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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6574 vote 0 2013.12.04 (16:23:22)

http://comic.naver.com/webtoon/detail.nhn?titleId=22027&no=406&weekday=wed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는게

왜 임진년에 새재에서 막지 않았느냐

혹은 왜 백제는 탄현에서 막지 않았느냐 하는 건데

그런 소리 하는 사람들은 전술의 기본에 기본도 안 된 사람이다.

  

촉의 수비전략은 유비가 고안하고 장비가 써먹은 것인데

소규모 부대를 산악지대에 투입하여 게릴라전을 벌이고 적의 공격을 지연시키면

성도에서 대군이 와서 앞을 틀어막으며

그 사이에 게릴라부대가 퇴로를 차단하는 전술이다.

  

촉은 이 전술로 40년간 재미를 봤는데

무려 40년간 방어했다면 성공적인 전술로 인정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식이면 산악전투라 대규모 회전이 될 수 없으므로

적을 완전히 섬멸하기가 불능이다

 

강유가 나중 전술을 바꿔서

적을 한중 깊숙히 유인하는 계책을 썼는데

그게 나중 촉이 멸망하는 원인이 된다.

  

산악에서 소규모 국지전을 계속하는게 촉의 명을 늘리는 방법이었다.

근데 전쟁을 계속하다보니까 적을 몰살시킬 욕심이 생겨서

강유가 개념을 잃어먹은 것이다.

  

강유는 한중을 뺏겼으나 검각에서 잘 막았는데

등애가 사람이 다니지 않는 소로를 개척하여 배후를 기습하는 바람에

촉이 망했다. 촉의 패망은 위의 군사가 압도적으로 많았기에 가능했던

도박이 먹힌 것이다. 조상의 10만병으로는 촉을 이길 수 없다.

  

당나라가 고구려를 이긴 것도

끝없이 전쟁을 계속하다보니 나중에는 얼어붙은 요동에서

겨울을 나는 방법을 당군이 알아채서 늘어진 보급로 문제를 해결한 때문이다.

당군이 조금씩 확률을 올려서 이긴 것이지 특별한 전술 때문이 아니다.

원래 당군은 여름에 공격하다가 겨울되면 보따리 싸서 집에 갔다.

고구려가 뭐를 잘못해서 패전한 것은 전혀 아니다.

신라가 당군의 보급을 도운 것은 물론 괘씸한 거고.

  

결국 큰 나라가 작은 나라와 싸울 때

장기전을 선택하고 조금씩 확률을 올리는 방법을 쓰면

작은 나라가 막을 수 없다.

  

문제는 장기전 수행능력이 있느냐다.

수나라는 배후가 안정되지 않아 장기전을 못해서 멸망했다.

대개 장기전 수행능력이 없으므로 단번에 끝내려고 서두르다가 지는 것이다.

당나라는 고구려와 싸우는 동안 계속 국력을 키워 전쟁수행능력이 높아졌고

고구려는 반대로 계속 전쟁하다가 역량이 고갈된 것이다.

이건 큰 나라의 절대적 이점이다.

  

모르는 사람도 있는데

유비는 제갈량 이상의 천재적인 전략가다.

유비는 한중에서 조조를 격파했지만

제갈량은 한 번도 싸움에서 제대로 이긴 적이 없다.

맹획의 77금은 거의 9할이 소설이고 실화가 아니다.

제갈량이 몇 번 이긴건 전투지 전쟁이 아니다.

  

백제가 탄현에서 막지 못한 것도

원래 그 지역은 대규모 병력을 투입할 수 없다.

작은 길이 여러 갈래고 아군끼리 연락이 끊어져 흩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잘 훈련된 소규모 부대가 협공을 해야 하는데

그것도 백제의 군사력으로는 3만명 정도를 막는 것이다.

당과 신라가 16만의 압도적인 대군을 동원했으므로 백제가 못막는건 당연하다.

