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read 12665 vote 0 2006.06.13 (18:37:47)

인간의 조상은 본래 원숭이였습니다. 지상은 너무 위험하고 나무 위는 비교적 안전하였기 때문에 원숭이들은 나무 위를 삶의 터전으로 선택했습니다. 그때 한 반항적인 원숭이가 있었습니다.

지상에서의 삶에 흥미를 느낀 것입니다. 보수 원로 원숭이들이 말렸음에도 불구하고 용감하게 나무에서 내려왔습니다. 사실이지 보수 원로들의 말이 옳았습니다. 그때 부터는 줄곧 사자에게 쫓기는 신세였던 것입니다.

오늘도 쫓기고 내일도 쫓겼습니다. 오늘도 달리고 내일도 달렸습니다. 그 결과 인간은 원숭이에게 없는 튼튼한 두 다리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반면 나무에 매달릴 일이 없으니 인간의 팔은 점차 약해졌습니다.

그러나 나뭇가지에 매달리던 그 버릇을 완전히 잊지는 못해서 나무 막대기 하나를 항상 손에 들고 다녔는데 그 막대기가 발전하여 도구가 되었습니다. 도구를 사용하는 인간 호모 사피엔스는 그렇게 탄생한 것입니다.

그 용감한 원숭이의 결정은 옳은 것인가요? 그렇지 않을 수 있습니다. 나무에서 내려오는 즉시 사자밥이 됩니다. 모험을 선택한 99프로의 원숭이는 나무에서 내려오는 즉시 죽었습니다.

옳으냐 그르냐를 초월해야 합니다. 어쩌면 우리가 가는 길이 옳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결단을 내려 안전한 나무를 버리고 위험한 지상으로 내려왔기 때문에 비로소 인간으로 진화한 것입니다.

중요한건 우리가 인간이라는 사실입니다. 인간은 인간다와야 합니다. 어쨌든 우리는 그 나무에서 내려온 원숭이의 후예입니다. 나무에서 내려온 용감한 원숭이의 뜻을 살리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우리의 조상은 안전한 아프리카를 떠나 메마른 사막을 건너 주린배를 움켜 쥐고 추위에 떨며 구대륙의 끝 한반도로 옮겨왔습니다. 그렇다면 그 조상의 선택을 존중해야 합니다.

달마실은 광장이 아니라 안방입니다. 뜻이 맞는 사람끼리 공유하는 작은 공간입니다. 우리는 극(極)의 극(極)을 추구하는 특별한 사람들입니다. 나무에서 내려온 원숭이, 그리고 아프리카를 떠난 조상의 결단을 좇는 사람들입니다.

정치적 의견이 다른 사람과는 대화하지 않습니다. 안전한 나무에 계속 머물러 있겠다는 원숭이들과는 상종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그렇게 살라하고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갑니다. 조상이 시작했기 때문에 우리가 완성하는 것입니다.

시작한 것은 끝을 보아야 합니다. 위험해도 가고 옳지 않아도 갑니다. 계속 갑니다. 조상이 시작했기 때문에 후손이 계속 가는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의 정체성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습니다.

한나라당이 집권해도 나라가 망하지는 않습니다. 일본의 식민지로 남아있으면 지금 우리의 국민소득은 두배가 되었을 것입니다. 미국의 51번째 주로 들어갔으면 잘 먹고 잘 살았을 것입니다. 원숭이들은 그렇게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원숭이의 길이 아니라 인간의 길을 선택했기 때문에 안전한 나무를 버리고 지상으로 내려와서 날마다 사자에게 쫓기는 신세이면서도 달리기를 멈추지 않았고 그 결과로 여기까지 온 것이기에 계속 가야 합니다.

우리는 편안하고 좋은 길을 선택하지 않습니다. 다만 인간의 길을 선택할 뿐입니다. 영어를 국어로 채택하면 국가 경쟁력이 두 배가 되겠지만 그것은 원숭이의 길이지 인간의 길이 아닙니다.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목표라면 계속 나무 위에서 그러고 살기 바랍니다.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갑니다. 인간이기 때문에 계속 갑니다. 안전한 나무에 남겠다는 원숭이들과는 소통하지 않습니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630 인생의 항로를 결정하는 세 나침반 김동렬 2006-06-27 17393
1629 대중과의 소통은 가능한가? 김동렬 2006-06-27 12628
1628 대화가 통하는 사람만 여기여기 붙어라 김동렬 2006-06-21 15761
1627 구조론과 양자역학 김동렬 2006-06-17 10467
1626 구조론과 진화 김동렬 2006-06-16 12058
1625 구조론으로 본 월드컵 김동렬 2006-06-16 13167
1624 이탈리아 멕시코 스페인 포르투칼 강세? 김동렬 2006-06-15 17485
1623 프랑스 깰 비책 있다. 김동렬 2006-06-14 16158
» 달마실 이야기 김동렬 2006-06-13 12665
1621 토고전 필승을 기원한다 김동렬 2006-06-13 12985
1620 안다는 것의 출발점 김동렬 2006-06-09 15168
1619 정동영 욕하지 마라. 김동렬 2006-06-07 15713
1618 달마어 체계 김동렬 2006-06-05 13627
1617 진보는 오버해야 산다 김동렬 2006-06-03 13428
1616 이 정도는 웃고 넘어가는 맷집이 있어야 김동렬 2006-06-02 16834
1615 이번에도 승자는 유권자다. 김동렬 2006-06-01 15839
1614 황라열 먹은 조선 지충호 먹은 한나라 김동렬 2006-05-30 16306
1613 박지성과 박주영이 일을 낼 것인가? 김동렬 2006-05-29 15246
1612 정동영과 우리당의 현실 김동렬 2006-05-29 14631
1611 사설강원을 오픈합니다. 김동렬 2006-05-26 171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