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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904 vote 0 2013.12.26 (13:04:44)

   

http://newspeppermint.com/2013/9/23/epfl/


중요한 것은 더 이상 과학이 아닙니다. 비즈니스입니다: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학문의 목적은 우리를 둘러싼 우주를 이해하고, 진실을 찾으며, 이를 통해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것이라고 배워왔습니다. 나는 이 진실을 찾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단호한 정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학계에 들어와 가장 처음 배우는 것은 ‘너무 정직함’이 곧 ‘너무 솔직함’으로도 불리며 여러분의 단점으로 생각된다는 사실입니다. 또 자신의 연구를 ‘광고’해야 하고, 자신의 이미지를 관리해야 하며, 단어의 선택에 있어서도 전략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배웁니다. 사람들은 연구의 내용보다는 화려한 발표에 신경을 쓰며, 인맥 역시 부도덕하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활용해야 합니다. 이러한 학계의 모든 비즈니스적인 측면을 알고 나면 이런 상황에서도 제대로 된 연구가 가끔씩 나온다는 것에 오히려 놀라게 됩니다.

젊은이여, 열심히 연구하라. 언젠가는 당신도 연구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나는 가끔 학계의 많은 연구가 나와 같은 학생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어이없음을 느낍니다. 진정 학문을 전진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수많은 교수들이 학문 연구에 쓰는 시간은 극히 적습니다. 많은 이들이 학생이 작성한 논문을 읽어주는 댓가로 자신을 저자에 포함시키기를 요구합니다. 학생들 역시, 자신이 연구를 하는 이유가 언젠가 자신도 직접 연구를 할 필요가 없는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인지 궁금해 합니다.

학계의 퇴행적 현실: 박사과정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이들이 스스로 연구 주제를 선택할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도교수의 취향에 따라 연구 주제를 할당받게 된다는 사실과, 이 주제가 충분히 의미있는 것이 아님이 밝혀졌을 때의 책임을 학생들이 지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거의 대부분의 경우 지도교수와의 알력은 학생에게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결국 학생들은 현실적 이유로 스스로를 어느 정도 속이게 되고 이는 이들의 미래에 지속적인 영향을 끼칩니다.

독창성은 곧 독이 된다: 독창적인 연구는 대체로 출판되기 힘듭니다. 또 오늘날과 같이 논문의 수가 중요시되는 사회에서, 결과가 나오기까지 적어도 10년이 걸릴 지 모르는 새로운 분야를 연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이런 위험한 선택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이들을 탓할 수는 없습니다. 이상적인 학계라면, 이미 충분한 실력을 검증받은 사람들에게 이러한 도전을 권장해야 합니다. 그러나 대다수의 연구자들은 자신들이 이미 잘 알고 있으며 쉽게 논문을 쓸 수 있는 문제에만 도전하고 있고, 그 결과 그들의 이력서에는 하나의 분야에 있어 작은 차이들을 발표한 많은 수의 논문들로 가득차게 되었습니다.

유행을 따르는 연구자들: 사실 유행하는 연구주제를 선택하는 것은 오늘날 연구자들에게 매우 편리한 방법입니다. 우선 다른 사람들에게 왜 이 주제를 택했는지를 복잡하게 설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또 당신의 연구를 사람들이 인용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인용지수의 상승은 당신의 인지도를 높이며, 당신은 당신과 비슷한 기회주의적 학자들 사이의 네트워크에 낄 수 있고 카르텔을 형성할 수 있습니다. 불행히도 이러한 경향은 연구의 질을 낮출 뿐 아니라 다른 분야의 연구자들에게도 나쁜 영향을 끼칩니다. 이들은 그 분야의 성장이 정체되었을 때 그 유행했던 연구방법을 적절하지 않은 다른 분야에도 적용하려 합니다.

