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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5403 vote 0 2023.10.09 (19:33:32)

    에너지는 입력과 출력이 있다. 감정의 긴장과 이완으로 나타난다. 마음을 '업'시키고 '다운'시킨다. 사람들은 업시키는 것에 관심이 없고 다운시키는 것에만 관심이 있다. 식욕과 성욕에 관심이 많다. 포만감은 그만 먹으라는 신호다. 현자타임은 그만 하라는 신호다.


    nice의 어원은 세지 않는다는 뜻이다. 셈을 하자면 피곤하다. freedom은 속박에서 풀려나는 것이고 liberty은 내버려두는 것이다. 인간은 무엇을 하지 않는 것을 좋아한다. 하던 것을 그만두는 것에 관심이 많다. 시작하는 것에 대해서는 그것을 표현할 언어가 없다.


    시작과 종결이 있고, 원인과 결과가 있고, 파종과 수확이 있고, 입력과 출력이 있다. 인간은 종결과, 결과와, 수확과, 출력에 관심이 있다. 한쪽만 보려고 한다. 진짜는 인간의 열정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목숨을 걸게 하는 것이다. 피할 수 없는 운명을 느끼는 것이다.


    긴장하고 집중하게 하는 것이다. 마음이 설레게 하는 것, 두근두근 하는 들뜬 마음이다. 근사한 것, 유혹하는 것, 피가 끓게 하는 것이다. 그 흥분, 그 감격을 표현할 언어가 없다. 그것을 온전히 담아내기에는 부족하지만 전율이라는 단어가 그나마 근접했다고 본다.


    교회는 왜 가는가? 내세? 천국? 구원? 거짓말이다. 전율이 있으므로 교회에 가는 것이다. 만나러 가는 것이다. 만남의 순간 전율이 있다. 무속인들은 접신할 때 전율한다. 무속에 이렇다할 교리는 없다. 불교의 각종 의식이든, 무당의 굿판이든, 유교의 제사든 같다.


    왜 영화를 보는가? 감동? 교훈? 주제의식? 거짓말이다. 스펙타클, 서프라이즈, 서스펜스, 스릴러가 진짜다. 히치코크가 그것을 발견했다. 전율이 있기 때문에 졸지 않고 영화를 본다. 감동이나 교훈은 보너스고 본질은 두 눈을 부릅뜨고 화면을 주시하게 하는 것이다.


    전율은 전쟁터의 북소리에 병사들이 몸을 떠는 것이다. 혹은 감격에 겨워 몸을 떠는 것이다. 잠이 확 달아나고 두뇌가 풀가동 된다. 그것은 인간의 몸이 물리적으로 반응하는 것이다. 두뇌에서 전달된 신호를 온 몸에 전달하여 에너지를 최대한 끌어모으는 것이다.


    왜 소설을 읽는가? 하루키의 주인공은 쉽게 만난다. 하루키는 전율이 쉽다. 한국은 남자와 여자가 만나려고 개고생을 하는데 하루키는 길에서도 만나고 찻집에서도 만나고 버스 안에서도 어디서든 잘 만난다. 히치코크 영화의 스릴러나 하루키 문학이나 전율은 같다.


    좋은 음악은 전율이 있다. 좋은 그림은 전율이 있다.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거나 행복감을 느끼게 한다거나 하는 것은 개소리다. 베토벤의 음악에는 전율이 있다. 바그너의 음악에도 묵직한 전율이 있다. 봄바람처럼 가벼운 전율이든 북풍처럼 무거운 전율이든 같다.


    현대 미술도 마찬가지다. 뒤샹의 샘을 보고 전율을 느껴야 한다. 누구는 느끼는데 누구는 느끼지 못한다. 제프 쿤스의 작품은 누구나 전율을 느끼게 한다. 거기서 전율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은 작품을 무슨 퀴즈문제로 착각하고 암호를 해독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비명소리를 들으면 전율하게 된다. 암호 따위 없다. 숨겨진 메시지는 없다. 그런 것이 있으면 문학이지 미술이겠는가? 뭉크의 절규를 보면 오싹하다. 그것이 예술이다. 인간의 진짜는 마음을 다운시키는 감정이 아니라 에너지를 끌어올려 마음을 업시키는 감정이다.


    왜 도박을 하는가? 돈을 따기 위해서? 거짓말이다. 전율이 있기 때문이다. 조영욱 선수의 결승골이 수비수의 가랑이 사이로 들어가면 짜릿하다. 스포츠든, 레저든, 떠들썩한 축제든, 가벼운 취미든 전율이 느끼는 점에서는 공통된다. 이겨도 전율하고 져도 전율한다.


    식욕, 성욕, 행복, 사랑, 쾌락 등은 이완의 감정이다. 욕망, 야망, 이념, 동기는 거짓말이다. 창의할 때 전율을 느낀다. 두뇌가 풀가동 되고 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깨어난다. 인간을 움직이게 하는 진짜는 에너지의 입력이다. 돈이 생겼다면? 에너지가 들어와준 것이다.


    사람을 새로 사귀면? 에너지가 들어와준 것이다. 포수가 산짐승을 만나면? 에너지가 들어온다. 금덩어리를 발견하면? 에너지가 들어온다. 그럴 때 전율한다. 진리를 발견하면 인간은 흥분한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잠이 확 달아난다. 인간을 움직이는 엔진이 된다.


    식욕과 성욕은 본능이 인간을 훈련시키는 장치다. 그것은 기본으로 깔아주는 앱이고 그 다음은 인간이 스스로 길을 찾아야 한다. 나침반은 전율이다. 무언가를 종결하고 보상을 받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만나고 사건을 연결하고 일을 새로 시작하는 것이 진짜다.


    두려워도 몸을 떨고, 감격해도 몸을 떨고, 반가워도 몸을 떨고, 사랑을 해도 몸을 떤다. 에너지가 들어오면 부르르 떤다. 그것은 표현할 적당한 언어가 없으므로 전율의 의미를 확대하여 담아내려는 것이다. 의미를 연결하고 권력의 도구를 손에 쥘 때 인간은 전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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