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칼럼

“촛불소녀가 울릉도 지킨 안용복이다” 
‘이명박이 팔아먹은 주권 촛불이 되찾았다’

이명박 집단은 쇠고기 문제가 일단락 되었다고 선언하고 싶은 모양이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적 원인은 국민과의 소통부재에 있는 것이고.. 소통의 문제는 여전히 개선될 기미가 없다. 그러므로 촛불은 계속될 뿐이다.

불을 끄려면 확실히 꺼야 한다. 잘못 끄면 오히려 여기저기 옮겨붙이는 결과로 된다. 이명박병의 근본 원인은 신뢰의 상실에 있고 그 신뢰의 상실은 대선 이전부터 있었던 것이며.. 그게 광우병 쇠고기를 계기로 지금 터져나온 것일 뿐이다.

병의 원인은 따로 있는데 환부에 반창고 하나 붙여놓고 치료끝 선언하고 있다. 신뢰를 얻어야 근본적으로 해결된다. 신뢰를 얻으려면 소통밖에 없다. 그런데 그 소통이 여전히 안 되고 있다. 꽉 막혀 있다.

이명박과 국민 사이에 소통이 안될 뿐더러.. 100분토론을 봐도 패널들 사이에 전혀 소통이 안 되고 있다. 하나마나한 토론을 한다. 제논에 물대기식 아전인수 주장은 토론이 아니다.

한쪽은 무슨 성명을 발표하려 나온 것 같고 한 쪽은 주절주절 변명을 하러 나온 것 같다. 그런 것은 토론이 아니다. 문제를 풀어가는 토론이어야 진짜다.

문제를 풀어가는 토론이 되기 위해서는 패널들이 중립적인 포지션에서 발언해야 한다. 이쪽을 지키고 저쪽을 치는 것은 토론이 아니다.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서 하나하나 풀어가야 토론이다. 중립적인 포지션에서 그 실마리가 찾아진다.

그러나 지난 글에서 말했듯이 중간에 어중간하게 선 것은 중립이 아니다.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자는 것이 중립적인 포지션이다. 필자의 이 글 또한 중립적인 위치에서 문제해결의 방향을 보고 쓰는 것이다. 촛불편을 드는 것이 아니다. 이명박이 필자의 말을 귀담아 듣는다면 확실히 이명박의 정치적 수명연장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 글은 쇠고기 문제에 대한 가치판단은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건조하게 구조를 드러내려는 것이다. 의사가 환자의 비명과 가족의 눈물을 못본체 하고 담담하게 메스를 들이대는 격이다. 그래야 답이 찾아진다.

정치는 언제라도 명분과 실리의 교환, 그리고 일괄타결로 문제를 풀어가야 진짜다. 주고받아야 소통이다.

만약 이명박이 진정으로 국민과 소통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그 첫 단추를 어디서부터 풀어가야 할까? 분명한 운하중단 선언이 먼저 필요하겠지만 이건 이명박도 슬쩍 언급한 이야기니까 일단 논외로 하자.

김대중, 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과의 회동이 문제해결의 첫 단추가 된다. 필자의 주관적 판단으로는 그렇다. 상황이 이지경인데도 두 전직대통령의 영향력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두 전직 대통령의 국정운영 경험 자체가 대한민국의 커다란 정치적 자산인데 그 자산을 왜 활용하지 않고 방치하느냐다. 이건 이명박의 심각한 직무유기다.

물론 두 전직 대통령이 이명박을 순순히 만나줄 리 없다. 잘못되면 욕먹을 것이 뻔하니까. 두 전직 대통령이 이명박과의 만남을 거부한다해도 그에 대한 책임은 물론 이명박의 정치력 부재에 돌아간다.

두 전직 대통령이 만나주지 않으면 그럴수록 성의를 보여야 한다.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정성을 들여야 한다. 정치력이 있다면 만날 수 있다. 두 전직대통령을 만나는 것이 국민과의 소통을 위한 발판설치작업이 된다.

그러나 그냥 밥먹고 오는 것은 만남이 아니다. 만약 김대중 전대통령을 만나려면 그 전에 햇볕정책 계승을 분명하게 선언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만나봤자 쇼에 불과하다.

한국인 다수가 이명박과 심사가 꼬인 부분이 이 지점이다. 햇볕정책을 계승하지 않으면 근본이 뒤틀리고 만다. 만사 다 잘못되고 만다. 우선 국민 다수가 국정에 협력하지 않는다. 방관할 뿐이다.

