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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5280 vote 1 2019.09.12 (22:29:17)

    통제가능성의 원리


    우주의 근본원리는 통제가능성의 원리다. 그런데 이는 인간중심설로 오해될 수 있다. 통제가능성은 뭐든 간당간당해진다는 것이다. 간당간당해야 작은 힘으로 작용하여 대상을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하느님이 인간을 특별히 귀여워해서 인간들로 하여금 근면하게 일하도록 할 요량으로 각종 디폴트값을 에누리 없이 빡빡하게 맞춰놨다고 생각할 수 있다. 


    사실은 그 반대다. 우주는 원래 빡빡한 것이다. 통제가능성의 원리는 최소작용의 원리를 일반화한 것이다. 세상은 에너지의 효율성에 의해 움직이고 효율성은 구조의 대칭성에 의해 담보되며 대칭되면 간당간당해진다. 인체라도 좌우의 균형이 맞아야 최소의 에너지로 오래도록 걸어갈 수 있다. 무게중심이 어긋나면 척추가 틀어진다. 절뚝거리면서 걷다가 쓰러진다.


    간당간당하면 아슬아슬하고 아슬아슬하면 아름답다. 세상이 아름다운 것은 균형이 맞고 아슬아슬하기 때문이다. 이 역시 인간중심설로 오해될 수 있다. 하느님이 인간을 특별히 배려해서 세상을 이토록 아름답게 창조했구나. 아니다. 아름답지 않으면 눈에 잘 띄지 않고 눈에 띄지 않으면 번식이 안 된다. 벌과 나비가 꽃을 찾아내지 못하므로 꽃가루받이가 잘 안 된다. 


    인간 여성의 신체가 아름다운 것도 그 때문이다. 아름답지 않은 데니소바인과 네안데르탈인은 멸종했다. 아름다워야 서로에게 반하고 반해야 모이고 모여야 대집단이 만들어지고 대집단은 그 우세한 힘으로 소집단을 공격하여 제거한다. 아름답지 않은 인류는 아름다운 인류에게 밀려 멸종한 것이다. 반드시 그렇게 되지 않으면 안 되는 필연의 메커니즘이 있는 것이다.


    그 결과는 대칭에 의한 균형과 아름다움과 간당간당함이다. 여야가 50 대 50의 균형이 맞아야 국민이 최소의 힘으로 정당을 제압할 수 있다. 북한처럼 공산당이 다 먹어버리면 국민이 정권을 통제할 수 없다. 그런 나라는 망한다. 세상은 언제나 아슬아슬하게 간다. 간당간당해야 인간들이 말을 들어먹는다. 군대 내무반이라도 그렇다. 조금이라도 풀어주면 금방 사고친다. 


    내무반에서 병사들이 편히 쉬도록 조금 풀어주면 서로 주먹다짐을 하거나 뭐를 깨뜨리거나 꼭 일을 벌인다. 다리가 부러진 놈이 나오고 팔을 다친 병사 나온다. 배려하고 봐주다가 오히려 욕을 먹는다. 무능하다고 병사들에게 씹힌다. 악랄한 부사관이 먼저 승진한다. 게다가 존경까지 받는다. 세상이 이런 식이다. 엄한 가부장이 더 존경받고 민주적으로 하면 비웃는다.


    노무현이 검찰을 제압하지 않고 민주적으로 대하자 검찰이 배반한 것이 그러하다. 검찰 역시 문민통제에 의해 제압되어야 한다. 강한 무기일수록 강하게 제압해야 한다. 강한 검찰에 힘에 강한 문민통제로 맞서는 것이 대칭의 원리다. 예컨대 생명체 중에 압도적인 것은 없다. 진화하다 보니 우연히 결과가 이렇게 된 것이 아니라 유전자 메커니즘이 원리적으로 그렇다. 


    압도적인 세균이 지구를 완전히 초토화시키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에볼라 바이러스처럼 강력한 균은 너무 빨리 숙주를 죽여 오히려 전염될 기회가 줄어든다. 거기에 어떤 균형이 있다. 전지전능한 하느님의 섬세하고 치밀한 사전안배에 의해 그렇게 된 것이 아니고 어쩌다 보니 단지 운이 좋아서 그렇게 된 것도 아니고 유전자 메커니즘이 원래 그런 시스템이다. 


