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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0214 vote 0 2013.07.07 (20:58:36)

    자투리 글모음입니다.


    생각의 집을 짓자


    차가 있으면 운전을 할 수 있다. 차가 없다면? 먼저 차부터 구입해야 한다. 관점이 있다면 생각할 수 있다. 관점이 없다면? 먼저 관점을 지어야 한다.


    생각한다는 것은 운전하는 일과 같다. 다들 차도 없이 운전하겠다고 덤비는 판이다. 실패한다. 관점없이 생각할 수 없다. 운전하기 전에 차를 가져야 하고 생각하기 전에 생각의 집부터 지어야 한다.


    당신은 어떤 생각의 집을 가지고 있는가? 당신은 어떤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가? 사건이냐 사물이냐다. 뉴턴시대의 입자론은 사물 중심으로 바라보는 관점이다.


    아인슈타인시대의 양자론은 사건 위주로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요구한다. 20세기는 양자론의 시대다. 하물며 지금은 21세기다. 변화된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생각의 집을 가져야 한다.


    ###


    구조는 얽힘이다. 얽혀서 사건을 이룬다. 구조론을 사물 위주로 바라보는 기존의 입자적 관점을 극복하고, 사건 위주로 바라보는 양자적 관점을 제시한다. 이는 사유의 출발점은 어디로 찍느냐는 문제다.


    사유의 출발점은 존재다. 입자론은 존재라는 차가 있다고 가정하고 차를 운전하려 든다. 양자론은 차가 없는 상태에서 차를 제작한다. 먼저 존재를 성립시킨다. 다음 그 존재를 운용한다.


    ###


    언어는 전제와 진술로 조직된다. 대개 전제부가 결정되어 있다고 가정하고 진술부에만 주목한다. 차가 있다고 가정하고 운전만 신경쓴다. 틀렸다. 이런 방식으로는 세상의 절반밖에 볼 수 없다.


    감추어진 절반을 보려면 숨은 전제를 찾아야 한다. 우리가 사건 안에 있다는 착각을 깨뜨리고 원점으로 돌아가서 처음 사건이 유도되는 과정을 포착해야 한다. 게임의 룰이 합의되어 있다는 착각을 깨뜨리고 원점으로 돌아가서 다시 게임의 룰을 정해야 한다.


    ###

 

    ‘끼, 꼴, 꿈, 꾀, 깔, 끈’이라는 말이 있다. 성공의 법칙이라며 누가 지어낸 말이다. 여기다가 ‘깡, 꾼, 끝, 꿀’을 추가한 사람도 있다. ‘꽝’도 있는데 이건 피해야 할 실패의 법칙이 되겠다. 찾아보면 추가할만한 단어가 더 있을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들이 모두 ㄲ으로 시작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추상명사이거나 혹은 추상적 사건을 나타내려고 한다. 사물이 아닌 사건을 가리키려고 한다. 사물은 공간에 붙박혀 있고 사건은 시간에 흘러가고 있다. 사물은 공간에 붙박혀 있으므로 손가락으로 존재하는 지점을 가리킬 수 있지만 사건은 시간따라 흘러가므로 손으로 가리킬 수 없다. 이 단어들은 사건을 가리키거나 혹은 사건에 비유되고 있다.


    꿈이 사건이라는 점은 누구나 알 수 있다. 꿈은 손가락으로 가리킬 수 없다. 사랑도 손으로 가리킬 수 없다. 행복도 손으로 가리킬 수 없다. 사랑이나 행복은 공간 상에 놓여있는 사물이 아니라 시간 상에 연주되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끈은? 노끈은 사물이다. 꽌시는 사건이다. 여기서 끈은 노끈이 아니라 꽌시를 가리킨다. 그렇다면 인맥이다. 사물은 눈에 보인다. 그러므로 구태여 힘주어 ㄲ으로 나타낼 필요가 없다. 반면 사건은 손으로 가리킬 수 없으므로 ㄲ을 써서 된발음으로 강조해줘야 상대방이 겨우 눈치를 챈다.


    그래서 구조론의 질을 나타내는 말 중에는 ㄲ으로 시작하는 단어가 많다. 성공하려면 질, 입자, 힘, 운동, 량 중에서 질 포지션을 장악해야 한다. 질은 사건이다. 성공하려면 사건을 장악해야 한다.


    선수는 사물이고 팀은 사건이다. 우승하려면 무작정 돈 들여서 선수를 사들이기보다 팀을 장악해야 한다. 홍명보의 말처럼 최고의 선수를 모아 팀을 꾸리는 것이 아니라 최고의 팀에 맞는 선수를 소집해야 한다.


    사물은 밖에서 결정되고 사건은 안에서 결정된다. 사물로 보면 총이다. 총을 결정하는 방아쇠는 총의 바깥에 있다. 사건으로 보면 사격이다. 사격을 결정하는 총은 사격 안에 있다. 그러므로 사건은 통제된다.


