이 가장 낮습니다.
저놈들은 전염병을 옮기고 성매매를 알선하고 도둑질을 하는 집단이다 이렇게 보는 거죠.
물론 상업이 발달한 나라는 그 반대가 되겠지요.
봉건사회에서 상업은 권력자가 권력서열을 조직하는데 필요한 정도였다는 말입니다.
그 말은 달러가 안 들어오면 김정은이 체면을 세울 수 없고 그러므로
달러를 조이면 김정은이 항복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물론 버틸 수도 있고.
여기서 또 생각해 볼 만한 것이 상인 집단이 상거래를 하기 위하여 떠도는 집단이 되었느냐 떠돌 수 밖에 없으니 먹고 살려면 약탈 혹은 상거래 중 선택하지 않을 수 없었느냐군요.
상나라는 잘 모르겠지만 자신들의 기반 토지를 손에 넣지 못하고 거기에 전투력이 약했던 유대민족의 경우 확실히 후자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지요.
그런 맥락에서 볼 때 상인들은 권력 서열 상 낮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은 원리적으로 이해가능하겠군요. 이전의 동렬님 글에서 힘이 약했던 현생 인류가 아프리카에서 도망쳐 나오는 대이동을 한 결과 외부 계와의 상호작용이 증대될 수 밖에 없어 진보했다는 분석이 있었지요.
그것과 마찬가지로 약탈자가 될 수 없는 떠돌이로서 그래도 먹고 살려고 상거래 기술을 발달시키며 신용을 쌓을 수 밖에 없던 결과 강력한 의사결정 구조를 가지게 된 금융 집단의 역사 역시 역설적으로 꿸 수 있다고 봅니다.
제사의 필요한 비용이 거래를 통해 충당된다는 뜻은 예컨대 권력자가 은의 함량이 매우 적은 주화를 찍어내어 실제 같은 무게의 은화와 교환되도록 강제하는 시스템을 운용함으로서 착취할수 있다는 거죠.
그 방식은 점점 세련되게 진보해 현시대에선 주화에 깃들어 있는 실물 자원의 함량은 제로라 할 수 있기에 신용화폐라 부르고요. 언어적으로도 봉건영주(시뇨르)가 화폐를 발행함으로서 얻는 주조이익을 시뇨리지리고 칭하게 되었구요.
이처럼 권력자가 시스템을 유지하려면 동원(제사)을 할 수 밖에 없으며 그 때 발생하는 비용을 충당한다는 매커니즘은 지금도 볼 수가 있죠. 아무리 금융 시스템이 취약하더라도 국가는 시뇨리지를 취할 수 있는 자국의 화폐 발권력을 놓을 수 없는 것이 그것입니다.
짐바브웨이가 하이퍼인플레이션으로 자국 화폐로 표시되는 물가가 수십만배 이상 폭등하더라도 시스템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기 직전까지 버티던 거나 기축통화가 아닌 이상 해외의 재화를 살 수 없음에도 각국이 자국의 발권력을 포기할 수 없는 것 역시 비용 충당 문제가 있기에 필연적인 거죠.
과거 통행세 수준으로나 걷던 과세체계 역시 화페 주조와 함께 시뇨리지라는 형태로 진보했다고 볼 수가 있고요. 화폐의 출현을 권력 구조의 유지로 부터 필연적으로 비롯된 것이라는 구조론적 진실로부터 세계 패권을 쥔 국가들는 숙명적으로 기축통화란 자리의 주인이 되려고 했던 것이구요.
즉 전세계를 동원하기 위해 전세계로 부터 세금을 뜯어내자는 거죠. 현 시대의 미국만 보더라도 세계를 자신들 통제 하에 두기 위해 종종 전쟁도 해줘야하고 아무리 선진국이라지만 첨단산업이 창출해 내는 가치에 비해 그들 전국민이 '우린 이 정도 펑펑 써제낀다' 하며 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소비해내는 양을 보면 뭐...
결국 승리하고자 맘 먹은 집단은 일단 최대한의 동원을 계획하고선 그에 따른 비용은 후발 주자에게 청구하는 태도를 가졌다는 것 역시 구조론적으로 통할 수가 있겠군요.
글을 깨달음의 대화에 써 주시니 답글 역시 이 곳 댓글로 다는 것이 낫겠다 싶었습니다. 글을 일하는 도중 쓰게 되어 좀 늦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