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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3890 vote 0 2004.08.18 (17:13:04)

제목 없음
손자병법과 쌍벽을 이룬다는 ‘오자병법’의 저자로 ‘오기(吳起)’라는 사람이 있다. 그는 전국시대의 혼란기에 초나라 등에서 76전을 싸워 64승 12무를 기록한 불패의 사나이다.
 
그가 죽을 때의 일이다. 오기를 아끼던 초나라 도왕(悼王)이 죽자, 평소 그를 시기해 오던 왕족과 대부들이 일제히 들고 일어나 오기를 공격한다.
 
오기는 달아나던 중 기지를 써서 도왕의 주검 위에 엎드린다. 병사들은 오기를 향해 화살을 마구 쏘아댄다. 수백발의 화살이 오기의 몸을 관통하여 도왕의 주검에도 꽂힌다.
 
반란군은 눈엣가시였던 오기를 제거하고 태자 장(臟)을 왕으로 추대한다. 초나라 숙왕(肅王)이 등극한 것이다. 쿠데타가 성공하고 있다. 그 결과는?
 
숙왕이 오기를 후히 장사지내고 선왕의 주검에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화살을 쏘아댄 반란군 70여 가문을 남김없이 도륙했음은 물론이다. 성공한 쿠데타가 처벌된 것이다.
 
신기남의 역할은 거기까지다
냉철하게 생각하자. 공은 공이고 사는 사다. 우리가 정치인들을 동정할 필요는 없다. 신기남은 당의장까지 했으면 많이 한거다.
 
많은 사람이 희생되었다. 안희정도 갔고 최도술도 갔다. 정대철도 갔고, 이재정도 갔고, 이상수고 갔고, 강금원도 갔고, 노건평 까지 당했다. 그 중에는 억울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심호흡 한 번 하자. 대국을 보고 가는 것이다.   
 
기어이 판도라의 상자가 열려 버렸다. 동아일보가 큰 공을 세웠다. 그들은 박근혜에게 불어닥칠 역풍을 조금도 염려하지 않았다. 좋다.
 
수구집단에 구심점이 없다는 증거다. 그들은 박근혜를 보호해야 할 리더로 여기지 않고 있다. 수구집단이 박근혜를 고육지계(苦肉之計)에 써먹을 사석(死石) 정도로 여기고 있음이 이렇게 확인되고 있다.
 
모택동이 격하되지 않는 이유는?
냉전이후 러시아는 분열되었지만 중국은 여전히 건재하다. 스탈린은 격하되었지만 모택동은 조금도 격하되고 있지 않다. 그 이유는?
 
모택동이야 말로 20세기 최후의 정복자이다. 원래 만리장성 북쪽은 중국 땅이 아니었다. 중국사람 누구나 그렇게 여기고 있었다.
 
청나라가 망했다. 손문의 중화민국이 청나라를 온전히 계승한 것은 아니다. 구소련이 해체되었듯이 판은 원점에서 새로 짜여져야 했다. 무인지대였던 동북삼성과 티벳, 내몽고 등은 마오가 임의로 정복한 땅이다.
 
대만은 중국이 아닐 수 있다. 청이 정복하고, 또 마오가 정복한 땅이 반드시 중국의 것이라는 절대적인 근거는 없다.
 
모택동의 격하는 곧 중국의 분열을 의미한다. 흐루시초프가 스탈린을 격하한 결과 소련이 해체되었듯이 말이다. 마찬가지로 맥아더가 히로히또의 목숨을 살려준 결과로 일본은 분열을 면하고 있는 것이다.
 
동아일보, 서슴없이 박근혜를 베다
절대로 건드려서는 안되는 마지노선이 있다. 동아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신기남을 쳤다. 도왕의 시체를 향해 마구 화살을 쏘아댄 것이다.
 
그 화살은 신기남의 몸을 관통하여 박근혜의 몸에도 무수히 꽂히고 있다.
 
흐루시초프가 스탈린을 격하한 결과 러시아가 분열되었다. 동아일보가 박근혜를 한번 써먹고 버려야 할 사석(死石) 으로 여긴 결과로 수구세력은 분열을 면할 수 없게 되었다.  
 
일본은 맥아더에게 덴노의 목숨을 구걸하였고, 중국은 여전히 모택동을 섬기고 있지만, 동아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박근혜를 베어버린 것이다. 그 후과가 어떨 것인지는 안봐도 뻔한 일이다.
 
