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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5875 vote 0 2016.02.20 (16:46:22)

       

    78,


    천하의 부드럽고 약한 것이 물이지만, 단단하고 강한 것을 이기는 것도 물이니, 이를 바꾸는 것이 없다. 약함이 강함을 이기고, 부드러움이 굳셈을 이긴다. 천하에 이를 모르는 자가 없으나, 행하는 자도 없다. 그래서 성인은 말하길, 나라의 더러운 것을 받아내는 자를 사직의 주인이라 부르고, 나라의 상서롭지 못한 일을 해내는 자를 천하의 왕이라 부른다. 바른 말은 반대되는 듯 하다.


    약함이 강함을 이기는 것은 어떤 일의 시초 부분에만 해당된다. 일의 시초는 계를 정한다. 일하는 범위의 지정이다. 집을 짓는다면 집터를 잡고, 고기를 잡는다면 어장을 찾고, 농사를 짓는다면 땅을 갈아엎는다. 이 과정은 부드럽고 균일해야 한다. 그러나 지반을 다져서 터를 잡은 다음에는 굳센 기초를 놓고, 고기를 몰아붙인 다음에는 굳센 작살이 들어가고, 갈아엎은 다음에는 단단한 씨앗을 뿌린다. 요리사도 부드럽게 과일을 씻은 다음에는 강하게 칼로 자른다. 유柔 다음에는 강剛이 온다. 부드러운 꽃이 핀 다음에는 강한 열매가 열린다. 구조는 다섯 단계다. 그 중의 한 단계에 너무 꽂히면 곤란하다. 전체를 돌아볼줄 알아야 한다. 바른 말은 반대가 아니라 노자가 잘 모르는 거다.


    79,


    큰 원망은 화해해도 남는 원망이 있다. 어찌 선하다 하겠는가? 그러므로 성인은 증거를 갖고도, 독촉하지 않는다. 덕이 있으면 계약을 지키고, 덕이 없으면 세금을 거둔다. 하늘의 도는 친함이 없지만, 언제나 선인과 함께 한다.


    노자는 천지불인이라 했다. 그러나 천지는 인하다. 노자는 헷갈려 하고 있다. 천지가 인한 이유는 인류가 진보하기 때문이다. 2500년 전과 지금이 같지 않다. 그때 인간은 나약한 개인으로 있었지만, 지금은 학문으로 연결되어 강해져 있다. 스마트폰으로 연결되어 거대해져 있다. 인간이 커져 있다. 작은 새싹은 소나기에 죽고 휩쓸려 나가므로 천지불인이 적용되지만, 거목으로 자라면 천지는 언제나 인하다. 국가는 중소기업에 불인하고 대기업에 인하다. 진리는 진보에 인하고 보수에 불인하다. 천지는 진짜에게 인하고 가짜에게 불인하다. 천지는 인하다. 범죄자에게는 당연히 불인하다. 진보하지 않는 것은 범죄다.


    80,


    나라는 작고, 백성은 적다. 수십 수백 사람이 사용하는 도구가 있어도 쓰지 않게 하고, 백성이 죽음을 무겁게 여기고, 멀리 이사하지 않게 하면, 배와 수레가 있어도 탈 곳이 없고, 갑옷과 병기가 있어도 쓸 일이 없다. 백성이 다시 끈을 묶어 결승문자를 쓰게 하면, 달게 먹고, 아름답게 입고, 편히 머물고, 즐겁게 산다. 이웃 나라가 서로 보이고, 닭 울고 개 짖는 소리가 서로 들려도, 백성은 늙어 죽도록 서로 왕래하지 않는다.


    노자가 보수꼴통임을 알 수 있다. 춘추시대는 철기의 보급으로 삼림이 벌채되어, 왕래가 잦아지고 전쟁이 일어나, 사람이 부지기수로 죽어나가던 참혹한 시대였다. 그러므로 공자도 요순시절을 그리워하고, 노자는 한술 더 떠서 문명 자체를 반대한다. 과거가 더 좋았다. 지금은 반대다. 이제는 노자를 버려야 산다.


