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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5927 vote 0 2006.06.01 (13:31:13)

원래 개혁세력은 30프로 안팎의 지지율을 가지고 있다. 70프로의 지역세력과 싸워서 이번에 30프로 득표했는데 이는 실제로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개혁세력의 비율과 비슷하다. 즉 우리당은 얻을 표를 얻은 것이다.

이것이 우리의 본실력이다. 그럼 지난 대선은 어째서 이겼냐? 한번은 이인제가 20프로 잘라준 덕을 보았고, 2002년은 정몽준이 20프로를 몰아준 덕을 보았다. 즉 기적이 두 번이나 일어난 것이다.

그러나 세 번 연속의 기적은 원래 일어나지 않는다. 이제는 기적을 바라지 말고 제 힘으로 표를 일구어야 한다. 전략은? 30을 셋으로 쪼갰다. 10+10+10이 된 것이다. 핵이 쪼개졌으므로 구심점이 약해졌다.

그 결과는 민주당과 민노당의 탄생으로 귀결되었다. 우리당이 분열한 덕에 민노당과 민주당이 약진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그 결과로 이렇게 깨졌다. 분열해서 진 것이다.

그렇다면 왜 쪼갰나? 왜 민주당을 차버리고 우리당을 창당했나? 쪼개지 앟고 민주당으로 그냥 갔다면? 도로 30으로 주저앉게 되어 있다. 30프로 소수로 70프로 다수를 이긴 대선승리 자체가 오버이기 때문에 이래도 지고 저래도 진다.

어차피 질 것이 뻔하기 때문에 모험을 한 것이다. 어떤 모험인가? 셋으로 쪼개진 각 10이 외부에서 조달하여 각 10을 물고 오라는 뜻에서 쪼갠 것이다. 핵이 광주였는데 핵을 쪼갠 결과 구심점이 없어져서 진 것이다.

그 대신 작은 핵이 셋으로 늘어났다. 그러므로 다음 대선에서는 강금실이 민노당 10을 물고 오고, 고건이 민주당 10을 물고 오고, 유시민이 딴나라 10을 물고 오면 이긴다. 쪼갠 것을 다시 합치면 이긴다.

가능한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모험을 한 것이다. 물론 실패할 확률도 있다. 그러나 성공할 것으로 자신하고 의기양양하게 모험을 한 것이다. 우리당 창당은 분명히 모험이었다. 그 모험의 결과가 이렇게 나타난 것이다.

리스크 부담 없는 벤처가 세상에 어딨냐? 이건 당연히 지불해야할 댓가다. 이번에도 승자는 유권자다. 지금 유권자의 몸값이 최대한이 되었다. 우리당을 응징한 유권자가 한나라당은 응징하지 않겠나?

선거결과를 딴나라에 대한 지지로 착각한다면 딴나라 망한다. 결론적으로 우리당은 무모한 모험을 했고 그러한 모험은 그 자체로 유권자를 혼란에 빠뜨리고 유권자에게 고통을 주는 것이며 그 결과로 응징을 당한 것이다.

이 모험이 성공하려면?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진정성이란? 우리당 창당이 정동영 개인의 집권음모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확인도장을 받아내야 한다. 사실 우리당을 창당한 것은 다국적군을 만든 것이다.

제 세력이 연대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외부에서 보기에는 어떤가? 딴나라당이 오히려 다국적군이 되어 있다. 우리당은? 운동권 골수집단으로 비쳐지고 있다.

● 딴나라 - 시민단체 오세훈+재벌 이명박+배신 김문수+수구 박근혜가 다국적군을 결성하고 있다. 이건 되는 컨셉이다.

● 우리당 - 골수 운동권 동창회로 비쳐졌다. 이건 안 되는 컨셉이다. 왕따 당하기 딱 좋다.

그렇다면? 지난 대선의 이슈는 경상도 지역주의 왕따시키기였다. 이번 지자체의 이슈는 운동권 동창회 왕따 시키기다. 다음 대선은?

