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525 vote 0 2020.02.18 (21:10:19)

      
   
우리가 존재를 식별할 수 있는 것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어디가 다를까? 구조가 다르다. 생물은 유전자에 정보를 숨기고 물질은 구조에 정보를 숨긴다. 구조는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것이다. 나란히 맞물려 돌아가는 둘 사이의 거리에 정보가 있다. 원자핵과 전자 사이에 정보가 있다. 정보는 반드시 어떤 둘 사이에 있다. 


    정보를 읽어 들이는 제 3자가 그사이에 끼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전축의 바늘이 레코드판에 새겨진 홈을 읽는다. CD라도 마찬가지다. 레이저로 구워서 플라스틱판에 입힌 막에 홈을 파는 방법으로 간격을 만든다. 정보를 재생할 때는 다시 레이저를 쏘아 홈의 간격을 읽어낸다. 얼굴은 눈과 눈 사이 간격에 정보가 있다. 


  이마가 넓거나 좁은 간격이 다르다. 입술이 두껍고 얇은 간격이 다르다. 거기에 우리가 읽어야 할 정보가 있다. 색깔이나 소리나 간격이다. 무엇이 존재하여 있다면 반드시 간격이 있다. 부부 사이에도 간격이 있고 친구 사이에도 간격이 있다. 국민과 대통령 사이의 간격이 중요하다. 간격은 침범하거나 혹은 조절될 수 있다.


    원자론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원자는 그 간격이 없기 때문이다. 정보를 실을 수 없다. 레코드판은 있는데 홈이 패여져 있지 않다. 라디오는 있는데 안테나가 없다. 결정론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 간격을 읽어 들이는 제 3자가 있기 때문이다. 결정론적 사유는 공간의 사정에 주목한다. 진실은 시간에 숨어 있다.


    공간이 톱니바퀴처럼 정교하게 맞물려 돌아간다는 관념이 결정론적 사고다. 레코드판에 어떤 정보가 새겨져 있든지 전축의 바늘을 태우지 않으면 작동하지 않는다. 그것은 시간이 결정한다. 때맞춰 비가 오지 않으면 수확은 0이 되어버린다. 바늘이 읽어 들이지 않으면 레코드판에 새겨진 많은 정보는 그냥 사라져 버린다.


    시간은 많은 것을 리셋시켜 버린다. 무효화시켜 버린다. 일부러 뜸을 들이고 시간을 끌다가 갑자기 들이쳐서 기습하는 것이 시간이라는 악동이다. 애초에 시간은 그러한 공간의 짜임새를 해체할 의도를 가지는 것이다. 시간의 교묘한 태업과 방해작업이 없다면 작은 것이 큰 것을 방해하는 역전현상이 도처에서 일어난다. 


    큰 흐름에 작은 것을 종속시키는 것이 시간의 역할이다. 시간이 흐르면 결국 진보가 승리하는 것이 그 때문이다. 시간의 시간벌기가 없다면 공간적으로 고립되고 궁벽한 곳에서 법칙을 거스르는 역전현상이 일어난다. 부분이 전체의 흐름을 방해하는 것이다. 명나라는 도교사상에 빠져 지방에 사건이 일어나면 시간을 끈다.


    조정에 보고하지 않고 흐지부지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그 습관을 버리지 못했다가 중국이 코로나19를 키웠다. 합의가 안 되면 합의될 때까지 시간을 끌면 된다. 지류가 본류를 이기지 못하게 차단할 수 있다. 시계태엽이 너무 빨리 풀리지 않게 조절할 수 있다. 우주는 시간의 조절장치 때문에 겨우 지탱하는 것이다. 


    시간은 의도적으로 우연적 요소가 작동하게 한다. 러시아의 칼라시니코프는 부품들이 정교하게 맞물려 돌아가지 않으므로 고장이 나지 않는다. 시간의 뜸들이기가 없다면 우주는 곧바로 망가져 버리는 것이다. 정교하면 안 된다. 정교하면 하극상이 일어난다. 부하가 눈치 없이 원리원칙대로 굴면 그게 바로 하극상이다.


    전체를 맞추면 부분이 맞지 않는다. 부분을 맞추면 전체가 틀어져 버린다. 어떤 둘 사이에 정보가 있다. 그 정보를 읽어 들이는 것은 제 3자다. 제 3자가 언제 정보를 읽느냐는 우연적 요소가 개입한다. 부품들 사이에 유격을 두어 부분의 변화가 전체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게 차단한다. 너무 꽉 끼면 부분이 전체를 친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20.02.19 (03:26:24)

"애초에 시간은 그러한 공간의 짜임새를 해체할 의도를 가지는 것이다. 시간의 교묘한 태업과 방해작업이 없다면 작은 것이 큰 것을 방해하는 역전현상이 도처에서 일어난다. 큰 흐름에 작은 것을 종속시키는 것이 시간의 역할이다."

http://gujoron.com/xe/1169536

프로필 이미지 [레벨:13]르네

2020.02.19 (10:08:15)

시간은 흐르는 것이 아니라 새로 생겨나는 것.
[레벨:4]고향은

2020.02.19 (13:43:33)

A와 B는 시간 속에서 홈을 채운다


그 홈 속에는 천하인이(인류가), 혹은 시대정신이, 그리고 A와 B가

적절하게 마이너스되며.. 역학적으로 구조화되어 다시 채워진다

왜냐하면 에너지보존의 법칙 때문이다


시간 속에서 균형을 조절하는 유연성이 꽃핀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공지 설의 어원 김동렬 2024-12-25 8561
4732 긍정의 배신 1 김동렬 2020-03-05 3850
4731 종교는 이단이다 5 김동렬 2020-03-04 4340
4730 존재론과 인식론 2 김동렬 2020-03-02 3484
4729 위대한 도약 2 김동렬 2020-03-01 3548
4728 대칭과 비대칭 1 김동렬 2020-03-01 3278
4727 자연에 차원은 없다. 1 김동렬 2020-03-01 3161
4726 세상은 점이다 2 김동렬 2020-03-01 3118
4725 다시 쓰는 방향성 1 김동렬 2020-03-01 3124
4724 방향성과 차원 1 김동렬 2020-02-28 3274
4723 차원의 이해 1 김동렬 2020-02-25 3642
4722 방향전환 1 김동렬 2020-02-24 3256
4721 방향성의 판단 5 김동렬 2020-02-23 3347
4720 방향성의 이해 1 김동렬 2020-02-22 3907
4719 대칭성의 이해 2 김동렬 2020-02-20 3593
4718 통제가능성으로 사유하기 4 김동렬 2020-02-19 3517
» 정보는 구조에 숨어 있다 3 김동렬 2020-02-18 3525
4716 성공의 길은? 8 김동렬 2020-02-17 4815
4715 구조 1 김동렬 2020-02-16 3634
4714 의리는 공존의 룰이다 3 김동렬 2020-02-14 3508
4713 의리가 진짜다 4 김동렬 2020-02-13 39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