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의 세계사라는 책을 읽었다. 이 책을 쓴 사람은 베아트리스 호헤네거라는 여성이다. 서양인이 바라본 동양의 차는 어떠한 것일까에 대해서 비교적 객관적 시선을 가지고 책을 집필한 것 같다.
나에게 이 책이 흥미롭고 재밌게 다가온 점은 차를 마시는 사람으로서 서로가 어떤 시각을 갖고 있는가를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었기 때문이다. 결과는 만족스럽다고 보아야 할 것 같다.
물론 이 책에는 한국의 차 역사는 나와 있지 않다. 아마도 그 이유는 한국이 세계사에 등장하는 일이 별로 없고, 한국의 차 역사나 차문화가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았기 때문이고, 서구인들에게 한국차가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의 차는 대부분 국내에서 소비가 되는 이유도 포함 될 것이다.
반면에 이 책을 읽다 보면 그것이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도 드니, 불행중 다행이라는 말은 이럴 때 사용하는 것인가 한다. 하지만 불행은 어쩔 수 없이 한국도 식민지를 겪었던 고통스러운 한국사를 가지게 되었고 동시에 세계사의 한 부분이라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책의 구성을 총 4부로 정리하였는데, 제 1부는 동양의 차문화의 역사성과 가치에 관한 것이다. 제 2부는 동양과 서양의 충격적인 조우와 그로 인한 숱한 사건들에 대해서 차와 연결된 에피소드 식으로 엮어 냈다. 제 3부는 차와 관련된 유익한 정보들로 구성 하였다. 제 4부는 오늘날 차의 모습 속에서 보는 역사적 결과인 현재에서 시대적 과제들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다.
또 다른 하나의 형식은 역사적 기록물에 의한 점진적인 전개 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랜 시간 동안 흘러온 차의 대한 기록을 토대로 사실적인 역사를 풀어 내었다는 점이다. 이 점에서 저자가 얼마나 동양의 차에 대해 깊고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라고 여겨졌다. 동양의 차가 서양과 만나는 지점에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저자는 역사를 충실하게 따라갔고, 자신의 관점을 갖고 차를 세계사적으로 펼쳐 내었다. 동양의 차역사와 그 안에서 파생된 서양의 차역사를 아울러서 하나의 세계사적인 관점으로 뽑아 낼 수 있다는 것은 일방적이고 우월한 시선만으로 뽑아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객관적이면서 있었던 사실 그대로에서 인류가 흘러온 방향에서 반성적 시각을 획득하여 겸허하게 책을 구성하여 내었다고 여겨졌다. 중국과 일본, 그리고 식민지로서 차 재배 국가들이 된 나라들에 대해서 저자의 시선은 애잔하면서도 존경의 마음을 담고 있다고 생각되기도 했다. 인류사적인 부분에서 접근했음을 엿볼 수 있는 부분들이다. 또한 동양과 서양의 화합과 공존과 상생의 길도 제시하고 있다.
식민지 국가들의 차 재배 현실과 차 노동자들의 현실을 고발하므로 인해서 그녀는 서구사회가 어질러 놓은 시대적 병폐들에 대해서 책임이 있음도 시사하고 있다. 또한 그러한 역사적 사실들에 대해서 현재 그리고 미래를 위하여 동양과 서양이 같이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기도 하다.
저자는 한 잔의 차가 주는 무거움을 알고 있는 듯 하다. 차문화에서 - 이렇게 글을 보며 서로가 교감을 느낄 수 있는 것에 대하여 동양과 서양, 동양인과 서양인이 서로 소통할 수 있음을 알게 하여주는 것 같다. 저자의 책을 읽으며 느낀 부분은 동양의 차 마시는 방식이나 그것에 관한 생각들이 별 차이가 없음을 느꼈다. 차의 본질을 알게되고 그 정신에 대해 받아 들이고 이해하게 되면 동양인이나 서양인이 이심전심으로 느껴지는 것은 동일한 것이라고 여겨지기도 한다.
중국에서 차문화의 흐름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게 된다. 도교로 부터 이어져 오다가 유교와 융합된 하나의 갈래와, 도교로부터 이어져 온 차가 여러 분파로 나뉘어 있던 불교와 융합하고 다시 선불교가 일어나서 선불교로 통합되어 이어져 온 또 하나의 갈래이다.
물론 지금의 중국에서는 거의 전자의 형태가 만연하다고 보인다. 하지만 한국은 후자의 영향이 더 컸다. 지금도 그러하다. 중국은 그 두 갈래의 차가 동시에 흐르다 다시 전자가 우세해졌다가 현재에 다시 선차(禪茶)를 받아 들이고 있다면, 한국은 삼국시대 및 신라시대와 고려 전기까지는 도교와 융합된 불교의 차 문화 였다가, 다시 선불교 차문화로 통합되어 흘러 오다 근대에 일본의 차문화 영향을 받았으나, 여전히 선불교적인 차문화 영향이 강하다.
