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칼럼
read 19089 vote 0 2008.06.21 (12:07:37)

“이명박의 작전상 후퇴”
‘가상정부와 가상의회를 건설해야 한다’

이명박 사과가 독이 든 사과인지 혹은 진정성 있는 사과인지를 논하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 위태롭다. 우리 순진한 어린애는 아니어야 한다. 베테랑이어야 한다. 프로여야 한다. 고수여야 한다. 어디 한 두번 해보는 게임인가?

만약 꼼수가 아니라면? 이명박이 진정으로 참회하고 반성하였다면? 환영하고 만세부를 작정이었나? 웃기지 마시라. 정치는 시스템이다. 우리의 진짜 적은 이명박이 아니다. 무수히 많은 적들 중에 단지 이명박 1인이 사과했을 뿐이다.

배후에서 오더를 내린 두목은 따로 있다. 그들은 사죄하지 않았다. 조중동은 사죄하지 않았다. 이명박의 뒷배를 봐주는 재벌, 기득권, 딴나라들은 사죄하지 않았다. 그들은 지금 숨어서 이를 갈고 있다. 그 이빨과 발톱 곧 드러낸다.   

어쨌든 이명박은 그 상황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대응을 했다.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사과의 액면 만큼은 인정한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대로 대응을 하는 것이며 그것은 적이 어떻게 나오든 상관없는 것이어야 한다.

주도권 개념이 중요하다. 노상 강조하는 이야기지만 적이 어떻게 나오든 거기에 따라서 상대적으로 우리의 대응을 결정하면 안 된다. 우리는 적이 무릎을 꿇어도 전진하고 적이 회유를 해도 전진해야 한다. 최후의 고지를 타격할 때 까지.

동정이나 연민을 가져서 안 된다. 무생물 다루듯이 해야 한다. 목수가 나무를 깎을 때는 나무가 꼼수를 쓰는지 혹은 눈물을 흘리는지 관심이 없다. 묵묵히 깎아낼 뿐이다. 쓸모있는 동량이 될 때 까지.

적이 한 걸음 물러선다고 우리도 한 걸음 물러선다면 그것은 주도권을 내주는 것이며 장기적으로 신뢰를 잃는 것이다. 적이 소총으로 나올 때 우리도 소총으로 대응한다면 적의 행동에 따라 우리의 대응이 결정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탱크로 무장하고 있다면 소총으로 무장한 적이 어떻게 나오든 달라지지 않는다. 탱크는 묵묵히 전진할 뿐이다. 이렇듯 우리는 한 수 위의 존재여야 한다. 한 수 위에 있는 사람은 적의 대응을 전적으로 무시한다.  

나는 이명박이 청와대 뒷산에 올라서 촛불바다를 바라보고 반성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의미없다. 소인배는 하루에 백번을 반성해도 변하지 않는다. 왜? 소인배니까. 바로잡을 능력이 없으니까. 독립적인 존재가 아니니까.

이미 다 드러났지만 이명박은 독립적인 정치인이 아니다. 배후의 보이는 손에 의해 조종되는 꼭두각시다. 꼭두각시가 천 번을 반성하고 만 번을 참회한들 어쩌겠는가? 어차피 줄에 매달린 허수아비 신세인데.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이다. 변화는 밖에서의 자극과 내부에서의 모순이 일치할 때 얻어진다. 밖에서 우리가 외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여권 내부에서 붕괴가 일어나야 큰 변화가 온다.

미국이 밖에서 북한을 아무리 때려도 북한 내부에서의 호응이 없으니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마찬가지다. 우리는 이미 많은 성공을 얻었다. 그렇다면 이제 이명박 정권 안에서도 뭔가 일어나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 완급조절이 필요하다. 너무 몰아붙이기만 하면 오히려 적들이 결집한다. 이 상황에서 최선은 당근과 채찍이다. 북풍작전이든 햇볕작전이든 어느 하나의 전술만으로는 결코 승리할 수 없다.

우리는 다양해야 한다. 예측불가능이어야 한다. 꺼지는듯 다시 살아나야 하고 멈추는듯 거세게 몰아쳐야 한다. 낚시의 도는 원래 그러하다. 적이 멈추면 우리는 자극하고 적이 전진하면 우리는 막아서고 적이 후퇴하면 우리는 추격한다.  

이명박이 운하포기를 언급한 대목은 매우 중요하다. 이를 공식화 했을 때 적은 내부에서 붕괴될 수 있다. 적들은 이익을 목표로 뭉쳤기 때문에 그 이익에 대한 희망이 사라지면 내부에서 자연히 붕괴된다.

