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집을 가지려고 하는가? "집값 폭락 주장은 위험한 포퓰리즘" <- 며칠 전에 이런 제목의 미디어오늘 기사가 있었다. 필자가 말하려는 것은 이 논의의 본질이 집값문제가 아니라는 거다. 탐욕이 본질이며, 거짓이 본질이다. 모든 사람들이 당연히, 자기집을 소유하려 한다는 생각이 거짓된 환상이며, 버려야 할 탐욕이며, 비뚤어진 생각이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요즘 젊은이들은 집보다 차를 먼저 산다고 타박하는 이야기가 많았다. 요즘도 그런 소리를 하는 사람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때는 돈을 모아서 집을 사야 한다는 신앙 같은 것이 있었다. 왜 그랬을까? 주택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던 시절이었다. 서울시민의 반이 셋방살이를 했다. 셋방살이는 집을 임차하는게 아니라, 방을 임차하는 것이다. 일이 끝나면 자기집으로 돌아가는게 아니라, 주인집 안의 자기방으로 돌아간다. 집이 있느냐 없느냐로 계급이 나눠졌다. 아직도 그때 그시절 사고방식으로 집타령 한다면 한심한 거다. 지금은 당연히 자동차를 사는게 맞다. 집값이 얼만데? 적게 잡아도 차값의 10배다. 그런데 집을 왜 사려고 하지? 집 사서 뭐하게? 내집마련의 꿈? 곁방살이 하던 시대 논리는 곤란하다. 집을 사려고 하는 핵심적인 이유는, 대가족제도 하에서 가족 위에 군림하려는 가부장의 탐욕 때문이다. 집이 있다는 말은 지배권이 있다는 말이다. 집의 문제는 권력의 문제다. 집이 있어야 가부장으로서의 체면이 선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애들에게 눈치 보이는 것이다. 이 집이 우리집이 아니고 남의 집이라는 사실을 어린 아이들에게 납득시켜야 한다면 슬픈 거다. 문제는 여전히 가부장제도와 권위주의 관점으로 바라보더라는 거다. 집을 사는 이유는 첫째 계급구분, 두 번째 이유는 가부장의 권위, 세 번째 이유는 집값의 지속적 상승, 넷째 이유는 집을 담보로 은행돈 빌리기다. 여기에도 숨은 플러스 알파가 있다. 집을 담보로 대출해서 장사를 하겠다는게 아니고, 친족집단 안에서 신용을 얻으려는 것이다. 급할 때 급전을 융통해줄 수 있는 사람. 정신적으로 기댈 수 있는 사람이 되려는 거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이게 사실은 황당한 생각이다. 옛날에는 '남의 빚보증 서지 마라'는 말이 있었다. 근래에는 친구와는 돈거래 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필자의 생각에는 10년 안에 친족들과의 돈거래는 사라지게 된다. 친척들끼리 돈거래하는 괴상한 관습은 한국이 후진하다는 방증일 뿐이다. 이게 언제까지 갈 것인가? 얼빠진 거다. 당신은 모르겠지만 세상은 빠르게 변한다. 지금 집을 사는 이유가 10년 후에 생각해보면 참 우스운 거다.
1. 집을 기준으로 중산층과 서민의 계급이 나눠진다. 집을 사는 다섯째 이유는 노후대책으로 임대업을 하겠다는 거다. 이 또한 10년 안에 맛이 간다. 노후대책은 사회보장제도로 풀어야 한다. 50평짜리 큰 집을 사두었다가 퇴직 후에 팔아치우고 시골집으로 이사를 간다? 집 판 돈으로 노후에 편하게 산다? 이 시스템은 2010년대까지만 작동한다. 미래사회는 이 시스템이 붕괴한다. 차라리 보험을 들어놓는게 낫다. 하우스푸어 안 되면 다행이지, 집 한채 가지고 무슨 노후대책이란 말인가? 물론 부분적으로는 집을 사는게 이득이 될 수도 있다. 일부 특수지역은 집값이 더 오를 수가 있다. 일부 노인들에게는 노후대책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게 보편적으로 맞는 생각은 아니다. 집주인놀이는 딱 여기까지다. 일본드라마에 30년전 일본의 모습을 묘사한 것이 있었는데, 30년 전 일본은 어떠했는가? 무려 명절증후군이 있었다. 명절에 고향 가면 제일 많이 듣는 말이 ‘얘야 올해는 시집도 가고 장가도 들어라.“ 이게 일본 이야기다. 30년후 한국은 어떻게 될까? 명절증후군은 없다. 장가들라는 말 없다. 시어머니 이야기, 시누이 올케 이야기 없다. 고부갈등은 없다. 