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력이 있을 뿐 인력은 없다. 구조론은 몰아서 한 방향으로 풀어가는 것이다. 척력과 꼬인 척력이 있을 뿐인데 인력이라고 이름을 붙여서 척력의 반대인 것처럼 포장해 놓으니 헷갈릴밖에. 활을 쏜다면 활몸을 밀고 활시위를 당긴다. 활몸은 척력이고 활시위는 인력인가? 스프링을 양쪽에서 누르면 앞으로 내민 왼손은 당기고 몸에 가까운 오른손은 민다. 왼손은 인력이고 오른손은 척력인가? 외부를 밀면 척력이고 내부를 밀면 인력이다. 둘 다 미는 힘이다. 척력은 한쪽에서 밀고 인력은 양쪽에서 민다. 사건의 메커니즘은 전부 연결된다. 요소들을 토막 쳐서 개별적으로 파악하지 않고 연결시켜 전체의 모습을 그린 다음 각자에게 맞는 위치를 할당하면 된다. 핵심은 셋이다. 첫째 공유, 둘째 유체, 셋째 마이너스다. 각각 사건의 원인, 결정, 결과에 대응한다. 모든 것은 공유에서 시작된다. 남북한은 휴전선을 공유하고, 한일은 현해탄을 공유하고, 한중은 서해를 공유하고, 한미는 군대를 공유한다. 우주 안의 모든 문제의 모든 원인은 공유다. 좋은 것도 공유에 의해서, 나쁜 것도 공유에 의해서다. 다음은 유체다. 씨름선수가 샅바를 잡지 않은 상태는 강체다. 샅바를 잡고 둘이 한 덩어리가 되어 상호의존성을 발생시키면 유체다. 이때 한쪽의 운명이 다른 쪽에 의해 결정된다. 내가 못해도 상대가 더 못하면 이기는 것이 유체다. 선거전 초반은 잘하면 잘한 대로 못하면 못한 대로 지지율이 오르내린다. 그러나 싸움판이 무르익어 일정한 단계에 도달하면 충성도가 높은 쪽이 유리하다. 유체가 된 것이다. 유체는 가장 중요한 핵심 하나로 판단하고 나머지는 무시한다. 이명박과 박근혜가 대결한다면 초반에는 각자의 장단점을 논한다. 둘이 붙어서 유체가 되면 둘을 합친 전체의 수순을 판단한다. 이명박 다음에 박근혜냐, 박근혜 다음에 이명박이냐. 윤석열 다음에 이재명이냐, 이재명 다음에 윤석열이냐. 문재인, 이재명, 윤석열 순서로 당선되면 뭔가 합이 안 맞다고 느껴진다. 문재인이 잘했지만 일부 놓친 것을 윤석열이 해결하게 하고 만약 윤석열이 삐딱선을 타면 이재명이 커버치면 된다는 논리다. 유권자는 양손에 떡을 쥐려고 하기 때문에 이렇게 된다. 유체는 내부가 빈틈없이 꽉 채워진 상태다. 부분의 변화가 계 전체에 곧바로 전달된다. 자동차는 강체로 만들지만 파워트레인은 엔진에서 바퀴까지 유체로 연결된다. 투수의 팔과 어깨는 강체지만 투구동작에 들어가면 압력이 걸려 유체다. 물은 수압이 걸리고, 기름은 유압이 걸리고, 공기는 기압이 걸리고, 열은 열압이 걸리고, 에너지는 파동압이 걸린다. 둘의 간격이 떨어져서 덜거덕거리면 강체고 압력이 걸려 빈틈없이 맞물리면 유체다. 강체는 둘을 비교하여 점수를 매기지만 유체가 되면 핸들링의 관점에서 본다. 이재명을 지렛대로 윤석열을 컨트롤하고, 윤석열을 지렛대로 이재명은 컨트롤한다. 윤석열 하나로 문재인, 이재명 둘을 컨트롤할 수 있으므로 이득이라고 생각한다. 다음은 마이너스다. 내부가 채워지면 닫힌계가 작동한다. 문을 닫아걸었다. 거기에 무엇을 새로 추가할 수 없다. 항구를 떠난 배, 활주로를 떠난 비행기다. 달리는 호랑이 등에 올라탄 셈이다. 달리는 배에서 내릴 수는 있는데 더 태울 수는 없다. 마이너스는 가능한데 플러스는 불가능하다. 그 상태에서 가능한 결정은 나의 작은 손실로 상대의 더 큰 손실을 유도하는 것이다. 내게 덜 중요한 것을 버려서 상대가 더 중요한 것을 버리게 하는게 전략이다. 최악을 피하고 차악을 선택해야 한다. 원인은 둘이 공유하고, 결정은 압력을 걸어 유체화하고, 결과는 마이너스로 대응한다. 먼저 공유하고 다음 압박하여 더 이상 갈 수 없는 한계에 도달한 다음 거기서 조금씩 힘조절하며 빼는 것이다. 무언가를 버리면 빈 공간이 생긴다. 그 빈 공간을 이용하여 컨트롤하는 것이다. 상대가 움직여 그 빈 공간을 메우면 또 빈 공간을 만들기를 반복하면서 유인하면 적은 함정에 빠질 때까지 잘 따라온다. 우주 안의 모든 전략은 이것 하나다. 전략을 쓰려면 그전에 꽉 채워야 한다. 이곳저곳에 빈 공간이 있으면 거기서 빈 공간을 추가해봤자 말을 들어먹지 않는다. 유인해봤자 따라오지 않는다. 압력을 가하여 내부를 꽉 채운 상태에서 나의 선택지 하나를 꺾어 빈 공간을 만들어야 따라온다. 한강 방어선이 뚫리면 낙동강 방어선까지 후퇴해야 한다. 아군의 간격에 빈 공간이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촘촘하게 늘어서는 것이다. 그런 다음에야 무슨 작전이든 시도할 수 있다.
공 - 균형에 도달하라. 맞대응해야 한다. 먼저 활과 화살은 서로를 공유한다. 다음 활시위를 당겨 최대한 압박한다. 그 상태에서 손을 놓고 힘을 뺀다. 투수가 공을 던져도 그렇다. 상체와 하체의 밸런스 도출이 공유다. 완전한 균형에 도달한 다음 압박한다. 그리고 놓는다.
남녀에 비유해도 그렇다. 하나의 침대를 공유한다. 각자의 장단점이 균형에 이르는 공유라야 한다. 다음 압박되어 흐물흐물한 유체가 된다. 마지막으로 남자의 몸에서 무언가 빠져나간다. 여자의 몸에서 더 큰 것이 빠져나온다. 아기가 탄생한다. 다시 남자에게서 양육비가 빠져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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