우리가 평화시위로만 가고 축제로만 가면 이명박의 지지율은 낮아진다. 대신 이명박이 작전상 후퇴로 한숨 돌리고 대오를 정비할 여유를 얻게 된다. 적은 내부를 추스려서 다시 기운을 회복할 것이다.

우리가 물리적 충돌을 감수하며 청와대로 곧장 진군하면 적들의 위기의식이 발동하여 결집할 것이다. 이미 결집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적들은 버티기로 나올 것이다. 오히려 교착상태가 길어질 수 있다.  

적을 일거에 박살내는 완벽한 작전은 없다. 왜냐하면 적은 이명박 1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배후에서 오더를 내리는 두목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조중동이라는 추물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나쁜 것은 전술을 통일하는 것이다. 강경파든 온건파든 어느 하나로 통일하는 것이 가장 나쁘다. 충돌할 사람은 충돌하고, 축제할 사람은 축제하고, 각자 자기 위치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한다.

김주하, 정선희 등 무개념 연예인을 과도하게 나무라는 사람도 있다. 마녀사냥이라면서 이를 비판하는 사람도 있다. 네티즌이 연예인들을 꾸짖는 것은 그 위치에서 유일하게 그것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이다.

지금은 각자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건 옳고 저건 그르고 하며 획일화 하는 것이 나쁘다. 우리는 바다처럼 거대해야 한다. 싸우는 사람도 있고 말리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

시위의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일까? 시위란 보여주는 것이다. 이미 보여줄 만큼 보여주었다. 우리의 분노가 얼마나 깊은지. 부족하다. 진짜는 적의 신뢰를 추락시키고 우리 내부에 신뢰의 축을 건설하는 것이다.

우리가 우리 자신을 신뢰하지 못하는게 가장 큰 문제다. 누구를 믿나? 존재감 없는 통합당을? 틈새시장 노리는 민노당을? 문국현에게 지조를 팔아먹은 오마이뉴스를? 낡은 진보 한겨레를? 경향을?

시위의 궁극적인 목적은 두 개의 정부를 만드는 데 있다. 이명박 정부 밖에 또다른 정부를 하나 더 건설하는 것이 시위의 궁극적인 목적이어야 한다. 이 나라에서 누가 더 중요한 부분을 결정하는지를 보여줘야 한다.

거리의 정부가 있다. 광장의 정부가 있다. 무형의 정부가 있다. 이심전심의 정부가 있다. 조직되지 않고 통제되지 않지만 실제로 기능하는 정부가 있다. 그 정부가 운하계획 폐기, 30개월 이상 쇠고기 반입불가를 결정했다.

그 외에도 영어몰입교육부터 시작해서 많은 것을 폐기했다. 국민이 대통령이다. 실제로 이명박보다 국민이 더 많이 통치하고 있다. 이명박 당선 이후 대한민국호의 진로에 관한 중요한 결정들은 국민에 의해 내려졌다. 이 점이 중요하다.   

가상정부와 가상의회를 건설해야 한다. 그것은 온라인에도 오프라인에도 건설될 수 있다. 그것은 유형의 조직일수도 있고 무형의 조직일 수도 있다. 우리 내부에 새로운 신뢰의 축을 건설해야 한다.

시위의 목적은 이명박 1인의 타도가 아니라 이명박의 배후를 치는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적의 퇴치가 아니라 우리 내부에서의 새로운 건설이다. 국민이 우리가 대안이라는 사실을 온전히 믿을 수 있을 때 까지.

우리는 많은 것을 해냈다. 지금은 약간의 소강상태다. 역사의 경험칙에 의하면 이 경우 적이 내부에서 분열한다. 운하포기가 공식화 되면 적은 치명적인 내상을 입는다. 이익으로 뭉쳤는데 그 이익이 없어졌으니까.

조만간 가시화 된다. 그리고 그러한 적의 분열은 우리가 완급을 조절할 때 가능하다. 우리가 이만큼 했는데도 불구하고 적이 분열하지 않으면? 어쩔 수 없다. 계속 긴장을 조성하고 계속 싸울 수 밖에.

적이 약하다는 점은 입증되었다. 우리가 강하다는 점은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 우리 내부에서 중심을 건설해야 한다. 그것은 한 곳에 똘똘 뭉치는 것이 아니라 폭넓게 산개하여 각개약진 하면서도 의사소통과 의사결정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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