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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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3804 vote 0 2015.02.02 (20:23:02)

     

    그리스, 스페인, 한국


    그리스에서 시리자가 승리한데 이어, 스페인에서도 좌파정당 포데모스의 열기가 뜨겁다. 창당한지 1년 밖에 안된 신생정당 포데모스가 마드리드에 30만명을 모아 총선을 앞두고 레임닭된 보수정권을 위협했다고 한다.


http://media.daum.net/foreign/others/newsview?newsid=20150201184920121


    한국도 그리스나 스페인과 같은 반도국가다. 과감한 의사결정을 하는 반도기질이 있다. 근간 스페인과 그리스의 몰락은 동유럽의 득세로 문명의 축이 대륙으로 이동함에 따라 반도국가의 지정학적 잇점을 잃었기 때문이다.


    간단히 과거 스페인과 그리스가 먹던 것을 지금은 폴란드와 헝가리가 먹고 있다고 보면 된다. 독일과 러시아, 스웨덴의 중간에 끼어, 과거 세 방향으로 줘터지던 폴란드가 지금은 세 방향으로 이익을 챙겨먹고 있는 것이다.


    역시 반도국가인 한국의 사정은 나쁘지 않다. 단군이래 한 번도 누려보지 못한 반도국가의 잇점을 누려보려고 한다. 어쨌든 그리스와 스페인은 반도기질을 발휘하여 과감한 의사결정을 한다. 한국도 느끼는게 있어야 한다.


    대륙이나 섬은 제로섬 원리가 작동하기 쉽다. 특히 고립된 섬이라면 누군가의 이익은 반드시 누군가의 손해로 된다. 손해보는 자들이 집단으로 반발하므로 의사결정은 실패한다. 대륙 역시 배후지를 끼지 못하면 섬이 된다.


    러시아는 대륙이지만 항구를 얻지 못하면 손발이 잘린 신세라서 섬처럼 되는 것이다. 중국도 명나라 이래 자폐증으로 인한 고립주의로 오랫동안 섬이었다가 근래에 모택동의 호연지기와 등소평의 방향감각으로 살아났다.


    한국은 반도인데 명박충들 때문에 북쪽으로 막혀서 점차 섬이 되어가고 있다. 정신차려야 한다. 반도는 제로섬을 피할 수 있다. 중개를 잘하면 구조론에서 말하는 ‘발권력’을 행사할 수 있다. 베니스의 상인에게 배워야 한다.


    베니스와 제노바의 상인들이 동로마 황제를 부추겨서 십자군을 일으키게 하고서는 해상보급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중간에서 돈을 챙기다가, 오스만 제국의 메메드 2세가 콘스탄티노플을 공격하자 수수방관한 것과 같다.


    결국 메메드 2세가 동로마 황제를 참칭하게 되었다. 악랄한 배신이다. 그러나 어떻게 보면 대세를 읽은 과감한 의사결정이다. 어느 쪽이든 남겨먹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손바닥 뒤집듯이 태도를 바꾸는 것이 반도기질이다.


    한국인도 철옹성같던 이명박근혜 지지에서 순식간에 태도를 바꿀 수 있다. ‘고려공사 3일’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의사결정을 미루는 중국의 만만디 기질과는 다르고 집단을 중요시하는 일본의 와和사상과 다르다.


    진보냐 보수냐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집단의 의사결정능력이다. 능력은 힘에서 나오고, 힘은 신분상승에서 나온다. 물리력이 아니라 의사결정의 힘이다. 보수의 힘은 돈을 벌어 신분상승을 이룬 졸부나 중산층에서 나온다.


    ◎ 보수의 의사결정 힘 – 돈에 의한 신분상승
    ◎ 진보의 의사결정 힘 – 팀플레이 참여에 의한 신분상승


    진보의 힘은 교육을 통한 신분상승에서 나온다. 그런데 어느쪽 신분상승이 그 시대에 더 의미가 크냐다. 어느 쪽 신분상승이 더 시대분위기와 맞아떨어지는 신분상승이냐다. 시대의 바람이 방향을 바꾸면 대중의 판단도 바뀐다.


    대중은 자신의 신분이 상승할 때 지도자를 밀어준다. 민주주의가 국민의 신분을 상승시키고, 신분상승을 이룬 국민이 강력한 지도자를 탄생시킨다. 87년의 민주화 운동을 통한 대중의 신분상승이 김대중, 노무현을 탄생시켰다.


