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살에서 이제 막 여섯 살이 된 아이들.
그동안 자유로운 탐색과 표현을 진행해온 이 친구들은 도식에 안주하기보다는 아주 생동감 있는 느낌의 표현을 보여준다.
자신의 정서와 경험에서 우러나온 느낌의 표현이 미술 활동에 있어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은 아동기뿐만 아니라
모든 예술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겠지만, 특히 이 시기의 아이들에게는 '나'와 관계된 밀착된 느낌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 표현이 배려받는 환경 속에서 아이들은 어른들의 굳어진 이미지를 뛰어넘는 원형의 생동감 있는 감동을 곧잘
전달해주곤 한다. 그렇기에 피카소를 비롯한 수많은 예술가는 아이의 그림에서 자신들의 영감을 되돌아보고 배우고자 하였다.
자유롭게 창의적인 정서적 표현활동을 경험한 아이들은 그들 앞에 펼쳐진 성장의 세계에서 훨씬 유연하고
용이하게 자기주도적인 학습과 표현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
무릇 사람의 얼굴이란 무엇인가. 인물화란 무엇인가.
인물화에서 사람의 형태를 비슷하게 잘 그리는 것이 가장 우선시 될 중요한 요소는 아니다.
사람의 얼굴은 그 사람의 기분, 감정, 성정을 나타낸다.
가장 먼저 말을 걸어오는 것이 얼굴이다.
인물화란 바로 대화를 하기 가장 좋은 그림이다.
정말로 좋은 그림이란.. 인물화란.. 표현이란.. 창의력이란...
말을 거는 힘을 가진 것이다. 닫아 걸고 나 이렇게 잘 그린다고 잘난척하는 가식이 아니라
그림을 보는 상대와 대화할 수 있는 힘이다.
그 모든 대화라는 것이 자신의 진실하고 열려 있는 유연한 마음에서 비롯되지 않는다면
그것의 의미나 결과가 축소된 표피적 만남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그런 만남으로는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다.
감동을 주지 못한다. 말하지 못한다.
많은 엄마는 아이들이 사람을 사람같이 비슷하게 그려내기를 원한다.
사람이 사람다운 것은 무엇인가. 마음이 없는 사람이 사람인가...
손에는 손가락이 붙어 있어야 하고, 얼굴에 눈, 코, 입이 제대로 생겨나야 하고,
두족인간을 어서 빨리 벗어나 머리 같은 동그라미에 붙어 있던 팔인지 다리인지 모를 선이
몸통을 그려 제자리에 붙어주길 원한다.
그렇지만 그런 표현에서 남보다 조금 빠르게 하는 속도가 이 시기의 아동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런 표현은 때가 되면 누구나 다 기고 서고 걷듯이 당연히 하게 될 일이다.
복사기로 얼굴을 찍어내듯 똑같이 그린 얼굴.
어느 아이나 똑같이 그려대는 도식화된 형태들...
어른들의 무지한 개입과 강요로 아이들은 자신들의 자연스런 발달과정으로서의 도식화의 단계가 아니라
자신들을 소외시키는 굳어진 형태의 도식으로 자신감 없이 안주하고 숨어버리기도 하는 것을 수없이 목격한다.
좀 빨리 사람 비슷한 형태로 눈치 빠르게 배워 그린 그림이 잠시 어머니의 불안을 잠재워 안심시킬는지는 모르겠으나
누구에게도 감동을 줄 수 없고 말을 걸 수도 없는 그림이 될 수도 있다.
아이들에게 기교나 형식, 관찰표현의 등급, 점수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의 느낌을 얼마나 자유롭게 자신 있게 표현하느냐는 것이다.
감성이 메마른 어른에게 어쩌면 아이들의 그림은 아무 의미 없는 낙서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런 어른에게 의미 없는 그 작은 선의 움직임들이
아이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하고 소중한 것이라는 것을 존중해줘야 한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그 표현의 씨앗, 자신으로부터 시작된 느낌을 소중하게 여기는 힘을 길러줘야 한다.
그리하면 그 씨앗은 풍부하고 무성한 잎새를 드리우고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 것이다.
너무 빨리 자란 씨앗은 쭉정이가 될 수도 있다.
교육에서의 기다림이란 태양과 햇살과 같이 자연스럽게 익어가는 환경을 제공해주는 것이다.
기교와 형식은 표현하고 싶고 자신감 있게 소통하려는 욕구가 커짐에 따라 더욱 풍부하게 성장하는 것이다.
우리 앞에 원석이 놓여 있다.
다이아몬드처럼 빛날 수도 있고,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처럼 인류사에 우뚝 설 수도 있다.
모든 원석은 저만의 성질과 결을 가지고 있기에 그 성질에 맞게 모난 곳을 다듬어 가야 한다.
덩어리는 무엇이 된 다음에 다듬고 기름칠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의 교육은 어쩌면 원석에 무턱대고 기름칠부터 해대는 것은 아닐까? 빨리 완성하여 그럴듯하게 보이고자.
그렇지만 기름 범벅 돌멩이는 조각하려 해봤자 미끄러져 생채기만 낼 뿐이다.
창의와 창조는 개별적 가치를 제대로 드러내게 하여 모두에게 영감을 주고 풍부한 결실을 함께 나눌 수 있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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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얼굴을 잘 그려야 한다는 부담을 덜고 자신의 경험, 친구의 얼굴을 보면서 즐거운 게임처럼 풀어나간 수업.
형태는 중요하지 않다. 굳이 동그란 얼굴 안에 표정을 가둘 필요도 없다.
유치원 가기 싫어서 찡찡거리는 얼굴
길이 막히는 차 안에서 찡찡거리는 얼굴
엄마한테 혼나는 얼굴...
혼나는 얼굴
조는 얼굴
졸려서 침까지 흘리면서 조는 얼굴
웃는 얼굴
깔깔깔 웃는 얼굴
감기 걸린 얼굴
감기 걸려서 힘들어 하는 얼굴
얼레리 꼴레리 놀리는 얼굴 메롱하고 놀려주는 얼굴
무서운 얼굴로 놀라게 해주는 얼굴
무서운 얼굴
입을 내밀고 뽀뽀하는 얼굴
엉엉엉 우는 얼굴
표정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나서 친구의 모습을 그려주었다.
한결 풍부하고 재미있는 사랑스런 인물화들이다.
민석이가 그린 지예의 얼굴 (옷에 하트무늬를 그려달라는 부탁을 들어주었다.)
지예가 그린 윤아의 얼굴(꼭 얼굴을 손에 댄 모습으로 그려달라는 주문을 들어주었다.)
민석이 그린 윤아의 얼굴 ( 힘이 든 민석이가 대충 그리자 항의해서 민석이가 다시 이쁘게 그려준 모습^^)
지예가 그린 윤아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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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저 멋진 인물화를 그린 어린 천재들이다.
창의성 교육은 아이들이 가진 자신의 작은 싹을 소중히 여기는 일에서 시작해야 한다. [우리는 가르치지 않는다] 中에서
햐여튼 난 꽃수술이 새우 수염처럼 기다란.... 꽃무릇을 가져올 뿐이고...
눈썹미인을 떠올리게 하는 이 녀석을 가져 오면서 나도 눈을 깜빡거리며... 마치 눈내릴때 깜박이는 눈처럼...^^
아이들이 재잘재잘 노는 소리는.... 졸졸졸 시냇물 소리....^^
*사진: 다음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