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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3936 vote 0 2017.04.21 (11:37:32)

     

    구조론도 대강 정리했고, 시간이 남은 김에 강신주 헛소리모음 ‘다상담’을 밑줄 그어가며 낱낱이 비판해주려 했는데 첫꼭지가 의외로 잼있어서 밑줄은 안긋고 대략 잼있는 부분만 발췌해서 매우 때려주기로 합니다. 철학자가 가장 싫어하는건 유사철학입니다. 이런 수준이하가 철학 이름 달고 거리를 돌아다니면 안 됩니다.


    잔인한 만큼 사랑한다.


    철학 아닌 것이 철학 흉내를 내는 세상이다. 강신주 헛소리는 그냥 잡담이다. 그걸 철학이라고 말하면 안 된다. 철학은 운명적인 선택의 기로에서 강력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며, 그 전제로 근원의 에너지를 얻는 것이며, 그 전제로 세상과의 관계맺기를 성사시키는 것이며, 그것은 운명적인 게임의 법칙을 작동시키는 것이다. 답은 정해져 있으니 대칭과 호응이다.


    당신은 호응의 포지션에 서 있다. 어떻게든 호응해야 한다. 패배해 있다는 말이다. 경마장에 들어서는 순간 당신은 패배해 있다. 승자는 없다. 승자는 주최측이다. 당신은 게임의 주최측이 아니므로 절대적으로 패배해 있다. 태어난 순간 죽음은 예정되어 있고 만나는 순간 이별은 예정되어 있다. 탈출구는 없다. 길은 막다른 골목이 적당하다. 당신은 그 길을 질주한다.


    그 공간은 샤르트르의 구토와 카뮈의 환멸이 지배하는 아 Q와 소Don의 교착된 공간이다. 그 공간은 잔인하다. 전쟁 직후의 출구없는 공간, 거기서 김수영은 아내 김현경을 때렸다. 왜? 자기 자신을 때린 것이다. 왜 김수영은 자학을 했을까? 타자를 개입시키려는 의도다. 물론 무의식의 영역에서다. 닫힌 공간에서 출구찾기. 사랑? 원래 부족민은 사랑하지 않는다. 


    섹스도 드물다. 섹스를 한다면 차라리 남자와 남자가 한다. 현대인의 사랑은 10만년 인류사에서 없던 바 새로이 등장한 기묘한 현상이다. 대가족을 넘어 부족이 지배하는 사회에 사랑은 없다. 사랑의 출현은 개인의 등장과 궤를 같이한다. 부족이 아닌 개인이 운명의 주체가 되면서 에너지 문제가 제기된다. 개인은 사랑이라는 형태로 에너지를 조달할 수 밖에 없었다.


    김수영이 비 오는 날에 지우산으로 아내를 구타하자 길 가는 행인들이 발걸음 멈추고 쳐다보았다. 비로소 타자가 개입한 것이다. 그러자 탈출구 없는 감옥에서 첫 번째 출구가 열렸다. 게임의 공간 안에서 신의 첫 번째 퀘스트가 주어졌다. 다음 스테이지로 이행할 수 있게 되었다. 게임은 시작되었다. 사랑이 미움이라는 강신주 해석은 최악의 개소리다. 얼빠진 소리다.


    남에게 희생을 당할만한
    충분한 각오를 가진 사람만이
    살인을 한다


    그러나 우산대로
    여편네를 때려눕혔을 때
    우리들의 옆에서는
    어린놈이 울었고
    비오는 거리에는
    四十명가량의 취객들이
    모여들었고
    집에 돌아와서
    제일 마음에 꺼리는 것이
    아는 사람이
    이 캄캄한 범행의 현장을
    보았는가 하는 일이었다
    —아니 그보다도 먼저
    아까운 것이
    지 우산을 현장에 버리고 온 일이었다


    죄와 벌_김수영


    사랑해서 구타했노라. 이게 말이 돼? 천하의 김수영이? 애증이 아니라 운명이다. 갇혀버린 것이다. 그 공간은 출구없는 밀실. 전후라는 이름의 수상쩍은 공간 말이다. 길은 막다른 골목이 적당하다. 제 1의 아해가 그 길을 질주한다. 김수영이 김현경을 구타한다. 김수영은 자기 자신을 학대한다. 왜? 출구를 찾지 못했기 때문에. 김기덕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자학 말이다.