    농노에서 시민으로 신분상승을 이룬 프랑스 농부들이 나폴레옹의 권력을 만들었던 예와 같다. 불법이민자 신분에서 시민권자 신분으로 신분상승을 이룬 히스패닉계가 투표에 참여하여 오바마의 카리스마를 만들어주고 있다.


    공화당은 졸부로 신분상승한 자들이 부시의 권력을 만들어주는데 비해, 민주당은 잘난 논객들이 씹어서 카터를 망신주고 지도자를 바보만드는 패턴이었다. 미국에서 지식에 의한 신분상승은 불가능이니까. 한국도 마찬가지.


    신분을 봉건시대의 계급개념으로 이해할 필요는 없다. 부가 신분상승의 수단일 뿐 아니라, 문화도 신분상승의 수단이다. 컴퓨터가 보급되면 네티즌이라는 신분이 생기고, 스마트폰이 보급되면 모바일 신분이 생기는 것과 같다.


    신분상승의 의미는 사회의 더 높은 레벨에서 일어나는 집단적 의사결정에 참여하는데 있다. 세습정치인이 득세하는 일본이나, 중앙정치에 무관심한 중국인들은 심리적으로 국가의 의사결정에 참여하지 않는다. 그만큼 신분이 낮다.


    문화적인 격려로 국민이 잃어버린 자존감을 회복할 때도 권력은 만들어진다. 권력은 권리로부터 비롯되는 것이며, 권리는 근본 창의와 혁신 그리고 의사결정에의 참여에서 나오는 것이다. 구조론에서 말하는 발권력 개념과 같다.


    계획을 세우고 일을 주도하는 자에게 권리가 있다. 나간 사람 몫은 있어도 자는 사람 몫은 없다는 말이 있다. 권리는 참여가 만든다. 사건의 초기 단계에 참여해야 갑이 된다. 을에게는 권리가 없다. 을이 된 즉 신분하락이다.


    대중의 열망은 ‘뒤늦게 통보받는 자’에서 ‘먼저 결정하는 자’로 상승하는 것이다. 봉건계급은 사라져도 의사결정의 계급은 불변이다. 한국이 2007년 이후 보수화 된 것은 대중의 심리적 신분상승이 멈추어버렸기 때문이다.


    젊은이의 IT신분이 등장하면서, 특히 김어준이 갑을 잡으면서 기성세대는 자동으로 을이 되었다. 그들은 신분하락을 느끼고 분노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 시대에도 정치의 정답은 대중의 신분상승이다. 상승의 여지는 남아있다.


    87년 이후 독재국가의 노예에서 민주국가의 시민으로 신분이 상승하였다. 그리고 제 2탄이 나와주어야 한다. 고립주의 자폐증을 극복하고 세계시민으로 나아가려면 우리에게 선진국이라는 자부심이 필요하다. 세례가 필요하다.


    FTA 반대 등으로 배타주의, 국수주의에 빠진 초딩진보가 국민에게 자부심을 심어주기는 커녕 열패감만을 안겨주었기 때문에 자존감을 잃어버린 노예들이 돈에 의한 신분상승을 주장하는 이명박의 캠페인에 넘어간 것이다.


    어떻게 한국인들에게 자존감-신분상승을 시켜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계몽을 통해서 지식을 주입해주면 된다? 21세기에 이런 어처구니 없는 생각은 곤란하다. 강소국? <- 이런 얼빠진 소리 하면 안 된다. 한국은 강대국이다.


    세계 앞에서 의사결정하는 자가 되어야 한다. 국내에서는 정부의 역할을 크게 하여 권력의 존재감을 살리고, 국제무대로 나아가서는 한국의 역할을 크게 하는 대한국주의가 한국인의 심리적 신분을 세계시민으로 상승시킬 수 있다.


    시대가 인물을 만든다. 시대가 대중의 신분을 변동시키고 대중의 신분변동이 지도자를 탄생시킨다. 일본은 백년 전에 지도자의 탄생이 멈추었다. 섬나라 특유의 고립주의로 인해 더 이상의 결정적인 신분상승이 없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김대중, 노무현급 지도자가 탄생하지 않는다면 역시 국민이 더 이상 신분상승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래 답은 정해져 있다. 문제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이상한 짓 버리고 뻔히 보이는 길로 가야 한다.


