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read 16831 vote 0 2005.07.18 (20:38:09)

일전에.. 뭐 일전이 아니고.. 한 10년도.. 훨씬 더 된 일이겠다. 신문에 자주 등장하는 칼럼에 이런 것이 있었다. 한국의 코미디는 낙후했다. 미국 코미디는 ‘봅 호프’ 같은 인간이 스탠딩 코미디로.. 수준이 꽤 높은데 한국 코미디는.. 아! 수준차이가 너무난다. 수준 떨어져서 못봐주겠다. 뭐 이런 이야기.. 조중동 칼럼에서 무수히 봤다.

그리고 어떤 일이 있었는가? 자니윤의 한국 진출이 있었다. 한국 코미디의 새 장을 열었다는 찬사가 쏟아졌다. 다수의 한국인들은 아 이것이 코미디의 진수로구나 하고 감격해 하기도 했다. 하여간에 웃기는 짜장이었다.

뭐 자니윤을 비판하려는 것은 아니고.. 요는 최근 20여년 사이에 미국 코미디 영화들이 한국에 수입되어서 재미 본 경우가 없다시피 하다는 거다. 우디 알렌의 코미디는 명함을 내밀지도 못했고, 짐 캐리의 코미디도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미국 코미디가 한국에서 망한 전형적인 예.. ‘오스틴 파워’. 프랑스 코미디가 한국에서 망한 전형적인 예 비지터, 비지터 속편들.. 한국인은 결코 이 영화를 이해할 수 없다. 문화적 배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왜 미국 코미디는 한국에서 먹히지 않을까? 한국인들 수준이 떨어져서 그런 것일까?(프랑스 코미디도 마찬가지)

예컨대 진중권류의 서구의 가치를 추종하는 인간이.. 있다고 치고.. 아마도.. 그들은 맹렬하게 웃을 것이다. 웃을 줄도 모르는 한국인을 향해 ‘바보 아냐’ 하며 비아냥 댈 것이다. 우디 알렌의 하이 코미디를 이해하지 못하는 바보 한국인들.. 하고 경멸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잘난 그는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미국 코미디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한국인들의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국인의 정서에 맞지 않는 코미디는 필요없다고 생각한다.

다 옛날 일이고.. 최근에는 한국 코미디도 많이 발전했다. 그러나 그것이 미국의 수준(?) 높다는 스탠딩 개그를 수입한 결과는 전혀 아니다.

이념이냐 인물이냐

김동길병에 걸린 불우 강준만 이야기 하다가 ‘이념이냐 인물이냐’ 하는 말이 나왔는데.. 말 나온 김에 조금 더 보태기로 한다.

이념이란 공동체에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다. 동기를 부여하는 방법으로 공동체의 존립근거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동기가 없다면? 공동체의 기반은 무너지고 만다. 그러므로 이념은 중요하다.

요는 ‘동기부여’다. 한 마디로 말해서.. 우리가 왜 여기에 모여서 이짓거리를 하고 있는가이다. 왜냐?

잘 난척 해보려고? 하기사 뭐 이런 사람도 더러는 있을 것이다. 참여정부에 아부해서 내년 지자체 때 시의원이라도 한 자리 알아보려고? 궁물연에 가면 많을 것이다. 개혁장시 해서 돈 벌려고? 뭐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러나 나는 적어도 다르다. 나는 왜 이곳에 있는가? 사람이 좋아서다. 사람이 모여서 공동체를 이루는 것이다. 공동체가 좋아서다. 나는 사람들이 자기 역할에 몰두하는 모습이 보기 좋아서.. 그 열정이 예뻐보여서.. 그 공감이 훈훈하게 느껴져서.. 그리고 그 땀냄새가 그리워서다.

이념이 동기를 부여한다. 이념이 밑천이다. 이념이 바로 서고서야 비로소 게임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이념은 무엇인가? 서프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으므로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만.. 그래도 경향이 있고 흐름이 있고 뭔가 공통분모가 있을 것이다.

나의 이념은?

그것은 ‘세계의 완성’이라는 비전이다. 내가 발명한 것이 아니다. 1만년 전부터.. 인류가 문명을 건설하기 시작한 때부터.. 동서양을 막론하고 모든 진보주의자들이 가졌던 공통된 생각이다.

내가 꿈 꾸는 ‘퍼펙트한 세상’은 어떤 것인가?

그것은 적당히 좋은게 좋은거다 하며.. 세상에 때처럼 묻어서 빌붙어 사는 것이 아니다. 내가 꿈 꾸는 그것은 100프로 퍼펙트한 거다. 나는 이상주의자다. 이상주의자는 언제라도 세계의 완성이라는 비전을 꿈 꾼다.

세계의 완성이라는 비전

나의 이상주의는 백범의 그것과 같다. 백범은 무엇을 소망하였던가?