있을 수 없다. 세상은 빠르게 변한다. 개인주의가 정착하고, 친척간에 돈거래 사라진다. 친족집단 안에서 의지할만한 사람으로 인정받고 권위를 세우겠다는 생각은 망상이다. 임성한 월드에 묘사되는 괴상한 후진국 작태나, 장윤정 집안의 지저분한 이야기는 그야말로 전설따라 삼천리가 된다. 넘 웃기잖아. 여름에 바캉스 가고, 해외여행도 하고, 즐기는게 잘 사는 거다. 한국도 그렇게 된다. 50평대 넓은 집 있으면 명절에 손주들이 방안을 그득 메울거 같은가? 꿈 깨라. 그런 일은 절대로 없다. 10년 안에 깔끔하게 사라진다. 큰 집은 골칫덩이에 불과하다. 지금은 집을 탈출해야 하는 시대다. 물론 집을 살 사람은 사는게 맞다. 이사를 자주 가면 애들이 불안감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당연히 내집마련을 원한다는 생각은 틀렸다. 집값폭락이 선이라고 우기는 식은 곤란하다. 집값은 더 오르지 않는다. 사람들이 집을 사는 이유는 단 하나다. 집값이 오르기 때문이다. 내집마련의 꿈 때문에 집을 사는게 아니고 집값이 계속 오르기 때문에 사는 것이다. 집값이 떨어지는 이유는 매우 많다. 첫째는 그린벨트 해제, 둘째는 KTX니 GTX니 하는 도로망의 확충, 셋째는 장거리운전에 적응하는 문화 등으로 집값이 떨어지게 되어 있다. 조만간 남북관계가 완화되면 더 떨어진다. 수도권 군부대의 외곽이전, 고층건물 증가. 한강하류 민간인출입 허용으로 많은 것이 달라진다. 반대로 집값이 떨어지지 않는 이유도 상당하다. 은행들이 대출을 해주기 때문이다. 굳이 돈을 벌어서 집을 살 이유가 없다. 집은 은행이 가지고, 명목상의 집주인노릇을 한다. 폭등하지 않는 한 가격은 별 문제 아니다. 더하고 빼면 똑같다. 자본주의를 받치기 위한 가계중심의 신용창출이다. 사람들이 금을 사는 이유는 금값이 비싸기 때문이다. 금값이 떨어져야 금을 살 것이라는 생각은 틀렸다. 금값이 올라야 금을 산다. 집값도 같다. 한국에서 집은 이데올로기다. 집값을 올리려는 세력이 그 이데올로기를 악용함은 물론이다. 집값 폭락설도 그 점은 마찬가지다. 중산층의 욕망은 대가족제도라는 특수환경에서 일어나는, 친족집단 안에서 지배적인 위치로 올라서려는 가부장의 탐욕에 의한 것이다. 이런 것을 당연하다고 인정하고 들어가는 태도가 문제다. 아닌건 지적해야 한다. 서울대만 들어가면 인생끝이라는 식의 막장경쟁, 취직만 하면 인생끝이라는 식의 막장경쟁, 내집마련만 하면 인생끝이라는 식의 막장경쟁은 사회전반에 퍼진 불신문화 안에서 가부장제도로 버텨보려는 눈물겨운 노력이다. 사회전반을 불신게임, 증오게임으로 만들어놓고 그 반대편에 가부장제도를 위치시킨다. 사회를 믿을 수 없으므로, 자본주의 무한경쟁을 옹호하고, 각종 사회안전망을 반대하며, 묻지마 민영화, 홍준표주의를 지지한다. 그래서 만신창이가 된 인간을 가부장제도로 회복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망상이다. 가부장제도는 불신사회의 대안이 아니다. 무한경쟁, 무한차별, 묻지마 민영화로 사회가 돌아갈 것 같은가? 신용사회로 갈아타야 한다.
◎ 불신사회, 민영화, 무한경쟁 – 대안은 가부장제도. 대한민국에서 집은 이데올로기다. 그 이데올로기는 자본주의 무한경쟁을 찬양하고, 공무원을 못 믿으며, 국가를 가상적으로 설정하고, 그 대안으로 가족의 가치를 강조하며 집은 국가와 전쟁을 하는 가족의 본부가 된다. 빌어먹을 헐리우드 영화가 가족주의를 강조하는 이유를 모르겠는가? 국가를, 공공을, 사회를, 공동체를 적으로 설정하므로, 대안으로 가족이라는 정신적 구심점이 필요한 것이다. 그게 순수한 반동이요 수구요 꼴통이다. 서울대만 가면, 취직만 하면, 내집만 사면.. 만사끝.. 딱 요것만.. 이렇게 임무를 좁혀놓고, 어떤 절대적인 안전장치를 만들어놓고 이를 기초로 해서 사회에 계급을 만들려는 시도이다. 집없는 노마드의 근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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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북몰이가 불신 조장이라는 건 어렴풋이 알고 있었는데 소위 성공 경쟁도 불신이 문제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