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read 14821 vote 0 2004.09.11 (17:50:19)

필자가 ‘노무현주의’를 언급한다거나 또 카이사르의 대중성과 키케로들의 먹물성을 굳이 비교하여 차별화 하는 것이 잘 이해되지 않는 분도 있을 것이다.
자유로부터의 도피.. 이제 그만 끝낼 때가 되지 않았는가?

 
‘근성’이 있는 사람이 있다. 귀천의 천상병이나 소설가 이외수선생 같은 분이 그러하다. 괴짜라 부를 수도 있다. 그들은 타협하지 않는다.
 
젊은 시절 이외수님이 깊은 산 중에서 수행을 한 일이 있었던 모양이다. 시골사람이 보기로.. 옷이 추레하고 수염이 덥수룩한 사람이 산에서 내려오는 꼴새를 보아하니 아무래도 빨치산 같다. 당장 경찰에 신고가 들어간다.  
 
온갖 고문을 가한다. 이외수님은 그래도 끄떡없다. 결정타를 먹인다. 잠 안재우기 고문 나왔다. 그러나 이외수님이 산 속에서 노상 수련했던 일이 바로 잠안자기 수행이었던 것이었으니.. 경찰은 오해한다.
 
‘이넘은 간첩 중에서도 고도의 훈련을 받은 특급요원이 틀림없다. 일주일이나 잠을 재우지 않았는데도 이렇게 멀쩡할 수가..’
 
더욱 악랄한 고문을 가한다. 인간이 받을 수 있는 모든 종류의 고문을 당한 흔적이 이외수님의 주름진 얼굴에 남아있다.
 
귀천의 천상병선생도 동백림사건에 연루되어 온갖 고초를 겪었다한다. 상대를 중퇴한 선생이 시를 쓰는 일 외에 다른 일을 할 수 없었던 것이 그 이유에서이다. 흔한 예는 아니다. 드물지만 절대 타협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 보석같은 그들이 있어서 세상은 살아볼만한 것인지도.
 
 페트릭 헨리의 연설문 끝부분을 인용한다.
 

『(전략) 사실상 전쟁은 시작되었다! 북쪽으로부터 휘몰아쳐 오는 질풍이 우리들의 귀에 전쟁의 포성을 전할 것이다! 우리의 형제들은 벌써 싸움터에 나가 있다! 그런데 우리는 무엇 때문에 여기서 한가롭게 서 있다는 말인가?
 
여러분이 바라는 것은 무었인가? 무엇을 가지고 싶다는 것인가? 쇠사슬과 노예의 대가로 얻어지는 고귀한 생명인가, 달콤한 평화인가? 단연코 그런 일이 없기를 바란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어떤 길을 택하려는지 알지 못한다.
 
다만 나에게 자유를 달라, 그렇지 않으면 죽음을!’


한나라당이 집권했다면 필자는 지금쯤 감옥에 있을지도 모른다. 근성이라면 나도 누구에게 뒤지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나는 원래 이 세상이라는 것과 별로 친하지 않았다. 만사에 심드렁한 내 흥미를 끌 만한 신통한 일은 어디에도 없었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썩 그렇게 정이 가는 나라인 것도 아니었다.
 
전두환 때문이었다. 백범이 ‘왜’의 호적에서 떨어져 나가기 위하여 민적을 버렸듯이, 나는 ‘그들의 나라’에서 떨어져 나가기를 소원하여 10여년간 주민등록을 버리고 방랑했다.
 
다시 사회로 복귀한 것은 92년 대통령 선거 직후다. DJ의 귀국과 해금 직후에 있었던 흥사단 연설 때 부터 반년동안 DJ의 거의 모든 연설회를 쫓아다녔다.  
 
비록 낙선했지만 그의 정계은퇴 선언을 조선일보가 크게 지면을 할애하여 환영하는 것을 보고, 나는 DJ가 반드시 정치에 복귀하리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 선거에 내 한표를 보태지 못했음을 통탄하고 민적을 살렸다.
 