누구든 자신이 잘 하는 것을 하려들기 마련이다. 우리가 잘하는 것은? 우리의 공동체가 특별히 잘 할 수 있는 것은? 우리의 안쪽에 감추어진 가능성을 계발하여 우리의 진면목을 온전히 드러나게 할 수 있는 것은?

백범은 무엇을 꿈 꾸었던가? 한국사람이 세계 어느 나라를 가더라도 최고의 손님으로 대접을 받는 것을 꿈 꾸었다. 내게는 그것이 퍼펙트다. 더 필요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한국모델을 성공시켜야 한다. 우리 안에 빈부차가 심각하고, 우리 안에서 강자가 약자를 억누르는 볼썽 사나운 모습이 있고, 우리 안에서 신음소리가 요란하다면.. 세계의 그들은 우리를 존경하지 않을 것이다.

혹자는 말할 것이다. 왜 좌파의 공론인 세계주의로, 또 세계시민의식으로 무장하지 않고.. 한국을 앞세우느냐고? 그러나 나는 그러한 사고방식이 바로 신자유주의로 연결되는 19세기의 근대주의 발상이라는 견해를 가지고 있다.

한국을 무시하고 지나치게 세계를 앞세우는 그것도 획일적이라는 점에서, 하나의 가치기준을 들이댄다는 점에서 파시즘일 수 있다.

세상에는 하나의 기준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가치가 있다. 각자는 각자의 영역 안에서, 각자의 동그라미를 완성할 때 가장 아름답다. 우리는 우리가 잘하는 것을 해낼 때 가장 우리다울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을 뒤죽박죽으로 섞어버린다면? 세계를 하나의 가치기준으로 통일해 버린다면? 세계의 모든 나라가 하나의 마르크스주의, 혹은 부시가 강요하는 하나의 기독교 중심 가치관, 혹은 하나의 어떤 주의로 획일화 되어 버린다면?

나는 그것이 인류의 재앙이라고 본다.

나는 오늘날 좌파들이 세계를 하나의 가치, 하나의 척도, 하나의 기준, 하나의 절대적인 관점으로 획일화하려는 위험하기 짝이 없는.. 재앙일 수 있는.. 잘못된 생각에 빠져있다고 믿는다.

정답은 우리 안에서 찾아져야 한다.

앞에서 코미디의 예를 들었지만 미국 코미디로는 결코 한국인을 웃길 수는 없다. 프랑스 코미디로도 한국인을 웃길 수 없다.

미국 코미디 영화는 한국에서 망한다는 징크스가 있지만 나는 그것이 한국인의 잘못은 아니라고 본다. 왜 미국의 수준 높은 코미디를 따라배우지 못하느냐는 80년대 조중동 칼럼니스트들의 질타는 잘못된 것이라고 본다.

나는 한국 코미디로 한국인을 웃기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한국인의 관점이 찾아져야 하고, 한국인의 가치기준이 찾아져야 하고, 한국인의 미학이 먼저 완성되어야 한다. 세계로 나아가기 앞서 한국식, 한국풍을 먼저 완성해야 한다. 우리의 인문학이 바로 이 지점에서 기여해야 한다.

일찍이 백범이 말한 문화강국 한국의 비전! 이것이 우리를 일어서게 하는 동기가 되어야 한다고 본다. 강준만 현상.. 동기를 상실한 것이다. 언제라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우리 왜 여기 모여서 이러고 있지?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389 국정조사권 발동 및 특별검사 임명해야 김동렬 2005-07-26 15487
1388 조폭들의 광란을 지켜보면서 김동렬 2005-07-26 16063
» 한국의 비전은 무엇인가? 김동렬 2005-07-18 16831
1386 김동길병 조심합시다 김동렬 2005-07-18 15386
1385 강준만 이념이냐 인물이냐 김동렬 2005-07-18 14954
1384 포털사이트의 반역 김동렬 2005-07-17 14340
1383 연정에 찬성하면 대통령 된다 김동렬 2005-07-15 16317
1382 문희상은 대통령이 탈당하게 만들려는가? 김동렬 2005-07-13 15352
1381 홍준표법의 경우 김동렬 2005-07-05 14300
1380 민노당과의 연정 못할 거 없다 김동렬 2005-07-04 13960
1379 노무현 한방으로 사태평정 김동렬 2005-07-04 13970
1378 전인권을 생각하며 김동렬 2005-06-29 15465
1377 전여옥의 전성시대 김동렬 2005-06-29 14711
1376 위험인물 강준만 김동렬 2005-06-24 16145
1375 조선일보 불 내가 질렀다 김동렬 2005-06-23 14037
1374 강준만 아직도 더 망가질 건수가 남았다 김동렬 2005-06-22 14085
1373 전복의 전략 2 김동렬 2005-06-15 13391
1372 전복의 전략 1 김동렬 2005-06-15 13808
1371 전여옥의 질투 김동렬 2005-06-14 14340
1370 본프레레 감독에 대한 생각 김동렬 2005-06-12 144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