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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전면 디자인의 9할은 라디에이터 그릴이 결정합니다. 나머지는 여기에 딸려갑니다. 사람얼굴은 눈 근처가 전면 디자인의 첫 요소인데, 차는 좀 다릅니다. 사람은 눈이 외부와 접촉점이고, 자동차는 라디에이터가 외부와 접촉점으로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이 라디에이터 그릴을 어떻게 디자인하느냐를 보면 디자인 철학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금속 테두리를 무엇으로 보느냐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프랑스와 영국이 극과 극으로 나뉩니다. 프랑스는 헤매고 영국은 정답을 찾았죠.
프랑스
영국
사진에서 보다시피 프랑스는 구멍이나 절단면이 상징하는 바를 원초적으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애들은 금속 테두리를 그냥 장식용으로만 이해합니다. 반면 영국은 금속의 절단면을 나름 표현하고 있죠. 문제는 대중이 이 차이를 이해하는가입니다.
당연히 일반 대중은 프랑스의 차를 더 좋다고 느낍니다. 그러면 프랑스차가 외국에서 팔리냐? 그럴 리 없죠. 이를 알아보는 상류층이 안 타니깐. 안 팔립니다. 그럼 거꾸로 영국차는 외국에서 팔리냐? 안 팔립니다. 워낙에 고급 디자인이라 부담스럽습니다. 그래서 안 팔립니다. 그간 프랑스와 영국은 양극단에서 사이좋게 망하고 있었습니다.
영화만 하더라도, 프랑스 영화는 허세에 찌들어서 쓰레기 영화를 만드는데, 영국은 거꾸로 심플하지만 지나치게 어려운 영화를 만들었었습니다. 결국 자동차처럼 둘 다 망했어요. 제목만 봐도 프랑스 영화는 대개 문장이고, 영국은 한 단어죠.
프랑스에 가면 외국인이 주요 도심지에 깔렸는데 비해, 영국은 외국인이 많다고는 하지만, 특정 공단지역에만 몰아놨음을 알 수 있습니다. 뭐냐, 프랑스는 대중이 권력을 잡았고, 영국은 엘리트가 권력을 잡은 겁니다. 프랑스는 벽이 아예 없고, 영국은 벽이 졸라 높습니다.
민노총 대중이 먹은 나라가 프랑스라면, 조중동한경오 엘리트가 먹은 나라가 영국입니다. 프랑스에서 외국인이 영어를 쓰면 무시한다고 하는데, 영국인이 프랑스에 가서 영어를 쓰면 프랑스인이 영어를 씁니다. 좋아죽죠. 프랑스인은 영국인이 고급이라고 느끼는 겁니다.
그러므로 두 국가의 사이가 정답인데, 자동차는 독일이 해먹었고, 영화는 미국이 해먹었습니다. 한국도 이 대열에 은근히 끼어있다고 볼 수 있고요. 스마트폰은 삼성이, 영화는 박찬욱 얌체가 이런 걸 잘하죠. 엘지와 봉준호는 그게 뭔 지도 모르고 따라하다가 망하고. 이때 사이는 단순히 사이가 아니고, 동적균형입니다. 상부에서 끊임없이 발견하고 이를 하부에 전달하는 겁니다. 애플이 잘하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