내 홈페이지나 필자가 운영하고 있는 다음카페 3곳을 둘러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나는 원래 정치분야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는 사람이다. 이외수님이나 천상병선생도 마찬가지였다. 그분들은 원래 정치할 사람이 아니다.
 
타고난 ‘근성’ 때문이다. 타협할 수 없다는 생각, 모욕받고 수치를 당하고 비굴하게 고개 숙이느니 차라리 떠나버리는게 낫다는 생각.. 드물지만 그런 사람 있다.
 
예의 페트릭 헨리도 다르지 않다고 본다. 당시 미국인들의 70프로 이상은 독립에 반대하고 있었다. 영국이 300만 미국인을 아주 노예로 취급한 것도 아니다. 일본의 압제에 비한다면 영국의 식민지 통치는 신사적이었다고 볼수 있다.
 
음식에는 양념이 있어야 한다. 세상에는 괴짜도 있어야 한다. 그들이 세상의 소금이 된다. 약간의 구속도, 조금의 수치도 참을 수 없다는 사람이 적어도 몇 사람은 있어야 한다. 그들이 먼저 보안법에 유린을 당한다.
 
왜? 그들의 자유를 향한 뜨거운 열정 때문이다.
자유대한에 자유가 없다니 이럴 수 있나?
 
나는 자유 없는 세상에 1초도 살고 싶지 않다. 자유가 없는 즉 노예다. 노예는 본래 인간이 아니다. 물건으로 취급된다. 인간의 존엄은 자기 자신이 스스로 규정하는 것이다. 나는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자유인이다.
 
자유인에게 보안법의 쇠사슬이 가당하다는 말인가?
 
보안법이란 것이 무엇인가? 동그랗게 금을 그어놓고 금 밖으로는 한걸음도 나가면 안된다고 못박아 둔 거다.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 제일 먼저 당하고 근성있는 사람이 두번째로 당한다. 질식을 당하고, 목졸림을 당하고, 억압을 당한다.
 
창의력을 억압 당하고 상상력에 제약을 당한다. 시인이 먼저 죽고 예술가가 그 다음 죽는다. 괴짜가 죽고, 모험가가 죽고, 작가가 죽고, 정치가가 그 다음에 길들여진다.
 
그 모험심 꺾이고, 그 기개가 걲이고, 병든 양처럼 순해진다. 그렇게 순치된 자들로만 남아서 이 나라가 과연 세계무대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겠는가이다. 이래서 이 나라에 노벨상이 나올 수 있겠는가이다.
 
단지 상상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단지 남보다 호기심이 강하다는 이유만으로, 단지 다른 사람보다 창의력이 있고, 타고난 반골기질이 있고, 결코 비굴하게 살지는 않겠다는 근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꺾어진대서야 될일인가?
 
나는 구속되고 싶지 않다. 나는 코뚜레 꿰인 황소로 우둔하고 싶지 않다. 나는 1초를 살아도 인간으로 호흡할 것이다.
 
보안법을 지지하는 자들도 있다. 이문열 있고 김동길 있고 복거일 있다. 배우지 못한 사람은 어차피 정치에 무관심 하니 논외로 하고.. 글줄이나 읽었다는 지식인 중에도, 세상을 알만큼 안다는 사람 중에도 그런 사람이 있다면 문제다.
 
나는 적어도 인간으로 여기지 않는다. 그들은 스스로 노예가 되었다. 스스로 동그랗게 금을 그어놓고 그 금밖으로는 한발자국도 나가지 않기로 맹세한 자들이다. 나는 상상력 없고 모험심 없고 열정이 없는 그들과는 친구하지 않는다.
 
그들은 식은 자들이다. 그들은 가슴이 없는 로봇들이다. 그들은 자유를 모르는 노예들이다. 나는 '자유로 부터의 도피'에 나선 그들과 대화하지 않는다. 나는 그들과 한 하늘 아래 공존하지 않는다.
 
나는 어지간히 모난 사람일 것이다. 그러나 나같은 사람도 한사람쯤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전두환 노태우의 독재가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면 여러분은 저의 글을 읽을 수 없었을 것이란 사실이다. 나는 적어도 깡패를 대통령으로 섬기고.. 그런 식으로는 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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