    사자의 힘에, 치타의 달리기 실력에, 황소의 지구력에, 토끼의 번식력에, 인간의 지능에 기타등등 육식동물과 초식동물의 모든 능력을 두루 갖춘 압도적인 동물은 생태계에 없다. 있다면 인간인데 인간의 문명은 자연발생한 것이 아니다. 자연의 균형은 신의 섭리가 작용한 결과가 아니라 균형성이 원래부터 우주의 탄생원리인 것이다. 왜 다양한 돌연변이를 볼 수 없는가?


    사산되기 때문이다. 태어나지도 못한다. 마찬가지로 만화에 나오는 악당과 같은 순수한 악의 결정체는 없다. 악은 부하를 모으지 못하기 때문이다. 누가 악당 밑에서 졸개노릇을 하려고 들겠는가? 악당도 세력을 키우려면 좋은 일을 가끔 해야 한다. 조중동도 가끔 착한 척을 한다. 진화는 생물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우주도 진화한다. 우주의 진화를 이끄는 동력원은? 


   그것은 밸런스의 원리이며 대칭의 원리이고 간당간당의 원리이고 균형의 원리이며 통제가능성의 원리다. 그게 없으면 우주는 탄생하지도 못했다. 어쨌든 우주는 이렇게 있고 인간은 살아있다. 역사의 진보에는 필연의 법칙이 있으며 그 법칙에서 벗어나는 나라들은 모두 망해서 없어졌다. 무조건 퍼주는 이상적인 국가가 있을 법하지만 그런 나라는 진작 망하고 없다. 


    허경영 공약이 참신하지만 나라를 그렇게 운영하면 망한다. 나라를 살리기 위하여 법칙대로 하는 것이 아니다. 위하여는 없다. 법칙에서 벗어난 나라는 예전에 망하고 지금 없기 때문에 남은 나라들은 법칙대로 가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인간을 위해 별들이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고 있는 게 아니라 그러한 간격의 유지가 탄생하고 성장할 확률을 담보하는 본질인 것이다. 


    간격에 의해 균형이 조달된다면 간격이 유지된 경우만 우주가 진화하여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간격을 잃은 우주는 빅크런치나 빅프리즈에 의해 모두 망했다. 중력이 조금만 커도 모두 쪼그라들어서 블랙홀 속으로 들어가 버린다. 조금만 작아도 모두 흩어져서 우주는 얼어붙는다. 정확하게 균형이 유지된 경우만 현재와 같은 우주의 형태를 이루고 버틸 수 있는 거다. 


    광속이 여기서 더 빨라도 안 되고 느려도 안 되는 것이다. 광속이 더 빠른 우주나 더 느린 우주는 탄생 중에 균형이 무너져서 망했다고 봐야 한다. 통제가능성으로 보면 자한당의 다음 행보를 알 수 있다. 자한당의 컨셉으로는 저렇게 가지 않으면 망한다. 바른당이 자한당 컨셉에서 다른 경로를 채택하려다가 망하고 안철수의 국민의당이 역시 다른 경로를 찾다가 망했다. 


    망하지 않는 길은 둘뿐이다. 하나는 민주당이 찾아먹었고 하나는 자한당이 찾아먹었다. 여기서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한다. 다른 쪽으로 가려다가 계속 실패해서 결국 바른길로 가게 되는데 그것이 외부에서 보면 마치 자석이 잡아당기듯 한 방향으로 가는 것처럼 보인다. 시장원리와 같다. 시장원리에서 벗어나는 다른 가격을 지불하다가 손해를 보므로 선택을 바꾼다.


    무슨 말인가? 처음에는 허세를 부리며 과소비를 하는 인간도 있고 다양한 소비형태가 있지만 석 달을 못 가서 거덜나기 때문에 결국 합리적 소비를 추구하게 되며 그 결과는 가격의 균형으로 나타나는 것이고 그것이 시장원리인 것이다. 즉 일부러 돈을 더 주고 비싸게 사는 바보도 당연히 있지만 바보들은 곧 주머니가 바닥나는 것이다. 자본주의 발전과정이 그러하다.


