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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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7768 vote 0 2013.12.08 (11:29:42)

    페이스북에서 발견한 류시화 글입니다.  


    문학의 길을 걷겠다고 집과 결별하고 노숙자가 되자 사람들은 제정신이 아니라고 했다. 학교를 마치고 교사가 되었으나 한 달도 안 돼 그만두었을 때 사람들은 미친 것 아니냐고 했다. 불교 잡지사를 다니다가 반 년도 못 채우고 퇴사했을 때 그들은 '왜?'라고 물었다. 클래식 음악 카페를 열었다가 석 달 만에 문을 닫았을 때 사람들은 그새 망한 것이냐며 의아해했다. 거리에서 솜사탕 장사를 시작하자 그들은 '정말?' 하고 눈을 의심하다가 한 계절 만에 접자 뒤에서 웃었다.


    가을에 출판사에 취직했으나 봄에 퇴사하자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서울에서의 생존을 못 견디고 산 중턱의 버려진 집으로 들어갔을 때 그들은 나에 대해 포기했다. 산에서의 생존도 한계에 부딪쳐 여의도의 회사에 다니자 사람들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렸다. 어느 날 바바 하리 다스의 <성자가 된 청소부> 원서를 읽고 그 책을 번역하겠다고 회사에 사표를 내자 어리석은 결정이라고 만류했다.


    불법체류자가 되기로 마음먹고 뉴욕으로 떠나자 '꼭 그래야만 하는가?' 하고 사람들은 질문했다. 두 달 만에 가진 돈을 전부 털어 인도의 명상센터로 가자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다고 했다. 아는 사람 한 명 없는 서귀포로 이사하자 사람들은 계절마다 놀러 오면서도 외롭겠다고 했다. 외로운 것은 그들이었다. 두 해 만에 서울로 오자 그 좋은 곳을 왜 떠났느냐고 아쉬워했다.


    인도에만 자꾸 가자 사람들은 유럽에도 가고 러시아에도 가라고 조언했다. 잠언 시집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의 원고를 완성하자 세 군데 출판사에서 '시 읽는 독자가 적다'며 출간을 거절했다. 인도를 열 번 여행하고 <하늘호수로 떠난 여행>을 썼을 때 '인도 기행문을 읽을 독자는 거의 없다'며 출판사들은 고개를 저었다.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인생수업>을 번역하자 '죽음을 앞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라며 또다시 거절당했다.


    방황한다고 해서 길을 잃는 것은 아니다. '모든 여행에는 자신도 모르는 비밀스런 목적지가 있다'고 마르틴 부버는 말했다. 그 많은 우회로와 막다른 길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 그 길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길을 가는 사람'이다. 공간의 이동만이 아니라 현재에서 미래로의 이동, 탄생에서 죽음까지의 과정도 길이다. 인간을 '호모 비아토르'라고 하는데 '떠도는 사람', '길 위의 사람'이라는 뜻이다. 삶의 의미를 찾아 떠나는 여행자, 한 곳에 정착하지 않고 방황하며 스스로 가치 있는 삶을 찾는 존재를 가리킨다. 호모 비아토르는 길 위에 있을 때 아름답다. 꿈을 포기하고 한곳에 안주하는 사람은 비루하다. 집을 떠나 자신과 대면하는 시간을 가진 사람만이 성장해서 집으로 돌아온다.


    우리는 항상 선택 앞에 놓인다. 한 가지 길의 선택은 가지 않은 많은 길의 포기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자신이 걷고 있는 길이 좋은 길이라는 것을 어떻게 아는가? 약초를 연구하기 위해 찾아온 UCLA 인류학과 학생 카를로스 카스타네다에게 멕시코의 야키족 인디언 돈 후앙은 말한다.


    "그 어떤 길도 수많은 길 중 하나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너는 자신이 걷고 있는 길이 하나의 길에 불과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리고 그 길을 걷다가 그것을 따를 수 없다고 느끼면 어떤 상황이든 그 길에 머물지 말아야 한다. 마음이 그렇게 하라고 한다면 그 길을 버리는 것은 너 자신에게나 다른 이에게나 전혀 무례한 일이 아니다. 너 자신에게 이 한 가지를 물어보라. '이 길에 마음이 담겨 있는가?' 마음이 담겨 있다면 그 길은 좋은 길이고, 그렇지 않다면 그 길은 무의미한 길이다. 마음이 담긴 길을 걷는다면 그 길은 즐거운 여행길이 되어 너는 그 길과 하나가 될 것이다. 마음이 담겨 있지 않은 길을 걷는다면 그 길은 너로 하여금 삶을 저주하게 만들 것이다. 한 길은 너를 강하게 만들고, 다른 한 길은 너를 약하게 만든다."


