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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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3330 vote 0 2010.10.12 (17:27:33)

 

 

  ‘타블로 손학규’라는 제목으로 쓴 어제 글에 몇 자 보태려고 한다. 뭐 간단하다. 구조원리에 따라 각자의 포지션을 적절히 안배하면, 사회적인 의사소통의 효율이 극적으로 높아져서, 일제히 머리가 좋아지고, 다들 현명해지는 것이며, 모두 합리적인 판단을 하게 되는 것이며, 그러한 포지션 안배가 잘못되면 사회적인 의사소통이 막혀서, 일제히 바보짓을 하게 된다는 거다. 그리고 이러한 부분은 집단의 나아가는 큰 틀에서의 방향성 제시와 관련이 있다는 거다.

 

  머리 역할을 할 사람은 마땅히 머리가 되어야 하고, 손발 역할을 할 사람은 당연히 손발이 되어야 한다. 이게 거꾸로 되어서, 삽질이나 할 사람이 청와대 들어가 있고, 정작 청와대 들어갈 사람은 야인으로 떠돌고 있다면 그 나라는 희망이 없다. 소통이란 말로 떠든다고 되는 것이 아니고, 자리배치를 제대로 해야 소통이 되는 것이다. 어떻게 자리를 배치하는 것이 제대로 배치하는 것인가?

 

  나무는 새로 난 잎이 위로 간다. 전투에서는 젊고 용맹한 세력이 선봉을 맡는다. 누가 이 사회의 새로 난 잎이고, 누가 선봉을 맡을 젊고 용맹한 세력인가? 소통이란 막힌 것을 뚫는 것이다. 에너지 순환을 막아놓고 말로만 소통 어쩌구 하며 떠드는 것은 속임수에 불과하다. 에너지가 가는 길이 있다. 그 길을 따라 포지셔닝을 해야 한다. 누가 갑이고 을인지, 누가 주고 종인지, 누가 일선에서 선봉을 맡을 적임자고 누가 후방에서 보급을 맡을 적임자인지 정해야 한다.

 

  필자가 손학규를 반대하는 이유는, 우리 세력이 손학규와 소통할 방법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개혁 네티즌 세력’이야말로 일선에서 적군과 대치하고 있는 장수들이라 할 수 있다. 전시라면 임금의 명령도 거부할 권리가 있다. 정유재란도 일선의 이순신과 후방의 선조임금 사이에 소통이 막혀서 대사를 그르치게 된 것이다. 그 경우 후방의 선조가 일선의 이순신을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이 병법의 원리다. 전시에 임금이 장수에게 보검을 하사하면, 그 보검이 있는 현장이 임금과 같은 권한을 가지는 것이다. 전시에는 일선이 머리가 되고 후방은 몸통이 되기 때문이다. 포지션 구조가 그렇게 정해져 있다. 전시에는 선조가 이순신을 치는 것이 도리어 하극상이다. 이는 필연적인 법칙이다.

 

  실전이 벌어지면 적과 가장 치열하게 싸울 세력이 누구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이번 전쟁의 승패는 20대 유권자를 얼마나 투표장으로 끌어오느냐로 결판이 난다. 그 20대 유권자를 상대로 활동할 세력이 누구인지는 분명하다. 우리 세력이야말로 나무의 새로 난 잎이고, 실전에서는 선봉대 역할을 맡을 젊고 용맹한 세력이다. 우리 세력이 모든 사회적 변화의 첨단에 서 있다. 사회의 변화를 가장 먼저 느끼고 가장 빠르게 대응하는 세력이다. 강단에 안주하며 원칙이나 읊조리며 진보장사나 하는 보수 먹물들과 다르다. 그 사람들은 일선이 아니라 안전한 후방이고 이선이다. 그들은 변화에 둔감하고 물정을 모른다. 도무지 아는게 없다.

 

  세금이 오르고 내렸다거나, 혹은 아이패드 판매 날자가 언제로 결정되었다거나 하는 현장의 변화에 실제로 영향을 받고 거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세력이 진짜다. 그 일선의 진짜배기들이 후방에서 폼만 잡는 손학규 집단과 대화할 루트가 막혀있다는게 구조의 모순이다. 우리 세력이 여기서 무슨 소리를 한다고 해도 손학규에게 씨알이 먹히지 않는다. 소식이 전해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손학규는 어차피 그쪽의 실세가 아니기 때문이다. 허수아비, 바지사장, 가케뮤샤, 꼭두각시 대리인을 내세우면 말이 통하지 않는 거다. 소통이 막혀서 죽는다. 실전에서는 착한 허수아비보다 나쁜 실세가 낫다. 착한 사람과는 의(義)로 소통할 수 있고 나쁜 사람과는 이(利)로 소통할 수 있지만 허수아비와는 도무지 대화가 안 된다.

