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가지 입장이 있다. 하나는 DJ는 역할이 끝났으므로 이제 그만 잊어야 한다는 견해이다. 탄핵 때 동교동으로 몰려가서 한마디 해주기를 바랬던 식의 기대는 헛된 것이며, DJ의 한마디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는 논리다.
둘은 DJ는 개혁세력의 든든한 원군이며 노무현정권은 운명적으로 DJ를 계승하고 있으며, DJ 본인도 보이지 않게 참여정부를 돕고 있다는 입장이다. 물론 필자는 후자에 속한다.
DJ, 우리당 지지했는가?
‘DJ가 도와준게 뭐 있냐’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이지 그 정도면 많이 도와준거다. 그렇게 침묵하고 있기도 쉽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DJ가 돕는다며 팔 겉어부치고 나섰다면 오히려 많은 부분에서 실패로 돌아갔을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야 한다.
왜인가? 지금 여야간에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접점이 어디인지를 보라! 결국 박정희와 DJ의 대결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박정희가 죽은 장준하 귀신과 싸웠다면, DJ는 죽은 박정희 귀신과 싸우고 있다.
역사의 필연이다. 사실 많은 부분에서 DJ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운명적으로 그렇게 굴러가는 것이다. 조중동이 운명적으로 친일과 독재의 원죄에서 벗어날 수 없듯이, DJ 또한 운명적으로 우리편일 수 밖에 없다.
사실이지 DJ와 우리의 입장은 많이 다르다. 파병문제, 박정희기념관문제, 경제문제 등에서 DJ가 우리의 기대를 충족시켜줄 가능성은 없다. 왜? 625를 경험한 세대와 전후세대의 본질적인 차이가 또한 있는 것이다.
DJ는 운명적으로 625세대이다. 우리와는 가는 길이 다르다. 그러나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 그러한 여러 측면을 두루 감안하고 본다면 DJ는 엄청나게 많이 도와준 것이다.
결론적으로.. 신질서는 순전히 우리의 힘으로 구축해야 하지만, DJ가 병풍역할로 구질서의 반격을 막아주고 있다는 사실도 인정해야 한다.
한화갑의 민주당 말아먹기
한화갑이 대학생들과 만나 ‘청춘예찬’을 구가했다 한다. 므흣한 기사가 된다. 그러나 그는 보안법문제에 소극적인 태도를 견지하므로써 DJ를 욕보이는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정치란 것이 그렇다. 줄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 것이 또한 정치다. 그렇다면 무엇을 주고 대신으로 무엇을 받아챙길 것인가이다. 여기에 전략이 필요하다.
유시민의 발언에 의하면 사회, 문화분야는 진보쪽이 받고 대신 경제분야는 보수쪽이 받는다고 한다.
사회, 문화분야는 젊은 층에 어필하고 경제분야는 중장년층에 어필한다. 경제는 단기적으로 성과가 나타나고 사회, 문화분야는 장기적으로 효과가 얻어진다. 당장은 경제로 중장년층의 비위를 맞추고 대신 장기적으로는 젊은층을 흡수한다는 전략이 된다.
그렇다면 국가보안법은? 노무현대통령이 역사적 결단을 내려서 ‘딜’을 한것이다. 민주당이라면 당연히 딜을 받아들이고 대신 다른걸 요구해야 한다. 적어도 '콜'을 해야지만 이번판은 지더라도 다음판 게임에 참여할 자격이 얻어진다.
자민련될 일 있나?
유시민의 전경련회관 발언
기업가라면 이윤을 쫓아 움직이는 것이 맞다. 시국이 어수선하니 기업가가 정치에 개입해서 대통령을 인정않는다느니 하며 딴짓을 한다면 기업할 자격도 없는 사람이다.
지금 우리나라 재벌기업에 있어서 본질적인 문제는 무엇인가? 조중동의 반기업정서 운운은 흰소리에 불과하다.
본질은 기업인 상호간의 내부질서가 붕괴되었다는 점이다. 당연히 왕회장이 전경련 회장을 맡아서 기업인의 위상을 공고히 하고, 재벌총수들을 독려하여 대대적인 투자에 나서야 하는데 지금 그 왕회장이 누군가이다.
이건희다. 당연히 이건희가 나서서 전경련회장의 감투를 쓰고 재벌들을 독려해야 한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정부 입장에서도 그러한 과거의 방식을 사용할 의사가 없다.
노무현대통령의 탈권위주의 행보가 전경련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전경련이 권위주의 방식의 질서를 잃은 상태에서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되고 있다.
그렇다면 방법은? 과거의 방식을 쫓아 이건희가 전경련회장을 맡아 재벌들을 독려하든가 아니면 재벌들이 전부 전문경영인 체제로 가든가이다. 전자는 과거로 회귀하는 것이고 후자는 재벌들의 이기심 때문에 지금 단계에선 가능하지 않다.
그러므로 현재스코어로는 답이 없다. 답이 없다는 사실을 정확히 인식하는데서 문제의 실마리를 풀어가야 할 것이다.
박근혜의 당권안보용 보안법철폐 반대
이회창이 한나라당의 대표였다면 어떻게 했을까? 이왕 선거에 지고 소수당이 된 바에야 결단을 내려 보안법철폐를 수용하므로써 젊은 층의 표심을 잡았을 것이다.
김문수가 대표였으면 어떻게 했을까? 역시 보안법철폐를 수용하는 방법으로 젊은 층의 환심을 사고 박근혜를 총리로 밀어서 둘이 러닝메이트로 뛰는 전략으로 대권시나리오를 짰을 것이다.
박근혜는 총선에서 이기지도 못한 주제에 최악의 결정을 내리고 말았다. 왜? 당권안보가 급했기 때문이다.(한나라당이 총선에 이겼다면 민의가 자기쪽에 있는 셈이니 반대해도 된다.)
박근혜가 가진 대중적 인기는 거품이라서 하극상을 당하거나 공개모욕을 당하면 한방에 날아간다. 이재오들의 흔들기로 부터 당권을 지키기 위해 차라리 정형근들에게 끌려가는 길을 택한 것이다.
박근혜 본인도 자신의 대중적 인기가 거품이라는 사실을 알고있다. 거품인기를 믿고 여당의 보안법철폐 공세에 동조하는 방법으로 원로(?)들의 심기를 건드리면 하루아침에 팽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때문에 당권을 유지하는 대신 집권을 포기하는 결정을 내릴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물론 박근혜 본인 입장에서는 최선의 결정이다. 그는 원래 대표욕심이 있었을 뿐 대권욕심이 없었던 사람이라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