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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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0765 vote 0 2011.08.17 (21:27:55)

 

문재인이 뜨는 이유

 

인간의 행동은 절대적으로 사건의 ‘기승전결 법칙’을 따라간다. 이것이 구조론의 결론이다. 사건의 작동원리를 알면 인간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다.

 

김태원, 신대철, 김도균이 한 자리에 모여 연주회를 열었다고 한다. 이걸 보고 ‘요즘 복고풍이 트렌드인가?’ 하고 생각할 사람도 있다. 착각이다. 기승전결이다. 30년 전의 기가 그동안 승과 전을 거쳐 지금 결하는 것이다.

 

사건은 사건 자체의 내재한 작동원리를 따라간다. 결이 있다. 사건의 결을 따라간다. 보통 언론이나 논객들은 ‘옳다/그르다’, ‘좋다/싫다’의 관점에서 판단하지만, 인간의 생각과 판단과 감정의 관점에서 보지만 오판이다.

 

실제의 현장은 단순히 물리적으로 돌아간다. 사건에서 발을 빼고 객관적으로 보는 훈련을 해야 한다. 극장에 특정 영화가 히트한다면 이유는 뭘까? 정답.. 한 동안 그 장르의 영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죽쑨 영화가 한국에서는 히트하는 이유가 뭘까? 미국에는 그 영화와 비슷한 것이 졸라리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통 언론의 진단은 다르다. 한국인들이 별나서 트랜스포머 따위에 광분한다는 식으로 써갈긴다.

 

이명박이 당선된 이유는 뭘까? 정답.. 정동영이 멍청했기 때문이다. 인기없는 오바마가 만약 재선에 성공한다면 그 이유는 뭘까? 공화당에 워낙 인물이 없기 때문이다. 이유는 항상 단순한 거다.

 

사람의 판단이나 생각을 보지 말고 사건 자체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김대중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된 것은 한국인이 갑자기 진보로 돌아섰기 때문이 아니고, 단순히 인터넷에서 혁신이 많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이명박이 된 이유도 근래 인터넷 거품 꺼지고 삼성, 현대가 잘나가기 때문이다.

 

중국이 뜨니까 서해안시대가 열린 것이고, 그 여파가 작용하여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된 것이다. 목포, 군산, 당진에 항구가 확장된 것은 김대중 대통령 이후의 일이다. 그 항구들은 금새 포화상태에 도달했다.

 

인간의 행동은 절대적으로 사건의 법칙을 따른다. 사건의 기승전결을 따른다. 그 사건들은 반드시 현장에서 일어난다. 그러나 사람들은 대개 관념에 빠져 있다. 진보가 어떻고 보수가 어떻고 하며 공리공론에 빠져 있다.

 

먹물일수록 더하다. 예컨대 사람이 물을 마셨다고 하자. 이유가 뭘까? 목이 말랐는데 마침 거기에 물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론들, 지식인들은 어떤가? 그 사람이 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거나, 어릴 때 물과 관련한 트라우마가 있기 때문이라거가, 혹은 물가에서 자란 사람이 틀림없다든가 하는 식이다.

 

판단, 생각, 선악, 윤리, 이념.. 이런데서 답을 찾으려 들면 대개 허당이다. 냉정하게 현장을 보라. 그리고 사건을 보라. 사건은 물리적으로 일어난다. 실제 현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거기서 이미 결정되어 있다.

 

기승전결의 원리로 보자. 상도동은 망했다. 동교동도 망했다. 지금 민주당과 한나라당도 뚜렷한 구심점이 없다. 지금 가장 강력한 그룹은 친노그룹이다. 물론 한 덩어리로 똘똘 뭉쳐있지는 않지만 가장 기세가 좋게 뻗어나가고 있다.

 

왜 그럴까? 왜 상도동과 동교동은 망했을까? 간단하다. 김대중 대통령과 3천억도둑 김영삼은 너무 늦게 대통령이 되었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젊은 나이에 당선된 것은 아니지만 그 주변의 386 보좌관들은 지금이 전성기다.