숫자에 중독된 연구자들: 오늘날 수많은 연구자들은 인용 빈도(citations), 피인용지수(impact factors), 논문 수 등에 광적인 집착을 보이고 있습니다. 때로 이들은 익명으로 다른 사람의 논문을 검토하면서, 자신의 논문을 인용하라는 평을 남깁니다. EPFL의 총장은 매년 우리 학교의 순위를 이야기하는 전체 메일을 보냈습니다. 나는 항상 이 순위가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생각했습니다. 만약 총장이 우리 학교의 연구가 세상의 어떤 어려움을 해결했고, 어떻게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었는지를 말해주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옹고집과 폭력성: 나는 종종 학계의 많은 이들이 불행한 어린시절을 보냈거나, 또는 남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공부한 것에 악이 받혀 늦게서야 남들에게 복수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할 때가 있습니다. 학계에서의 공격성은 다양하게 표출됩니다. 이들은 피어리뷰를 통해 다른 이를 공격하며 학회에서 직접 서로를 공격하기도 합니다. 나는 한 분야의 가장 뛰어난 학자들 조차 새로운 방법론을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쓰레기”라고 부르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학계는 가장 성공적인 사기 시스템: 학계의 모든 이들은 진지하게 자신들에게 물어보아야 합니다. “우리는 정말 필요한 존재들인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많은 돈이 학계에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들은 그 결과로 자신이 속한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이해되는 결과를 내어놓고 있으며, 그 결과 이들의 작업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는 거의 가능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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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조론적 관점에서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은 학계가 하나의 시스템이라는 거. 이걸 이해못하는 사람 때문에 공연히 나의 말이 길어진다는 거. 말 길게 하도록 하지 말라는 거. 왜 이발소 그림은 그림이 아닌가? 시스템에 걸림.

    학계의 시스템은 잘못된 것이고 새로운 시스템을 우리가 만들어야 함. 그게 시스템을 부정하는 것은 아님. 무작정 시스템을 부정하면서 그걸 구조론이라고 우기면 피곤함. 구조론은 시스템 이론임. 합리적 시스템이 필요함.

    시스템은 전체가 한 방향으로 가게 되어 있으며 역주행은 곤란. 인류가 헤매는 이유는 언어학, 인류학. 심리학, 미학, 사회학, 시스템학에서 기초가 안 되었기 때문. 언어학은 영어나 불어를 연구하는게 아니고 소통을 연구함.

    진짜 언어학은 철학이어야 하며, 철학은 언어학이어야 하고, 언어학이 아닌 철학은 일단 철학이 아니라는거. 소통의 관점에 기초한 진짜배기 언어학을 모르는 사람이 철학을 한다는건 숫자도 모르면서 수학한다는 말과 같음. 

    학계는 기초를 다지지 않고 사상누각을 지어 무너질 위기. 무너져도 신경 안 쓰고 계속 갈 거. 어쨌든 신분장사로 밥은 먹을 수 있을거. 의사결정이라는 관점이 결여된 사회학은 사회학 아님. 하도 잘못된게 많아 견적이 안 나옴.


[레벨:10]다원이

2013.12.26 (16:07:56)

가장 먼저 언어(단어)의 층위랄까 계층구조랄까 위계질서랄까... 등등 언어의 질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봅니다. 물론 한 단어는 시간과 장소에 따라 다양한 의미를 가질 수 있겠고, 모든 사람이 엄격히 올바른 말을 쓰길 바랄 순 없겠지만, 적어도 학문을 한다는 사람들은 그런 식으로 난삽한 언어를 사용해서는 안되지요. 외국어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라도 학문을 위한 언어는 정립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새' 라는 것과 '텃새' 라는 것이 다르고 '흰뺨 검둥오리' 가 해상도에서 다르듯 제대로 된 단어를 써야 합니다. 물론 '과' 차원과 속, 종 차원은 점차 구체성을 띈다는 예를 들어본 것인데요. 중복을 없애고 빠진 것도 없는 오밀조밀한 언어체계가 학문에서는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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