소규모 부대가 산악에서 공격을 지연시키고

대군이 입구를 틀어막으면 백제가 이기는데 백제는 그렇게 했다.

단 당군이 이미 상륙했기 때문에 병력을 우선 그쪽으로 보내야 했다.

기습당한 상황에서 5천명으로는 막을 수 없다.

촉은 등애에게 한중을 기습당했을 때 거의 싸워보지 않고 몰락했다.

한 번 뚫리면 방법이 없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원인이 있으면 결과가 있는 법인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결과에 맞추어서 원인을 조작해낸다는 점 때문이다.


프로야구도 비슷한데 

큰 경기는 예비전력이 많은 팀이 이긴다.

예비전력 없는 팀은 항상 막다른 길에 몰려있는 심정이 되기 때문에 

확률을 올리는 변칙을 쓰지 않는다. 그러다가 한 방에 가는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강팀은 전력에 여유가 있기 때문에 계산되지 않는 모험을 할 수 있다.

되면 좋고 안 되면 그만인 허를 찌르는 전술을 쓴다.

그러므로 큰 경기는 약팀이 오히려 묻지마 올인하는 도박을 해야 한다. 

두산의 김진욱이 5차전에서 올인을 하지 않은 것은 그가 졸장부였기 때문이다.

승부처에서는 니죽고 나죽고 외에 없다. 


이 방법으로 재미 본 사람이 남북전쟁 초반의 리장군이다.

리는 7로 받치고 3으로 치는 전술의 기본을 무시하고 초반에 전군을 투입했는데

북군은 남군을 쳐부수고도 뒤에 있는 7이 무서워서 공격하지 않았다.

그 7은 원래부터 존재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그때문에 3개월에 끝날 전쟁이 5년간 길어진 거.


동학군이 우금치에서 패배한 이유는 

게틀링 기관총 앞에서 승산없는 제파공격을 백번이나 반복했기 때문이다.

일본군이 동학군이 코앞에 올때까지 기다렸다가 

횡으로 공격하는 동학군이 정상코앞에서 쐐기모양 지형에따라 

종으로 되었을 때 쏘는 전술을 썼기 때문이다.

이 때는 십자포화를 걸어놓고 한 점만 쏘면 된다.

동학군이 후퇴하면 쏘지 않고 놔둔다.


이렇게 하면 동학군은 

왜군이 쏘는 거리가 딱 10미터 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결정적인 10미터만 돌파하면 된다고 착각하기 때문에 계속 군대를 밀어넣다가 패배했다.

왜군이 일부러 10미터의 공간을 만들어놓은 것이다. 


동학군은 이전에 왜군을 물리쳐서 게틀링기관총을 노획한 적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고 무모한 공격을 한 것이다.

우금치는 경사가 완만해서 공격하는 군대에 유리하다.

방어하기에 절대 불리해 보인다.


그러므로 당연히 동학군은 만만해 보이는 우금치에 사활을 걸게 된다.

이는 동학군에 소대장이 없었기 때문이다. 장교가 없으면 복잡한 전술을 쓸 수 없다.

만약 전봉준이 리장군처럼 초반에 전군을 모조리 투입하거나

야습을 하거나 우회침투를 했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었다.

그러나 장교가 없기 때문에 복잡한 전술을 쓸 수 없고

정신력싸움인 제파공격을 하다가 망한 것이다. 


근데 625 때도 

무모한 일본식 만세돌격을 하다가 

국군이 인민군에게 깨진 전투가 많았다.

인민군은 따발총을 가지고 있는데 근접전에서 유용하다.

근데 국군은 무거운 M1에 대검을 꽂고 육탄돌격을 감행했다.

백병전으로 하면 정신력이 강한 국군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 얼마나 어리석은 생각인가?

일본군이 만세돌격 하다가 미군에게 박살이 났는데도

따발총 앞에서 만세돌격을 했다. 미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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