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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4500 vote 0 2021.01.07 (19:04:31)

    산은 산이 아니고 물은 물이 아니다  


    산인가, 산이 아닌가? 보는 방법의 문제다. 세 가지 관측법이 있다. 여러 사람이 보는 것과, 한 사람이 보는 것과, 보여지는 대상 자체의 내재적 질서로 보는 것이다. 여러 사람이 보면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 한 사람이 보면 산은 산이 아니고 물은 물이 아니다.


    관측자가 산중에서 길을 잃었기 때문이다. 관측자의 개인적인 사정이 반영되는 것이다. 객관이 아니라 주관으로 본 것이다. 구조론은 여러 사람이 보는 객관도 아니요, 한 사람이 보는 주관도 아니다. 대상 자체에 내재한 질서로 본다. 산이 산을 보고 물이 물을 본다.


    산이 높으면 물은 깊다. 산이 물을 보고 물이 산을 본다. 대칭을 이루고 서로를 마주본다. 산 속으로 들어가서 산 내부의 질서로 보고 물 속으로 들어가서 물 내부의 질서로 보라. 그럴 때 산이 거느리는 비탈과 봉우리가 보이고 물이 거느리는 흐름과 구비가 보인다. 

   

    산이 기슭과 비탈을 거느리는 질서가 있고 물이 흐름과 구비를 거느리는 질서가 있다. 질서는 변하지 않는다. 비탈이 산을 침범하지 않고 흐름이 물을 거스르지 않는다. 비로소 산을 다스릴 수 있고 물을 다스릴 수 있다. 산은 산으로 돌아오고 물은 물로 돌아온다. 


    어린이에게는 산이 산으로 보인다. 그것은 자신이 본 것이 아니다. 남들이 본 것을 전해 들은 것이다. 정보는 여러 경로를 거친다. 여러 사람이 본 것이다. 여러사람이 보면 산은 산이다. 노무현은 산이다. 한 사람이 보면 왜곡된다. 관측자가 움직였기 때문이다.


    자신이 산의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산의 기슭과 허리와 정상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자신이 노무현의 어느 지점에 대립각을 세웠는지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청맹과니 지식인들은 자신이 변했다는 사실을 모르고 노무현이 변했다고 화를 내는 것이다.


    “내가 삼십 년 전 참선하기 전에는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라고 보았다가 나중 선지식을 친견하여 깨침에 들어서서는 산은 산이 아니고 물은 물이 아니게 보았다. 지금 휴식처를 얻고 나니 옛날과 마찬가지로 산은 다만 산이요, 물은 다만 물로 보인다.” [청원유신 어록]


    산이 산이고 물이 물인 것은 관측대상인 객체의 사정이다. 그런데 변화가 일어난다. 산은 산이 아니고 물은 물이 아니며 도는 도가 아니고 명은 명이 아니다. 불교와 도교가 만나는 지점이다. 또한 넘어서야 한다. 허무주의로 퇴행하는 도교의 한계를 극복하기다.


    도교는 부정이다. 부정의 부정에 이르러야 한다. 의심하되 그 의심까지 의심해야 한다. 객체만 의심하고 주체를 의심하지 않으므로 실패한다. 변한 것은 주체다. 관측자가 코끼리의 앞다리에서 뒷다리로 옮겨간 것이다. 혁명은 객체인 나라를 뜯어고치는게 아니다.


    주체인 국민을 새로 건설하는 것이다. 국민은 과연 존재하는가? 신분증만 있으면 조두순도 국민인가? 주최측의 관점을 얻어야 한다. 깨어있는 시민이 결집하고서야 국민이다. 진중권류 먹물은 객체를 의심하되 주체를 의심하지 않는 오류다. 나 자신을 의심하라.


    나라를 건설하는게 아니라 국민을 건설하는게 진짜다. 남탓하지 말고 나를 일으켜 세워야 한다. 부단히 역사의 중심으로 쳐들어가야 한다. 가다가 멈추고 터를 닦아 노점을 벌이므로 망하는 것이다. 비판적 지식인입네 하고 자신의 역할을 고정하므로 망하는 거다.


    주체를 의심하고 주체를 건설하고 링 위의 선수가 안니라, 링 주변의 심판이 아니라, 링 밖의 관객이 아니라 게임의 주최측에 포지셔닝할 때 산은 다시 본래의 산으로 돌아오고 물은 다시 본래의 물로 돌아온다. 좌우의 극단세력은 링에 올라 선수로 뛰다가 망한다. 