여기에 현재는 중국차문화가 가미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중국과 한국의 차문화의 차이점이 확연히 드러나게 된다. 이 책의 저자 역시 선차를 언급하고 있다. 저자가 선차에 대해 조금 더 기술을 하려 시도했다면 선차에 대해서 중국에서는 그 답을 찾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짐작된다. 그렇다면 한국의 선불교와 한국차문화에 대해서도 관심이 갔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 부분이 조금 아쉽기는 했다.
<노자>
<18세기 영국 커피 하우스 풍경>
차의 정신을 가지고 있었던 나라들과 없는 나라들은 어느 부분에 있어서는 차이가 있었다고 생각된다. 동북 아시아 국가들도 차 노동과 세금으로 고되었던 시절들이 있었다. 하지만 차는 꾸준하게 인간의 정신적인 부분과 부단하게 소통하였고, 깊이를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차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차가 가지는 정신 세계를 존중하게 되었다.
하여 오늘날 동북 아시아 국가들은 대체로 차를 만드는 사람이나 마시는 사람이나 차를 소중하게 생각하며 그 차를 만드는 것에도 고마움을 가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차를 재배하고, 차를 만들고, 차를 마시고에 있어서 사람에 대한 존중감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점이라고 여겨지도 한다. 제국주의 시대에는 무역업자들과 그에 협력하는 국가가 나서서 사람보다 이윤이 먼저, 공존 보다는 경쟁이 먼저, 방향보다는 속도가 먼저인 산업사회였다. 한 숨 돌리기도 힘들게 인류는 여기까지 왔다. 차 한 잔은 이제 사람과 공존과 방향을 먼저 보기를 권유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차는 상품 이전의 큰 의미가 있는 것이며 정신이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제로 조성되고 이주 노동자들의 희생과 죽음으로 일구어진 대규모 농장들의 농장주들에게 차의 정신은 이식되지 못했나 보다. 하나의 음료에 정신이 깃들어 있는 것은 차 뿐이다. 그리고 동양은 그 정신을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쓴 저자는 그런 동양의 정신을 아주 잘 이해하고 있으니, 서양에도 동양의 차 정신은 어느정도 이해가 되어가고 있나보다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맺음 - 동양의 차 정신의 소중함을 가슴에 새기고....
보기보단 책의 내용이 두꺼워서 읽기에도 시간이 다소 소요되었다. 그런데 이런 책을 매끄럽게 잘 번역하여 주신 조미라님과 김라현님 께도 감사드린다.
좋은 교양 서적이 많이 읽히기를 바래본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부분적으로 접근하는 것 보다는 하나의 연속성을 가지고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단편적인 정보 보다는 단일하게 모여 있는 정보가 유리한데, 그것이 책이라고 생각한다.
한 권의 책을 통하여 잘 정리된 내용들을 연결시켜 가며 읽어 내는 것이 전반적인 이해에 훨씬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지식이 되는 것은 연속성이 있어야 하고, 역사적으로 이어져온 그 연결성과 사건이 격발되는 모티브들을 알아야 더 생생하게 이해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차의 세계사는 차의 관한 상식과 차의 역사를 비교적 자세하게 기술하였다. 그리고 유럽에서는 차가 생산되지 않지만 식민지를 차 농장으로 개간한 영국의 차문화에 대해서도 비교적 자세하게 설명하였다.
차의 세계사는 차 교양 서적으로 그 가치가 높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자가 이 책을 쓰게 된 동기가 차 노동자들이 현실을 고발하고 공정무역의 당위성을 알리고 죽어가는 토양을 살리고자 하는 유기농법에 대한 관심을 모으기 위함이라고 한다.
<스리랑카 - 차밭에서 찻잎을 따고 있는 타밀족 여인들 >
현대를 사는 사람이면 누구나 자유로울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하다. 차를 마시는 우리 역시 예외는 아닐 것이다. 한번쯤은 생각해 볼 문제라고 생각된다. 차의 역사에서 동양의 역사도 중요하지만, 동양과 서양의 만나는 역사도 중요하다. 16세기~ 20세기 까지, 인류는 너무도 많은 일들을 해치웠다. 그리고 너무나 많은 고통의 시간들이 있었고, 지금도 진행중이다. 이제 이런 역사의 한 부분을 차 역사에서 배제할 수도 없는 부분이라서 역사를 바로 알아야 하는 수고로움을 겪어도 될 듯 싶기도 하다. 동양의 차 정신이 많은 부분에 이로움을 전해 줄 것이라고 여겨진다.
검색을 쪼매해서 찾았지요.^^
햇순의 차 잎을 떠올리며.... ^^
강물을 퍼올려 차를 마시는 사람들....^^
아란도님, 잘 읽었습니다. (차 잎을 따는 손길들을 생각하며... )
싱그러운 연초록빛들...보고만 있어도 설레네요.^^
멋진리뷰예요 ^^
차라는 소재로 동서양 문명의 흐름을 알 수 있겠구려.
차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는데 리뷰를 보니 이 책에 급 호기심이 생기오~
어쨌든 관심이 생겼다는 것은 좋은 일...책을 읽어보면 교양과 상식도 늘고 좋지요.ㅋ~^^
와우 멋진 도판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