 

  타블로의 예도 유사하다. 왜 서로간에 소통이 되지 않았을까? 타진요의 문제는 그 집단에 글 좀 안다는 지식인이 가세하지 않았고, 언론도 단 하나도 편들지 않았다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우리 사회에서 머리 역할을 하는 사람이 거기에 가담하지 않은 때문이다. 이명박 집단도 비슷하다. 좀 안다는 사람들은 어차피 이명박 집단과 말섞지 않는다. 그러므로 인물을 데려와도 꼭 흉악한 것들만 모아와서, 위장전입은 예사요, 병역비리는 기본에다, 온갖 편법, 탈법.. 어이구 말을 말자... 참! 이게 구조의 포지션이 안 맞는 거다. 말이 통하지 않고 의사소통이 막히고 일제히 바보가 된다. 사회에 우울증이 만연하게 된다. 구조의 전개원리에 따라 체계적으로 안배되어야 하는데 좀 아는 사람들이 일제히 눈을 감고, 귀를 닫고, 입은 틀어막히고, 다들 삽질에 동원되었다. 망조다.

 

  타블로 본인도 마찬가지다. 부모 욕심에 일찍 외국으로 떠돌며 정체성 잃고 발이 허공에 반쯤 떠서 소극적으로 되는 거다. 정체성이 없으면 자존감을 잃고 소극적으로 된다. 타블로 본인의 소설에 다 있다. 딱 소설대로 된 것이다. 떠돌이 손학규의 가장 큰 문제도 역시 타블로와 마찬가지로 정체성 부족이다. 영남을 배려한다면서 영남이 가장 싫어하는 혐오인물로 염장을 지르는 것만 봐도 싹수가 노랗다. 손학규가 ‘염장을 질러야지’ 하고 지른 것은 아마 아닐 것이다. ‘골탕 한번 먹어봐라’하고 김영춘 두고 ‘제 2의 노무현’ 운운한 것은 아닐 것이다. 약올리려고 한게 아닌데 왜 약올린 결과가 되었을까? 소통이 막힌 것이다. 손학규는 이쪽의 정서를 읽는 센스가 없다. 왜 손학규는 이쪽의 마음을 모를까? 마음이 죽었기 때문이다. 정체성을 잃었기 때문이다. 정체성 잃고 자존감 잃으면 마음이 죽어서 상대방의 마음을 읽을 수 없게 된다. 자기 마음이 죽어서 없으니 사람이 실없이 비실비실 웃고 다니는 판인데 어찌 남의 마음을 읽겠는가?

 

  포지셔닝을 잘 하기 위해서는 상대가 나를 볼 수 있는 위치에 가 있어야 한다. 자기의 의도를 훤하게 드러내야 한다. 손자병법 같은 속임수는 위기때 한번 써먹는 책략이고, 장기전에서는 로마군단의 정공법으로 가야 한다. 로마군단은 게르만을 칠 때 속이지 않았다. 스파이를 보내지도 않았고, 적을 이간질하지도 않았고, 암수를 쓰지도 않았다. 그들은 직업이 공돌이였으므로 묵묵히 건설할 뿐이었다. 라인강을 따라 너비 6미터, 깊이 7미터, 길이 50킬로가 넘는 참호를 파기도 했다. 이건 뭐 이쪽의 전술을 다 알려주고 싸우는 거다. 필자가 유시민의 전략이나 3단계 선거연합 전략을 주장하며 이쪽의 의도를 알려주는 것과 같다.

 

  금나라는 반대였다. 타타르와 몽골을 이간질하여 타타르로 하여금 몽골을 경계하게 했다. 그러다가 몽골이 타타르를 이기는 바람에 망했다. 명나라도 비열한 암수를 썼다. 오삼계는 우수한 서구식 대포로 누르하치를 박살낼수 있었고, 실제로 대포를 쏴서 누르하치를 죽였는데도 왜 나라가 망했을까? 이자성의 농민반란군이 북경을 점령하는 바람에 산해관에서 회군했다고 하지만, 그것은 피상적인 관찰일 뿐이다. 당시 명나라 군대는 대개 여진족이 용병으로 뛰고 있었다. 오삼계 부하들이 거의 여진족인데 여진족을 시켜 여진족을 막으니, 그 여진족이 애초에 동족인 누르하치와 싸울 마음이 없었던 거다. 그러니 오삼계가 투항을 결정할 수 밖에 없었던 거다. 오삼계의 부하들이 전부 한족이었다면? 오삼계가 투항을 한다고 해도 부하들이 막았을 것이다.