    결국 합리적인 소비로 돌아오게 된다. 우주가 이 모양 이 꼴로 되는 것은 이 모양이 되도록 지적설계를 했기 때문이 아니라 다른 모양을 시도하다가 계속 실패해서 망해먹고 사라지고 살아남은 것들은 에너지의 효율성을 담보할 수 있는 한 방향으로 수렴된 것이며 그것을 외부에서 볼 때는 기적의 기적처럼 보인다. 로또 백만 번 연속당첨처럼 보인다. 기적적인 균형은 맞다.


    우주는 크고 확률을 만드는 밑변이 매우 넓으므로 빅뱅이든 빅크런치든 빅프리즈든 무조건 극단으로 가는 것이며 균형의 극단도 있는 거다. 균형의 극단이 내막을 모르고 외부에서 보면 기적으로 보인다. 로또 백만 번 연속당첨으로 보인다. 우주는 원리적으로 무한히 큰 숫자의 공간에 무한히 작은 크기의 인자에 무한히 절묘한 기적의 대칭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통제가능성이란 그저 할 수 있는 것을 한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그 행동을 하는 이유는 단지 그것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선택은 하다가 실패하게 되며 경험치를 먹다 보면 다시는 그런 삽질을 하지 않도록 조심한다. 윤석열은 왜 그러는가? 그렇게 하지 않으면 팀이 깨지고 패거리가 망한다. 손석희는 또 왜 그러는가? 같은 이치다. 용감한 자가 덫을 벗어난다.


    젊은이는 경험치가 없기 때문에 모험을 한다. 주변에 방해자가 없기 때문이다. 모험을 해도 되니까 모험하는 것이다. 어느 정도 위치가 되면 방해자가 등장하여 소매를 잡는다. 노무현은 그 손길을 뿌리쳤지만 그럴 수 있는 위인은 원래 드물다. 손석희든 윤석열이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조직과 마찰한다. 인간이 그저 할 수 있는 것만을 하다보면 점점 극단적으로 쏠린다. 


    극단적인 행동이 가장 쉽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망한다. 원대한 계획을 세운 자는 큰일을 할 수 있고 그래서 흥한다. 그러나 시스템을 갖추지 않고 서두르다가는 실패한다. 침착하게 한 걸음씩 전진하기다. 우리가 진보를 하는 이유는 우리만 이것을 할 수 있기 때문이고 보수가 나쁜 길로 가는 이유는 유일하게 그것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손에 통제된다.


    모난 돌과 둥근 돌이 있었다. 모난 돌은 제자리에 머물러 있고 둥근 돌만 137억 년을 굴러 여기까지 왔다. 우리는 굴러온 돌만 목격한다. 하느님이 인간을 위해 특별히 둥근 돌을 베풀어준 것이 아니다. 그냥 우연히 굴러온 것도 아니다. 세상은 빅뱅과 빅크런치 아니면 빅 균형이다. 플러스 아니면 마이너스 아니면 균형값이다. 계속 더워지거나 계속 추워지거나 균형이다.


    우주가 사건이고 관계이고 상호작용이므로 결국 어떤 균형에 도달하게 되어 있다. 우리는 전방위적인 균형을 목격하고 아름답다고 여긴다. 기적이라고 여긴다. 아름다운 것도 맞고 기적도 맞다. 그것이 원래 우주의 탄생원리다. 엔트로피에 의해 에너지는 점차 감소하게 되어 있다. 결국 망한다. 이에 맞서려면 값을 올려야 하는데 그 경우 계속 증가해서 결국 파멸한다.


    그러나 둘이 나란히 가면 균형에 이른다. 그것이 완전성이다. 별은 계속 뜨거워지거나 계속 식어가거나 아니면 균형이 된다. 보통은 어떤 균형에서 이탈하여 다른 균형에 도달한다. 금성은 500도에서 멈추고 화성은 영하 60도에서 멈추고 지구는 바다온도 때문에 30도 근처에 멈춘다. 우주는 진화하고 생명도 진화하고 문명도 진화한다. 돌은 계속 굴러가도록 되어 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19.09.13 (04:19:57)

"통제가능성이란 그저 할 수 있는 것을 한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그 행동을 하는 이유는 단지 그것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

-  http://gujoron.com/xe/1123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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