    81,


    믿음직한 말은 아름답지 못하고, 아름다운 말은 믿음직하지 않다. 참된 이는 말이 서투르고, 말을 잘 하는 이는 참되지 않다. 아는 이는 폭넓지 않고, 폭넓게 아는 이는 알지 못한다. 성인은 쌓지 않으니, 이미 다른 이를 위하기 때문에 자기는 더 가지며, 이미 다른 이에게 주기 때문에 자기는 더 많다. 하늘의 도는 해롭지 않고 이로우며, 성인의 도는 싸우지 않고 이룬다.


    상대주의는 한계가 있다. 곧잘 이중기준의 오류에 빠진다. 그럴듯한 말로 시작하지만 교묘한 궤변을 쓴다. 아는 이는 폭넓게 알지 못한다는 말은 전문가들이 자기 분야 외에 모른다는 말이다. 제법 말 된다. 그러나 이를 뒤집어 폭넓게 아는 사람이 깊게 알지 못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깊이에 이르지 않고는 진정한 넓이에 이를 수 없다. 땅을 파도 넓지 않고 깊이 못 판다. 공자는 하나를 얻어 일이관지 했다. 하나를 깊이 알면 이를 연역하여 폭넓게 알게 된다. 먼저 깊이 깨닫고 다음 넓게 배우라고 가르쳐야 맞다.
    노자는 상대주의와 절대주의 사이에서 오락가락이다. 열역학 1법칙은 상대주의 순환론이다. 2법칙은 절대주의 인과론이다. 둘다 알되 2번이 먼저임을 알아야 한다. 전체가 먼저다. 부분은 나중이다. 부분의 합은 전체보다 작기 때문이다. 부분의 합에는 에너지와 포지션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와 포지션은 완전성에 태우는 것이며 전체가 조립되어야 태울 수 있다. 에너지는 기름을 채우고 포지션은 승객을 태운다. 자동차 부품의 합에는 그것이 없다. 이 도리를 알면 노자를 비판할 수 있다. 도덕경에 좋은 아이디어도 있으나 위태롭다. 노자가 중국을 망쳤다.
    노자는 하지말라고 했고, 공자는 하라고 했다. 공부하라. 벼슬하라. 다스려라. 예악을 실천하라고 가르쳤다. 그러나 공자가 진짜라 하고 싶었던 말은 따로 있다. 그것은 공자의 제자가 되어 공자가 벌인 큰 일을 계승하라는 것이다. 적임자였던 안회는 죽었다. 가르침은 옳게 계승되지 못했다. 지식은 일부 전해졌으나 깨달음은 계승되지 않았다. 도교가 득세하고 중국은 망했다. 원수인 적들에게 계속 덕으로 비단을 갚았기 때문이다. 그러자 적들은 더 많은 비단을 요구하게 되었다. 아예 나라를 통째로 먹었다. 침략자들이 유전자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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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옥이 어떻게 해석했는지 모르지만, 김용옥을 까는 사람들은 대개 노자의 텍스트에 심오한 의미가 있다고 주장하더군요. '몸이라고 써놨지만 그게 진리의 몸이지 사람 몸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노자가 바보냐?' 이런 식이죠. 노자 바보 맞습니다. 몸이라고 써놨으면 몸이고 뼈라고 써놨으면 뼈입니다. 심오한 의미가 있으면 그것대로 일관성이 있어야 하는데, 이는 더 치명적인 문제를 야기합니다. 몸이고 뼈라야 일관성이 있고 그나마 조금 말이 됩니다. 억지 의미부여는 오히려 노자를 두 번 죽이는 것입니다. 문제는 김용옥이 바보 노자보다 더 바보라는 거죠. 이 '잉간'은 노자 말대로 몸을 보한다며 한약 먹고 뼈를 단련한다고 보건체조 할 양반입니다. 상태가 아주 안 좋은 거죠. 노자는 높은 직관적 깨달음과 저급한 논리적인 사유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는 것이며, 그러한 방황 자체가 순수하고 좋은 것이며, 2500년 전 그 미개하던 시대에 그 이상의 논리를 기대한다면 역사공부 안 한 무식을 들통내는 짓이며, - 집 짓는데 무너질까봐 사람을 죽여서 기둥밑에 파묻던 야만의 시대, 집도 제대로 못 지어 무너지는 수준, 고대 중국문명에 대한 환상을 버려야 합니다. - 노자의 텍스트에서 빛나는 직관을 취하고 저급한 논리는 버려야 합니다. 모순을 억지 합리화 하려는 행동은 참으로 역겨운 것입니다. 빛나는 부분까지 죽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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