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440 vote 0 2020.02.07 (11:04:15)

 
    왜 미래는 결정될 수 없는가?


    동원의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 100의 집단에서 의견이 50 대 50으로 갈리면 구성원 100명 모두에게 소식이 전달된다. 팽팽해지는 것이다. 그러나 90 대 10으로 의견이 갈리면 소식이 전파되지 않는다. 느슨해지는 것이다. 보나마나 다수파의 의견이 채택되므로 무관심해진다.


    이때 90에 속하는 지도자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상대의 반발이 없으므로 어떻게 해야할지 알 수 없다. 누가 자신의 앞을 막아설 때까지 사고를 친다. 독재자가 걸리는 병이다. 국민이 앞을 막아설 때까지 국민을 괴롭히게 된다. 모임을 조직한다고 치자. 회원이 백 명이다.


    인원이 너무 많으면 회의가 진행이 안 되므로 10명을 선발하여 위원회를 만든다. 그런데 10명이 회의에 참여할까? 바쁜 사람이 빠지고 대신 위임장을 쓴다.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의 위원이 위임장을 쓰고 실제로는 서너 명만 회의에 출석한다. 결국 한 명이 결정을 독점한다.


    그리고 망한다. 대주주가 51프로의 지분을 가지고 있으면 주주총회는 무의미해진다. 회의 참여자가 소수일 때는 만장일치로 가야 약간의 긴장이 유지된다. 이때 소수파는 뭔가 반대급부를 받아낼 요량으로 괜히 반대한다. 이런 일은 자연에서도 일어난다. 동원의 딜레마다.


    합의가 안 될 때는 일단 딜레이를 시키고 외부자원을 끌어와서 숫자를 만들어야 한다. 때로는 주고받기식 거래를 해야 한다. 전략적 상황이다. 전략공간은 불확정성을 전제한다. 전략은 미리 확정하면 안 된다. 게임은 나와 타자 사이에서 일어나는데 내가 결정되어 있지 않다. 


    의외로 적의 숫자가 많으면 일단 딜레이 시켜놓고 외부에서 나의 세력을 더 끌어와야 한다. 여기서 승리, 유보, 패배라는 세 가지 선택지로 갈린다.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에 의해 계는 갈수록 무질서해지므로 에너지는 방향이 있을 뿐 어떤 경우에도 사전에 확정할 수는 없다. 


    에너지는 연결되어 있으며 무질서도는 연결의 단절을 의미한다. 방향이 뚜렷해질수록 연결이 끊겨 불확정성은 증가한다. 즉 결정될수록 비결정적으로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미래가 결정된다는 말은 미래가 결정될 수 없다는 말과 정확히 같다. 무조건 이겨야 하는 상황이다.


    이기는 숫자가 51이라면 어떻게든 교란하여 그 숫자를 만들어야 한다. 즉 깽판을 쳐야 하는 것이다. 알 수 없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므로 위가 결정될수록 아래는 혼잡해진다. 위치가 결정될수록 운동량은 알 수 없게 된다. 무조건 통과시키라는 지시가 떨어지면 그렇게 만든다.


    예컨대 사람이 죽는다고 치자. 죽는다는 사실은 결정되어 있다. 그런데 왜 죽지? 결정될 수 없음의 증가에 의해 죽는 것이다. 에너지의 단절로 죽는다. 즉 결정될 수 없음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 엔트로피의 법칙이다. 그러므로 결정과 비결정은 공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결정의 증가는 동시에 비결정의 증가를 수반하는 것이다. 결정된다는 것은 에너지를 사용한다는 것이며 에너지의 사용은 계 안에서 연결을 단절시킨다는 것이다. 즉 통제할 수 없게 만든다는 것이다. 즉 결정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결정되지 않음을 증가시켜 결정을 얻는다.


    결정과 비결정이 언제나 공존한다면 사건 전체는 비결정으로 봐야 한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면 그것은 틀린 것이다. 결정과 비결정 사이에 대칭성과 상보성이 성립하는 것이며 이는 엔트로피의 법칙에 의해 확인된다. 이쯤 되면 결정론적 사유가 틀렸다고 인정해야만 한다.


    존재는 나란한 둘의 상호작용으로 성립한다. 둘이므로 게임이다. 게임의 전략은 이것을 얻고 저것을 버리는 것이다. 이것을 결정하고 저것을 결정하지 않는다. 결정과 비결정 사이에 대칭성과 상보성이 성립하므로 인간에게 무엇을 결정할 것인지 선택하는 자유의지가 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르네

2020.02.07 (12:22:36)

비결정과 결정의 불확정성!!
하지만 우주의 종말은 확정.

모멘텀은 비결정, 결정은 로케이션으로 볼수도 있겠네요

///

닫힌 공간내에 어떤 것들이 각자의 로케이션을 가진다고 가정했을 때

어떤 하나의 좌표를 회전시키면서도 전체의 대칭을 깨지 않는 방법은?

거미줄처럼 미리 실로 서로를 연결시켜 놓아서 하나가 변화면 전체가 그 변화를 알아채게 하는 거

장(필드)은 국소적 대칭을 보장!

여기서 전기장도 중력장도 필연적으로 튀어나옴!!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20.02.07 (14:44:16)

"에너지는 연결되어 있으며 무질서도는 연결의 단절을 의미한다. 방향이 뚜렷해질수록 연결이 끊겨 불확정성은 증가한다. 즉 결정될수록 비결정적으로 되는 것이다."

- http://gujoron.com/xe/1165631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 왜 미래는 결정될 수 없는가? 2 김동렬 2020-02-07 3440
4706 자본주의는 욕망의 봉건주의다 4 김동렬 2020-02-06 3744
4705 반지성주의와 싸워야 한다 5 김동렬 2020-02-05 4431
4704 기독교의 입장 2 김동렬 2020-02-04 3668
4703 구조론사람의 길 2 김동렬 2020-02-03 3241
4702 예정설과 맞대응설 3 김동렬 2020-02-03 3394
4701 결정론과 비결정론 3 김동렬 2020-01-30 4402
4700 문명의 출발 3 김동렬 2020-01-29 3770
4699 인과율과 엔트로피 1 김동렬 2020-01-28 4826
4698 인공지능 회의론 1 김동렬 2020-01-27 3628
4697 에너지의 핵심 2 김동렬 2020-01-26 5746
4696 우주의 절대원리 2 김동렬 2020-01-24 5631
4695 나는 환경을 장악한다 2 김동렬 2020-01-22 4294
4694 자유의지는 권력의지다 1 김동렬 2020-01-21 3687
4693 질서론 1 김동렬 2020-01-20 3332
4692 구조론은 언어감각이다 3 김동렬 2020-01-19 3665
4691 신은 누구인가? 1 김동렬 2020-01-17 3737
4690 내가 누구인지를 말하라 2 김동렬 2020-01-15 4125
4689 인간은 어떻게 신과 나란히 테이블에 앉을 수 있는가? 1 김동렬 2020-01-14 4485
4688 진짜와 가짜 image 2 김동렬 2020-01-13 4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