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문명이 얼마나 허술한 기반 위에 세워져 있는지 생각하면 아찔하다. 원숭이와 다를 바 없는 인간이 목에 힘을 줄 수 있는 것은 특별한 학습능력 덕분이다. 인간에게는 똑똑한 사람에게 묻어가는 재주가 있다. 인류는 대개 별 볼 일 없는 존재이지만 인류 중에 가장 뛰어난 자는 무시할 수 없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 인류는 그 사람을 모방하면서 자기도 그런 척한다. 인류는 집단에 속해 있을 때만 현명하다. 동시에 바보가 되기도 한다. 혼자 있을 때는 점잖은 사람도 집단에 섞이기만 하면 집단의 힘을 믿고 까분다. 때로 좋은 지도자가 좋은 흐름을 만들어내면 제법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렇지 못한 집단은 망한다. 좋은 집단이 남고 나쁜 집단이 망하므로 지도자를 모방하며 집단에 묻어가는 전략이 결과적으로 인류를 향상시켰다. 그 지도자는 때로 사람이 아니기도 하다. 신이다. 그것은 하나의 개념이다. 집단의 통일성을 끌어내는 규칙이다. 별것 아닌 인간이 신의 완전성을 모방하므로 만물의 영장 행세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사유에 있어서도 그러한 모방대상이 필요하다. 그것은 진리다. 그러나 진리를 표현하는 적절한 단어가 없다. 검색해 봐도 나오는게 없다. Truth는 그냥 참이라는 뜻이고 복제의 원본이 될 수 없다. 굳이 말한다면 플라톤의 이데아를 들 수 있다. 플라톤이 거창하게 써놨지만 이데아는 그냥 모방대상이 되는 원형이다. 칸트의 이성이나 헤겔의 변증법도 참고가 된다. 동양에서는 석가의 법法, 노자의 도道, 성리학의 이理, 주역의 역易이 있지만 대개 사유의 깊이가 얕다. 검색해도 나오는 텍스트가 없다. 생각하자. 인간이 나름 행세할 수 있는 이유는 모방능력 때문인데 무엇을 모방할까? 인간은 언어가 있기 때문에 학습할 수 있다. 그 언어가 취약하다. 근원적인 모방대상이 되는 진리에 대한 해석이 없다. 그것을 가리키는 단어도 없다. 종은 유전자 덕분에 진화해 온 것이다. 인간은 언어 덕분에 똑똑한 사람에게 묻어갈 수 있다. 근원의 질서가 있고 인간은 거기에 의지해야 한다. 그런데 모방할 근원이 없다. 지식의 유전자가 없고 중구난방이다. 여행자에게는 나침반이 있어야 한다. 북두칠성에 의지하여 밤길을 갈 수 있다. 그런 것이 있어야 한다. 신이 그래서 도출된 개념이지만 막연하다. 해석이 제각각이라 의미가 없다. 형이상학이 필요하다. 제 1 철학, 제 1 명제, 제 1원인이 필요하다. 사유의 출발점이 필요하다. 그것은 사유의 대상이 아닌 주체의 문제다. 사유한다는 것은 복제한다는 것이다. 나란해야 복제할 수 있다. 자로 사물의 크기를 잰다. 1센티 눈금만 있는 자로 1밀리 단위를 잴 수 없다. 나란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로 크기를 잴 수 있지만 문제는 물체가 아니라 자다. 물체가 작아서 못 재는게 아니라 자가 없어서 못 잰다. 언어로 사유할 수 있지만 문제는 언어다. 도량형이 통일되어야 하듯이 언어가 통일되어야 한다. 자연에는 질서가 있지만 인간의 언어에는 질서가 없다. 복제의 원본이 있어야 한다. 도량형의 원기가 있어야 한다. 그 자의 눈금은 어떤 크기를 가질 수 없고 비례를 따라야 한다. 큰 것을 만나면 커지고 작은 것을 만나면 작아지는 상대적인 눈금을 가져야 한다. 우주를 통째로 담을 수도 있고 바이러스를 촬영할 수도 있어야 한다. 사물은 자로잴 수 있고 사건은 무엇으로 잴 것인가? 세상은 변한다. 변화와 나란히 갈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언어가 필요하다. 진리는 그런 것이다. 사건과 나란히 가면서 사건을 복제하는 것이다. 인간의 언어에 그것을 갖추면 이야기는 시작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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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체 및 생물체가 만드는 뭔가가 환경의 영향은 물론이고 물리적으로도 어떻게 제한을 받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사유의 출발점이 필요하다. 그것은 사유의 대상이 아닌 주체의 문제다. 사유한다는 것은 복제한다는 것이다. 나란해야 복제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