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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821 vote 0 2023.07.23 (14:19:15)

    옛날에는 마을마다 원수진 마을이 있었다. 가문마다 원수진 가문이 있었다. 그게 없으면 안 되는 거였다. 청년들이 마을 입구를 지킨다. 이웃 마을 애들이 넘어오는지 감시한다. 뭔가 안 좋은 일이 일어나면 이웃 마을 소행으로 돌린다. 장사치들도 마을에 함부로 못 들어간다.


    사당패를 불러 촌로들의 인심을 얻은 다음에 출입을 허락받기도 한다. 마을 간의 적대행위가 해방 전후에 학살이 일어난 원인 중의 하나다. 마을 사람 중에 한 명이 산사람이 되면 마을 전체를 빨치산으로 간주한다. 반대로 한 명이 순사가 되면 모두 친일파 취급을 해준다.


    중국에서는 더했다. 가문 간의 전쟁에 청나라 조정은 개입하지 않았다. 그것은 한족의 일이기 때문이다. 용병을 고용하고 수만 명 단위로 전쟁을 한다. 태평천국이 순식간에 흥한 이유다. 적대관계인 이웃 마을이 태평군에 가담할 것이 뻔하기 때문에 먼저 들어가야 한다.


    어떻게든 손에 총을 쥐고 있어야 안심이 된다. 근래에도 마을전쟁이 있었다. 깐수성 니파촌과 강차촌이 2001년까지 6년 동안 싸워서 21명이 죽고 58명이 부상당했다고. 경찰이 350점의 총기와 수천 발의 탄약을 압수했다고. 이스마일 카다레의 '부서진 사월' 중국판이다. 


    인간이 차별하는 이유는 동물적 서열본능 때문이다. 인간은 이항대립, 흑백논리, 이분법으로만 사유한다. 프레임을 걸고, 클리셰를 따르고, 스테레오타입으로 돌려야 뇌가 작동한다. 적이 없으면 가상적을 만들낸다. 귀신이든 도깨비든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진 가상적이다.


    지역주의든, 인종차별이든, 혐한이든, 혐중이든 같다. 호르몬이 나오기 때문이다. 적을 미워해야 자기편끼리 결속한다. 밑바닥으로 내려갈수록 더하다. 가진게 없는 사람은 적이라도 있어야 한다. 아랍인은 그것을 명예라고 한다. 가난한 사람은 명예가 없으면 죽는다.


    부족민 모두가 누구 한 명을 찍어서 마녀사냥으로 조리돌림할 생각을 갖고 있다.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명예를 얻어 서열을 높여야 한다. 교실붕괴도 마찬가지다. 다른 나라는 진작 휩쓸고 지나갔는데 한국은 뒷북이다. 공동체 붕괴가 본질이다. 어른도 없고 사촌도 없다.


    각자도생의 시대다. 불안하다. 적을 발굴해야 한다. 적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 괴롭다. 만만한 약자를 찾아내야 한다. 만만한 교사를 괴롭히게 된다. 그럼 교사 말고 누구를 괴롭히겠는가? 문제는 죄파 지식인의 착각이다. 그들은 계몽주의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대중이 뭔가를 몰라서 사고친다고 생각한다. 모르기는. 알면서 그런다. 충격받아야 하는 사실은 지식인의 계몽주의 자체에 차별의 의도가 숨어있다는 점이다. 전에 말한 루터와 칼뱅의 예정설이다. 그들은 타락하고 부패한 카톨릭교회와 싸우는 계몽주의 지식인이다.


    대중이 지식인의 통제를 벗어나면 혼란해진다. 마녀사냥은 갑자기 글자 배운 농민이 흥분해서 우리도 뭔가 해보자고 의욕을 보인게 발단이 되었다. 새마을 운동이라도 시켜줘야 얌전해지는데 말이다. 대중은 쉽게 계몽주의 지식인의 권력의지를 눈치채고 맞대응한다.

  

    문제는 대중의 차별본능이 민주당만 때린다는 거다. 민주당이 만만해 보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컨셉이 착하다. 맹수의 세계에서 착하면 죽는다. 민주당을 보면 왠지 때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일진들은 하루 종일 그것만 생각한다. 쟤는 말을 잘 못해. 때려주고 싶어.


    쟤는 유행하는 비싼옷을 안 입어. 왠지 화가 나. 때려주고 싶어. 쟤는 집이 가난해. 왠지 화가 나. 때려줘야겠어.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른다. 이미 흥분해 있기 때문이다. 호르몬이 나와버린 것이다. 13살이면 부모와 싸우고 가출하도록 뇌가 프로그래밍 되어 있다. 


    미국처럼 범죄가 많으면 폭력에 공포를 느끼는데 한국은 반대다. 사회에 범죄가 없으니 자신이 범죄자가 된다. 폭력배가 없으니 자신이 폭력을 쓴다. 빈자리를 메우는 것이다. 호르몬은 호르몬으로 다스려야 한다. 일진은 기운이 빠질 때까지 체력단련을 시켜줘야 한다.


    개는 산책을 안 시켜주면 집안을 온통 뒤집어 놓는다. 소년은 하루에 3시간 체력단련을 시켜주지 않으면 반드시 사고를 친다. 개는 하루에 두 번씩 열심히 산책을 시켜주면서 중학생은 왜 하루에 세 시간씩 체력단련을 시켜주지 않나? 왜 개는 존중하고 사람은 무시하나?


    폭력의 정치, 야만의 정치, 증오의 정치가 먹힌다. 세계 도처에서 그러하다. 민주당의 달달한 정치에 염증을 느끼고 국힘당의 얼큰한 정치를 찾는다. 인류는 이 정도밖에 안 된다. 민주당 당근정치는 인간의 균형감각과 맞지 않다. 철과 혈의 정치가 등판하게 되어 있다. 


    나쁜 짓 하는 사람이 이득보는 구조를 개혁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문명과 야만, 이성과 본능의 대결구도를 명확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몰라서 그러는게 아니고 알면서 그런다. 이득되기 때문이다. 선이 이득보는 것은 흐름을 탔을 때뿐이다. 흐름이 끊기면 악이 이득본다.


    흐르지 않는 물은 썩는다. 생산력 발전이 정체하면 약자를 쥐어짜는 자가 이긴다. 인간은 언제든 야만과 폭력으로 돌아갈 태세를 갖추고 있다. 유전자가 그것을 명령하기 때문이다. 호르몬이 나오기 때문이다. 흥분하기 때문이다. 물리현상은 물리력으로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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