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로 설명하는 것은 한계가 있고 답은 역시 그림이다. 머리 속에 모형을 그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림 역시 한계가 있다. 구조는 관계를 의미한다. 보이는 것의 ‘사이’를 말한다. 엄밀히 말하면 구조 그 자체는 그릴 수 없다. ‘사랑’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말한다. 어쨌든 설리반 여사는 헬렌 켈러에게 사랑의 의미를 가르치는데 성공했다. 헬렌 켈러는 누구보다 어렵게 이해했던 만큼 오히려 누구보다도 더 확실히 이해했다. ### 레고블럭이 이해를 돕겠다. 질은 결합한다. 레고블럭을 결합하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하고, 그 에너지는 외부에서 주어지며, 레고블럭은 외부로부터 에너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구조여야 한다. 에너지가 드나드는 출입문이 있어야 한다. 바깥으로 점점 성장할 수 있는 열린 구조여야 한다. 생장점이 바깥에 있어야 한다. 만약 표면이 당구공처럼 매끈하다면 결합하고 성장할 수 없다. 우리는 이미 결합해 있는 고체를 위주로 사고하므로 질의 의미를 모른다. 구조는 추상개념을 많이 다루므로 결합되어 있지 않은 것에 주목해야 한다. 한 개인이 존재할 뿐이지만, 그 개인의 결합인 가족, 병사의 결합인 소대, 국민의 결합인 국가, 신용의 결합인 자본, 개념의 결합인 원리를 다룬다. 입자는 독립한다. 어떤 것이 있다면 우리는 우선 입자 형태를 떠올리지만 단지 입자만으로 존립할 수 있는 것은 우주 안에 없다. 왜냐하면 입자는 작용과 반작용의 결과로 만들어진 2차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어떤 입자가 있다면 그 주변에 강력한 힘이 걸려있는 경우가 많다. 사람을 진공에 두면 터져버리듯.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질의 차원에서 굉장한 압력이 걸려서 그것을 입자로 만들어낸 것이다. 질이 하나의 성장하고 발전하며 외부의 작용에 대응하는 존재 단위라면 입자는 구체적인 작용 반작용의 단위다. 계에 어떤 작용을 가하면 한 점에서 부터 대응이 시작되며 나머지 원소들은 그 점에 종속되어 점의 결정을 따른다. 사람이라면 생각은 뇌를 따르고, 행동은 손발을 따르고, 정서는 마음을 따른다. 뇌가 가는대로 나머지가 따라가고, 손발이 가는대로 나머지가 따라가고, 무게중심, 힘의 중심이 가는대로 나머지가 따라간다. 질이 그냥 존재의 한 단위라면, 입자는 구체적으로 외부에서 작용을 가했을 때 반작용 형태로 드러나는 존재의 단위다. 질이 자동차를 구성하는 요소들의 집합이라면, 입자는 시동을 걸었을 때 힘의 전달순서로 정렬한 상태다. 질에는 도로체계나 신호동도 자동차에 포함되지만, 입자는 동력전달의 메커니즘만 인정된다. 자동차가 전진해도 도로는 따라가지 않는다. 엔진을 구동시켰을 때 바로 따라가는 부분이 입자다. 힘은 교섭한다. 입자 안에서 다른 블럭과 결합과 분해가 가능한 구조다. 힘은 분해와 결합의 가능성만을 나타낸다. 그러므로 힘의 전달부분은 아주 잘록하거나 뾰족한 경우가 많다. 힘은 단지 판단할 뿐이므로 무한히 작아질 수 있다. 방향만 결정하면 되는 것이다. 예리한 칼날과도 같다. 그 날카로운 첨단에 의해 잘리는 부분이 결정된다. 수직에서 수평으로 바꿔주는 부분이 있다. 운동은 변화한다. 결합과 분해의 시간적 진행을 위해서 일정한 길이를 가져야 한다. 어느 정도로 세게 결합하고 또 세게 분해할지에 따라 돌출되거나 오목한 요철의 크기가 길거나 혹은 짧아야 한다. 레고블럭에서 요철의 길이는 몇 밀리로 특정된다. 그 크기를 정한다. 힘이 방향을 결정한다면 운동은 크기를 결정한다. 힘이 ‘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누기’를 결정하면 운동은 거기에 일정한 디폴트값을 넣어준다. 운동은 주변의 사물과 맞서므로 관계를 맺는 주변 사물의 크기에 맞추어진다. 자판의 크기는 손 크기에 맞춰지고 모니터 크기는 시야의 크기에 맞추어진다. 전화기의 길이는 입과 귀의 길이에 맞추어진다. 량은 침투한다. 1킬로의 무게를 들면 그 질량 1킬로가 내게로 옮겨온 것이다. 자동차가 휘발로 1리터로 15키로를 이동하면 그 15키로 이동거리가 정확하게 산출된다. 에너지가 들어간 만큼 나온다. ### 어떤 사물이든 외부에서 작용이 가해졌을 때 반작용으로 대응하며, 대응이 최초 촉발된는 지점이 있고, 그 작은 지점과 나머지 전체 사이에 일정한 주종관계의 질서가 있으며 이것이 입자다. 그 질서를 정하는 것이 질이다. 우리는 사물이 반복적으로 일하여 그것으로 길이 나서, 형태가 결정되어 있는 물건을 관찰하므로 그 질을 살피지 않고 건너뛴다. 그러나 어떤 길도 처음에는 황무지였다. 앞사람과 뒷사람의 발자국이 축적되어 눈에 보이는 길의 모양을 이루었을 뿐 참된 길은 그 모양과 상관없이 속성으로 존재하는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항상 질을 새롭게 판단해야 한다. 사람으로 말하면 생각할 때는 뇌가 대장이고, 씨름할 때는 무게중심이 대장이다. 씨름선수는 무게중심의 명령에 따라야 한다. 달릴 때는 다리가 대장이고, 연주할때는 손가락이 대장이다. 냄새맡을 때는 코가 대장이고, 바라볼 때는 눈이 대장이고, 들을 때는 귀가 대장이다. 그 대장을 그 순간에 새로 결정해야 하므로 질의 결합이 있다. 최강의 군대라면 마땅히 그래야 한다. 오합지졸이라면 무조건 소대장의 명령에 따라야겠지만, 특공대라면 특공병, 폭파병, 의무병, 통신병이 팀을 이루고 있어서 그 상황에 맞게 리더가 순간순간 결정되어야 한다. 그것이 질이다. 존재가 질로 결합되지 않으면, 대장을 정하지 못해서 대응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다가 존재가 깨진다. 존재가 존재가 아니게 된다. 군대가 전쟁에서 패배하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입자는 일이 특정되어 대장이 정해진 다음 원소들이 그 대장을 따르는 형태의 질서를 갖춘 것이다. 진정한 세계에서는 그때그때 새롭게 대장이 새로 결정되므로 질이 필요한 것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