국민 절반이 이명박을 지지한다 해도.. 나머지 절반을 방관자로 만들어 놓고 무슨 정치를 하겠다는 말인가? 어떻게 대한민국을 이끌겠다는 말인가? 호남사람은 국민이 아니라는 말인가? 이건 정말 중요한 문제다.

햇볕정책은 북한에 햇볕을 주는 문제가 아니라.. 한편으로는 박정희 이래 40년 독식한 영남이 호남과 화해하는 문제로 되어 있다. 현실적으로 그렇게 되어버렸다. 구조가 그렇게 세팅되었다. 625이래 지난 50년의 뒤틀린 역사가 그렇게 만들었다.

영남은 다수고 호남은 소수다. 호남은 북한의 존재를 인지시켜 영남과 힘의 균형을 맞추려는 심리가 있다. 반대로 수구집단은 일본과 미국을 끌어들여 역시 힘의 균형을 맞추려는 심리가 있다. 본능적인 균형감각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만나려면 행정수도 이전사업의 성실한 이행을 약속해야 한다. 기업도시, 혁신도시도 마찬가지다. 그러한 선물 보따리 없이는 만나도 만난 것이 아니다.

소통이란 말로 떠드는 것이 아니라 분명하게 선물을 주고 준 만큼 받는 것이다. 그게 정치다. 성의를 보여야 한다. 참여정부 시절은 어떠했나? 지율스님이 혼자 단식을 해도 총리가 직접 찾아가서 성의를 보였다.

사패산 스님들이 터널공사를 반대해도 조계종 법전 종정을 찾아가서 부처님 앞에 큰 절을 올렸다. 그 정도 성의를 보여야 비로소 소통이 되는 것이다. 오고감이 있어야 소통이다. 혼자서 독식하면 독재다.

말로 때우려 하면서 소통이라고 우기면 곤란하다. 소통이란 말로 씨부리는 것이 아니라 등 돌리고 있는 상대방을 이쪽으로 돌아앉게 만드는 것이다. 진정으로 소통하려면 먼저 김대중, 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을 만난 다음에 비로소 국민과 만나야 한다.

국민과 만나려면 역시 선물이 필요하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니까. 국민에게 주는 선물은 당연히 한승수, 강만수, 이동관, 어청수, 최시중 5적을 자르는 것이어야 한다. 조중동과의 관계청산도 필수다.

이명박이 그 정도 성의를 보이면 국민들이 이명박 말을 콧등으로 듣지는 않고 일단 귓등으로는 들어준다. 그러나 여전히 실패다. 만약 이명박이 미국과의 추가협상이 의미있는 것이었다고 주장하려면 촛불을 처음 들어올린 분들을 찾아서 훈장이라도 주든가 혹은 그에 걸맞는 다른 보상이 있어야 한다.

그분들이 이명박이 패대기친 대한민국의 주권을 일부나마 되찾아왔고 실추된 한국의 위신을 되살렸다.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나라를 구한 것이다. 조선 조정이 버린 울릉도와 독도를 어부 안용복이 되찾아온 격이다.  

추가협상을 통해 국권을 되찾고 신뢰가 회복되었다면 그 협상의 계기를 마련해준 분들에게 감사를 표해야지 그러지 않으면서 추가협상이 의미있는 협상이었다는 주장만을 되풀이한다면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은 거다.

분명히 말한다. 추가협상은 완벽한 속임수였거나 아니면 어청수에 의해 입건된 분들이 한국의 국권을 지킨 영웅들이었거나 둘 중 하나다. 그분들을 폭도로 몰아붙인다는 것은 그분들의 영웅적 투쟁이 계기가 되어 이루어진 추가협상이 실은 완벽한 속임수였다는 고백에 다름 아니다.

지금 이명박집단은 추가협상이 잘돼서 쇠고기 문제가 일단락 되었다고 선언하고 있다. 그 협상의 자리를 깔아준 사람이 누구인가? 누가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냈나? 누가 나라를 위하여 공을 세웠나?

앞뒤가 맞게 행동해야 한다. 입건된 분들이 모두 훈장을 받고 공적을 인정받아야 나는 이명박이 미국과 무슨 협상인지 쇼인지 말장난인지 뭐라도 조금은 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겠다.

촛불을 처음 들어올린 분들의 영웅적 의거는 나중 교과서에 오를 것이다. 역사는 항상 이렇게 가더라.  

