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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4574 vote 0 2004.04.13 (15:52:29)

진중권이 조중동으로 부터 톱으로 대접받고 있다. 진씨와 조선일보가 이념으로 하여 붙어먹은 것은 아니다. 조중동은 표가 되면 무슨 짓이든 한다. 이것이 현실이다.

유시민이 틀린 말을 한 것은 아니다. 한나라당으로 갈 표를 민노당이 뺏어가는 것은 환영이지만, 우리당으로 올 표를 민노당으로 가져가겠다는 데 대해서는 마땅히 대응이 있어야 한다.

민노당 사람들은 논쟁으로 붙어보자는 심산이겠지만, 지금 우리가 맞닥드린 상황은 논쟁이 아닌 전쟁의 상황이다. 말로 이겨서는 의미없다. 진정성으로 이겨야 하고 표로 이겨야 한다.

정치는 제휴다. 서프의 범개혁세력은 우리당과 제휴하고 있다. 제휴를 하는 이유는.. 다른 거 없다. 그것이 ‘정치’이기 때문이다. 민노당은 제휴를 거부하고 있다. 도와주고 싶어도 방법이 없다.

제휴는 주고 받는거다. 지난 2002년이라면 지자체에서 민노당 찍어주었으면 대선에서는 노무현을 도와준다든가 하는 맛이 있어야 한다. 이번 총선도 그렇다. 부분 연합공천이 가능했는데 하지 않았다.

이유는 제휴를 하지 않는 것이 민노당의 전략이기 때문이다. 제휴를 하면 민노당으로 출마해서 인지도 높인 다음 우리당으로 넘어가는 수가 있다. 민노당은 정치지망생들이 우리당으로 갈 때 잠시 머물렀다 가는 정거장이 된다.

그러므로 그들은 제휴를 거부하는 것이다. 그 말도 일리가 있다. 그렇다면 방법이 없다. 대의를 위해서 때로는 손해볼 수도 있어야 한다. 조금도 손해를 안보겠다는데야 방법이 없다.

서프는 독자세력으로 간다. 대화가 되는 정치세력과는 제휴를 한다. 우리당과도 제휴할 수 있고 민노당과도 제휴할 수 있다. 그러나 민노당과의 제휴는 지자체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가능하지 않을 전망이다.  

유시민의 말을 참고하면 민노당 사람들은 우리당과 민노당 사이에 넘어갈 수 없는 큰 강이 있다고 말한다고 한다. 그것이 ‘이념’이라고 말한다. 과연 그러한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정치는 제휴다. 불가능한 제휴는 없다. 우리는 민노당과도 제휴할 수 있다. 그 넘어갈 수 없는 강은 이념에 있는 것이 아니라 민노당 특유의 경직성에 있다.

그들은 진보를 표방하고 있지만 실로 보수적이다. 그들은 왕조의 선비고 유림이다. 그들은 체면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언제나 ‘갑’의 입장에서 상대를 내려다 본다. 그래서 제휴가 안된다.

일부 지역구에서 우리당과 민노당의 제휴가 불발한 것은, 당원의 의사로 후보를 결정한다는 그들의 체면을 세워주는 절차가 너무 복잡했기 때문이다. 이래서는 제휴할 수 없다.

문제는 민노당 내부에 있다. 민노당은 우리의 고유한 전통과 문화와 정서와 가치를 정치의 자산으로 활용하려 들지 않는다. 대신 내놓은 상품이 독일제, 북유럽제 수입품이다. 이건 아닌거다.

우리는 우리의 자생적인 상품목록 안에서 경쟁력을 찾아야 한다. 김용옥 말대로 정도전이 꿈꾸었던 미완의 개혁을 동학이 계승하고 있다면, 동학이 실패한 미완의 개혁을 지금 우리가 완수하는 것이다.

그 면면히 이어져 오는 우리의 역사와 전통과 문화가 다 소중한 정치자산이다. 이 거대한 자산을 일부의 결함이 있다고 해서 동해바다에 던져버리고 수입품으로 대체한대서 무슨 사업이 가능하다는 말인가?  

알아야 한다. 정치도 일정부분은 신토불이다. 수입품도 본받을만 하지만 차용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장식은 외부의 것을 얻어쓰더라도 토대는 우리 내부에서 찾아져야 한다.

필자의 지향하는 바 우리당도 아니고 민노당도 아니다. 우리는 노사모, 서프라이즈, 오마이뉴스로 대변되는 네티즌세력을 묶어 내부에 구심점을 형성한 다음 제도권 정치세력과 제휴를 시도할 것이다.

우선은 우리가 ‘갑’의 입장에서 제휴를 할 수 있는 정도의 독자세력으로서의 상품가치 유지에 주력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진보정당을 건설하는 것이 좋겠지만 무엇보다 ‘정치’ 그 자체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당은 그러한 정치과정 속에서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당을 만들어 놓고 원내에 진출하여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를 하다보면 경험과 전통이 쌓여 당이 건설되는 것이다.

그래야지만 우리의 전통과 경험 속에서 우러나온 즉 내재적 가치를 토대로 한 자생적인 정당이 된다. 진짜가 될 수 있다.  

수입품은 가짜다. 반드시 중간에 개입하여 해석하는 자가 나타나게 되어 있다. 그 해석자의 권위에 따라 극에서 극으로 변한다. 진중권도 그 해석자들 중의 한 사람에 불과하다.

진씨의 목적은 민노당의 성공이 아니라, 자신이 민노당의 가치를 해석하는 권위자로 인정받는데 있다. 이런 식으로는 사이비를 면할 수 없다. 그 해석자가 사라져야 진짜가 성립한다.

자생적인 정당이 되어야지만 해석자의 등장을 막을 수 있다. 브로커의 농간이 개입할 틈을 주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할 수 있다.

정리하자. 서프는 어느 정파와도 제휴가 가능한 독자세력이어야 한다. 우리당도, 민노당도 제휴의 파트너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제휴를 위해서는 서프의 독립성을 유지한다는 전제가 담보되어야 한다.

어느 정당에 투표할 것인가?
유시민은 모든 유권자들에게 당부하고 있지만 나는 서프 독자들에게만 당부하고자 한다. 어느 당에 투표할 것인가? '지난번 글'에서 언급한 바 있지만, 자기 자신에게 투표하는 것이 옳다! 서프 독자들은 서프에 투표하는 것이 맞다.

서프의 가치를 극대화 할 수 있는 방향으로 투표권을 행사하는 것이 맞다! 그것은 서프의 존재가치를 인정해 주는 당에 투표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장차 우리가 그 당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그 당이 잘못된 결정을 내릴 때 개입하여 바로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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