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아니지만, 글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생각은 했다. 글쓰기에도 구조가 있다. 구조만 가지고 다 되는 건 아니지만, 시작은 구조다. 설계도만 가지고 집을 지을 수는 없지만, 집을 짓는다면 시작은 설계도다. 음악에도 미술에도 구조가 있다. 구조는 연역이다. 전체의 '와꾸'를 짜놓고 부분을 채운다. 역사 공부도 마찬가지다. 전체의 와꾸를 짜놓으면 흥미가 생겨서 저절로 공부하게 된다. ‘저는 흥미가 안 생기는데요?’ 그런 사람은 역사치다. 포기하시라. 글쓰기도 원래 안 되는 사람은 노력해도 안 된다. 원래 되는 사람도 있는데 그들한테 물어보면 안 된다. 어떤 시인이 말했다. '시인이 되고 싶다고? 시 3천 수를 외어봐.' 어떤 소설가가 말했다. '등단하고 싶다고? 유명 작가의 글을 베껴서 써봐.' 개똥 같은 소리다. 그들은 원래 되기 때문에 안 되는 이유를 모른다. 필자가 말하는 것은 모든 문학예술에 공통된 코드다. 그것은 긴장이다. 인간이 어떤 상황에 긴장하는가? 대칭상황에 긴장한다. 음악은 도로 시작해서 도로 끝나야 한다. 수미일관이다. 대위법이다. 모든 시는 음악은 문학은 소설은 대칭을 통해서 긴장을 높인다. 왜 접속사를 쓰면 안 되는가? 대칭을 깨기 때문이다. '알리가 때렸다. 포먼이 받아쳤다.' 이건 대칭이다. '알리가 때렸기 때문에 포먼이 받아쳤다.' 이건 대칭이 아니라 연속이다. 알리와 포먼이 연결되어 하나가 된다. 알리와 포먼이 반대 포지션에 서야 먹힌다. 너무 대칭되어도 피곤하다. 음악은 고저장단의 대칭과 연속을 적절히 배치하여 긴장을 조절한다. 프레이즈 안에 완급이 있다. 구와 구를 대칭시켜 댓구를 주고받는다. 말대꾸하듯이. 한국 연기자들은 대사가 국어책 읽기다. 목적어를 높이고 동사를 낮춰야 한다. 정상적인 대사 - 나는 학교에 갔다가 별일이 (높임-긴장 올리기) 없어서 집으로 돌아왔다.(낮아져서 도로 끝난다.)
국어책읽기 대사 – 나는 학교에 갔다가(높임) 별일이 없어서(높임) 집으로 돌아왔다.(높임) 송강호와 최민식 혹은 이정재 같은 명배우들은 말의 중간에 오는 목적어를 높이고 끝부분 술어를 낮추는데 엉터리 연기자는 문장을 술술 말하지 않고 짧게 호흡을 끊어 말하는데 끊는 부분을 높인다. 그 이유가 뭘까? 까먹은 대사를 떠올리려고 힘을 주는 것이다. 좋은 대사 – 도레미파솔라시라솔파미레도 나쁜 대사 - 도레미파솔라시, 도레미파솔라시, 도레미파솔라시 하긴 경상도 치고도 남해바다 마산, 고성 사람들이 강호동처럼 고성으로 말하지만, 정상적인 대사는 중간을 높이고 끝을 낮춘다. 오르막 다음에 내리막이 와야 한다. 이게 3류 작가들이 접속사를 쓰는 이유와 같다. 작가는 쉽게 쓰려고 배우는 쉽게 대사 치려고. 3류 배우 - 한 문장을 두세 단어씩 끊어서 말하고 끊는 부분을 높인다. 왜? 다음 대사가 생각이 안 나서 잠시 호흡을 멈추는 것이다. (특히 영화 타짜가 배려놨다. 양아치가 건들거리면서 말하는 기술이 유행되어 멸망.) 3류 작가 – 쓰다가 문장이 막힐 때마다 끊어놓고 끊는 부분마다 접속사를 넣는다. 왜? 다음에 올 단어가 생각이 안 나서. 생각하는 시간 벌려고. 대사를 엉터리로 치면 암기하기 좋다. 배우들이 요령 부리다가 망한다. 초딩 일기는 '나는 오늘'로 시작한다. 나는 오늘을 써놔야 무얼 쓸지 생각이 난다. 가상의 선생님한테 보고하는 것이다. 선생님이 맞은 편에 서 있다고 상상한다. 선생님 왈 너는 오늘 뭐 했냐? 나는 오늘 강아지와 놀았는데요? 그럼 그걸 써야지. 나는 오늘 아침에 강아지와 장난치고 놀다가 화분을 깨뜨렸다. 아빠한테 혼났다. 이렇게 쓰는 것이다. 내가 내 일기를 쓰는데 선생님이 왜 끼어드냐? 이래서 망한다. 나와 대칭시켜서 객체 자체 대칭이 망한다. 좋은 산수화라면 산과 수가 대칭되어 서로 싸워야 한다. 작가와 대칭되면 피곤하고 객체 안에 구조가 있어야 한다. 이발소그림 봐라. 산도 있고 호수도 있고 물도 있고 나무도 있는데 어느 것도 서로 싸우지 않는다. 왜? 그림을 보는 관객과 대칭되기 때문이다. 관객이 나는 산도 좋고, 호수도 좋고, 초가집도 좋고, 봄도 좋고, 여름도 좋고, 가을도 좋아. 하며 그림을 주문하므로 그림에 산도, 호수도, 초가집도, 봄도, 여름도, 가을도 사이좋게 공존해야 한다. 