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는 꽃이피네..
그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있네..
소월의 곷은 저만치 피어있다.
여기 또하나 석가의 저만치가 있다.
깨달음의 꽃을 이야기한다.
석가는 새벽 하늘에서 별을 보았다.
저만치는 몇센치인가.
꽃과 나의 거리는 얼마인가.
석가가 새벽녘에 본 별..
그 별과 석가의 거리는 얼마인가.
저만치다.
그것은 무지개와 나와의 거리와 같다.
한발자국 다가가면 한발자국 물러난다.
그러므로 다가가는 방식은 실패다.
석가는 그것을 깨달은 것이다.
석가는 실패를 깨달았다.
무엇을 증득했는가..라는 질문에..
석가는 "증득? 나는 다 잃었다.."라고 말했다.
저만치를 받아들인 것이다.
그 저만치를 받아들이는 순간..모든 것이 해결되었다.
아니, 해결이 아니라 해소.
꽃에게 다가갈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단지..필요한 것은 그 다가갈려는 마음이 부서져 버린 것.
실패했다.
실패도 완전한 실패..박살난 실패..
저만치..에 소월은 쓸쓸했을런지 몰라도..
석가는 그 저만치에 의식이 별처럼 초롱초롱해졌다.
석가는 쓸쓸..이라는 것을 버려버린 것이다.
저만치라는 거리감..그것을 버린 것이다.
꽃과 나와의 분리감..별과 나와의 거리감..
그런 온갖 "감"들을 포기한 것이다..
아니다..버린 것이 아니라 버려진 것이다.
의지가 아니라 어쩔 수 없는 것..
아는가..
명확함이란 실패에서 나온다는 것을..
어쩔 수 없다는 것은
엄청난 명확함이다.
어쩔 수 없다는 것은 그대에 있어서 실패다.
그대는 제외되었다..소외되었다..
그런데 거기 그 자리에는 태양보다 더 밝은 명확함이 있다.
실패가 아니라면..그런 경험을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소월의 저만치는..안개같은 거리다.
그러나 석가의 저만치는 정확한 거리다..명확한 거리다.
소월은 그 저만치의 간격을 좁히려 그 마음의 손을 내밀고 있다.
석가는 그냥 앉아있다. 실패한다..그 마음의 손을 잘라낸다.
반야의 검으로..
그 순간..
석가는 그 꽃과 그 별과 만났다.
만나지 않음으로 해서 만났다.
소월에 있어 저만치는 헤어진 거리이지만
석가의 저만치는 포월의 공간이다..
초월하여 품는다..포월이다.
초월해야 만난다.품어야 만나는 것이다.
소월은 꽃에게 손을 내밀었고..
석가는 그 별을 안아 버렸다.
그 결과
소월의 손에는 저만치의 꽃이 피었고..
석가는 별이 되어 사라져 버렸다.
그것과 저것 사이는 얼마나 아득한 거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