충격요법이 필요하다
왜 중국은 모택동을 버리지 못하는가? 구질서의 붕괴를 감당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구질서가 잘못이라는 사실은 저들도 알고 있지만 대안으로 제시할 새질서가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러시아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불가능해 보이던 러시아의 민주화는 이루어졌다. 공산주의에 익숙한 러시아의 민초들에게 자본주의를 학습시키기란 애시당초 가능한 일이 아니었는데 말이다.
 
어떤 방법이 소용되었던가?
 
러시아가 사용한 방법, 또 동독을 흡수한 서독이 사용한 방법이 이른바 ‘충격요법’이다. 당연히 국가가 길을 안내해 주어야만 한다고 믿는 소극적인 국민들을 무자비한 생존경쟁의 현장으로 내모는 것이다.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충격요법은 효과가 있었다. 그 시점에서는 '무자비가 최고의 자비'였던 것이다. 명령이 아니면 절대로 움직이지 않는 러시아의 민초들이 자발적으로 자본주의를 학습하게 된 것이다.
 
동아가 충격요법의 일등공신이다
동아가 겁도 없이 벌집을 건드려 버렸다. 이 사태를 어이 수습할 것인가? 방법은 없다. 그렇다면 충격요법이다. 이제는 각자생존 모드로 간다.
 
너죽고 나죽기다. 이전투구가 벌어진다. 누가 승리하는가? 바둑이라면 반집이라도 많은 쪽이 승리한다. 누가 살아남는가? 조금이라도 젊은 쪽이 살아남는다. 친일의 때가 덜 묻은 쪽이 승리한다.
 
여도 죽고 야도 죽는다. 누가 최후의 승리자가 되는가? 오기도, 쿠데타군도 승리자가 아니다. 최후의 승리자는 숙왕이었다. 누가 최후의 승리자인가? 국민이 최후의 승리자이다.
 
왕족들의 쿠데타는 분명 성공하였지만 숙왕의 분노는 비켜가지 못했다. 동아의 폭로는 분명 성공하였지만, 국민의 분노는 절대로 비켜갈 수 없다. 왜?
 
왜 숙왕은 자신을 왕으로 만들어준 반란군 70여 가문을 멸족시켰는가? 동아의 승리는 반란군이 오기를 죽인 것과 같다. 그러나 국민은 언제라도 정권의 안위보다 국가의 명예를 우선한다.
 
숙왕은 쿠데타를 통해 왕이 되었다는 불명예를 벗어 버리기 위해, 그를 왕으로 만들어준 70여 가문을 남김없이 죽였다. 친일은 불명예다.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 친일의 불명예를 국민은 그만 벗어버리고 싶다.
 
왜? 무럭무럭 자라나는 우리의 어린 후손들에게 명예의 월계관을 씌워주기 위해서이다. 저 아이들에게 무슨 잘못이 있다는 말인가? 죄 없는 아이들에게 죄를 세습해서 안된다.
 
머리로 안되면 몸으로 하라
구질서가 무너지고 있다. 신질서가 도래하고 있다. 신기남도 죽고 박근혜도 죽는다. 동아의 무차별 폭로에 의해 충격요법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구질서가 원하는 것은 면역요법이다. 죄에 익숙해져서 급기야는 죄를 죄로 여기지 않게 된다. 100가지 병에 걸렸더니, 병끼리 서로 싸워서 아직도 안죽고 있다는 인간도 있다.
 
새질서가 원하는 것은 충격요법이다.
 
공산주의가 붕괴했지만 러시아인들은 변화된 상황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자본주의에 찬성하지만, 자본주의를 공산주의식으로 학습시켜 달라고 떼를 쓴다. 그러나 자본주의는 본래 학습되는 것이 아니다.
 
이때 물리적 자극을 주므로서 몸이 스스로 자본주의에 반응하게 하는 것이 충격요법이다.
 
머리로 안되면 몸으로 하라. 머리로 자본주의를 이해하지 못하겠거든 몸으로 생존경쟁의 현장에서 직접 체험하여 보라. 이것이 충격요법이다.
 
과거청산은 찬성하지만 국론분열은 싫다는 민초들이 친일의 만행을 몸으로 체험하게 한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잇따라 폭로되는 비리들. 기어이 국민은 분노한다. 혈관에서 피가 끓고 심장이 방망이질을 할 때 민중은 일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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