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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7166 vote 0 2002.10.07 (00:41:36)

주관 혹은 객관이라는 표현은 많은 오해를 유발합니다. 객관은 자연 그대로를 말하고 주관은 인간의 인식형태입니다. 주관은 인간의 인식영역에만 존재합니다.

미가 주관이냐 객관이냐는 질문 자체가 잘못된 것입니다.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자연의 미를 과연 우리가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검증할 수 있는 가능한 방법이 있느냐?’ 이런 식으로 질문되어야 하는 거죠.

최적화가 어떤 경우에는 황금율일 수 있지만 황금율은 보편적으로 쓰이는 표현이 아니므로 최적화라고 표현합니다.

최적화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미는 아날로그로만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즉 어떤 하나의 완벽하게 독립된 개체에는 미가 없습니다.

최소한 둘 이상이 공존하는 상황에서만 제한적으로 미가 성립하는 것입니다.(아날로그개념은 추가설명이 상당히 필요하나 생략함)

<황금율을 엄격히 지키는 사물이 가장 아름다워 보이는지 아니면 약간의 오차가 깃들어야 더 아름다운지 궁금합니다.>

미를 판단하는 기준은 다섯가지가 있는데 정적인 대상이냐 동적인 대상이냐에 따라 다르지요. 정적인 구조물인 타지마할 묘당은 좌우대칭에 의한 균형도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는 타지마할묘당이 정적인 건물이기에 가능한 미입니다. 타지마할의 균형미는 여러가지 미 중 하나일 뿐 절대적인 것이 아니지요.

자동차는 움직이는 존재이므로 균형도만 강조될 이유가 없지요. 다양한 평가기준이 있는데 가중치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우선순위가 있는거죠.

보통 이쪽을 만족시키면 저쪽이 불완전하게 되므로 모든 기준을 완벽하게 만족시키는 형태는 없습니다. 그건 황금률 할아버지라도 가능하지 않지요.

그러므로 이상적인 미는 많은 오차가 깃들인 형태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여백의 미라고 할 수 있지요.

그러나 어떤 특정한 판단기준 한가지만 적용시키기로 합의한다면 황금율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예의 다섯가지 기준들 중 하나만 판단하기로 정하고 그 하나만 논하면 기계적인 황금율이 분명히 있습니다.

예를 들면 미인대회에서 기계적, 수학적으로 최고의 미는 찾아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경우 보통 균형미만 논하는 경우가 되겠지요.

8등신이니 6등신이니 하는 논의는 주로 인체비례의 균형을 논하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특정한 한가지 미의 기준만 두고 볼 때 황금률이 있지만 여러가지 기준을 종합적으로 적용할 때는 황금률이 무의미해집니다.

<마지막으로 왜 동양 문명권에서는 인간의 신체, 특히 여성을 미적 대상으로 인식하지 않았을까요?>

옛날 인도나 그리이스는 실내에서는 옷을 입지 않았습니다. 옷은 외출할 때나 손님을 맞을 때 입도록 되어 있습니다.

address(주소, 인사말)라는 단어는 원래 ‘드레스를 입는다’는 뜻인데 손님이 찾아오면 드레스를 입는 것이 예의이기 때문에 생겨난 말입니다.(어원은 ‘인사’를 뜻하는데 문장 앞에 붙이는 인사말을 뜻하다가 인사말 옆에 쓰는 주소로 변함)

즉 손님이 오지 않으면 발가벗고 생활했다는 뜻이지요. 그 때문에 남성이나 여성의 누드를 조각하거나 그리는 것이 일반화된 것입니다.

기독교이후 누드는 금지되었다가 르네상스 이후 부활했는데 전통으로 봐야죠. 동양에서는 날씨가 추워서 일찍부터 실내에서도 옷을 입었기 때문에 여성의 누드에 관심이 적었던 거죠.

인도의 경우 부처님의 어머니인 마야부인의 누드를 조각한 상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덧글...
참 오해하는 분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박사’라는 표현은 농담으로 알고 있습니다.




자연이 아름다운 것은 인간이 자연을 아름답게 느끼도록 진화했기 때문이 아니라 창조의 원리가 바로 미이기 때문이다. 즉 자연은 미에 의해 창조된 것이며 미가 없다면 창조되지 않는다.

미는 간단하게 말해서 하나의 공간을 둘 이상이 공유하는 문제이다. 최초에 하나의 호기성 박테리아 내부로 혐기성 박테리아가 침투하면서 생명이 탄생했다. 즉 생명은 미에 의해 탄생된 것이다.

생물은 생장하기 시작한다. 지나치게 생장한 생명체는 비효율에 의해 붕괴하게 된다. 즉 둘로 갈라지는 것이다. 이는 미가 아니다.

모든 탄생은 미이며 모든 죽음은 추다. 미와 추는 자연의 기본적인 원리이다. 나뭇잎, 풀잎, 계곡, 바위, 모든 것이 미에 도달하고 있다.

이는 미가 아닌 것은 끊임없이 붕괴되고 해체되었기 때문이다. 미가 아닌 것은 기본적으로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물론 송충이나 거머리나 지네처럼 못생긴 동물도 있다. 그러나 잘 찾아보면 나름대로의 미를 가지고 있다.

특히 경쟁이 심할수록 미가 발달하게 되어있다. 새가 아름다운 것은 공기 중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말이 멋진 몸을 가진 것은 열심히 달려야 하기 때문이다.

즉 어떤 경쟁의 극단에 선 동물일수록 미가 나타나며 그러한 조건이 없는 벌레의 경우 미가 나타나지 않는다.

진딧물처럼 아무런 활동이 없는 동물은 미에 도달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꽃이 나비나 벌을 유혹하기에 경쟁을 벌이므로 아름다운 것이다.

모든 동식물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동식물은 거의 경쟁하지 않는다. 그들은 주로 안전하게 기생한다. 이런 동식물은 미에 도달하지 않는다.

인간이 상상하는 괴물들은 추하게 생겼다. 그러나 자연에는 추한 괴물이 없다. 추한 동물은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괴물이 될 수 없다.

괴물에 가까운 사자나 호랑이 등 맹수들은 효율적으로 생겼기 때문에 오히려 미에 가깝다. 우리는 외계에 어떤 생명체가 있다면 추하게 생긴 괴물도 있을 것으로 상상할 수 있다.

그러나 추하게 생겨서는 비효율적이므로 모든 괴물은 아름답게 생길 수 밖에 없다. 악당은 미남이고 머리도 좋아야 한다.

못생기고 머리나쁜 진짜 괴물 같은 악당은 나쁜 짓을 할 기회를 잡기전에 도태되고 만다. 자연은 효율을 추구하고 비효율은 도태된다. 미는 대개 효율적이다.

미는 선에 가깝다. 그러므로 자연은 대개 선에 가깝다. 물론 자연이 반드시 선이란 법은 없다. 자연은 선도 악도 아닌 중립이지만 실제로는 자연은 미에 가까우므로 선에도 가깝다.

악이 승리하는 경우도 있지만 선이 승리하는 경우가 더 많을 수 밖에 없다. 악은 대개 비효율을 결과하기 때문이다.

선은 단기적으로 비효율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더 효율적이므로 자연은 궁극적으로 선이며 선이 승리할 확률이 더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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