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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108 vote 0 2021.12.08 (20:50:25)

    유튜브 방송 중에 나온 이야기입니다. 질문하는 분이 있었는데


    엄격하게 따지면 우주 안의 모든 존재는 사건이고 사물은 존재가 없다. 사물은 굳이 말하자면 자연의 존재가 아니라 인간의 관측방식이다. 인간과 일대일로 대칭시켜서 보는게 사물이다. 그런데 일대일로 대칭시키려면 관측자인 인간은 한자리에 고정되어 있다고 간주하고 사물도 제자리에 고정되어 있다고 간주해야 한다. 


    인간이 조금 움직이고 객체도 조금 움직이면? 그래도 된다. 대충 맞다. 실제로는 인간도 움직이고 사물도 움직이므로 대칭이 깨진다. 많은 경우 그래서 빚어지는 오차는 무시해도 작을 정도이므로 무시한다. 원자는 더 이상 쪼갤 수 없다고 간주한다. 그냥 그렇게 간주한다. 쪼개지면? 나몰라라다. 대충 넘어가자구. 피곤하니까.


    바람이 불고 구름이 비가 되고 과일이 썩고 술이 익는 것은 변화다. 인간과 일대일 대칭이 안 된다는 말이다. 사건은 내부에서 자체적인 대칭을 찾아야 한다. 물리학자들은 거시세계와 미시세계를 구분한다. 거시세계에서 인간의 관측법은 상당히 문제가 있지만 무시한다. 예컨대 일 년은 정확히 365일이 아니다. 근데 무시한다.


    음력은 날짜가 안 맞지만 무시한다. 그래도 단군 이래 수천 년간 잘만 먹고 살았다. 사물의 관측법은 분명히 오류가 있지만 무시한다. 그래도 큰 탈은 없다. 그렇게 대충 주먹구구로 하니까 서구의 과학에 밀리는 것이다. 무시해도 된다고 무시하면 씹힌다. 무시해도 되는 것을 무시하지 않는 사람이 게임에서 승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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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조론은 토론 사이트가 아니다. 진리를 전달하는 곳이다. 전쟁을 하는 곳이다. 대장이 공격하라고 명령했는데 부하가 ‘우리가 공격한다고 해서 이긴다는 보장이 있습니까?’ 하고 대든다면 그런 넘은 즉결처분이 정답이다. 전쟁은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지만 그런 당나라 군대는 존재이유가 없다. 그건 다른 이야기다.


    갈릴레이는 피사의 사탑에서 깃털과 공을 던져보지 않았다. 그건 누가 지어낸 이야기고 진짜 과학자라면 머릿속에서의 사고실험으로 충분하다. 무거운 물체와 가벼운 물체와 중간물체를 던지되 중간물체를 무거운 물체와 연결하여 던지면 어떨까? 중간물체와 연결되었기 때문에 무거운 물체는 더 무거워진다. 아니다. 중간물체는 가벼운 물체와 무거운 물체의 사이의 중간에 위치하게 된다. 두 가지 모순된 답이 나오므로 오류다. 던져볼 필요도 없다. 이론의 힘은 무서운 것이다.


    우리에게는 갈릴레이가 가졌던 확신이 필요한 것이다. 확신을 가진 자와 확신이 없는 자가 싸우면 확신을 가진 자가 이긴다. 확신을 가진 자는 다걸기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조론이 요구하는 것은 그런 확신이다. 갈릴레이가 강해졌듯이 강해지는 것이다. 태권도 도장에 태권도 배우러 온 사람이 태권도 배운다고 이길 수 있습니까 하고 질문하면 안 된다. 그런 의문이 들 수도 있지만 그런 부분은 태권도 도장에 입문하기 전에 정리하고 와야 한다. 일단 들어왔다면 확신을 가지고 배워야 한다.


    물론 갈릴레이도 틀린 것은 있다. 달의 인력이 조수간만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는 갈릴레이도 몰랐다. 갈릴레이는 케플러의 타원궤도에 대해서도 회의적이었는데 수학에 자신이 없어서 그랬다는 말도 있다. 케플러가 너무 어렵게 설명해서 못 알아먹었다고. 수학을 몰라도 하는건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갈릴레이가 가졌던 이론적 확신의 힘이다. 그는 당당하게 그 시대의 모든 지식인과 과학자를 비판할 수 있었던 것이다. 눈치보지 않고 말이다. 좌고우면하지 않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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