 

결론적으로 상도동, 동교동은 늙어서 망했고 친노는 젊어서 흥했다. 이것이 정답이다. 이건 단순한 물리학이다. 기승전결로 볼 때 노무현대통령의 기에 친노의 승이 잘 이어받고 있는 것이다. 반면 김대중대통령과 3천억도적 김영삼은 40대기수론으로 70년대에 기했다. 기승전결이 끝난 거다. 뜨는 달과 지는 달이다.

 

사건은 흐름을 이어간다. 바로 이것이 세상을 움직이는 키다. 언더독 효과와 밴드왜건 효과가 알려져 있다. 역시 기승전결의 원리다. 언더독은 약자에 대한 동정심리로 되어 있지만 그게 꼭 약자에게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전혀다.

 

네티즌들이 약자인 한예슬을 매우 비판하는 이유는, 약자에 대한 동정심이 작용하였기 때문이 아니다. 밴드왜건 역시 강자에 편승하려는 것은 아니다. ‘강자/약자’ 이건 주관적이다. 객관적으로 봐야 한다.

 

밴드왜건은 기, 승, 전까지 이루어져 다된 밥에 ‘결’로 숟가락 올려놓자는 거다. 이미 이루어진 일을 완결시키려는 것이다. 언더독은 처음 시작되는 기에 승을 보태자는 것이다. 미약한 사건을 확대시키려는 것이다.

 

◎ 사건이 시작되려는 경우 – 먼저 찜해놓은 사람이 다 먹는다.
◎ 사건이 완결되려는 경우 – 마지막에 가담한 사람이 다 먹는다.

 

약자를 동정한다거니 강자편에 붙는다거니 다 헛소리다. 인간은 최소비용으로 최대효과를 지향한다. 어떤 일의 시작단계나 결말단계에 붙으면 이득이 크고 중간에 붙으면 대략 좋지않다. 이건 사실이다.

 

서울에서 부산 가는 길은 수없이 많으나 출발점과 도착점은 외길이다. 출발점에서는 선점권을 행사할 수 있고, 도착점에서는 길목을 잡아 딜을 할 수 있다. 가운데는? 여러가지 선택지가 있어서 통제할 수 없다.

 

안희정, 이광재는 처음부터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했기 때문에 도지사까지 되었다. 정몽준은 막판에 붙어서 가장 크게 먹을 뻔 했다. 빌어먹을 배신만 안 했다면 말이다. 창업부터 함께 하든지 아니면 코스닥에 상장하기 직전에 투자를 하여 한 몫을 보든지다.

 

‘약자편/강자편’이라는 주관적 관점에서 보지 말고 사건의 기승전결이라는 객관적 관점에서 봐야 한다. 인간은 강자를 견제하고 약자를 도우려는 것이 아니라 사건 자체의 되어가는 흐름을 따르려는 것이다. 결을 따라간다.

 

드레퓌스 사건을 예로 들 수 있다. 모두들 약자인 드레퓌스 편을 들지 않고 강자인 정부 편을 들었다. 에밀 졸라가 홀로 드레퓌스 편을 들었다. 왜? 언더독은 어디로 가고? 왜 약자편을 든다는 인간이 약자편을 들지 않았지?

 

타블로 사건이나 옥주현 소동, 한예슬 사건 등에서 네티즌들은 결코 약자의 편을 들지 않았다. 사건의 되어가는 흐름을 따라간 것이다. 사건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를 예측하고 그 예측되는 방향을 따라간다.

 

혹은 사건에 의미를 부여하고 의미가 있어보이는 쪽을 따라간다. 진실이든 거짓이든 상관없이 의미가 있는 쪽에 붙는다. 촛불항쟁이 설사 거짓방송에 기초했다 하더라도 그 이상의 의미가 있기 때문에 투쟁은 유효한 거다.

