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칼럼

진보란 무엇일까? 예전에는 여자와 남자가 같다는 견해가 진보로 통했다. 그때는 차별이 문제로 되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동성애자와 이성애자는 원래부터 뇌구조가 다르다는 견해가 진보로 통한다. 지금은 획일이 문제로 되고 있기 때문이다.

계급시대의 차별반대 강조에서.. 대중지성시대의 다양성의 인정, 다름의 존중으로 진보의 강조점이 바뀌고 있다. 유행은 끝없이 바뀐다. 문화의 트렌드는 지속적으로 변화한다. 그 안에 시대정신의 호흡이 있다. 살아서 움직이고 있다.

그러한 변화의 흐름을 따라잡으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있고 거부하는 사람이 있다. 인터넷이다 뭐다 하며 새로운 것이 자꾸만 쏟아져 나온다. 열정을 가지고 공부하는 사람이 있고 방관하고 냉소하는 사람이 있다.

그 중에서 어느 한 쪽이 옳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필자가 강조하려는 것은 리더가 누구냐다.

젊었을 때는 누구나 진보적 성향을 가진다. 변화를 따라잡아야 기회를 잡을 확률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 보수적으로 변해간다. 이미 기회를 잡았기 때문이다. 혹은 기회를 잡기엔 늦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변화를 따라잡는 일이 피곤하기 때문이다. 돈 벌기 바쁘고 자식 키우기 바쁜데 더 이상 그런 세상 일에 신경쓰고 싶지 않은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리더는 다르다. 리더는 달라야 한다. 리더이기 때문이다.

모두가 휴식하고 잠들어 있을 때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홀로 나래를 편다. 지금 한국의 정세는 안밖으로 급변하고 있다. 리더는 기본적으로 진보성향이어야 한다. 탐구심과 열정이 있어야 한다. 시대의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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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쪽 사람들은 논리가 궁하면 무턱대고 빨갱이라고 덮어 씌운다. 문제는 그들도 우리가 빨갱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데 있다. 알면서 왜 그러지? 그것이 유효한 전략이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먹히기 때문이다.

빨갱이란 무엇인가? 원래는 공산주의자를 의미했다. 지금은 다르다. 전교조나 노조와 같이 어떤 형태로든 조직되어 있는 사람이 저들이 말하는 빨갱이다. 훈련되어 있는 사람, 조직적으로 팀플레이를 하는 사람이 빨갱이다.

왜 그것이 문제가 되는가?

축구시합을 하는데 원래는 포메이션 개념이 없었다. 그냥 우르르 몰려다니며 마구잡이로 공을 차는 것이었다. 그때는 개인기가 뛰어난 쪽이 승리했다. 그때가 좋았다. 동네축구라도 재미가 있었다.

그런데 어느 팀이 최초로 포메이션을 들고 나오면? 그게 빨갱이다. 이쪽은 그냥 개인플레이로 즐겁게 노는데 저쪽은 집단학습을 해서 수준을 높여간다. 당당하게 실력으로 돌파하지 않고 요상하게 패스를 주고받으며 집단이 다구리를 놓는다.

당해낼 재주가 없다. 뭔가 억울하다. 분통이 터진다. 참을 수 없다. 그러므로 빨갱이인 것이다.

야구에 원래 도루가 없었다. 어떤 선수가 최초의 도루를 감행한다. 도루라니? 이건 도둑질이 아닌가? 비겁하다. 모두가 손가락질을 한다. 그러나 점점 도루가 늘어나고 급기야는 모두가 도루를 하게 된다.

원래 룰이 아니었던 것이 룰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것이 시대의 흐름이다. 세상이 그렇게 변해가는 것이다. 그게 못마땅한 사람이 있다. 문제는 그 골난 사람들의 숫자가 매우 많다는데 있다.

빨갱이라는 표현은 이러한 변화에 대한 거부심리를 바탕에 깔고 있다. ‘옛날이 좋았지. 그때가 좋았어.’ 그냥 무개념으로 룰루랄라 잘 놀았는데 저쪽이 집단으로 조직하여 학습하며 도루하고 전력분석하고 포메이션 쓰고..