 

  명나라는 애초에 여진족으로 몽고족을 막을 생각이었다. 이이제이 술책으로 여진족을 고용하여 몽고족을 막다가 오히려 여진족에게 먹혔다. 로마도 말년에는 게르만족 용병으로 게르만을 막다가 용병대장 오토아케르의 위화도 회군에 망했다. 이런 꼼수는 오래 가지 못한다. 속임수가 아니라 정공법으로 가야 한다. 누가 머리로 적임자고 누가 꼬리로 적임자인지 국민이 알게 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과 정몽준의 단일화는 비상한 상황에 한번 써먹는 긴급수단일 뿐 두 번 가능하지 않다. 무엇을 주고 무엇을 받을 것인지가 사전에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몽준은 사전에 아무런 보장을 받지 못했다. 그래서 깨진 것이다. 일각의 무조건 통합주장도 허무하긴 마찬가지다. 정동영이 통합을 못해서 패배한 것이 아니다. 3년 전에도 열린우리당 해체하고 통합은 그런대로 했다. 그래도 졌다. 머리로 갈 사람이 꼬리로 가고, 꼬리로 갈 사람이 머리로 가니 구조가 안 맞아서 망한 것이다. 무조건 통합을 하면 누가 머리로 적임자고 누가 꼬리로 적임자인지 국민이 알 수 없게 된다. 누가 선봉장이고 누가 후방보급책임자인지 국민이 똑똑히 알게 하려면 개혁세력과 호남세력이 섞여 있는 우리 내부의 모순을 분명하게 드러내야 한다. 환부를 감추면 수술은 불가능하다.

 

  나무는 그해 봄에 새로 난 가지와 잎이 위로 가야 하고, 전투는 젊고 용맹한 세력이 선봉을 맡아야 한다. 그 세력이 현장에서 임기응변할 재량권을 가져야 한다. 장수가 실권을 가져야 한다. 20대 젊은 유권자를 투표장으로 몰아올 사람이 권한과 지분을 가져야 한다. 우리가 다 먹겠다는 것이 아니다.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겠다는 거다. 총선이 그 시금석이 된다. 총선때 참여, 민노, 민주 3당 간에 제대로 권력배분이 된다면, 같은 방법으로 대선도 승리할 수 있다.(진보신당은 애초에 한나라당 갈 사람만 모여 있다고 봄, 왕년의 김영삼이 지금 한나라당에 있었다면 전화해서 벌써 다 빼갔을걸. 지금 한나라당 안에 김영삼급 인물이 없어서 딜을 못하고 있는 거지.) 그렇게 구조를 만들어가야 한다. 그래야 승리한다. 되도 않을 손학규 지지율만 쳐다보고 있을 일이 아니라 지금부터 라인강을 따라 너비 6미터, 깊이 7미터, 길이 50킬로가 넘는 신뢰의 참호를 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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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5]오세

2010.10.13 (15:51:03)

신뢰의 참호를 파라!
말씀 그대로요. 상담에서도  내담자와 상담자 간의 신뢰관계를 구축하는 가장 최선의 방법은 그저 꾸준히 듣고 공감하고 반영하는 과정의 되풀이라오. 마치 로마군인처럼 그렇게 차근차근 야금야금 참호를 쌓든 신뢰관계를 쌓아나간다오.
프로필 이미지 [레벨:12]wisemo

2010.10.13 (16:32:08)

상담 심리학과 구조와의 연관한 이론을 내실것도 같은데 개인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보고 있습니다. 
신뢰하니 신용이 생각나고 이 둘이 세상 원리의 도깨비 방망이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닌가도 싶소...
현대화폐는 경제내에 내재된 신용의 크기만큼만 발행해야 된다고하는 얘기가 맡다면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0.10.13 (16:39:43)

현재 신용의 크기보다 미래 신용의 크기만큼 발행하는게 나을듯. 화폐를 적게 발행하면 부동산 등이 화폐 역할을 대행하게 되는데 이게 문득 사라져서 통화증발로 인한 불경기 이런 것도 있을 터. 신용이 파생신용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어차피 거품은 있겠소이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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