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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7104 vote 0 2009.02.18 (16:00:53)

최진실과 김장훈에게 조언한다면?

(질문에 답변 형식입니다.)

조언이란 것이 단순히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정신과 의사라든가 심리상담가라면 보다 전문적인 방법을 쓰겠지만 그건 다른 차원의 이야기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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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수성가 한 사람들은 원래 남의 말 안듣습니다. ‘족장의식’에 빠져있기 때문이지요. 과도한 책임감과 사회적 위신. 과거 내가 어려웠을 때 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않더라는 원초적인 불신. 그런게 있지요.

그러므로 제가 누군가의 친구라고 해서 이런 저런 말을 해준다 해도 제 말을 귀담아 들을 사람은 없습니다. 사람을 바꾸는건 그 사람의 말이 아니라 그 사람의 포지션입니다. 포지션은 소속에서 나옵니다.

소속이 중요합니다. 정체성 그룹입니다. 우리는 막연히 개인으로 존재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진보진영이라든가 개혁세력이라든가 혹은 한민족이라든가 하는 분명한 자기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며, 그 정체성 그룹 안에서 소통됩니다.

최진실은 본인이 더 높은 레벨의 소통그룹에 올라섰어야 했습니다. 그 높은 그룹을 얻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만약 최진실이 카톨릭 신도였다면 최소한 김수환 추기경 말은 듣겠지요. 자기 소속그룹 안에서 정신적 지주가 있어야 했다는 말.

그러므로 제가 인터넷 안에서 정체성 있는 의사소통 그룹을 만들고자 하는 겁니다. 서로 인정하고 인정받으며 동지의식을 느끼고 자기실현을 가능하게 하는 공간. 소속감과 유대감을 느끼게 하는 내집처럼 편안한 공간.

그런 공간은 처음 가정에서 출발하여, 학교, 공동체, 회사, 정치적 동지 등으로 발전합니다. 최종적으로는 역사의 문명과 진리와 진보와 신에 대한 근원에서의 믿음입니다. 그러한 믿음이 있어야 합니다.

최진실의 구체적인 형편에 대해서는 논할 바가 아니구요. 구체적인 조언을 하려면 팩트에 개입해야 하는데 그런 개입은 바르지 않구요.

사람이 돈을 벌고, 명성을 얻고, 지위가 상승하면 반드시 그 수준에 걸맞는 의사소통그룹에 속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고 어렸을 때의 골목친구 그룹이나 몰려다니며 술 먹는 패거리에 안주하면 치명적입니다.

왜 우리가 음악을 논하고, 예술을 논하고, 영화를 보고, 소설을 읽습니까? 자기 수준에 맞는 의사소통그룹을 형성하려고 하는 거지요. 최진실은 과연 일년에 몇 편의 소설을 읽고, 영화를 보고, 클래식을 찾고, 전람회를 찾고 그것으로 친구와 토론했을까요? 어떻게 내공을 쌓았는가 말입니다. 내공이 약하면 무너집니다.

가까운 친구들 중에 최진실의 성공에 걸맞는 예술가, 발명가, 모험가, 개혁가, 종교가, 명상가, 활동가, 지식인이 몇이나 있었을까요? 없었다면 그 정도의 커다란 성공을 이룬 사람에게 왜 진정한 동지가 없었을까요?

제가 봤을 때 최진실은 의지할 정신적 지주가 없었습니다. 편안한 울타리가 없었습니다. 먼 길을 함께 간다는 정신적 동지가 없었습니다. 왜 최진실은 과거의 남자를 의식했을까요? 그것은 자기 세계가 빈곤하기 때문입니다.

최진실이 소설을 쓰고 있었다면 그 소설을 마저 끝내야 했고,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면 그 그림을 마저 완성시키고 싶었겠지요. 자기세계가 있어야 하고 그 자기세계를 공유하는 정신적 동지그룹이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동지그룹의 수준은 그 사람의 사회적 성공에 걸맞게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 되어야 합니다. 최진실이 제 친구였다면 둘이서 함께 추구하는 것이 있었겠지요. 그 함께하는 꿈이 다른 어떤 것보다 중요했겠지요.

인간이 강해지는 것은 그 함께 하는 꿈이 있을 때입니다. 그것이 없으면 정신이 가난한 것이며 외풍에 쉽게 무너집니다. 그러므로 인간이 아무리 돈이 많아도, 아무리 명성을 얻어도 아무리 잘나도 동지가 없으면 실패입니다.

사회적 성공에 걸맞는 예술가, 발명가, 모험가, 개혁가, 종교가, 명상가, 활동가, 지식인과의 교류가 없다면, 시대정신과 소통하지 못한다면, 신의 편에 서지 못한다면 아직 성공한 것이 아니고, 돈을 번 것이 아니고, 이룬 것이 없는 것입니다.

오프라 윈프리라면 돈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오바마와 채널이 있습니다. 오바마가 무너지기 전에 윈프리가 무너질 일은 없고, 윈프리가 무너지기 전에 오바마가 무너질 일은 없다는 말입니다. 부적절한 비유일지 모르나 비유하자면 그렇다는 말.

매일 만나서 떠들고 하는 것은 아무 것도 아닙니다. 10년에 한 번을 봐도 정신적으로 공고하게 이어져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정신적 유대로 이어진 그룹 중에 단 한명만 무너지지 않고 버텨도 모두가 버틸 수 있습니다.

반면 술이나 먹고 쇼핑이나 하는 그룹이면, 그 중에 한 명만 무너져도 모두가 타격을 받습니다. 설사 내가 오늘 죽는다해도 나의 정신적 동지가 살아있으면 나는 죽는게 아닙니다. 그런 토대가 있어야 합니다.

제가 꾸려보려고 하는 사이버상의 소통그룹도 그렇습니다. 그 중에 한 명의 성공이 모두의 성공이 되게 하는 것이 존재이유입니다. 그 밖의 개인적인 시시한 일에는 신경쓰지 않는다는 그런 것이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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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라면 연예인들 다수가 정치인과 친분을 가지고 돕습니다. 특정 정치인이 아니라 진보세력을 돕습니다. 그 과정에서 지식인과 만나고, 예술가와 만나고, 종교가와 만나고 다양한 인간들과 수준높은 친분을 맺습니다.

그런 면에서 확실한 정치적 자기 색깔을 가져야 합니다. 문근영은 그게 있는데 김장훈은 아직 그게 없습니다. 방향성 없는 막연한 애국은 공허한 것입니다. 눈을 떠야 하고 앞을 바라보아야 합니다.

국가가 할 일을 개인이 나서면 주목받지만 위험합니다. 그냥 자선은 평범한 개인으로는 몰라도 유명인이 되면 위험합니다. 진보든 보수든 뚜렷한 자기 색깔 속에 있어야 합니다. 울타리가 되고 보호막이 되어주는 그 무엇.

대중적 인기는 신기루와 같습니다. 각 분야의 정상에 오른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어야 진짜입니다. 우리는 먼 길을 함께 간다는 그 무엇이 없이 그냥 내가 잘나서 선행한다는 것은 초등학교 교실에서도 왕따되기 딱 좋은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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