    논객은 주변에서 얼쩡대며 심판노릇 하다가 망한다. 중도파는 링 밖의 관객에 머무르므로 망한다. 주최측은 언제라도 게임의 흥행에 책임이 있다. 어느 팀이 결승전에 올라오느냐에 따라 시청률이 달라진다. 판을 짜고 판을 만들며 종합적으로 판을 관리해야 한다. 


    승부에 연연하면 안된다. 이기면 이기는대로 지면 지는대로 다음 게임을 벌여야 한다. 부단한 맞대응이 있을 뿐이다. 방향만 제시하고 뒤로 빠진다. 그것이 악기를 연주하는 방법이다. 초심자는 정석대로 배운다.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 중수는 행마가 자유롭다. 


    산은 산이 아니고 물은 물이 아니다. 다양한 실험을 하는 것이다. 정석에서 벗어난 신수를 실험해 본다. 고수는 다시 정석으로 돌아온다. 반집 차이로 이기는 방법을 알았거든 다양한 실험을 할 이유가 없다. 리스크만 높아질 뿐이다. 하수는 악보대로만 연주한다. 


    규칙을 지킨다. 중수는 유연하게 변주한다. 규칙에서 벗어난다. 고수는 악보를 잊어버렸으되 마음 속에 악보가 있다. 곡 자체의 에너지와 호흡을 파악했기 때문이다. 결대로 가는 것이다. 불교에 이와 유사한 변증법적 구조를 가지는 이야기는 많다. 방편이라고 한다. 


    계율은 방편이다. 계율은 안 지켜도 된다. 머리를 깎고 수행을 하는 것도 방편이다. 반드시 머리를 깎고 먹물옷을 입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뗏목을 얻어 강을 건너고 난 다음에는 뗏목을 버린다. 대웅전 벽에 그려지는 십우도와 같다. 소를 얻은 다음 소를 버린다. 


    깨달음을 얻은 다음 깨달음의 집착을 버린다. 무소유를 버려야 한다. 법정은 무소유라는 타이틀을 버리지 못했다. 법정의 한계이다. 그런 타이틀 하나 쥐고 있으면 권력자에게서 전화가 온다. 좋잖아. 산이 산이고 물이 물인 것은 멀리서 본 것이다. 가까이에서 보라.


    중은 중이 아니고, 무소유는 알고 보니 풀소유고, 현각은 알고 보니 하버드 학벌장사고 안거는 알고 보니 인도여행 경비조달이다. 요지경 속이다. 더 가까이서 보면 어떨까? 구조론은 내부를 본다. 내부에는 구조가 있다. 구조는 결코 변하지 않는 자체의 질서다.


    모든 변하는 것에는 변하지 않는 축이 있다. 바퀴가 돌면 바퀴축은 돌지 않는다. 세상의 모든 변화는 변하지 않는 진리에 의지해서 비로소 변할 수 있는 것이다. 나란히 가면 변하지 않는다. 구조는 나란히 가는 것이다. 강에 뛰어들어 노를 저으며 나란히 간다.


    강물과 나란히 가면 강은 강이고 바다는 바다다. 비로소 변화를 통제할 수 있다. 결과가 변하면 원인은 변하지 않는다. 결과에 손을 대면 통제할 수 없지만 원인을 다스리면 통제가 된다. 산이 산인 것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며 산이 산이 아닌 것은 변하기 때문이다. 


    다시 산으로 돌아오는 것은 변화 속의 변하지 않음 때문이다. 그것을 장악하는 방법은 축을 지배하는 것이다. 축은 게임을 벌이는 둘이 공유하는 것이다. 게임을 벌이는 쌍방은 주최측을 공유한다. 게임의 주최측이 되어야 한다. 여당과 야당이 게임을 벌이고 있다.


    주최측은 누구인가? 국민이다. 국민이 이기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국민이 더 똑똑해지는 것이 중요하다. 국민의 손에 채찍이 주어져야 한다. 여야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국민이 올라타야 한다. 국민 내부에 질서가 필요하다. 깨어있는 시민의 결집이라야 한다.


    구조론은 객체 내부로 들어가서 자체의 질서를 본다. 물속으로 들어가지 않고는 수영을 배울 수 없다. 국민 속으로 들어가지 않고는 지도자가 될 수 없다. 진중권은 대중 속으로 들어가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대중을 무서워한다. 주변에 명망가가 포진하면 망한다.


    어떤 정치인 주변에 대학교수나 변호사나 유명인이나 신문기자가 있다면 그 자는 반드시 탈락한다. 그들이 결정적인 시점에 발목을 잡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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