    ◎ 자연의 답 - 타고나는 재능의 문제
    ◎ 구조의 답 – 좋은 지도자를 만나 최고의 팀에 드는 문제
    ◎ 과학의 답 – 개인이 각자 열심히 노력해야 하는 문제


    세가지 문제-답의 패턴이 있다. 그것은 선천적 자연의 문제, 그리고 구조적 팀플레이의 문제, 개인적 노력의 문제다. 한국인들은 세 번째 노력지상주의에 빠져 있다. 도토리 열 번 굴러봤자 호박 한 번 구르기를 못당하는데 말이다.


    기업이든, 학습이든, 국가든 선천적 문제-구조적 문제-과학의 문제가 있다. 재능을 타고나야 되는 부분이 있고, 좋은 지도자를 만나 최고의 팀에 들어야 하는 부분이 있고, 개인이 밤잠 안 자고 열심히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한국사회는 죽도록 노력만 하면 된다는 허상을 믿다가, 외국인의 우월한 체력에 밀려 좌절하는 허무주의 패턴을 반복한다. 인정할건 인정해야 한다. 백미터는 우사인볼트 못 이기고, 마라톤은 케냐를 못 이긴다. 헛심 쓰지 말자.


    오늘날 한국이 먹고 사는 것은 국토가 미국과 일본, 중국 사이에 끼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나 남미쪽 어느 귀퉁이에 붙었다면 답이 없다. 서구문명과 동양문명이 만나는 교차로에 위치한 한반도의 지정학적 구조 덕분이다.


    첫째 지정학적 위치를 그럭저럭 잘 타고났고, 둘째 이제부터 구조론적 편먹기를 잘 해야 한다. 중국과 소련편에 붙지 않고 미국과 일본편에 붙은 것은 일단 잘한 것이다. 그러나 베니스 상인들은 비잔틴의 몰락을 방관했다.


    우리가 일본, 미국의 몰락을 방관해도 이상하지 않다. 북한은 위치를 잘 잡았는데 편먹기를 잘못했다. 편은 한 번 정하고 끝나는게 아니고 적절히 갈아타야 한다. 지정학적 위치는 자연이 정하고 편먹기는 구조론이 답을 낸다.


    노력은 장기적으로 과학이 답을 낸다. 민주당이 이명박의 삽질에도 불구하고 두 번의 선거에서 패배한 것은 권력의 부재 때문이다. 김대중, 노무현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각자 계파행동, 먹물행동, 어준행동에 나섰다.


    계파행동으로는 조경태, 정동영이 날뛰는가 하면, 먹물행동으로는 천성산에 구럼비 하고 기세를 올렸다. 김어준마저 급격하게 보수화 되었다. 겉으로는 진보쪽으로 좌향좌 하는 척 했지만 실제로는 김어준이 우향우 한 것이다.


    김어준 본인의 독립적 의사결정을 자제하고 진보 다수의 중론을 따랐다. 김어준은 철 들면 망하는 운명인데 말이다. 그들은 우쭐대며 대중의 신분을 하락시키는데 몰두했다. 열패감을 느낀 대중이 등을 돌린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무엇인가? 대중과 지도자 사이에 관절을 두면 망한다. 김어준과 유시민은 대중을 타자화, 대상화 하는 심리를 들킨 것이다. ‘나를 가르치려 드네.’ 하는건 나를 남으로 여긴다는 거다. 대중과 리더 사이에 대칭구조가 생겨버렸다.


    그리스 사태 핵심은 힘있는 정부냐 아니냐지 진보냐 보수냐가 아니다. 정치의 핵심은 옳은 노선이 아니라 의사결정능력이다. 판단은 사람의 머리에서 나오는게 아니고 에너지의 결에서 나오는 것이다. 지식의 교만을 버려야 한다.


    21세기를 전후로 냉전해소, 중국부상, 석유값 파동은 모두 에너지의 결에서 나온 것이지 어떤 사람의 판단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나중에 알려졌지만 소련의 붕괴는 고르바초프의 책략 덕분이 아니라 체르노빌의 힘이었다.


    체르노빌 해결에 소련의 1년 예산 2/3가 투입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나라가 망하는건 당연하다. 미국 민주당이 정권재창출에 성공한다면 오바마나 힐러리의 계략이 통했기 때문이 아니라 히스패닉 인구와 셰일가스 덕이다.