    자기가 미워서 남을 때린다. 이유없이 그냥 남을 때리는 자도 있는데, 그런 놈은 폭력중독자다. 누구를 때린다면 폭력에 중독되었거나 아니면 자기를 미워하거나 둘 중의 하나다. 자기를 미워하는 것은 신을 개입시키는 장치다. 김수영은 신의 다음 퀘스트가 궁금했던 것이다. 신의 퀘스트가 주어졌기 때문에 게임은 다음 스테이지로 나아갔다. 그리고 폭력은 사라졌다.


    사랑하므로 때린다는건 강신주의 거짓말이다. 자궁 속에서 도 닦는게 남자다. 남자는 운명적인 만남을 기대하며 그 만남의 상대는 신이다. 신을 만나기 원한다. 신은 여신의 모습으로 자기 앞에 나타난다. ‘나는 김수영이다. 너는 신이냐?’ ‘나는 김현경인뎅?’ ‘좀 맞아라!’ 이렇게 되었다. 신이 625전쟁이라는 이름으로 인간을 매우 때렸기에 인간도 신을 때리는 것이었다.


    자신이 만난 사람이, 우연히 길 가다 만난 사람이 아니라, 운명적으로 만난 사람이기를 인간은 원한다. 그래서 학대한다. 과연 운명적으로 만난 것이 맞는지 아닌지. 운명을 시험하는 것이다. 그냥 욕망에 이끌려 만났다면? 에구 쪽팔려! 한심하다. 그래서 자기를 때리는 것이다. 그것은 김수영의 자기부정이다. 문득 김수영은 타인의 시선이라는 거울로 자기를 보았다.


    전광석화같은 깨달음. 그는 신을 본 것이다. 김수영과 김현경의 관계는 애증의 관계가 아니다. 인간은 여인을 통해서 신의 계시를 받으려고 한다. 그 결실은 시다. 죄와 벌이라는 이름의 시를 얻었다. 시상이 떠오르니 신의 퀘스트를 얻어 멈춘 것이다. 사랑은 에너지다. 운명적 만남을 통해 에너지를 얻는다. 사랑을 통해 에너지를 얻는다. 에너지를 주는 원천은 신이다.


    남자는 여자에게서 신을 발견하려고 한다. 심해지면 병리학의 영역이 된다. 맛이 간다는 말이다. 그때 김수영은 확실히 맛이 갔다. 어느 순간 타인의 시선이라는 거울로 그러한 자기자신을 보았다. 그 지점에서 김수영은 신의 퀘스트를 포착했다. 신의 지켜보는 시선을 의식한 것이다. 그러자 시가 술술 나와주었다. 게임을 멈추고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갔다. 신은 여신이다.



   20170108_234810.jpg


    인간은 사건 속에서 호응하여 계속 가는 존재입니다. 사랑은 그 에너지를 주는 만남입니다. 한 사람을 만나지만 사실은 한 우주를 만나는 것이며, 하나의 세계, 하나의 신을 만나는 것입니다. 신이라는 확신을 인간은 원하는 것입니다.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라는 확신을 인간은 원하는 것입니다. 길은 막다른 길이며 다른 길은 원래 없습니다. 


[레벨:17]눈마

2017.04.21 (23:58:02)

그때 그시절 여인들은 참 아름다워보였죠.

근데 그건 내안의 신을 투영한 것일뿐. 하등 여인들과는 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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