개인기로는 분명 내가 앞서는데.. 저쪽에 히딩크가 붙고난 다음부터 뭔가 속은듯 하다. 그냥 실력만큼 해야 재미가 있는데.. 원래 허접한 한국팀과 러시아팀이 체력과 조직력으로 악착같이 나온다. 이제 다른 팀들도 히딩크를 따라할텐데.. 히딩크가 축구경기 재미없게 만들었다.(실제로 이런 내용의 블로그를 본 적이 있다.)

저항감 느낀다. 화가 난다. 서프라이즈인지 다음 아고라인지에 떼로 몰려서 집단학습인지 집단지성인지 한다는데 그러기 있냐? 이건 반칙이 아닌가? 뭔가 야속하다. 적응하기 어렵다. 따라잡기 귀찮다. 피곤하다. 빨갱이다.

필자가 강조하는 것은.. 그러나 결국 그것이 대세라는 거다. 결국은 모든 팀이 도루를 한다. 결국은 모든 팀이 포메이션을 쓴다. 결국은 모든 팀이 전력분석팀을 가동한다. 세상이 변한다. 그 변화 따라잡아야 한다.

인터넷 동호회라도 그렇다. 회원 1만 넘어가는 큰 모임은 대부분 개혁세력이 운영을 맡고 있다. 저쪽 인간들은 기본적으로 동호회나 까페모임을 잘 운영하지 못한다. 다음에 아고라만 있는 것이 아니다. 까페모임에서 느끼는 정서적 동질감이 집단학습-집단지성의 원천인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빨갱이’들이 왜 열성적으로 조중동 불매운동을 하지?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무슨 재미가 있지? 정서적 동질감을 느끼는 데서 참여의 기쁨을 얻기 때문이다. 그 동질감은 작은 모임에 참여하는 데서 얻어진다.

아고라는 광장이다. 익명의 광장에 혼자 내버려 진다면 재미가 없다. 썰렁하다. 삐쳐서 악플이나 달지 열성적으로 참여하지 않는다. 무수한 작은 모임들이 있고 거기서 정서적 동질감을 느끼기 때문에 참여의 열기가 활활 타오르는 것이다.

노사모는 하나인데 박사모는 수십 개의 유사한 모임이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수구는 반드시 분열한다. 왜? 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선비가 아니다. 인내심이 없다. 열정이 없다. 공부 안한다. 변화를 따라잡지 못한다.

그 게으름으로 백여명 패거리의 깡패두목 정도는 할 수 있지만 수만 명 회원을 통제하지 못한다. 왜? 동호회는 민주적으로 운영된다. 깡패는 폭력으로 유지되고 회사는 돈의 힘으로 유지되는데 동호회는 그 뭔가가 없다. 돈도 폭력도 없다.

민주적으로 운영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동호회는 단 한 명이 찐따를 붙어도 모임 전체가 휘청거린다. 회사라면 문제 인물을 해고해 버리면 그만이다. 깡패집단이라면 뒈지게 패주면 된다. 그런데 동호회는? 쉽지가 않다.

딴나라지지자들 모임의 특징은.. 어느 모임을 가도 소송이 붙어 있거나 내분이 있다는 거다. 그들은 해결능력이 없다. 서로를 불신하기 때문이다.

큰 모임의 리더는 반드시 인격적 수련이 되어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특히 여성과 약자, 소수자를 존중해야 한다. 소수의견에 귀기울여야 한다. 리더가 배짱으로 나오면 반드시 모임이 깨진다.

수구라는 것이 다른게 아니다. 성매매 하고, 지역차별하고, 술자리에서 무례하게 떠들고, 여종업원에게 반말하고, 산에서 몽둥이로 패서 개잡아먹고, 오징어로 사람을 패고 그냥 저 하고 싶은 대로 해보겠다는 거다.

돈이면 다되는 세상인데 못할게 뭐냐 이거다. 그런데 동호회 모임을 그런 식으로 운영하면 회원이 증발해서 망한다. 모든 회원을 지극정성으로 섬겨야 모임이 유지가 된다. 훈련받은 사람만이 할 수 있다. 그 훈련된 사람이 빨갱이다.

국가는 동호회와 비슷하다. 국민을 해고할 수는 없다. 지율스님 한 명이 반대해도 국책사업이 틀어지는 것이 국가다. 원래 그렇다. 화낼 일이 아니다. 다 받아들여야 한다. 민주주의는 절대적으로 훈련되어야 한다.