물론 이명박이 이렇게 제대로 된 소통의 시도를 할 리는 절대로 없다. 소망교회 강만수를 주저앉히는 것을 봐도 뻔하다. 내부통제가 안되면 외부소통도 불가다. 이명박은 내부통제를 위해 외부단절을 꾀하는 것이다.

노무현은 파병에 반대하는 지지자들을 무마했다. 정치력 발휘다. 이명박은 그러지 못한다. 자기내부를 통제할 수 있어야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 일괄타결식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데 내부를 장악하지도 못하고 통제하지도 못하니 주지도 못하고 받지도 못하고 아무 것도 못한다. 소통이 막혔다.

왜 내부통제가 안 되는가? 만약 이명박이 눈꼽만큼이라도 촛불에 뭔가를 내주면 내부에서 정치적 저격 들어가기 때문이다. 조중동의 정치적 저격이 무서워서 수구떼에 끌려다니는 것이다. 그러므로 강만수, 이동관 하나 자르지 못하고 쩔쩔매는 것이다.

촛불은 지금 이명박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퇴진을 요구한다고 해서 순순히 퇴진하는 사람은 없다. 문제는 촛불이 이명박 퇴진이라는.. 그야말로 최후의 카드를 꺼냈다는 거다.

퇴진요구는 하나의 정치적 카드일 수 있다. 이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그러므로 이명박 입장에서는 오히려 이것이 기회일 수도 있다. 촛불이 이명박에게 살 길을 터준 것이다. 힌트를 주고 눈치를 준 것이다. 이렇게 답을 줘도 못 찾아먹나?

무엇인가? 장군을 부르면 멍군을 해야 한다. 퇴진요구라는 장군을 불렀는데 멍군은 하지 않고.. 집권 3개월 밖에 안되는데 벌써 퇴진요구면 어쩌냐는 식의 읍소나 하고 있다. 이게 질질 짜는 소리다. 피곤하다.

이쪽에서 명박퇴진이면 저쪽도 그에 걸맞는 카드를 내놔야 하는 것이다. 그게 정치다. 왜 내놓으라는 카드는 내놓지 않느냐는 거다.

원래 공격의 수위는 단계적으로 높여가는 것이 전략이다. 이명박 퇴진요구는 최후의 카드여야 한다. 그런데 아뿔싸! 최후의 카드가 먼저 나와버렸다. 그만큼 이쪽은 배수진을 친 것이다. 이제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다.

그렇다면 이명박은 촛불의 일보후퇴를 위하여 어떤 명분을 줄 것인가? 그만두려 해도 촛불을 그만둘 명분을 줘야 우리가 그만둘 수 있다. 결국 이명박 집단의 정치력에 달려 있다는 말이다.

무엇인가? 광우병 쇠고기 문제와 상관없이 이명박 집단의 소통부재, 정치력 부재, 정치적 무능력의 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될 수 밖에 없다. 명박퇴진 슬로건은 여전히 살아있고 이명박은 어떻게든 이에 응답해야 한다. 총칼로 응답하든 공안통치로 응답하든 성의로 응답하든 이명박 집단의 정치력에 달려있다.

재신임 국민투표로 이명박의 퇴진여부를 결정하자든가.. 혹은 임기단축을 선언하든가 또는.. 거국내각을 주장하든가 적어도 그 정도 선에서 멍군이 나와야 명박퇴진이라는 이쪽의 배수진에 걸맞는 카드가 된다.

그렇지 않다면.. 국민이 지난 두달 간 촛불시위 하느라 고생했는데.. 이명박이 패대기친 국권 되찾아오느라 생고생 했는데.. 국민을 고생시킨 죄를 추가로 물어서 퇴진을 더욱 요구할 수 밖에 없다. 이명박의 죄는 점점 더 축적될 뿐이다.

분명히 말한다. 정치적 해결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재신임 국민투표로 가도 되고, 임기단축+개헌카드로 가도 된다. 거국내각은 현실성도 없고 약하다. 어떻든 그 선에서 뭔가 응답이 나와야 겨우 말귀를 알아먹었다고 할 수 있다.

모든 책임은 이명박 자신에게 있다. 이명박 하나 물러나면 5천만 국민이 편해진다. 이명박 한 명에게 책임을 물어서 많은 문제를 일거에 해결하는.. 바로 그것이 정치다. 정치의 길로 들어섰다면 그 정치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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