    에너지가 결정한다. 인간은 그 에너지를 덜 방해할 수 있을 뿐 더 좋게 할 수는 없다. 구조론적으로 인간은 마이너스만 가능하다. 인간은 어차피 방해하게 되어 있으며 그나마 가장 덜 방해하는 자가 가장 훌륭한 사람이다.


    선천적 조건은 한계가 있고, 노력지상주의는 지옥이다. 구조의 방법으로 숨구멍을 열어야 한다. 지도자가 양성되어야 하며 대중과의 팀플레이가 훈련되어야 한다. 지도자를 밀어주는 사회분위기가 되어야 한다. 신분상승이 정답이다.


    민주시민에서 세계시민으로 나아가야 한다. 자존감 회복이 급선무다. 한국을 거침없이 세계라는 바다에 던져버리는 용맹한 지도자가 나와줘야 한다. 겁쟁이들은 꺼져줬으면 좋겠다. 한국인의 심리적 신분을 상승시키는 자가 먹는다.


111.JPG


    내부적으로는 을에서 갑으로 신분상승해야 하며, 외부로도 세계의 을에서 갑으로 신분상승해야 합니다. 한국인은 대접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가정에서도 대접받아야 하고, 학교에서도 대접받아야 하고, 회사에서도 대접받아야 하고, 국가로부터도 대접받아야 하고, 세계로부터도 대접받아야 합니다. 단지 한국인이란 이유만으로 다 용서되어야 합니다. 심지어 범죄자도 단지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난방이 잘된 감옥에서 따뜻하게 엉덩이를 지져야 합니다. 한국인만의 특권이 인정되어야 합니다. 물론 자기 스스로도 대접받을 자격을 갖추어야 합니다. 


   


[레벨:9]윤이상

2015.02.03 (09:11:16)

x영주권
o시민권
(영주권은 투표권이 없음)

물론 히스패닉계 유권자가 영향력을 행사한건 맞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5.02.03 (10:19:47)

고쳤습니다. ^^

[레벨:1]쌩라면

2015.02.04 (11:34:25)

시원한글.. 감사합니다. 갠적으로 김어준 좋아하지만 동렬님 글에 동감합니다. 디테일의 달인이신듯...

프로필 이미지 [레벨:12]wisemo

2015.02.05 (04:46:02)

"젊은이의 IT신분이 등장하면서, 특히 김어준이 갑을 잡으면서 기성세대는 자동으로 을이 되었다. 그들은 신분하락을 느끼고 분노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 시대에도 정치의 정답은 대중의 신분상승이다. 상승의 여지는 남아있다."
....
"내부적으로는 을에서 갑으로 신분상승해야 하며, 외부로도 세계의 을에서 갑으로 신분상승해야 합니다. 한국인은 대접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가정에서도 대접받아야 하고, 학교에서도 대접받아야 하고, 회사에서도 대접받아야 하고, 국가로부터도 대접받아야 하고, 세계로부터도 대접받아야 합니다. 단지 한국인이란 이유만으로 다 용서되어야 합니다. 심지어 범죄자도 단지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난방이 잘된 감옥에서 따뜻하게 엉덩이를 지져야 합니다. 한국인만의 특권이 인정되어야 합니다. 물론 자기 스스로도 대접받을 자격을 갖추어야 합니다. "

***

위 두 문장만 보고요, 일단은 '신분이 너무 상승해서 자신도 모르게 -진보, 보수를 떠나- 갑질입장에 서는 것도 문제지만, 현재 우리사회와 같이 신분 상승 자체를 교묘히 억압하거나, 막고자 하는 정치세력은 즉각 방향수정을 해야한다'로 이해하고 싶군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2]홍신

2015.02.05 (18:37:39)

의사결정은 힘이군요. 박근혜 대통령이 ....


자연적으로 재능이 있다면 즐기면서 재미를 느끼면 되고


과학적으로는 재능이 없다면 니체의 초인 길을 걸으며 자신의 한계를 느끼며 노력하여야 하고


구조적으로는 ... 사람만나는 것은 운,인맥,관상 반,      자신이 좋은 팀에 들어가려고 하는 노력반인가요?


잘 읽었습니다.

[레벨:1]jnhn

2015.02.07 (17:42:08)

정치의 핵심은 옳은 노선이 아니라 의사결정능력이다. 판단은 사람의 머리에서 나오는게 아니고 에너지의 결에서 나오는 것이다. 지식의 교만을 버려야 한다.

- 김동렬님.... 할말없음.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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