이명박과 수구떼는 그 훈련이 안 되어 있다. 함께 모여서 공부하고 훈련하는 사람을 빨갱이라고 부른다. 공부하는 사람들을 이길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거기서 열패감 느낀다. 빨갱이라는 표현은 열패감 가진 사람끼리 뭉치자는 정서적인 호소다.

이거 먹힌다. 김대중, 노무현 10년간 대한민국은 많이 변했고 그 변화 따라잡기 벅차다고 느끼는 사람이 의외로 우리 주변에 많았다. ‘너도 소외감 느꼈지? 나도 소외감 느꼈어. 우리끼리 뭉치자!’ 이거다. 그들의 암구어가 빨갱이다.

그러나 지금 증명되고 있는 것은.. 지난 10년간 대한민국이 너무 빠르게 변했기 때문에.. 성매매금지법 따위에 스트레스 받은 마초들이 적응 못하고 빨갱이라는 구호아래 정서적 동질감을 느끼며 뭉친 것이 사실이지만..

명박이 선출하여 개혁의 속도를 늦추고.. 시계바늘을 20년 전으로 되돌리고 쉬어가기로 했지만.. 촛불은 그러한 휴식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세상은 빠르게 변한다. 북한과 미국이 수교할 판이다. 오바마가 당선될 판이다. 적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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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다/그르다’의 논리만으로 판단해서 안 된다. 우리가 옳고 저들이 그른 것이 아니라.. 저들은 ‘줘도 못먹는다’는 것이다. 권력을 줘도 운영하지 못한다. 너무 빠르게 변하기 때문이다. 훈련이 안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화적 지체현상은 좌파들에게도 나타난다. 2002년의 월드컵 때의 길거리 응원을 예로 들 수 있다.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파시즘의 광기를 느낀다고. 30년대 독일의 나치를 연상시킨다고. 그러나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87년에 아스팔트에 서 본 사람들의 자신감이.. 2002년에 아스팔트로 이끌었다고 나는 믿는다. 수십만 명이 광장에 모여도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자신감이 2008년의 촛불로 타오른 것이다.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이다. 조직되지 않은 군중을 조직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이 필요하다. 그것이 소통이다. 좌파들의 조직은 물리적으로 통제되지만 광장의 민주주의는 이심전심으로 소통되는 것이다. 다르다.

수구들의 지체현상.. 일체의 학습과 훈련과 따라잡기를 거부한다. 돈과 폭력의 힘으로 밀어붙인다. 동호회 같은 민주적인 조직을 운영하지 못한다.

좌파들의 지체현상.. 조직되지 않은 군중의 자제력을 믿지 못하고 두려워 하며 일사불란한 조직, 강철대오, 지시와 명령, 권위적인 통제를 선호한다.

우리들은 다르다. ‘이것들이 모여있어봤자 최루탄 한 방에 다 날아갈 오합지졸에 불과하지’.. 하는 자기혐오의 냉소에서 벗어났다. 인위적으로 조직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위에서 명령하는 지도부가 없는데도 말이다.

광장의 무질서한 군중이 자기 자신의 역량에 대해서 믿음을 가져버린 사건이 2008년의 촛불이다. 그 배경은 인터넷 동호회들을 통해 훈련된 대중의 역량이다. 동호회야 말로 민주주의 역량을 키우는 요람이다.

세상은 변한다. 갈수록 개인의 영역이 커진다. 개인이 더 많은 부분을 책임져야 한다.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위에서 시키는데로 고분고분 말만 들으면 다 해결이 되었다. 이제는 다르다. 개인의 창의력이 경쟁력이다.

그러나 이명박 집권 이후 개인의 영역이 급속하게 줄고 있다. 더 많은 국가의 통제를 받게 되었다. 소비자운동도 마음대로 못하게 되었다. 의사표현조차 못하게 되었다. 더 많이 감시받게 되었다.

이명박은 대한민국을 공산국가로 몰아가고 있다. 자유민주주의? 자유는 돈 있는 자들만 누리게 되었고.. 시민은 명박산성에 막히고 전경의 닭장차에 포위된 신세다. 지금 한국은 중국을 닮아가고 있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이 유린되고 있다.

결국 그들이 말하는.. 이른바 ‘빨갱이’를 빼놓고는 대한민국이 기본적으로 유지가 안 된다는 현실을 그들은 목도하게 된다. 훈련된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선비들이다. 그들이어야 작은 동호회라도 운영할 수 있다. 그들이 대한민국호의 선장을 맡을 자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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