잘 보면 밤인데 낮이고 여름인데 겨울이지만 어떤 충돌도 없다. 왜? 그림을 주문하는 소비자의 기호에 복종해야 하기 때문이다. 모든 이발소 그림은 소비자와 대칭된다. 그림이 아니고 소비자의 욕망을 전시한다. 객체 자체의 논리와 질서가 없다. 산이 발을 뻗으면 물이 피한다. 물이 치고나가면 산이 피하는 그런 질서가 없다. 물과 산이 충돌하는 부분은 희미하게 처리해서 물타기한다. 문학이 독자의 욕망에 복종하면서 무협지가 되는 것이다. 논하기로 하면 하루 종일 말해도 끝이 없으므로 더질더질. ### 요약하면 모든 예술은 긴장을 끌어올리기가 본질이며 그 방법은 대칭이고 작가 자신과의 대칭이나 독자와 대칭되면 피곤하고.. 의도적으로 그렇게 할 수도 있지만.. 의식의 흐름 기법이나 신파.. 더 높은 단계로 올라서려면 객체 내부 자체 대칭을 찾아내야 한다. 이백 - 시는 양귀비를 찬양하는 것이다. 서구 - 음악은 하느님을 찬양하는 것이다. 롱펠로우 - 시란 무언가를 찬양하는 것이다. 어용시인 - 시는 임금을 찬양하는 것이다. 공산주의 - 예술은 노동대중을 찬양하는 것이다. 호메로스 - 서사시는 영웅을 찬양하는 것이다. 두보 - 시는 세상을 비판하는 것이다. 애드거 앨런 포우 - 시는 심연을 건드리는 것이다.
스탕달 - 문학은 인간을 비판하는 것이다. 알렉산드르 뒤마 - 문학은 독자에게 아부하는 서비스업이다. 여기서 규칙을 발견해야 한다. 개새끼들은 공통점이 있다. 생산 다음에 소비다. 이백이 두보를 넘을 수 없는 이유는 두보가 생산자이고 이백은 소비자이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문학은 찬양이라고 생각했다. 호머의 일리아드와 오디세이는 영웅을 찬양하는 것이다. 영웅이 당시에는 신이었다. 신을 찬양해야 비가 오고 곡식이 자란다. 음유시인들은 아킬레스와 헥토르를 찬양하여 비가 오게 하고 풍년이 들게 하는 주술사다. 아직도 이런 썩어빠진 사고에 젖은 똥통들이 있다. 뽕짝이 그렇다. 뽕짝과 신파는 변형된 찬양이다. 문제는 왕이 있어야 어용시인이 왕을 찬양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가수라는 것은 원래 부잣집 잔칫날에 분위기 띄워주고 푼돈을 얻어가는 사람이다. 요즘도 대학축제 가서 분위기 띄워주고 돈 받는 앵벌이 가수가 다수다. 하긴 먹고 살자는데 어쩌겠냐만 그러하다. 생산자가 없는데 소비자가 있겠냐? 시를 생산이라 보는가, 소비라고 보는가에 따라 완전히 달라진다. 고전 명화들은 그림을 소비행위로 본다. 귀족이 식민지를 착취하여 돈을 벌어오면 초상화를 그려서 자기 업적을 과시한다. 그게 예술의 본질이라고 여긴 것이다. 인간과 비인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이 갈라지는 지점이 있다. 물론 생산만 있어도 어색하고 소비도 있어야 한다. 두보만 있고 이백이 없다면 섭섭하다. 그러나 말이다. 두보가 없는데 어떻게 이백이 있을 수 있겠는가? 에너지가 없는데 어떻게 잔치가 열리냐? 문학은, 예술은 생산인가, 소비인가? 소비라고 보는 자는 자기소개 하는 자들이다. 자기의 욕망과 대칭시킨 것이다. 나를 만족시켜 줘. 놔두면 무협지 세상이 열린다. 양판소 세상이 열린다. 그렇게 망한다. 왜? 세상은 마이너스다. 소비로 가면 모두 똑같아진다. 모든 소설이 주인공이 빌런을 죽이는 권선징악으로 간다. 그래야 독자가 만족하기 때문이다. 만족은 정해져 있다. 행복은 정해져 있다. 쾌락은 답이 정해져 있다. 흥분과 긴장은 다르다. 인간을 격동시키는 것은 에너지를 끌어올리는데 답이 정해져 있지 않다. 문학은 예술은 생산도 아니고 소비도 아니고 선생산 후소비다. 두보가 앞에 가고 이백이 뒤에 간다. 스탕달이 앞에 가고 뒤마가 뒤에 간다. 비판이 앞에 가고 찬양이 뒤에 간다. 세상을 흔들어 큰 소리를 내지 않으면 안 된다. 일단 인간을 격동시키고 시작한다. 단, 거기서 끝나면 안 되고 진정시켜야 한다. 그런데 격동시키기가 먼저다. 롱펠로우는 똥이다. 이백은 똥이다. 찬양은 똥이다. 뽕짝은 똥이다. 이발소그림은 똥이다. 지하철시는 똥이다. 이 정도 가줘야 한다. 그래야 인간이 조금 긴장한다. 격동시키기가 먼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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