 

혹은 일관성을 중요시해서 처음에 가담한 편에 계속 가담한다. 이랬다 저랬다 하는 것보다 무조건 한쪽에 붙으면 최소 50프로 확률로 먹는 거다. 좌파꼴통과 수구꼴통이 이 수법을 쓴다. 무조건 한쪽에 가담하여 목청을 높이면 최소 50프로 보장이다.

 

어느 경우든 사건이 사건을 끌어가는 것이다. 인간은 사건 자체를 의미있게 완성하는 방향으로 간다. 언더독이든 밴드왜건이건 사건의 법칙으로 보면 같은 원리다. 인간은 직관적으로 그 사건의 주제가 기승전결의 어느 단계에 와 있는지 보고 상대적인 자기 포지션을 결정한다.

 

뭔가 98프로 완성되어 있으면 자기의 2프로를 보태서 그것을 완성시키려고 한다. 가장 적은 비용으로 가장 큰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밴드왜건 효과다. 반대로 누군가 토스를 올려주면 앞뒤 안 재고 일단 받아주려고 한다.

 

그것은 사건을 무작정 확대시켜야 그 사건에 대해서 파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단 지르고 보자는 식이다. 사건의 초기단계에는 무조건 일을 키우는 방향으로 대응하며 그것은 결과적으로는 약자를 돕는 형태로 나타날 때가 많다.

 

약자를 동정해서가 아니라 약자편을 들어야 사건이 확대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언더독효과가 약자를 돕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약자를 씹는 쪽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파업이 일어나면 무조건 약자인 노조를 씹는 사람이 많은데, 그 이유는 노조에 불만이 있어서가 아니라, 실은 자신의 딱한 처지를 호소할 목적인 경우가 많다. 자신에게 마이크가 주어지는 방향으로 행동하는 것이다.

 

강자를 씹어서는 자기에게 마이크가 오지 않는다. 강자승, 약자패로 사건은 종결되고 만다. 허무해지고 만다. 그러나 약자를 씹으면 의외로 자신에게 마이크가 오고 발언권이 주어지는 경우가 있다. 그때 사람은 지체없이 약자를 씹는다.

 

언론이나 지식인들은 이 경우 질투심 때문이라는 식으로 안이하게 접근한다. 약자가 약자를 씹고, 노동자가 노동자를 씹는 이면에는 이런 원리가 작동하고 있다. 마이크를 쥘 수 있다면 노무현 대통령이라도 씹는 사람이 장기표다. 장기표가 이명박 씹어봤자 보도해주는 언론이 없기 때문이다.

 

문재인이 유력해지고 있다. PK가 TK와 결별하고 독립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역감정이 작동하는 여러 법칙들 중 하나는 서울에 대한 지방의 대항의식이다. 조순, 고건 시대에 호남이 서울을 장악했기 때문에 위기의식을 가지고 PK와 TK가 뭉쳐 대항한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오세훈과 김문수가 서울, 경기를 장악했기 때문에 민심은 전국적인 반TK 포위구도로 가고 있다.

 

PK와 TK가 뭉쳐서 정권을 냈지만 허무해졌다. 경상도가 얻은 것은 낙동강 사업 밖에 없다. 그것이 과연 대구, 경북사람에게 이익이 됐을까? 대구, 경북은 별로 얻은 것이 없을 뿐 아니라 앞으로 별로 얻게 될 희망도 없다. 왜? 벌여놓은 일이 없기 때문이다. 낙동강사업은 뻘짓이고 앞으로 할 사업이 없다. 이건 물리적이다. 지금 세계경제가 가는 방향에 경북이 위치해 있지 않다.

 

기승전결의 법칙대로 미리 심어놓은 기가 있어야 승, 전, 결로 이어받는데 그 심어놓은 기가 없으므로 승도 전도 결도 안 되는 것이다. 그러나 부산, 경남은 다르다. 최근 중국이 뜨는 바람에 대형항구가 절대 부족해져서 부산신항만 건설 이후로 많은 일들이 새롭게 전개되고 있다.