다시 다국적군을 결성해야 한다. 그렇다면 그 판을 누가 주도해야 하는가? 다국적군이 결성되려면 중앙의 노른자위를 비워놓고 서로 양보해야 한다. 즉 내가 노른자위를 다 먹을테니 니들은 따라와라는 식의 다국적군 결성은 없는 것이다.

다음에는 연장자 순으로 하든, 어떻게 하든 다국적군을 결성하는데 성공해야 한다. 그리고 딴나라 수구 왕따시키기로 이슈를 끌고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슈가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나와주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다음 대선의 본질은 미국 부시 몰락+일본 고이즈미 나락+중국 후진따오 강세+러시아 푸틴 헛기침+김정일의 태도가 결정할 것이다. 국민의 시선이 내부로 가면 우리당 운동권 왕따로 깨지고 한나라당이 다국적군을 만든다.

그러나 국민의 시선을 외부로 돌려 시야를 폭넗게 가져가면 국제정세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딴나라 수구가 왕따되고 우리당이 다시 한번 다국적군을 결성할 수 있게 된다.

선거는 대가리 숫자 싸움이다. 그러므로 무조건 다국적군이 이긴다. 그런데 보는 각도에 따라서 다르다. 어떻게 보면 우리당이 운동권 동창회로 보이고, 또 어떻게 보면 한나라당이 수구꼴통 반창회로 보인다.

어떻게 보면 우리당이 경상도 일부+수도권+호남+충청+386+인터넷 연합의 다국적군으로 보이고, 또 어떻게 보면 한나라당이 재벌+시민단체 배신세력+운동권 배신자+종교집단+보수세력+조중동의 다국적군으로 보인다. 이 두 개의 시선은 무엇이 다른가?

내부를 좁게 보느냐 외부를 폭넓게 보느냐다. 지자체는 이슈가 동네, 마을, 골목길이기 때문에 당여히 유권자의 시야가 좁아지고 그 결과 우리당이 골수 운동권 동창회로 보여진 것이다.

그러나 대선은 다르다. 대선은 치열한 국제경쟁에서의 생존게임이다. 즉 시야가 미국, 일본, 러시아, 중국, 북한으로 넓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에 대해서는 자주해야 한다.
일본에 대해서는 극복해야 한다.
러시아에 대해서는 우호해야 한다.
중국에 대해서는 이용해야 한다.
북한에 대해서는 주도해야 한다.

수구꼴통으로 자신의 보폭을 극단적으로 좁혀놓고 포지션을 반공, 반통일, 친미친일 사대주의로 한정해 놓은 딴나라보다 우리당이 더 동에번쩍 서에번쩍 보폭이 넓다. 우리당이 더 유연한 공약을 내놓을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지금의 선거결과는 2003년 신당창당의 모험 때 예정된 시나리오 대로 착실히 밟아온 것이다. 즉 이번에 투표 안한 유권자 20프로만 투표장으로 끌고와도 이긴다.

결론적으로 이제 대선은 무조건 이길 수 밖에 없는 구도가 완벽하게 짜여진 것이다. 무엇보다 강적 이명박을 제쳐놓고 만만한 박근혜를 상대하게 된 것은 엄청난 행운이다.

대분열로 졌고 대통합으로 이긴다. 왜 질 것을 알면서 대분열했나? 분열하지 않고는 다시 대통합할 수 없기 때문에 알고 일부러 분열했다. 질 것 뻔히 알고 질 수 밖에 없는 짓을 했는데 뭐가 아쉽다는 말인가?

분열하여 쪼개진 각 10이 다시 원대복귀 할 때는 밖에서 10프로씩 물고와야 한다. 빈 손으로 돌아와서는 안 된다. 이번에도 승자는 유권자다. 유권자는 또 변덕을 부린다. 유권자를 무서워 하는 정당이 무조건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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