    마음이 담긴 길을 걷는 사람은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행복과 나란히 걷는다. 행복의 뒤를 좇는다는 것은 아직 마음이 담긴 길을 걷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마음이 담겨 있다면 자신이 걷는 길에 확신을 가져야 한다. 그것이 자신에게는 유일한 길이며, 다른 길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


95.jpg

   

    이 양반은 왜 뻘쭘하게 인도인들 사이에 선그라스 끼고 앉아 있을까? 어색하게도 말이다. 이 양반은 인도에 사진 찍으러 간 것이며, 그래서 사진을 찍은 것이다. 사진을 찍으려면 제대로 폼을 잡아야 한다. 왜 수염도 기르지 않고, 얼굴도 태우지 않고, 어울리지 않는 청바지를 입고, 꼴불견인 선글라스를 끼고 있을까? 폼나지 않게 말이다. 범인은 언제라도 자기가 범인이라는 표식을 남겨놓는 법이다. 이 사진은 폼나지 않는 어색한 사진이며, 이 양반에게는 어색해야만 하는 속사정이 있다. 돈냄새다. 


     좋은 악기라면 살짝 건드려도 소리가 나야 한다. 시국이 이 판인데도 이 북은 소리가 나지 않는다. 왜 소리가 나지 않을까? 구멍 뚫린 북이기 때문이다. 찢어진 북은 소리를 내지 못한다. 가짜는 어떻게든 가짜라는 증거를 남긴다. 300만부를 팔아치운 대시인 서정윤과 무엇이 다른가? 그림이라면 이발소 그림이요 음악이라면 뽕짝이다. 그의 글은 철저하게 대중의 노예근성에 아부하는 것이다. 


    80년대 그 치열한 민주화의 시대, 영웅들의 시대에 도망치고 싶었던 가짜들에게 심리적인 도피처를 만들어준 인물이다. 영웅들은 죽었고 겁쟁이들은 도망쳤다. 어디로? 인도로. 어떻게? 마음만.


    이 양반은 영리하다. 돈 냄새를 맡는 천부적인 능력이 있다. 그거 하나는 인정해줘야 한다. 왜 10번도 넘께 인도에 갔을까? 한 번 가서 10년을 머무르지 않고? 그때 그시절엔 비행기값이 특별히 쌌을까? 그는 단지 10번 이라는 횟수를 채우기 위해 인도를 간 것이다. 돈 냄새를 맡았으니까. 


    나는 10년 가까이 노숙했지만 노숙자가 된 적은 없다. 문학한다고 노숙자가 되어야 할 이유는 더더구나 없다. 노숙자가 되더라도 그걸 선포하고 다닐 이유는 없다. 나는 스무가지 일을 해봤지만 누구도 내게 '왜?'라고 묻지 않았다. 왜냐하면 내가 일을 바꿀때마다 그것을 발표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이 인간은 고작 3개월 할거면서 나는 교사가 되었다. 나는 잡지사 기자가 되었다. 나는 카페 주인이 되었다. 나는 노숙자가 되었다. 나는 솜사탕을 판다. 나는 회사원이 되었다. 나는 인도에 간다. 나는 뉴욕에 간다. 나는 서귀포에 산다고 발표를 했다. 왜? 누가 물어봤냐고? 지겨운 '나는타령'이다. 중요한건 신이다. 왜 '신은타령'하지 않고? 때로는 나를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옆에 신이 없으면 가짜다. 

    

    이 양반은 확실히 재능이 있는 사람이다. 적어도 틈새시장을 발굴할줄 안다. 집금명인이라 하겠다. 서정윤과 마찬가지다. 가짜라도 돈 되는건 있다. 안도현이나 도종환과는 또 다르다. 


