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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5]오세
read 2990 vote 0 2013.04.30 (18: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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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로 입이 간지러워서라고 말했는데 그 입이 왜 간지러운지에 대해 동렬님이 물으셔서 씁니다.

 

왜 커밍아웃하니? 동성애자니까.

그니까 동성애자인데 왜 커밍아웃하냐고? 아, 그야 동성애자니까.

 

이렇게 왜로 물으면 대화가 안 끝나기 때문에 이런 문제는 어떻게 커밍아웃을 하게 되는가의 관점에서 봐야합니다.

 

커밍아웃은 쉽게 말해 동성애자가 자신의 정체성을 밝히는 것인데,

이걸 사람들은 "나는 동성애자이다"라고 주변에 선포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근데 그게 아닙니다.

 

"나는 동성애자다"가 아니라 "나는 동성애자 그룹이라는 거대한 공동체에 소속된 일원이다"라고 주변에 자신의 소속을 밝히는게 커밍아웃입니다. 쉽게 말해 너 누구냐? 라고 물었을 때 이름을 밝히는 게 아니라 소속을 밝히는 게 바로 커밍아웃의 본질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이처럼 소속을 밝힐 수 있게 된 것은 동성애자들이 "세력화" 되었기 때문이고, 이러한 세력화는 인류의 의사소통능력이 그만큼 발전했다는 반증입니다.

 

예를 들어 중세라면? 커밍아웃 즉시 돌맞아 죽죠. 한 인간이 자기 동네 밖으로 평생동안 나갈 일이 없는 사회면 커밍아웃=죽음입니다. 그래서 평생동안 쉬쉬.

 

하지만 현대는? 교통수단의 발달로 같은 동성애자를 만나고 싶으면 1980년대에는 낙원동 일대를, 지금은 이태원 쪽으로 가면 됩니다. 이 동네에선 나 혼자만 게이라도 인터넷 커뮤니티 가면 나 같은 사람 수만명을 즉각적으로 만날 수 있습니다. 교통수단과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발달은 전통적인 지역 공동체를 해체하는 대신 거리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은 수많은 커뮤니티를 만들었으며 그러한 발달의 여파로 동성애자들은 세력화에 성공하게 되는 겁니다.  

 

일단 이렇게 세력화에 성공하면, 혹은 성공할 자신이 있으면 그 때부턴 자신의 소속을 밝히고 싶어 안달납니다.

자신에게 우군이 있고, 그 우군에게 힘이 있고 세력이 있고 커뮤니티가 있으니 입이 근질근질한거죠.

대략 미국에서 커밍아웃이 유행하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이후이고, 이 때는 미국 내 진보운동이 정점에 도달한 시기였습니다. 성혁명, 반문화 등 온갖 사회변화의 물결이 활발히 일어날 때였죠. 이 때의 기세를 타고 영화 'milk'의 주인공처럼 시의원에 도전하는 동성애자도 나오고 그런 겁니다. 사회의 변화라는 더 큰 물결에 편승한 것이지요. 그럴 때면 다들 커밍아웃하고 싶어서 입이 근질근질 해집니다. 자신이 있거든요. 세력화를 이룰 자신 말이죠.

 

그 때 세력화에 어느정도 성공한 덕분에 미국만해도 동성애자 세력의 힘이 막강합니다. 수 많은 표와 머니가 반동성애발언 하나로 날라가죠. 그리고 그 수 많은 표와 돈은 다 젊은 사람들한테 나옵니다. 그러니 진보는 친동성애하는 수 밖에요. 에너지와 표와 방향성이 있으니까요. 

 

아무튼, 동성애자들이 커밍아웃하고 싶어 입이 간지러워진것은 따지고 보면 그들이 의사소통능력의 진보와 교통수단의 혁신이라는 인류사의 진보적 흐름에 편승하고 세력화에 성공한 덕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참 사회적으로 진보의 물결이 일어날 땐 동성애자들도 적극적으로 커밍아웃하고 세력화에 나서다가

다시 반동의 분위기가 사회를 점거하면, 커밍아웃을 삼가하게 되고 동성애자 커뮤니티도 상대적으로 위축됩니다.

이런 식으로 동성애자의 커밍아웃은 개인의 소신이나 욕구의 소산이라기 보다는 의사소통기술과 교통수단의 진보 같은 인류의 진보에 발맞춘 현상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레벨:9]길옆

2013.04.30 (18:27:21)

미셀푸코나 엘튼존 같은 사회적으로 유명하고 영향력이 큰 대가리들의 커밍아웃도 일조했다고 보입니다.

[레벨:15]오세

2013.04.30 (18:2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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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쵸, 근데 그 사람들도 다 사회 돌아가는 분위기보고 한 겁니다. 이제 해도 누가 날 보호해주겠구나 하는 확신이 있으니까 한 거죠. 특히 유명인들은 더 그렇구요. 


사회적으로 먼저 선수를 치는 사람들은 로자 파크스처럼 유명인이 아니라 무명인인 경우가 많습니다. 아마 커밍아웃도 역사를 돌아보면 분명 별로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사람이 먼저 했을 겁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3.04.30 (18:30:29)

좋은 말씀이나 세력화가 반드시

유형적으로 가시화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약한 고리에 서면 저절로 소리를 내게 되어 있습니다.

폭스콘 근로자가 투신하는 이유는 아이폰을 제조하기 때문입니다.

 

약한 고리에 서면 누구라도 집단의 공기와 방향성을 읽습니다.

알아서 보초 서는 수컷 비둘기처럼  안시켜도 하게 되어 있습니다.

 

공기와 방향성을 읽은 시점에 이미 세력화 된 것입니다. 

동성애자가 커미아웃 하는 이유는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봅니다.

 

여기서 스트레스가 나쁜 의미에서의 스트레스는 아닙니다.

인간이 가장 많이 스트레스 받는 일 중의 하나가 결혼입니다.

 

결혼이나 취직이나 입대나 생일이나 뭐 다 스트레스 받습니다.

저는 류현진이 시합해도 스트레스 받아서 자다가 깹니다.

 

가장 강한 스트레스는 사랑에 빠졌을 때 일어납니다.

스트레스 받으면 하루종일 그 생각만 나므로 입이 간지러운 것입니다.

 

그 결과는 히어로가 되는 것입니다.  

근데 집단의 공기나 방향성을 읽지 못하면 별로 스트레스 안 받습니다.

 

스님들도 금욕하며 사는데 뭐 어때 하고 현실에 적응해서 그냥 삽니다.

그러나 한 번 집단의 공기와 방향을 읽어버리면 잠이 안 옵니다.

 

이후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버리는 것입니다.

깨달음도 비슷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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