    반면 사물은 통제되지 않는다. 총을 통제하려니 과녁이 도망가고, 과녁을 통제하려니 총이 훼방을 놓는다. 총과 과녁은 100미터나 거리가 떨어져있기 때문이다. 사건으로 보아야 온전하다. 사건은 둘을 한 세트로 묶어내기 때문이다. 세트 단위로 보는 것이 양자론이다. 양자론 시대에는 시대흐름에 맞게 절대어로 말해야 한다.


    양자는 관측에 대해 상대적이다. 사물이 아니라 사건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지구팽이는 사물이다. 지구팽이의 회전은? 사건이다. 양자론은 지구팽이와 회전상태를 묶어서 하나의 존재로 친다.


    돌아가는 지구팽이를 잡아서 멈추면 위치가 파악되지만 운동량을 측정할 수 없고, 팽이를 돌리면 움직이는 팽이의 위치를 확정할 수 없다. 사물은 밖에서 관측되나 사건은 안에서 진행된다. 그러므로 사물은 상대적이고 사건은 절대적이다.


    우리는 거시세계에 살고 있다. 거시세계는 고정된 사물로 이루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피상적 관찰이다. 태풍의 발생과 소멸, 장마전선의 이동, 천둥과 벼락처럼 양자적 존재는 얼마든지 있다. 목성에는 인간의 관측이래 계속 제 자리에 머무르며 활동하는 거대한 태풍이 불고있다.


    지구에서 태풍은 고정된 사물이 아니라 휙 지나가는 사건이지만 목성에서 태풍은 사물이 되어 제 자리에 고착되어 있다. 양자의 경계는 모호하다. 옳게 이해하려면 존재를 사건으로 보는 관점을 획득해야 한다. 사건으로 보면 상대어가 아닌 절대어를 쓸 수 있다.


    끼, 꼴, 꿈, 꾀, 깔, 끈, 깡, 꾼, 끝, 꿀, 꽝 중에서 일부는 원래 사물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러나 성공의 법칙이라는 틀을 씌우면 이들도 사건으로 상승한다. 상대어에서 벗어나 절대어의 지위를 획득한다. 절대어야 말로 성공의 열쇠임을 직관하여 알아챈 사람이 이 말을 찾아낸 것이다.


    구조론은 절대어를 제시한다. 절대어는 ‘A면 B다’의 형태로 조건을 걸어 전제와 진술의 형식을 갖춘다. 끼, 꼴, 꿈, 꾀, 깔, 끈, 깡, 꾼, 끝, 꿀, 꽝은 모두 조건이 걸린 말이다. 끼는 그냥 끼가 아니라 아주 타고난 끼다. 꿈은 그냥 꿈이 아니라 아주 원대한 꿈이다. 깡은 그냥 깡이 아니라 아주 지독한 깡이다.


    상대의 행동을 보고 거기에 연동시켜 자신의 행동을 결정하는 대칭행동이 아니라, 남이야 뭐라하든 고유한 자기 계획을 밀어붙이는 비대칭행동이다. 그래서 ㄲ의 된소리로 말한다. 남 눈치 안 보고 밀어붙일 자기계획이 있는 사람이 성공한다.


   

       




[레벨:12]비랑가

2013.07.07 (23:37:36)

이휘소박사의 소립자이론에 대해서 아시나요?

거시세계와 미시세계라는 글을 볼때마다 저는 소립자이론이 생각나더군요...

[레벨:11]큰바위

2013.07.08 (00:56:04)

끙~

프로필 이미지 [레벨:15]pinkwalking

2013.07.08 (02:32:41)

꼭?

 

자투리는 커녕 알맹이.

프로필 이미지 [레벨:7]호야

2013.07.08 (09:53:32)

눈치를 좀 보는 편이라..ㅡㅡ
프로필 이미지 [레벨:6]id: id: 우야산인

2013.07.08 (15:54:17)

구조는 얽힘이다 보다 엮음이다가 좋아 보입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3.07.08 (16:10:23)

주관적 의견은 곤란하오.

양자얽힘은 이미 널리 쓰이고 있는 용어고

엮음은 능동적 표현이라 주어가 가정되어 있으므로 부적절하오.

 

얽힘은 무질서한 꼬임이고

엮임(엮음이 아니라)은 질서있는 꼬임이므로 일의성을 나타낼 때는 엮임이 맞소.

객관적으로 구조를 표현할 때는 얽힘이 맞소.

위 본문에서는 얽힘이 맞소. 

프로필 이미지 [레벨:6]id: id: 우야산인

2013.07.09 (09:44:15)

넵! 양자얽힘이 널리 쓰이는 용어군요^^*
구조는 얽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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