    천재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스티브잡스형 괴짜 천재다. 이들은 결코 남이 생각해내지 못하는 것을 생각해낸다. 이들은 외곬수이며 타협하지 않는다. 화를 잘 낸다. 남과 어울리지 못하지만 자신에게 반드시 필요한 사람은 의외로 잘 챙긴다. 이들은 장단점이 고루 나타난다. 이들에게는 동지도 있고 적도 있다. 세상과 맞장을 떠 승부를 보는 타입이다. 이들은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는 이정표를 만든다. 천장을 뚫고 길을 개척한다. 대개 민중은 이들의 묘지를 그 새 길로 나아가는 이정표로 삼는다. 


    둘은 손정의형이다. 이들은 괴짜가 아니라 선지자이다. 이들은 합리적인 판단을 계속한다.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누구도 하지 않는 일을 묵묵히 해낸다. 이들은 시스템을 설계하며 동료와 협력한다. 이들은 적을 만들지 않는다. 이들은 세력을 만들고 그 세력은 그의 사후에까지 승계된다.


    세번째는 천재가 아니면서 천재인척 하는 반짝 3류들이다. 이들은 본능적으로 돈냄새를 맡는다. 이들은 대중에게 아부한다. 이들의 성공은 일시적이다. 이들의 성공은 누군가를 짓밟는 형태로 일어난다. 그 돈에는 보이지 않는 피냄새가 배어 있다. 류시화의 돈에는 한열이의 피가 묻어있다. 


    이들은 남이 가지 않는 길을 가지만 그 길은 변희재의 길이다. 모두가 진보로 달려갈 때 홀로 보수로 유턴하여 텅 비어있는 보수쪽 논객시장을 독점한다. 글자 아는 사람이 진보의 좁은 관문에 몰려 1 대 10000의 경쟁률로 박터지게 싸울 때, 그는 홀로 보수의 넓은 관문으로 들어간다. 경쟁률은 1 대 1이다. 박터지게 싸우지 않는다. 다만 묵묵히 쓸어담는다. 널려있는 황금을. 그 황금에는 피가 묻어있다. 


    구조론이 요구하는 것은 두 번째 손정의형 천재다. 실제로 손정의가 이 분류에 해당하는지는 내가 손정의를 만나보지 않은 이상 알 수 없다. 다만 언론에 비친 느낌으로는 그렇다. 누구나 스티브 잡스가 될 수는 없지만 누구나 손정의는 될 수 있다. 왜인가? 매뉴얼이 있기 때문이다. 의사결정 매뉴얼을 만든 다음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계속하면 된다


    P.S.

    보지 않은 드라마의 내용을 추정하여 말한다면, 임성한작가의 주인공 황마마는 세 누나의 극진한 보살핌 속에서 남들 다 한다는 노숙자노릇도 한 번 해보지 않고 쉽게 스타작가로 성공한다. 왜? 작가로 명성을 떨치는데 편력여행 따윈 필요없기 때문이다. 작가 되려면 밑바닥 세계 경험도 쌓아야 할까? 천만에. 필요없다. 류시화의 글에는 그가 굴러먹었다는 밑바닥 세계의 경험이 반영되어 있지 않다. 있다해도 장식에 소품일 뿐 작품에 녹아들어있지 않다. 왜? 가짜이기 때문이다. 솜사탕 장사 3개월 해보고 아는척 하면 곤란하다. 그런 식으로 이것 저것 다 해봤다는 말은 명박이 주특기다. 목숨을 걸지 않으면 백 년을 해도 한 게 아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24]꼬치가리

2013.12.08 (13:00:37)

"그 황금에는 피가 묻어있다."

 

주먹이 불끈!

[레벨:4]고볼매

2013.12.08 (17:20:27)

주옥같은 글이네요...

[레벨:12]비랑가

2013.12.08 (19:03:53)

손정의

뜻을 높게

[레벨:9]길옆

2013.12.08 (21:01:04)

선그라스 끼는 이유는 눈이 쥐박이처럼 못생겼기 때문이 아닐까.

마음이 담긴 길이라? 뭔 소린지 감이 안온다.

이 길 저 길 헤매다가 찾은 길이 도장사인가?

이 사람 법정스님 살아있을 때 졸졸 따라다니더만

책을 보니 내용이 전부 도를 아십니까?라는 부류.

앉아있는 폼은 손학규를 연상시킨다.

류시화는 서정윤보다 더 벌었을지도 모른다.

시집을 내면 기본 100만부 찍는다고 하니...

100만명이 읽는 시가 과연 시일까? 라는 생각이 든다.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유행가 가사인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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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07062129015&code=99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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