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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0]양을 쫓는 모험
read 13301 vote 0 2010.10.04 (00:52:42)

 

 1. 슬라럼이라고 아실랑가?

 

 슬라럼(slalom)이라고...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통 모르는 세계가 있다.

IMG_2324.jpg 

슬라럼(slalom)의 사전적 의미는 활강경기 라는 뜻이 있지만, 인라인 스케이트에서는 좀 다른 의미로 쓰이고 있다. 인라인 스케이트는 보통으로 피트니스, 레이싱, 프리스타일(FSK), 어그레시브 정도로 분류되고, 그 분류의 기준은 바퀴의 크기가 된다. 직진운동을 주로하는 레이싱은 바퀴가 크고, 프레임이 길고, 회전운동을 주로하는 프리스타일(FSK)은 바퀴가 작고, 하프파이프나 장애물을 이용하는 어그레시브는 바퀴와 프레임이 더 짧다.


프리스타일 스케이트를 신고 하는 것 중에 장애물을 뛰어넘는 에어(AIR)가 있고, 일정간격만큼 콘(꼬깔)을 세워두고 그 사이를 이동하면서 묘기와 기술을 보이는 것이 슬라럼이다. 한번 즘 본 적이 있는지 모르겠다. '인라인 스케이트' 라는 것 자체가 역사가 그리 오래된 것이 아닌 데에도, 놀이문화가 파생되고, 그 용도에 최적화 된 스케이트가 생겨나고, 기술이 파생되었다.


 

cellphoneimg.jpg 

(슬라럼의 시술의 계보도, 슬라럼에서의 스케이팅 기술은 60 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2. 인사동에서 만난 사람들



 

아마도 내 기억으로는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 정도에 우리나라에도 엄청난 인라인 열풍이 불었었다. 왠만한 집에는 다들 인라인 스케이트 하나씩 있었고, 당시에는 '인라인 스케이트' 라는 이름보다는 '롤러 블레이드' 라는 이름으로 더 알려져있었다. ('롤러 블레이드'는 인라인 스케이트 제조업체 이름 일 뿐이다.)


하지만 열풍도 잠시... 몇 년이 지나자 인라인의 인기는 곧 사그라들고, 인라인은 창고 속에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대부분의 스포츠가 그러하듯, 인라인은 어느정도 이상 익숙해지면 즐거운 거지만, 그 과정에서 포기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하여간 거품은 거품대로 다 꺼졌을 때 즈음인 2007년에서야 나는 인라인 스케이트를 구입했다. 그것도 프리스타일 스케이팅(FSK) 전용으로 말이다. 인라인을 타고 자유자재로 여러가지 기술을 구사하는 모습에 영감을 얻어서 구입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얼마 못가서 쉽게 포기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다.


그렇게 FSK를 산 것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절반의 성공, 그리고 절반의 실패라고 해야겠다. 스케이트에 익숙해지고, 지금까지도 한강공원을 로드하고 있으므로 인라인을 잘 사용하고 있지만, 지난 몇 년간 본래의 용도인 슬라럼은 하지 않았다. 슬라럼 동호회에서 활동을 하다가 도중에 쿠웨이트에서 근무하게 되는 바람에 활동을 접었고, 국내로 돌아온 후에는 그렇게 잊혀진 것이다.



 

 


 


 



 얼마전 인사동을 지나가다가 그곳에서 슬라럼 공연을 보았을 때, 갑자기 그들이 부러워지기도 하고, 또 반가워지기도 했다. 다 잊었다고 생각했었고, 또 이제는 하고 싶어도 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고 체념하고 있을 때에 그들을 본 것이다.


그저 슬라럼을 하는 아이들이라고 생각했는데, 자세히 보니까 예전에 내가 활동하던 바로 그 동호회였고, 익숙한 얼굴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공연 전후해서 그들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행스럽게도 나를 아직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다시 나를 반겨주었다. 이 날을 계기로 다시 슬라럼을 즐겨보기로 했다.

 

 



3. 슬라럼의 원리

 



맨 처음 슬라럼 동영상을 보았을 때에 그 화려한 발놀림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떻게 사람의 발이 저렇게 움직일까? 마치 연체동물의 움직임 같으면서도, 콘을 가로지르는 발놀림은 정확하며, 또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었다. 무엇이 슬라럼을 가능하도록 할까?


슬라럼은 직선운동이 아니라 회전운동 이다. 크고 작은 회전의 연결동작이 모여서 하나의 기술이 되는 것이다. 이것이 가능하게 하는 것은 FSK의 작은 바퀴와 짧은 프레임, 그리고 '바나나 세팅' 이다. '바나나 세팅' 이라는 말은 누가 만들어냈는 지는 모르지만, 꽤나 잘 어울리는 이름이다.


바퀴의 크기가 처음 구입했을 때에 76mm - 76mm - 80mm - 80mm 라면, 두 번째 바퀴와 네 번째 바퀴를 바꿔끼워주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두 번째 - 세 번째 바퀴는 지면에 닿고, 첫번째-네번째 바퀴는 지면에서 약간 뜬 상태가 된다. 이것은 빙상의 피겨스케이트의 날이 짧으면서도 활처럼 둥글게 되어서, 얼음에 닿는 면적이 적은 것과 같은 원리이다.


사람들은 김연아가 얼음 위에서 표현하는 동작과 기술에 감동을 받지만, 그러한 동작은 결과적인 것이고 본질은 얼음면과 스케이트의 날이, 중력이 어떤한 각에서 작용하는가에 따라서 그 모든 것이 결정이 된다. 좀 안다는 사람이 하는 '엣지' 라는 말이 바로 얼음면과 스케이트 날의 만남을 설명하는 용어인 것이다.


슬라럼 역시, 네 개의 바퀴 중에서 어느 바퀴에 중력이 작용하고, 지면과 스케이트가 안쪽으로 각을 이루는가? 바깥쪽으로 각을 이루는가? 그리고 두 다리 중에 어느쪽이 심(축)이 되고, 어느쪽이 날이 되는가? 에 따라서 모든 동작이 결정된다. 최초 지면으로부터 에너지를 얻어 그것을 심과 날의 연속적인 변화를 주어서, 넘어지지 않으면서도 다양한 동작이 가능한 것이다. 슬라럼에도 구조의 심과 날의 원리가 적용된다.


그 이외에 발동작이 연체동물처럼 보이는 것은 일종의 착시현상이다. 연필의 끝부분을 잡고 좌우로 흔들면 연필이 휘어지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과 같은 것이다. 물론 원리를 안다고 누구나 슬라럼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엄청난 반복 연습으로, 지면과 무게중심의 밸런스 감각으로 가능한 것이다.

 

IMG_2309.jpg 





 

 


프로필 이미지 [레벨:20]아란도

2010.10.04 (15:15:40)


멋지네요.
여의도에서 롤러 타본 것이 다인 나한테는 꿈 같은 거네요.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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