 

부산, 경남은 이미 기를 해놓았기 때문에 승, 전, 결로 이어간다는 것이다. 부산, 경남이 대구, 경북 끌어안고 있다가는 될 일도 안 된다. 실제로 현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살펴보라.

 

박정희때 부산, 경남쪽에 항구를 많이 만들었다지만 실제 무역량으로 보면 지금의 새발의 피다. 지금 가장 바쁘게 돌아가는 곳은 당진, 군산, 목포, 광양에서 부산까지 해안지역이다. 항상 현장이 결정한다. 한국은 다시 해안지역이 주목을 받는 시대가 되었다.

 

인간은 생각이나 마음이 아니라 실은 사건의 흐름을 따라가고, 그 사건은 현장에서 물리적으로 일어난다는 본질을 보면 PK가 어떤 선택을 할 지는 자명하다. 생각이나 판단은 현장에서 물리적으로 결정된 것을 포장하는 포장지에 지나지 않는다. 이해관계가 걸리면 순식간에 돌아서는 것이 인간이다.

 

◎ 삽질 – 할 만큼 했다.
◎ 복지 – 할 일이 많다.

 

최근 복지로 돌아서는 이유도 물리적이다. 복지할 거리는 허벌나게 많고 실제로 그 아이디어들의 생산력이 크다. 한국인의 생활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한나라당이 무상보육을 생각해낸 것도 그렇다. 그런데 삽질할 거리는 거진 바닥이 났다. 단순히 복지생산력이 삽질생산력보다 더 생산력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인이 진보에서 보수로 갔다가 다시 진보로 가고 변덕을 부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일의 되어가는 형편이 그리 된 거 뿐이다. 삽질과 복지를 둘 다 하기는 어렵고,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데 어느 것을 하든 몰아서 한꺼번에 하는게 효과가 크다고 믿고 그러는 거다.

 

 


http://gujoron.com




프로필 이미지 [레벨:1]id: 느닷없이느닷없이

2011.08.17 (21:48:34)

김동렬님의 글은 다른 곳에서는 도저히 찾아볼 수 없는, 기막힌 명문(明文)이자 명문(名文)입니다!!!

 

* 명문(明文) : 사리가 명백하고 뜻이 분명한 글.

* 명문(名文) : 뛰어나게 잘 지은 글.

[레벨:1]없음2

2011.08.18 (03:13:27)

전송됨 : 트위터

감사히 잘 읽었읍니다.

[레벨:6]폴라리스

2011.08.23 (00:40:17)

동렬님 쓰신 글과는 좀 거리가 있으나  문재인씨에 대한 저의 개인적인 감상에 대해서만 적어보면..하여튼 요즘 그양반에 대해서 매일  이리저리 검색해보고 있다는거.  그분이 민정수석, 비서실장 할때... 그리고 얼마전까지도  그저  단아하게 선비처럼 생긴 양반이다  끝까지 노대통령을 보좌한 의리있는 사람... 이정도였는데... 최근에  그양반의 공수부대 복무시절 사진을 보다가  그만  반해버렸다는.... (아무래도 반했다는 표현이 맞을 듯)  그분이 쓴 운명이라는 책도 사서 보고, 그양반이 살아온 삶의 궤적을 죽  따라가 보니.. 아 이런사람이 있었구나... 하는 놀라움 .. 경외감같은것

그분이 노대통령의 장례식에서 보여주었던 참담한 슬픔속에서의  의연한 모습들, 백원우 의원이 소리치던 때  MB에게 대신 사과하고 머리 굽히던 모습에서 느껴졌던  절제있는 기품같은것..그런모습들이 쭉 복기되면서

참 멋있는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 저런 친구가 남아서 그분에 대한 기록을 남기고  여전히  그분과    운명을 같이 하고 있다는 것. 그분의 죽음이 그렇게  허무한것만은 아니었구나. 저런 이들이 남아있었구나하는 안도감... 그리고 희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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